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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93화 (193/430)

제193화

운청휘는 낮은 목소리로 답한 후, 이 각이 지난 뒤 저승을 떠났다.

시간은 유수와 같아서, 빠르게 사흘이 지났다.

운청휘는 그동안 모든 가족들을 천검종으로 데려왔다.

이곳은 봉천진지진으로 보호되는 데다 영변경의 노괴가 지키고 있으니 더없이 안전한 장소였다.

“형님. 천운왕조는 저희가 머무르기엔 너무나 작습니다. 이제는 천원왕조도, 천검종도 없습니다. 오직 천운황조(天运皇朝)만이 존재할 겁니다.”

운청휘는 사촌 형 운현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리도록 한 후, 다른 몸을 진관해와 함께 보냈다.

그들은 영주로 가는 길에 올랐다.

영주와 혈살군은 황량하고 드넓은 숲을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 이는 영변경의 무인이어도 보름 동안 쉬지 않고 날아가야 하는 거리였다.

영주로 가는 내내, 운청휘는 아무 말 없이 날아가기만 했다.

진관해가 그를 힐끔거리며 뭔가 말하고 싶어 했으나, 끝끝내 입을 다물었다.

‘사부님께서 낭야산에 다녀오신 후 말이 없어지셨군.’

진관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정을 모르니, 그저 채아의 일로 울적하다고 여길 뿐.

혈살군을 떠나기 전, 꼬박 사흘을 낭야산에 머무른 운청휘였다.

그때 진관해를 데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진관해는 운청휘와 채아, 이염죽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인가?”

낭야산에서 운청휘는 눈물 모양의 혈옥을 하나 발견했다. 핏빛으로 물든 혈옥은 온통 절망에 물들어 구슬픈 기를 발하고 있었다.

일찍이 심마선겁에 들어 이염죽을 만나고 울었던 운청휘. 그때 자신도 이런 핏빛의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염죽도 그리 비통한 심정으로 눈물을 흘렸다는 뜻일까.

사흘간 장신연에 머물렀지만 찾아낸 건 이 혈옥뿐이다.

운청휘는 말없이 손에 쥔 혈옥을 만지작거렸다.

‘이염죽. 정녕 내가 그대를 저버렸다고 여기는가. 분명 맹세했거늘! 그대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나는 시간을 거슬러 반드시 그대를 부활시키마.’

운청휘가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 시각, 만 리 떨어진 천검종.

또 하나의 운청휘는 혼수상태의 채아를 마주한 채 나지막하게 말했다.

“채아야. 오라비는 너를 다시 만나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한스러운 것은, 내 실력이 부족하여 모두가 어려운 선택을 했다는 것이 아니겠느냐.”

말을 마친 운청휘는 봉천진지진을 이용하여 공간을 봉쇄했다.

후드득!

운청휘의 생각만으로도, 아공간 반지에서 선석이 쏟아져 나왔다.

선석에 뒤섞여 10개의 마종도 바닥을 굴렀다.

천검종 원로들의 몸에 있었던 마종이었다.

육진의 마종은 인간 운청휘의 몸에 있었으니, 그 몸을 폐관수련에 돌입할 생각이었다.

또 다른 몸은 영주로 보내어, 참천신검을 되찾아온다.

빠르게 시간이 흘러, 25일이 지났다.

그동안 운청휘는 길을 재촉하는 것과 동시에 육진의 마종을 연화했다.

인간 운청휘의 무위는 어느덧 선천경 7단계에 이르렀고, 전투력만으로는 반절 현경도 일격에 죽일 수 있는 경지에 달했다.

“마종의 힘은 삼 할밖에 남지 않았으니, 선천경 7단계가 한계로군.”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상한 바였지만, 앞으로 수련을 하며 필요한 자원이 다소 걱정되긴 했다.

‘궁우신에게서 도심종마대법과 어혼성숙비전을 얻었으니, 영주에 도착하면 할 일이 많겠군. 신검을 찾는 일과 동시에 흉수산맥에서 마종을 심는 수련도 바삐 해야겠구나.’

