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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60화 (160/430)

제160화

이번에는 영력화장도 아니었으며, 오행의 힘도 아니었다. 그저 그가 손을 휘둘렀을 뿐이지만…….

콰르릉!

그의 백옥 같은 손바닥이 운가 장로의 힘과 맞부딪쳤다.

그 순간 오행의 힘은 덧없이 흩어지고, 운청휘의 손이 물 흐르듯 운가 장로의 몸을 타격했다.

펑!

운가 장로의 몸은 그대로 산산이 조각나며 공중으로 비산했다.

곳곳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 운가의 선천경 9단계 장로가 일격에 당했어!”

“이, 이럴 수가……! 설마 저자, 영단경의 무인인 건가?”

“그렇지 않다면 설명이 안 된다고!”

“저길 봐! 저자가 직접 나서고 있어!”

누군가 황급히 허공을 가리켰다. 손끝에서 운청휘의 신형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흩어졌다.

곧이어 운청휘가 있던 자리에 푸른 화염이 일더니, 넘실거리는 불바다가 되어 운패천 등을 향해 뻗어나갔다.

“가주, 사장로의 복수를 하게 해 주십시오!”

“옳습니다. 싸우게 해 주시오!”

남은 세 장로가 눈을 부릅뜨더니 각자 오행의 힘을 일으키며 운청휘에게 달려들었다.

콰르릉……!

그러나 세 개의 오행의 힘은 운청휘가 일으킨 불바다와 부딪치자마자 허무하게 소멸했다.

이때 운패천이 나섰다.

그가 왼손을 흔든 순간, 태풍 같은 영단경의 힘이 휘몰아치며 푸른 불바다를 에워쌌다.

그가 다른 손으로는 영단경의 힘으로 만들어 낸 화살을 쏘아냈고, 화살은 순식간에 불바다를 뚫고 운청휘의 미간을 노렸다.

“이번엔 죽었겠지……?”

구경하던 이들이 희미한 기대를 품었지만, 그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운청휘가 손을 휘둘렀다.

캉!

영단의 힘으로 만들어 낸 화살은 고작 손짓 한 번에 산산이 흩어졌다.

“하찮구나! 진정한 영단경의 힘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는군!”

운청휘의 목소리와 함께, 또다시 날카로운 충돌음이 일었다.

캉!

다시 한번, 영단의 힘으로 형성된 화살이 부러지며 동시에 불기둥이 높이 솟아올랐다.

쾅!

운패천이 내뿜은 힘은 한 번의 충돌만으로 사그라들었다.

“유성화무(流星火舞)!”

운청휘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며, 직경 반 장의 불덩이가 솟아올랐다.

스윽-!

불덩이는 곧장 운가의 장로에게 날아들었다.

“아악!”

장로는 피할 틈도 없이 불덩이에 직격당했다. 놀랍게도, 그의 전신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장로가 있던 자리에는 푸른 화염과 흩날리는 재만이 자리 잡았다.

“또, 또다시……. 운가의 장로가 일격에 죽다니!”

사람들이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불바다는 계속해서 불덩이를 토해냈다.

고작 한 개에 그치지 않고, 두 개, 세 개, 네 개…… 순식간에 27개의 불덩이가 하늘을 가득 메웠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유성군이 사람들의 머리 위까지 내려앉은 듯했다.

펑펑펑!

불덩이들이 빠짐없이 내려앉았다. 요란하게 터지는 불덩이는 순식간에 운가의 장로들을 세상에서 지워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 초라한 얼굴의 운패천만이 지면을 딛고 서 있었다.

일순 사람들은 심장이 멎은 듯이 고요해졌다.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운패천과 네 장로들이, 스물도 되지 않는 청년에게 격파당했다!

반절 영단의 경지에 접어든 운패천마저도 허탈한 얼굴로 운청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두려운 자로군, 성장하면 천성대륙 전체에 이름을 떨치겠어!”

“지금 죽지만 않으면 천백 년 후에 천성대륙을 아우르는 절세의 강자가 되겠어!”

