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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38화 (238/430)

제238화

운청휘가 다시 음을 보내자, 둔천사의 방어진이 제거되었다.

둔천사에는 본래 지니고 있던 방어진을 비롯해 운청휘가 설치한 여러 개의 구천주선살진이 있어, 인왕경이 와도 반 시진은 전력으로 공격해야 깰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오합지졸은 하루 종일 걸려도 들어올 수도 없을 터였다.

방어진을 제거한 후, 밖에 있는 11명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을 이끄는 이는 풍가의 반절 인왕경이었고, 나머지는 공적 5단계에서 9단계에 이르는 공적경 무인들이었다.

“운청휘, 그대와 진관해의 친분이 두텁다고 들었는데 우리 풍가에 방문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군.”

풍가의 반절 인왕이 운청휘와 기령 앞으로 바로 날아갔다.

“운청휘, 진관해가 누구야?”

기령이 육진에게 잡혀간 후 진관해를 만났으니, 기령이 진관해를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내 제자이자, 네 후배다.”

운청휘는 짤막하게 대꾸한 후 풍가의 반절 인왕경에게 고개를 돌렸다.

“관해는 줄곧 풍가에 있느냐?”

풍가의 반절 인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관해는 원래 우리 풍가의 객경이었으니, 자연히 우리 풍가에 있었지요.”

공적 5단계의 무인이 콧방귀를 뀌었다.

“운청휘, 우리는 상고 유적에 가야 하니 여기서 그대와 시간 낭비할 수 없어. 눈치가 있다면 우리와 같이 떠나야 한다!”

“참, 네놈이 당초 홍가의 둔천사를 빼앗았을 때 우리 풍가의 풍소우라는 후배를 죽였잖아? 풍소우의 형 풍한우가 8대 공자 중 하나인 풍한우인 것을 모르는 거냐. 지금 얌전히 풍한우 소가주께 사죄하거라!”

“어? 조종실에 있는 사람은 하가의 하흡이잖아? 마침 하가의 인왕경이 죽었고 우리 풍가는 이미 하가의 산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어. 하흡은 하가의 직계 자제이니 그녀를 잡으면 우리가 하가를 인수하는 데 속도가 붙겠지.”

“이 아이는 누구냐? 잘생겼군. 하지만 이용 가치가 없으면 당장 죽여야겠어.”

공적 7단계 한 명이 기령을 보고 이죽거렸다.

기령은 인간의 모습을 했을 때 원치 않으면 인왕경도 무위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숨길 수 있었다.

“이용 가치가 없으면 당장 죽인다고?”

이 말을 들은 기령의 눈에서 짙은 살기가 일렁였다.

본래 혼돈 영수인 기령의 성격은 괴팍하기 짝이 없었다.

만약 운청휘가 억제하고 있지 않았다면, 기령은 이 대륙의 생령들을 전부 삼키고도 남았다.

지금 기령의 눈에는 땅강아지나 다름 없는 자들이, 이용 가치를 운운하며 협박하고 있으니 얼마나 가소롭겠는가?

기령이 운청휘에게 시선을 주었다.

“운청휘, 설마 나더러 저 버러지를 먹으라고 하진 않을 거지?”

“건방지구나! 누구를 버러지라고 부르는 게냐? 어린 나이에 망언을 하다니, 커서 무엇이 되겠느냐? 노부가 지금 운청휘를 위해 네놈을 훈계하마!”

기령을 위협하던 자는 기령의 표현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단번에 손을 내뻗어 기령을 잡으려 했다.

“노부가 네놈의 목을 부러뜨려 주마!”

“네놈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운청휘의 눈에 차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기령을 나서지 않게 하고 한 손으로 냅다 쳤다.

“이런……!”

반절 인왕경 무인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운청휘가 공격한 순간 공기 중에서 싸늘한 기운을 감지했던 것이다.

그가 멈추려고 했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운청휘는 빠른 속도로 콰릉, 소리와 함께 풍가의 무인을 날려 버렸다. 그는 단번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뭉개지고 말았다.

기령이 그 모습을 보고 볼멘소리를 내었다.