도심종마대법을 얻은 후, 그의 수련 속도는 두 배 이상 빨라졌다.

또다시 한 시진이 흐르고, 운청휘와 진관해는 한 협곡의 상공에 도달했다.

시야에 들어오는 협곡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고, 싸늘한 냉풍이 몰아닥쳤다.

더욱이 지형도 복잡하여, 무인이 아니라면 반드시 길을 잃을 구조였다.

“응?”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렸는데, 마치 협곡에서 무언가 발견한 듯 했다.

“사부님, 무엇을 발견하신 건가요?”

진관해가 운청휘의 표정이 달라졌음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영주로 가려면, 이 협곡을 반드시 지나야 하느냐?”

운청휘가 질문으로 답했다.

“이 협곡의 이름은 자라협(紫罗峡)입니다. 가로, 세로 모두 만 리이고 우회하려면 최소 수만 리 길을 더 가야 합니다.”

진관해가 말했다.

“영변경 무인 1명과 현경 무인 1명의 기를 발견했다.”

운청휘가 먼 곳을 내다보며 덧붙였다.

“개중 영변경 무인의 기가 육진과 비슷하니, 군성문의 사람들 같구나. 육진은 군성문의 장로이니 혼패가 있었을 터. 군성문의 사람들은 그의 조각난 혼패를 보고 죽음을 알지 않았겠느냐.”

진관해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그들이 왜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걸까요? 설마 우리가 영주에 오는 것을 알고 있는 건가요?”

“아니, 문제는 네 몸에 있구나.”

운청휘가 갑자기 진관해를 보고는 손을 내밀어 그의 소매 속에서 영패를 잡아냈다.

“현경 무자 5명의 몸에도 이 영패가 있군!”

“이럴 수가, 이것은 풍가 객경 장로의 영패인데, 어찌…….”

진관해가 어리둥절해 눈을 부릅떴다.

“그들이 이미 왔구나.”

그의 신식은 6명의 무인들이 가까이 접근하고 있음을 말해 주었다.

“영변경 5단계 1명, 현경 2단계 5명이군.”

운청휘가 그들의 무위를 말했다.

“저는 마혈석원진이 있으니 영변경 무인과 승부를 겨룰 수 있습니다. 다만 사부님께서 동시에 현경의 무인 다섯 명을 상대…….”

진관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운청휘가 화제를 가로챘다.

“안심하도록. 이기지 못하면 도망쳐서 잡히지 않으면 그만 아니던가. 마침 나도 지금의 내 상태를 점검하고 싶군.”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6명은 어느새 삼천 장 바깥까지 접근하고 있었다.

“장지춘(张志春), 염무월(闫武月), 진정승(陈正胜)…… 역시나 풍가의 객경들이군!”

진관해가 곧바로 다섯 명의 무인들을 알아보았다.

풍가에는 많은 객경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 무위가 높은 이들을 따로 장로라고 칭했다.

눈앞에 있는 다섯 명은 일반 객경이었다.

“진관해, 운청휘!”

여섯 사람 중에 영변경 5단계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정말 간이 크구나, 감히 우리 군성문의 장로를 죽이다니!”

“혀가 길구나. 분하면 내 수급을 가져가면 되지 않겠느냐.”

운청휘는 태연하게 응수하며 곧바로 현경 무인 다섯 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의 동시에, 진관해가 포진을 시작했다.

“마혈석원진!”

선천경 5단계의 전투력을 검증하는 것 외에도, 운청휘는 분풀이를 하고 싶었다.

특히 육진!

그자는 채아를 해치고, 간접적으로는 이염죽에게도 피해를 끼쳤다.

비록 육진은 죽었지만, 운청휘의 분노는 이 정도로 가라앉지 않았다.

때마침 육진의 뒤에 있는 군성문이 찾아왔으니, 운청휘에게는 잘된 일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영주 풍가에도 좋은 감정은 없었다.