“무슨 허황한 소린가! 백 년도 걸리지 않을 걸세!”

우리는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구만!”

그때 사람들이 운청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경악을 넘어, 경외감이 서려 있었다. 마치 당대의 제일고수를 보기라도 한 듯, 한껏 우러러보는 시선이었다.

“내 형제를 생각하여 살려 주마!”

쿵!

운청휘가 손을 휘두르자 오행의 힘이 날뛰며 운패천에게 날아들었다. 그는 순식간에 검은 선 밖으로 밀려 나갔다.

운청휘는 일부러 운패천을 살려 두었다. 훗날 소소도에게 복수할 기회를 남겨두어야 한다. 소도도를 기른 양친은 운역 운가의 손에 죽지 않았던가.

“들어가자꾸나. 더 이상 입구를 지키지 말거라.”

말을 마친 운청휘는 협곡 안으로 훌쩍 몸을 날렸고, 혈문전의 일원들도 그 뒤를 따랐다.

운역 운가가 흘린 피로 인해, 누구도 이 자리에서 운청휘가 그어 둔 선을 넘지 못하리라.

협곡 안으로 들어온 운청휘는 샘 근처에 가부좌를 틀고, 신식을 펼쳐 영신과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상하군. 전에 관찰했을 때 영신과는 내일 저녁쯤에나 익을 예정이었는데.’

운청휘의 눈에 의혹이 나타났다.

‘지금은 달라졌군. 내일 오후면 익겠어.’

선제의 신식으로 관찰했으니, 틀림없어야 했다. 그가 잰 시각에 오차가 존재하다니?

운청휘의 신식은 무의식적으로 샘 아래에 있는 수혼수에게 향했다.

수혼수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고 청송과수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사부님!”

그때, 진관해가 공손한 목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그는 운청휘가 준 단약을 연화하여 상처를 치료했고, 얼굴에는 건강한 혈색이 돌았다.

“수혼수를 보려 하느냐?”

운청휘가 진관해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손에 진법으로 만든 잉어를 들고 있었다.

“제자가 수혼수에게 공격당했을 때,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진관해가 창피함을 무릅쓰고 부탁하기에, 운청휘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보거라.”

“감사합니다, 사부님!”

진관해가 기쁘게 말하며 손에 든 잉어를 샘에 풀어놓았다.

진법으로 만들어진 잉어는 진관해와 시야를 공유한다.

진관해는 천천히 잉어를 조종해 샘 밑으로 내려갔다.

곧 진관해의 눈앞에 호랑이처럼 생긴 몸에 용과 같은 꼬리를 단 거대한 괴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포악한 기운 못지않게, 괴수의 눈빛도 흉악하게 잉어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수혼수의 눈에 의혹이 스쳤다. 어찌 이 샘에 다른 물고기가 더 있을까?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의혹? 분명 지금 의혹을 품었구나.’

신식으로 샘 아래를 살피던 운청휘의 안색이 변했다.

그가 허공에 손을 내밀자, 수 속성 오행의 힘이 응집하더니 긴 창의 형상을 이루었다.

피슉-

운청휘가 단숨에 수창을 수혼수에게 꽂아 넣었다.

“크르르……!”

수혼수는 본능적으로 사나운 주둥이를 벌리더니, 수창을 단번에 깨물었다. 몇 번이나 부서진 수창이 수혼수의 목으로 넘어갔다.

창을 삼킨 수혼수는 다시금 청송과수를 노려보았고, 정작 운청휘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오직 청송과수만 바라보는 수혼수의 눈에서 미세한 힘의 파동이 일었다.

그 순간, 운청휘는 벼락을 맞은 듯 전율했다.

수혼수가 내보내는 힘의 파동은 샘의 짙은 영력과 융합되어 있었다!

‘저번부터 청송과수를 줄곧 보고 있군. 영신과를 보호하는 동시에…, 영신과의 성장을 돕고 있구나! 흉수 따위도 아니고, 더 나아가 수혼수가 아닐지도 모르겠군.’