“공청휘, 그래도 저건 공적 7단계란 말야! 아까워 죽겠네!”

기령의 투정과는 별개로, 풍가 일행은 굳은 얼굴로 운청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공적 7단계의 무인을 일격으로 죽일 수 있다면 운청휘는 최소 공적 8~9단계이거나, 최대 반절 인왕경이 틀림없었다.

“몇 달 전, 군성문의 육호가 운청휘를 압도했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운청휘의 무위가 이렇게나 많이 상승했다고?”

풍가의 무리들은 모두 공포에 질렸다.

“잠깐, 저 꼬마가 계속 삼키느니 먹는다느니 하고 있는데, 설마 정말로 풍화(风和)를 삼키려 들었던 거야?”

“그렇다면 인간이 아니라, 영수가 변신한 모양이야!”

“반드시 그럴 거야. 겨우 대여섯 살의 꼬마가 사람을 보고 어찌 걸핏하면 그런 말을 할까!”

“보통의 영수가 아니야.”

풍가 무리들은 아주 빨리 기령의 신분을 추측했다.

풍가의 반절 인왕경이 앞으로 나아가 모든 사람을 가로막았다.

그는 운청휘를 보고 말했다.

“운청휘, 우리는 비밀스러운 말을 하지 않는다네. 만약 진관해의 목숨을 보존하고 싶거든 순순히 우리 풍가로 가자.”

“풍가로 가는 건 문제없지만, 풍가 따위가 운청휘를 품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령이 운청휘의 말을 가로챘다.

“하하, 우리 풍가는 영주 8대 가문 중 하나인 데다 전체 영주를 봐도 최절정의 세력인데 어찌 운청휘를 품을 수 없겠는가.”

풍가의 반절 인왕경이 괴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8대 가문 중 하나인 영주의 최절정 세력이라. 다른 사람에게 말했으면 겁에 질리기야 했겠지.”

기령이 가슴을 탕탕 치며 무서운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알겠어, 알겠다고. 보다시피 우리는 아주 바빠.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풍가, 눈치가 있다면 어서 내 후배를 내놔. 그렇지 않으면 나와 운청휘가 네놈들을 죽여, 아니, 풍가를 멸족시켜 버릴 거다!”

“뭐라고?”

“멸족? 어찌 이럴 수가. 영주 전체를 바라봐도 감히 우리 풍가를 멸족시키겠다고 말하는 자가 없거늘!”

풍가의 일원들이 노발대발하는 가운데, 반절 인왕경만이 침착한 얼굴로 기령을 바라보았다.

“후배, 그대가 영수든 아니든 오늘…… 반드시 죽어 줘야겠어!”

그 목소리가 떨어짐과 동시에, 기령을 향한 일격이 날아들었다.

“운청휘, 이번엔 나서지 마!”

기령이 소리를 지르더니 신형이 그 자리에서 흩어졌다.

다음 순간.

펑펑펑펑……!

강렬한 충돌음과 함께 풍가의 반절 인왕경과 맞붙었다.

기령이 비록 체구는 작아도 손이 매섭고 힘은 용맹하니, 반절 인왕경을 상대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그 광경에 풍가의 9명이 입을 떡 벌렸다.

“녀, 녀석의 전투력이…… 태상 장로와 맞먹다니!”

영수가 인간으로 변했다는 건, 영수의 무위와 오래 살아온 세월을 보여 준다.

기령의 인간 모습은 대여섯 살의 어린아이에 불과하니 무위 자체는 높지 않지만, 전투력만큼은 풍가의 반절 인왕을 능가했다.

“맞먹는다고? 그 늙은 쓰레기가?”

기령이 코웃음을 쳤다.

펑!

풍가의 반절 인왕경이 그대로 나가떨어지며 둔천사 위를 나뒹굴었다.

다음 순간, 그는 큰 피를 토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기령을 노려보았다.

“네…… 네놈의 무공이 이렇게나 강한 것이더냐?”

“내가 강한 것이 아니라 네놈이 쓰레기인 것이지!”

