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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88화 (88/430)

제88화

운해, 상관우, 엽천은 비록 황성 4대 가문 소속이었지만, 그들은 모두 성공학관에서 성장했다.

학관은 그들에게 수많은 자원을 쏟아 부었고, 심지어 그들에게 연화동도 한 번씩 개방해 주었다.

무엇보다 원장은 그들에게 마음으로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 세 사람이 원장에게 등을 돌리다니!

원장이 운청휘를 두둔하긴 했지만, 운청휘의 성장을 아직 알 수 없으니 상관우 등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가 과연 운청휘만 아꼈을까. 과거에는 운해, 상관우, 엽천에게도 아낌없이 마음을 쏟았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들의 순조로운 성장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은위(隐卫), 정보부의 모든 사람들을 파견하여……, 최단 시간 내에 운청휘를 찾아내라는 본좌의 명령을 전하라!”

잠시 후, 원장은 표정을 가다듬고 명령을 내렸다.

“운청휘, 자네를 보호하고자 본좌는 최고급 장기 말을 세 개나 잃었네. 본좌를 부디 실망시키지 말게나!”

원장이 중얼거리며 옆에 놓인 고서를 집어 들었다.

<풍무극광지>. 고서의 표지에 새겨진 다섯 글자를, 원장은 한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또다시 사흘이 흘렀다. 운청휘가 탑에 온 지 열두 번째 날이다.

지금 그의 무위는 비약적인 회복을 이뤄, 월경 5단계에 도달했다!

삼 일간 한 단계씩 오른 셈이다.

청연지심화의 영혼과 본체의 융합도 팔 할이나 이루어졌다. 앞으로 3일이 지나면, 완전한 청연지심화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

별안간 운청휘의 신식에 두 사람이 감지되었다. 희색이 만연한 소도도가 공휘와 함께 탑 아래에 도착해 있었다.

“원장님, 학관 대항전이 마침내 종료되었습니다. 올해의 우승자는 기재 반의 소도도입니다. 그리고, 상급 생도 중 복병이 있었습니다. 올해 학관에 들어온 두계희로, 15살이지만 절세 기재입니다. 그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공휘가 허리를 숙이고 공손하게 아뢰었다.

최근 그는 소도도와 협력하여 대항전에 참가한 탓에, 그동안 일어난 일을 알지 못했다.

“왜 준우승은 말씀하지 않으세요? 어서, 어서요! 원장님께 공 부원장님이 2등이라고 하셔야지요!”

소도도가 옆에서 까불거리자 공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원장님, 준우승은 소인입니다. 소인은 정면 대결 끝에 소도도에게 패했습니다.”

소도도는 기다렸다는 듯 가슴을 내밀며 으스댔다.

“원장님께서 잘 키워 주신 덕분에, 월경 4단계였던 저는 대항전을 치르며 월경 7단계까지 돌파했습니다!”

소도도는 사성 기재에 월경 7단계의 무위를 지녔으니, 양경 2단계의 무인을 격파할 수 있었다.

공휘는 월경 9단계의 무위를 지녔으나 천부적인 재능은 이성이기에 전투력은 소도도와 같았다.

두 사람 중 어느 쪽이 강하고 약한가는 자료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전투력이 동등하니, 오직 실전으로 가릴 수밖에.

결국 소도도는 대항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투력에서 공휘를 압도해냈다!

“하하하, 그랬군, 그랬어! 역시 본좌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이야!”

탑 위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원장은 내내 소도도의 재능이 세 성도보다 위에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소도도는 학관에 들어온 시기가 달랐고, 이미 성도의 자리에 오른 엽천과 운해, 상관우는 늘 고지를 점령한 채 소도도를 압박했다.

특히 운해가 소도도를 심하게 압박하지 않았던가.

그 때문에 소도도는 몇 년간 무위의 발전을 뜻대로 이루지 못했다. 심지어 월경 4단계의 무위마저도 숨기고 천막에서 거주하며 늘 몸을 사리고 지냈다.

“흐흐, 원장님의 지도가 아니었다면, 이 도도에게 오늘 같은 성취가 있었겠습니까!”

소도도가 나름대로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겸손하려 애쓰는 듯했지만, 여전히 다른 이들의 눈에는 득의양양한 모습 그 자체였다.

“원장님, 이번 학관 대항전에서 1등은 지급 신병을 얻을 뿐 아니라 3번의 연화동 진입 기회도 준다고 했는데 들었는데 말입니다만.”