그날 풍소우가 채아를 넘봤기에 궁우신이 따로 숨겨 두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운청휘는 지금 믿는 구석이 있었다.

죽더라도 다른 몸으로 부활할 수 있으며, 단시간 내에 사망 전의 무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현경 무인들을 상대로 단번에 열세에 처했어도, 운청휘의 얼굴에는 두려움 하나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운청휘는 다섯 명 중에서도 옥석을 가려내고 있었기에, 현경 2단계의 무인 한 명이 자신을 공격할 때도 방어하지 않았다.

“안 돼!”

운청휘를 공격해 들어가던 무인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눈앞으로 날아오는 검집을 막지 못하고 단번에 가슴을 찔렸다.

푸슉!

심장이 관통당한 그 무인은 그대로 지면으로 추락했다.

“장지춘……!”

다른 현경 2단계의 4명이 크게 외쳤고, 노발대발했다.

“운청휘, 감히 장지춘을 죽이다니, 죽여주마!”

네 명이 재차 운청휘를 죽이려고 하자, 동시에 다섯 가지 오행의 힘을 일으킨 운청휘가 세 명의 무인을 막아섰다.

이어서 그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무인을 죽이고자, 검집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선제신해 제1식, 횡추팔황!”

검집은 삼백여 장 크기의 붉은 검기를 머금은 채 휘둘러졌고,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현력의 벽!”

그자는 단번에 현력을 일으켜 붉은 검기를 막아내고, 손을 뻗어 운청휘를 빨아들였다.

운청휘는 피할 생각이 없었기에 순순히 끌려가, 단번에 목을 붙들렸다.

“죽어라!”

그자는 운청휘의 목을 꺾으려 했으나, 그보다 빠르게 참천검집이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푸슉!

또다시 심장 하나가 멈추며 지면으로 추락했다.

운청휘가 연달아 다섯 가지 오행의 힘을 내보내 다른 세 명의 현경 2단계를 공격했다.

“이럴 수가, 또 다른 다섯 가지 오행의 힘이라니!”

“우…… 운청휘는 열 가지 오행의 힘을 깨우친 거냐!”

“영주의 8대 공자여도 열 가지 오행의 힘은 깨우치지 못하는데!”

세 명의 현경 2단계는 눈에 공포의 기색이 보였다.

곧, 그들은 흩어져서 오행의 힘을 피했다.

“현력검!”

“현력멸!”

“현력살!”

삼각형 모양으로 운청휘를 둘러싼 세 사람은 각자 최절기를 동원하여 운청휘를 공격해 들어왔다.

“오행의 힘이여, 나오너라!”

운청휘는 열여덟 가지 오행의 힘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는 막을 형성했고, 무작위로 참천검집을 휘둘렀다.

펑펑펑펑!

막에 부딪히는 현력의 힘이 어찌나 고강한지, 단번에 막이 부서지며 운청휘의 몸에 공격이 직격했다.

“푸……!”

운청휘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면서도 강경하게 버텼다. 그는 다시금 검집을 내질러 가까이 있는 또 한 명의 심장을 관통했다.

벌써 세 명의 현경 2단계 무인을 죽였으나, 운청휘도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는 치명상에 가까운 중상을 입은 채였으니, 좋은 말로도 박빙의 승부라 하기 어려웠다.

“연원지술(燃元之术)!”

운청휘가 별안간 영라 반지에서 마종을 꺼내더니, 한 손으로 마종을 누른 채 구결을 읊어 재빨리 마종의 힘을 흡수했다.

그러자 피의 안개가 그의 온몸을 뒤덮었는데, 그의 무위를 연소시키는 행위였다.

“좋지 않아, 어서 후퇴를……!”

운청휘와 대치하던 이들은 그가 무위를 태웠음을 알아차리고 거리를 두려 했다.

이는 정혈을 태우는 것과 비슷하게,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무위를 몇 배나 급증시키는 일이었다.

카강!

순식간에 운청휘가 쥐고 있던 육진의 마종이 무수한 조각으로 깨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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