기령이 곧바로 몸을 날리더니 작고 통통한 발로 반절 인왕경의 얼굴을 마구 짓밟았다.

이때, 운청휘도 공격을 개시했다.

그의 뒤에서 열여덟 가지의 현력이 떠올랐고, 둔천사 위에는 힘의 파도가 너울거렸다. 곧바로 공적경 9명을 노린 공격이었다.

펑펑펑펑……!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무기가 그들의 몸에 꽂힌 듯, 거대한 충격이 공적경 9명을 덮쳤다.

그들은 일격에 큰 피를 토하며 전투력을 잃고 갑판 위를 나뒹굴었다.

운청휘는 아무 말 없이 마종을 꺼내들었고, 순식간에 그들의 몸에 마종을 심어 두었다.

“모두 돌아오도록!”

운청휘가 손을 내뻗자, 풍가의 공적경 9명의 몸에서 마종이 이끌리듯 나와 운청휘의 손으로 들어왔다.

“운청휘, 저것들 삼켜 버릴까?”

기령이 입술을 축이며 물을 때, 풍가의 반절 인왕경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지금의 그는 기령이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들을 삼킬 수 있다고 믿는 터였다.

“운청휘, 이 녀석을 말려라! 지, 진관해는 지금 감금되어 있다! 만약 내가 죽으면 진관해도 살 수 없어!”

풍가의 반절 인왕이 갑자기 운청휘를 보고 위협적인 어투로 말했다.

“멍청하긴. 이 순간에도 운청휘를 위협하다니.”

기령은 혀를 차며 풍가의 반절 인왕을 쳐다봤다.

기령이 보기에, 저자가 용서를 구했다면 일만 분의 일 확률로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는 용서는커녕 도리어 진관해를 들먹이며 운청휘를 위협하고 있었다.

“네가 죽으면 관해도 살아남지 못한다? 간단한 문제군. 네가 관해를 구한 뒤에 널 죽이면 그만이다.”

운청휘는 분노하기는커녕 평온한 얼굴로 말하며, 한 손에 반짝이는 구슬을 띄웠다.

마종이었다.

“도…… 도심종마대법!”

마종을 알아본 반절 인왕경이 눈을 부릅떴다.

그는 단번에 운청휘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일단 마종으로 그를 통제한 후, 풍가로 돌아가게 하여 진관해를 데려오게 할 생각인 것이다.

한번 마종이 심어지고 나면 그는 반항은커녕, 운청휘가 기르는 개로 전락할 뿐이다.

“이름?”

운청휘가 말했다.

“주인님, 소인…… 풍무극입니다!”

풍무극은 내키지 않았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기에 공손히 답했다.

“풍무극, 기억해 두지.”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

“풍가로 돌아가도록. 진관해를 데리고 상고 유적으로 나를 찾아오너라.”

“네, 주인님!”

풍무극은 별수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곧 풍무극은 풍가의 둔천사로 돌아갔고, 풍가의 둔천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왔던 방향으로 급속하게 날아갔다.

상황을 지켜본 기령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도심종마대법은 정말 굉장하네. 상대의 무위를 뺏을 수도 있고, 노예로 만들 수도 있잖아.”

확실히, 궁우신에게서 도심종마대법을 얻은 후 운청휘는 이전보다 수십 배 빠른 속도로 무위를 회복하고 있었다.

운청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봉마비를 찾으면, 그가…… 다시 나타날지 모르겠군.’

운청휘는 한때 만났던 신비한 강자를 떠올리며 여정의 계획을 정리했다.

봉마비를 찾은 뒤, 상고 전쟁터에서 참천신검을 되찾는다.

그렇게, 둔천사가 다시 길을 떠났다.

운청휘는 이번에 거둔 수확도 전부 기령에게 넘겼다.

다시 열흘이 지나며, 목적지까지는 이제 사흘도 채 남지 않았다.

이때 하흡이 자동 운전으로 행선지를 설정해 두고, 운청휘를 찾아왔다.

그녀는 한참 동안 머뭇거리며 쉽게 입을 떼지 못했는데, 운청휘가 먼저 침묵을 깨트렸다.

“하가를 위해 왔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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