겸손하려 애쓰던 소도도는 곧바로 화제를 그의 본래 목적으로 돌렸다.

최소한 그에게 있어 이보다 중요한 일은 없었다. 애초에 대항전에 참가한 이유도 이 상을 원해서가 아니었던가.

‘벌써부터 애가 닳는군. 지급 신병이라니! 이 몸도 얼마든지 다룰 수 있겠어! 수세에 몰릴 땐 지급 신병으로 상대를 쳐죽일 수 있겠군!’

소도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네가 원하는 병기 유형이 있는가?”

원장은 넌지시 소도도의 의사를 물었다.

“어? 선택할 수 있는 겁니까?”

소도도의 눈이 더욱더 반짝였다. 그는 원장의 말을 듣는 순간 침을 흘릴 뻔했다.

“곤봉이나 둔기, 대도도 좋겠군. 그래, 큰 병기를 선호한다면 그만큼 패기가 넘쳐야 할 걸세. 중요한 건 사람을 부숴 버릴 수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하하! 마침 자네에게 어울리는 병기가 있네.”

원장이 곧 몸을 돌려 17층으로 향했다.

탑의 17층은 화려한 병기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가장 급이 낮은 병기도 황급이었고, 지급 신병도 무려 10개나 진열되어 있었다.

원장은 황급 신병 구역을 지나 지급 신병 구역으로 오더니…… 그대로 걸음을 내디뎌 16층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다가갔다.

계단 옆에는 먼지가 잔뜩 앉은 검은 몽둥이가 놓여 있었다. 먼지에 덮인 데다 검은색이라 얼핏 보기에는 재료도 구분하기 어려웠다.

원장은 몽둥이를 가볍게 집어 들고 탑 꼭대기로 돌아와, 그대로 탑 아래로 던져 버렸다.

콰아앙……!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굉음과 함께 지면에 커다란 구덩이가 파였다.

검은 몽둥이는 대부분이 땅에 파묻혔고, 드러난 부분은 마침 손으로 쥐기에 알맞았다.

소도도가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이더니 파묻힌 몽둥이 앞으로 다가가 뽑아 들었다.

“느낌이 좋군요. 이건 무슨 재료로 만든 겁니까? 나무도 철도 아닌 것 같은데……?”

소도도가 검은 몽둥이를 꼼꼼하게 훑어보았다.

“어라? 왜 지급 신병의 위압감이 없는 거죠? 진미아 때는 몸도 가누기 힘들었는데. 모든 지급 신병에 위압감을 뿜어내는 게 아니었습니까? ……에라, 모르겠다! 시험해 보면 알겠지!”

중얼거리던 소도도가 백 장 앞에 있는 거대한 바위를 바라보았다.

그가 몽둥이를 휘두르자 허공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동시에 강한 진동이 일어 주위의 사람들의 몸을 굳게 했다.

다만, 몽둥이 자체에서는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냐, 역시 이상해. 지급 신병은 스스로 위압을 떨치고 위세를 일으키는 게 아니었나? 왜 이 몽둥이는 반응이 없지? 내 자세가 잘못되었나?”

소도도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자세를 고친 뒤, 전력을 다해 공격을 펼쳤다.

슈우우……!

검은 몽둥이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허공에서 한 줄기 굵은 불빛이 넘실거렸다. 마치 불의 용이 화한 듯 눈부시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이 자체는 소도도의 힘일 뿐, 검은 몽둥이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원장님! 잘못 주신 거 아닙니까? 이거 깨진 몽둥이 같은데요. 위력이 하나도 없잖아요!”

결국 소도도가 탑 꼭대기를 향해 외쳤다.

“껄껄, 확실히 지급 신병은 아닐세.”

원장은 껄껄 웃으며 답했다.

“뭐라고요? 이 늙은이가, 이 몸을 놀리고 있네? 지급 신병이 아니라면 대체 뭘 준 건거요! 원장이라도 내가 욕을 못 할 줄 알았나! 죽지도 않는 영감탱이가!”

대번에 안색이 변한 소도도가 욕설을 퍼부으며 아예 탑 꼭대기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역시나 화가 났다. 이번 대항전에서 하마터면 손불평, 그 얼간이에게 죽을 뻔하지 않았던가.