운청휘의 머릿속이 단숨에 복잡해졌다.

그는 선제의 신식으로 이 괴수를 이지를 가진 흉수라 판단했다. 더욱이 수혼수라고 결론 짓지 않았던가.

물론 수혼수처럼 맹독으로 영혼을 공격했으며, 수혼수와 꼭 닮은 외모를 지녔으니 운청휘의 오판도 무리가 아니었다.

운청휘는 서둘러 모든 기억을 뒤졌다. 선계와 고서에서 본 모든 영수, 특이한 외형의 흉수를 죄다 떠올린 끝에, 운청휘가 눈을 부릅떴다.

“서, 성공 거수?”

별안간 운청휘가 다급히 숨을 들이켰다.

“혼돈 영수(混沌靈兽)의 천적, 성공 거수(星空巨兽)라니!”

혼돈 영수가 생명을 가졌을 무렵, 성공 거수도 모습을 드러내었다. 두 영수는 너무나도 유사하기에 서로 대적했고, 틈만 나면 서로를 삼키려 들었다.

그들에게는 타고난 힘이 있었는데, 기령이 천화를 지닌 것처럼 성공 거수는 ‘접목’의 힘을 지녔다.

‘접목’이 무엇인가? 성공 거수가 삼키는 상대의 모든 힘을 흡수하는 힘이다.

‘왜 수혼수라 생각했지? 수혼수를 삼켜서 수혼수의 능력을 흡수할 가능성도 있었거늘!’

“당장 혈문전의 모든 이들을 데리고 협곡을 떠나거라!”

별안간 운청휘가 축객령을 내렸다.

고를 수 있다면, 운청휘는 절대로 성공 거수와 맞붙고 싶지 않았다. 기령과 같은 급의 존재이니,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진관해를 비롯한 이들은 성공 거수의 습격을 받는 순간 당해내지 못할 게 분명했다. 불필요한 희생도 줄이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운청휘만은 남아야 했다. 그는 반드시, 영신과를 얻어야 하므로.

“또한, 모두 협곡 바깥에서 입구에 진을 설치해 두도록.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라!”

운청휘가 돌연 한마디를 덧붙였다.

“네!”

진관해는 이유를 몰랐지만, 일단은 빠르게 답했다.

진관해와 혈전문의 사람들이 모두 협곡을 빠져나간 후, 운청휘는 영라반지에서 진법에 필요한 재료들을 꺼냈다.

이전에 설치해 둔 ‘진령진’을 더해, 두 개의 진법이 협곡에 펼쳐졌다.

운청휘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포진해나갔다. 일 각여가 지났을 무렵, 샘 주변에는 6개의 진법이 설치되었다.

샘 아래서 성공 거수는 운청휘가 진을 설치하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구구귀일진(九九归一阵)을 설치하고 나면 네놈도 후회하지 않겠느냐.’

운청휘는 계속해서 진을 추가해나갔다.

구구귀일진은 99개의 진을 친 후, 하나의 주진이 99개의 진을 최강의 대진으로 변모시킨다. 운청휘의 계산대로라면 최소 영단경 7~8단계의 무인을 진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어느새 운청휘가 설치한 진은 47개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진을 설치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설치하는 진이 정교해져 설치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때, 협곡의 입구에서는 진관해도 층층이 진을 쳐 출입을 막고 있었다.

만약을 대비한 장치였다. 예상치 못한 이가 협곡에 난입하면 구구귀일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어느덧 사방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70개의 진법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이 무렵 운청휘가 진을 설치하는 시간은 하나당 일 각에 가까워졌다.

29개의 방진과 1개의 주진이 남았군. 적어도 다섯 시진은 필요하다.’

운청휘가 속으로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영신과가 익기까지 6시진이 남았으니, 그가 진을 완성하고 영신과가 무르익기를 기다려도 한 시진의 여유가 남는다.

3시진 후, 운청휘는 18개의 진법을 추가했다. 이제 설치된 진법은88개였으며, 어느새 주변이 아침의 햇살로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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