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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39화 (239/430)

제239화

하흡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부님께서는 가주이자 하가의 유일한 인왕경이에요. 하지만 상고 유적에서 돌아가셨으니, 곧 하가는 8대 가문에서 제외되겠죠. 하지만 하가가 이렇게 몰락하게 둘 수 없어요! 반드시 하가를 다시 부흥시킬 기회를 유적에서 찾아야만 해요. 저, 저는 당신이 그때 제 가족들을…… 보살펴 주길 부탁하러 왔어요.”

하흡이 말을 마치고 침묵이 흘렀다.

운청휘의 지금 무위로는 하가를 돌봐주려면 적어도 인왕경의 무인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하흡은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었다.

더욱이 운청휘가 왜 하가를 돌봐야 하는가?

하가는 줄곧 홍가와 풍가와 동맹을 맺었고, 공작족과도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

“그들을 돌봐주는 것 정도는 문제없다.”

그러나 운청휘는 고민할 겨를도 없이 답했다.

일단 하가의 사람들이 마음에 든다면, 그는 그들을 보살펴 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하가의 부흥을 도울 생각도 있었다.

“고마워요…….”

하흡은 감격하여 거듭 인사를 표하고 물러갔다.

다시 사흘이 지나는 동안, 둔천사는 영주의 서남쪽으로 계속해서 흘러갔다.

상고 유적이 남영의 인간 오지와 서영 상고 전쟁터의 교차점에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둔천사는 끝없는 사막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삼천 장 허공 위에서 바라보니 마치 거대한 모래 바다 위를 날아가는 듯했다.

사막답게 온도가 무척 높아 후끈한 기운이 둔천사까지 올라왔다.

운청휘는 신식으로 모래를 살펴보았는데, 풀 한 포기 없었고 생명은 더더욱 보이지 않았다.

사막 지역을 더 깊이 들어갈수록 온도가 올라가며, 물이 바로 끓을 지경이 되었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단번에 살이 익어 사망했을 정도의 온도였지만, 다들 그럭저럭 버텨내었다.

그렇게 삼천만 리를 비행하자, 둔천사 아래에서 푸른 빛이 새어들더니 거대한 호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사막에서 보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깨끗하고 맑은 호수는, 신이 붓으로 그어 놓은 파란 물감처럼 보였다.

“꿈이 아니로군.”

운청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신식을 펼쳤다.

그러나 신식으로 확인해도 진짜 호수였다.

“어떻게 이럴 수가……!”

운청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호수 주변의 식물들을 살폈다.

일반적인 식물이 300~400도의 고온에서 살아남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더욱이 호수 역시 고온에 노출되어 있었으니, 시원하고 상쾌한 기운을 띠고 있었다.

“운청휘, 여기는 간단하지 않을 것 같아. 위화감이 들어.”

별안간 기령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기령은 영수이니,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은 운청휘보다 뛰어났다.

고양이나 강아지가 인간에 비해 후각이 더 민감한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래. 우리는 대형 진법에 들어온 것이다.”

운청휘의 눈동자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사실 이 땅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그들은 대형 진법에 들어온 것이었다.

“무슨 진법인데?”

기령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 지역은 사실 너무나도 광활한지라, 황사의 땅에서 호수까지 오는 데도 삼천만 리를 항해한 셈이었다.

그럼에도 구역의 끝에 다다르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구역을 덮은 진법은 반경 수천만 리, 혹은 억만 리를 넘게 펼쳐져 있는지도 모른다.

천검종의 봉천진지진이어도 면적은 이렇게나 공포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봉천진지진은 적어도 100명의 진선이 연합해야만 포진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지역을 덮은 대형 진법은…… 봉천진지진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이 아닐까?

“진안이 보이지 않는군. 아마도 ‘구궁흑옥진일 가능성이 높다.”

운청휘는 침착하게 말했다.

“뭐라고? 구, 구궁흑옥진?!”

기령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선계에서 알려진 구궁흑옥진은 열 개뿐이다.

이 열 개의 구궁흑옥진은 10대 선제에게 장악되었고, 선제들은 가장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수감하는 감옥으로 썼다.