생사존망의 위기에 놓인 소도도가 월경 7단계를 돌파하지 못했더라면, 그는 지금쯤 어느 무덤에 묻혀 있었을 터였다.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대항전의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런 형편없는 몽둥이가 상이라니!

그러나 소도도의 성격을 잘 아는 원장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본좌는 영양봉이 지급 신병이라 하지 않았지만, 아니라고 하지도 않았네. 그 이유는…… 등급을 감히 평가할 수 없다는 데 있다네. 물론 표면상의 위력은 지급 신병보다 못하고, 위압도 없을 걸세. 그러나 영양봉은 자네와 함께 성장할걸세. 자네가 선천생령의 경지에 오르면, 충분한 무기가 될 테지!”

신식을 통해 그들을 지켜보던 운청휘는 원장의 설명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영양봉이라…… 과연, 부합하는 이름이로군. 태양신수(太阳神树)의 가지로 만든 신병이 이 천성대륙에 있었더냐. 놀라울 따름이로군.’

운청휘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태양신수. 말 그대로 태양에서 자라난 신수다.

이 신수의 가지와 줄기로 만든 병기라면, 그 진귀함을 설명할 길이 없다. 선계에서도 영양봉은 지보의 반열에 오르고도 남았다.

영양봉은 그 근원이 태양인만큼 어떤 온도에서도 파괴되지 않는다. 태양의 한가운데에 던져 놓아도 형태를 유지할 터였다.

그러니 영양봉을 파괴할 수 있는 병기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았다.

아무리 운청휘라도, 이때는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운청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양봉을 빼앗을 테지만, 영양봉은 그의 형제인 소도도가 받은 포상.

원장이 잠시 후에 황급 상품의 병기를 탑 아래로 떨어트렸다.

“공휘, 빙강검(冰钢剑)으로 소도도와 겨뤄 보게나.”

“알겠습니다!”

공휘는 곧바로 움직여 빙강검을 집어 들었다.

영양봉의 강약을 스스로 찾아보라는 원장의 뜻을 이해한 듯, 소도도도 전투태세를 취했다.

곧바로 소도도와 공휘는 서로에게 공격을 퍼부으며, 마음껏 병기를 휘둘렀다.

캉캉캉……!

영양봉은 나무도, 철도 아닌 듯했지만 빙강검과 부딪힐 때마다 마치 철이 부딪치는 소리를 내었다.

“오호, 이렇게나 단단하다니?”

소도도가 감탄을 하며 영양봉을 살폈다.

별다른 위력은 없었지만 황급 상품인 빙강검과 맞부딪쳐도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심지어 부딪칠 때마다 불꽃이 튀면서 빙강검이 조금씩 깎여나가는 듯했다.

퍼엉!

또 한 번의 충돌 후, 공휘는 반탄력을 이용해 백오십 장이나 떠올라 검을 휘둘렀다.

전력을 다한 그의 공격은 두꺼운 검기가 되어 날아왔고, 검기는 순식간에 소도도에게 접근해 왔다.

소도도가 질겁하며 욕을 퍼부었다.

“젠장, 영감탱이가 이 몸을 진짜 죽이려는 거냐!”

소도도의 실력은 공휘보다 조금 나을 뿐이다. 공휘가 황급 상품인 빙강검을 들고 있으니 소도도는 이점이 사라진 듯했다. 더욱이 목숨의 위협까지 느껴진다. 저 기술에 맞는다면 죽지 않아도 최소한 중상이 분명했다!

소도도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방어 태세를 취하며 검기에 맞섰다.

우르릉!

고막을 터트릴 기세의 폭발과 함께, 충격파가 사방을 휩쓸며 휘몰아쳤다.

충격파의 영향을 직접 받은 바닥에 금이 가며 불길한 소리를 내었다.

탑 위에 있던 원장이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영력으로 형성된 막이 탑 전체를 감쌌다.

펑! 펑! 펑!

충격파는 영력의 막에 부딪히며 눈부신 빛을 터트렸다.

폭발의 중심지에 있던 소도도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죽지 않았을 뿐더러, 한 군데도 다치지 않았다. 심지어 옷마저도 멀쩡했다!

“여…… 영양봉이 이렇게나 굉장하다니?”

소도도에게는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었다.

“소도도, 노부의 기술을 한 번 더 받게나!”

공휘는 제대로 시험해 보려는 듯 공격을 이어가며 촘촘한 검기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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