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그럼 영양봉이 얼마나 단단한지 봅시다!”
기세등등해진 소도도가 영양봉을 단단히 쥐고 공휘에게 달려들었다.
“공 부원장님, 이 몸의 공격도 받아 보시죠!”
소도도의 고함과 함께, 돌연 영양봉이 공휘의 머리 위에서 나타나 떨어져 내렸다.
우르릉……!
공휘가 빙강검을 들어 막아내자, 지축을 뒤흔드는 폭음이 터져나왔다.
다음 순간…….
카캉!
빙강검의 검신에 금이 가더니, 순식간에 몇 개의 조각으로 갈라져 땅을 나뒹굴었다.
“이런!”
소도도가 입을 떡 벌렸다. 금방이라도 턱이 빠질 듯했지만, 그는 평소와 달리 말을 잇지 못했다.
공휘 또한 침묵을 지켰다. 그는 영양봉의 위력을 아는 터라, 일부러 살초를 날리고 소도도를 도발했다. 그러나 영양봉이 빙강검을 한 방으로 부술 정도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빙강검은 엄연히 황급 상품의 병기다. 아무리 지급 신병이라도 한 방만으로 빙강검을 부술 수는 없었다.
소도도와 공휘를 따라온 일행 또한 넋이 나간 듯했다. 그중에서도 대항전에서 3위를 차지한 소년 두계희는 마른침을 연신 꼴깍꼴깍 삼키고 있었다.
“워, 원장님. 본 생도는 이번 대항전에서 3위를 한 두계희라 합니다. 저, 그……, 영양봉이 더 있습니까?”
두계희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영양봉은 하나뿐이지만, 지급 신병이라면 줄 수 있네!”
원장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탑 아래로 청색 보검 한 자루가 떨어졌다.
“이것은 청련화검(青莲火剑)으로 천 년 전 무기 만드는 장인의 도움을 받아 연화동의 특수한 환경에서 제조했지. 이 검은 어떤 사악한 요도라도 억누를 수 있네.”
청련화검을 쥔 두계희는 검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기운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검을 쥔 순간부터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심신이 맑게 정화되는 듯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두계희가 감격에 겨워 허리를 숙였다.
“이상하군…….”
옆에 있던 이들이 의구심을 품으며 중얼거렸다.
“예전에는 우승을 해도 신병을 상으로 주진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낌없이 하사하시는군. 원장님께선 무슨 생각이신 건지.”
“소도도는 영양봉을 얻었을 뿐 아니라, 3위인 두계희도 지급 신병을 상으로 받았잖아.”
‘소도도와 두계희를 천교대전에 내보낼 계획이신 게야.’
내부 사정을 아는 두 노인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원장님. 연화동에 들어갈 3번의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 있습니까?”
별안간 소도도가 탑 위를 올려다보며 외쳤다.
“오호? 누구에게 양보하려는가?”
원장의 호기심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히 제 형제 운청휘죠!”
소도도가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는 운청휘가 연화동에 들어가기 위해 성공학관을 찾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신식으로 그의 말을 들은 운청휘의 눈에 따스한 빛이 어렸다. 그는 형제 소도도를 다시 본 동시에, 그를 인정하게 되었다.
“하하, 정말로 대장부로구나.”
원장이 진심으로 소도도를 칭찬하고 말을 이었다.
“이렇게 하세. 자네는 학관을 대표하여 축제에 참가하게. 결과가 어떻든, 운청휘에게 연화동의 출입 기회를 양보하는 건 본좌가 허가하지.”
“그리 하겠습니다!”
소도도는 축제가 무엇인지도 묻지 않고 대답했다.
“두계희, 자네도 소도도와 함께하길 원하는가?”
원장은 두계희에게도 의사를 물었다.
“무슨 축제인지요?”
두계희가 침착하게 물었다.
“천교대전일세!”
“예?”
천교대전을 처음 들어 본 듯, 두계희가 어리둥절하게 눈을 깜박였다.
“원장님, 잘못 말씀하신 거 아닙니까? 천교대전은 50년에 한 번 있잖습니까? 다음 천교대전까지 아직도 20년이나 남았습니다!”
소도도의 대답에 원장은 조금 놀랐다. 그가 천교대전을 알고 있다니?
그러나 소도도의 배경을 생각해 본다면, 그가 천교대전을 알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원장은 다른 이들을 물리고, 소도도와 두계희, 공휘만 남겨두었다.
“운해, 엽천, 상관우 세 사람이 배신했다고요? 그리고 천교대전이 앞당겨진 게 운가의 새 가주 때문이었습니까?”
원장이 그간 있었던 일을 들려주자, 소도도와 공휘가 눈을 부릅떴다.
공휘는 운해를 비롯한 세 명의 배신에 이를 갈았고, 소도도는 천교대전의 소식에 관심을 보였다.
“원장님, 제가 그들을 잡아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공휘가 제일 먼저 청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자네는 그 세 사람의 상대가 안 되네!”
원장이 잠시 가늠해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게다가, 자네에게 맡길 일은 따로 있네. 소도도, 두계희. 이번 천교대전에서 상대할 이들의 자료를 주겠네. 내일 아침, 장단봉 부원장이 자네들을 이끌고 천교대전에 참가시킬 테지. 본좌는 공을 바라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네. 자네들에게는 천금 같은 기회일 테니.”
반 시진 후, 공휘가 혼자 되돌아와 탑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원장님, 제가 해야 할 일이……, 운청휘와 관련된 것입니까?”
“그렇네. 운청휘가 벌써 며칠간 보이지 않았어. 정보부조차 그를 찾아내지 못했다네. 아마 자신만이 아는 곳에 숨어있을 테지. 자네는 내일 천우성 운가에 가게. 연단협회의 사면령이 끝나면 즉시 성공학관의 깃발을 내걸고, 천우성 운가를 보호하게나!”
명을 내린 원장이 곧바로 덧붙였다.
“형당에 있는 월경 6단계 이상의 사람들을 전부 데려가게!”
마지막 말에 공휘가 움찔했지만, 뭔가를 말하려던 그는 결국 말을 삼켜냈다.
그때, 그림자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달려와 탑 아래에 도달해 말을 쏟아내었다.
“원장님! 천우성에서 또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황성 운가의 총관이 천우성 운가를 도발하여 그들의 공격을 끌어냈고…… 공격에 나선 107명을 참살했다고 합니다! 천우성 운가가 먼저 나섰기 때문에, 연단협회도 개입하지 못했습니다.”
공휘의 얼굴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공휘는 운청휘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한 터였다.
이리도 많은 가족이 죽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운청휘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다 못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었다. 그가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원장님, 지금 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천우성으로 가게 허락해 주십시오!”
공휘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지!”
원장도 곧바로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탑 아래에서 보고를 들은 운청휘는 짙은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가 포효하듯 청연지심화에게 명령을 내렸다.
“청연지심화. 융합 속도를 올리도록!”
-네, 주인님!
청연지심화는 운청휘의 몸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가 이토록 강렬한 살기를 내뿜는 일은 처음 보았다. 청연지심화는 황급히 대답하며 융합에 집중했다.
겨우 이틀 만에, 운청휘는 월경 5단계까지 무위를 끌어올렸다.
청연지심화와 본체의 융합도 팔 할까지 이르렀다.
“전부 융합하려면 얼마나 남았지?”
운청휘가 굳은 얼굴로 물었다.
-가장 중요한 단계에 왔기 때문에, 적어도……, 사흘은 더 필요합니다!
청연지심화의 소리는 겁에 질린 듯 떨려나왔다.
운청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청연지심화가 융합에 소요한 시간은 예상보다 하루 빠르긴 했다. 운청휘가 다시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사흘 후면 이곳에 온 지 14일째. 그때가 되면 연단협회 사면령의 만료까지 16일이 남는다.
그즈음의 무위라면 천우성에 돌아가는 데 이틀을 소요할 터였다.
천우성 복귀까지 14일. 운청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무위 회복에 집중했다.
사흘 뒤, 운청휘는 월경 6단계의 무위를 회복했다.
그러나 청연지심화의 영혼과 본체의 융합은 아직도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보라.”
운청휘가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이토록 시간을 끈다면, 아예 청연지심화를 파괴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든 터였다.
-주, 주인님. 살려 주십시오! 저, 저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융합이 완전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융합될 때마다 무언가가 부족합니다. 제,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본체가 진화한 것 같습니다.
겁에 질린 청연지심화가 연신 설명을 늘어놓았다.
사실 융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운청휘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그만큼 청연지심화의 잠재력이 높아지고, 주인인 운청휘에게 회복되는 무위도 많아질 터였다.
계획대로라면 청연지심화의 영혼이 본체와 완전히 융합하고, 운청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최대 무위는 월경 6단계다.
그러나 지금, 운청휘가 월경 6단계에 도달했음에도 융합이 끝나지 않았다.
-5일만……, 주인님, 제게 5일만 더 주십시오! 그 후에도 융합하지 못한다면 주인님의 처분을 따르겠습니다. 저를 소멸시키셔도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당장이라도 자신을 파괴할 듯한 기세를 느낀 청연지심화가 스스로 5일의 기한을 내걸었다.
“……알겠다. 5일 후에도 융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본제가 직접 네 영혼을 거둘 것이다.”
운청휘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가 지나자, 운청휘의 무위는 월경 7단계에 이르렀다.
그날, 또 다른 이가 원장을 찾아와 천우성의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원장님. 공 부원장이 천우성에 도착하여 운가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며칠 동안 아무런 이변이 없었습니다.”
신식으로 살피고 있던 운청휘는 천우성의 소식을 듣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틀 후, 밀정 한 명이 천교대전의 소식을 전했다.
“원장님, 소도도와 두계희가 천교대전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더불어, 천교대전에 새 규칙이 생겼다고 합니다. 신분과 관계없이, 백은 1억 냥을 내면 결승전의 정원 자리를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4대 가문의 하나인 구양가가 백은 3억 냥을 내어 예선전에서 탈락한 3명을 결승전에 올렸습니다.”
청연지심화에게 준 5일의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날, 운청휘는 또 한 단계를 돌파하여 월경 8단계의 무위를 회복했다.
-주인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내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본체와 완전히 융합할 수 있습니다!
청연지심화가 크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