선제 이하의 선인은 일단 그 안에 갇히게 되면 살아서 도망칠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심지어 선제가 들어가더라도 단시간 내에 파훼할 수 없으니, 온 우주를 통틀어 절정에 속하는 대진이었다.

“확신하진 않는다. 그리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설령 구궁흑옥진이라 해도 우리에게 영향은 주지 않을 테니. 이 진법은 아직 작동하지 않은 상태니까.”

기령을 달래는 일은 손쉬웠지만, 운청휘의 마음에는 거센 풍랑이 일고 있었다.

운청휘가 왜 상고 유적에 왔겠는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봉마비 때문이다.

다만 이전에 왔던 자들이 갇힌 것은 봉마비를 지키는 구궁흑옥진의 영향일 가능성이 컸다.

구궁흑옥진을 발동시켜 지키는 봉마비라니, 이미 운청휘의 예상을 뛰어넘는 물건이었다.

둔천사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자, 이 각 후 호수의 중심 부근에 도착했다.

운청휘의 신식에 대형 제단이 감지되었다.

높이만 해도 삼천여 장에 이르렀고, 거센 기운이 담긴 부적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운청휘는 신식을 펼쳐 제단 내부를 살펴보려 했으나, 신식은 그대로 제단을 통과했다.

마치 제단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신식의 탐지를 벗어나다니!”

뜻밖의 상황에 운청휘의 눈이 살짝 커졌다.

선제의 신식을 벗어날 수 있는 물건이 있다니?

옆에 있던 기령도 신식으로 제단을 관찰했는지, 눈을 부릅떴다.

“우리 여길 떠날까? 이곳은 너무 이상해! 구궁흑옥진 같은 진법으로 지키는 데다, 저 제단은 신식의 탐지에서도 벗어나잖아!”

기령이 물러나자고 재촉했지만, 운청휘의 시선은 제단 부근에 몰려 있는 사람들과 수십만 장 바깥에 세워진 십여 척의 둔천사에 머물렀다.

개중 눈에 익은 둔천사가 있었으니, 진가의 둔천사였다.

“기령, 하흡, 우리도 내려가지.”

운청휘가 두 사람에게 말하자, 일행은 곧 둔천사를 멈추고 아래로 날아내렸다.

아래쪽에 있는 무리는 수만 명에 이르렀는데, 요족과 인간이 뒤섞여 있었다.

모두가 인간과 요족 내에서도 으뜸가는 이들이 모인 게 틀림없었다.

아무리 약한 자들이어도 현경의 무위를 지녔고, 대부분 영변경 무인들이었다.

공적경 무인도 천 명, 반절 인왕경도 백여 명에 가까웠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청휘의 둔천사를 향해 시선을 돌렸는데, 운청휘 또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운청휘의 눈은 사냥감을 탐색하듯 예리하게 빛났다.

“네 가족들을 보았더냐?”

지상으로 내려오던 중 운청휘가 갑자기 하흡을 보며 말했다.

“아뇨!”

하흡은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은근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상상이랑 소도도가 있는 곳으로 갈까?”

기령도 입을 열어 물었다.

기령과 운청휘의 신식은 진상상 일행을 발견했다.

“그럴 필요는 없다.”

운청휘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 모인 이들은 봉마비를 노리고 왔으니, 조만간 경쟁이 일어날 터였다.

적어도 지금은 함께 있어서 표적이 될 때가 아니었다.

“그럼 저 눈치 없는 놈들은, 좀 삼켜도 괜찮아?”

기령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눈총을 보내는 걸 알아차렸는지, 흥분된 얼굴로 입술을 축였다.

운청휘는 또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정하거라. 상고 유적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참도록.”

“알았어. 어차피 몇 시진 지나서 제단이 열리면 들어갈 수 있겠지.”

기령은 다소 시무룩하게 답했다.

흥이 조금 깨지긴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은 언젠가 자신의 무위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될 터였다.

“어, 누가 또 왔네.”

문득 기령이 중얼거리며 동쪽을 바라보았다.

운청휘도 거의 동시에 동쪽을 바라보니, 면적이 삼만 장에 달하는 거대한 둔천사가 급히 날아오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둔천사에는 거대한 황색 깃발이 걸려 있었는데, 앞뒤에 ‘천(天)’, ‘황(皇)’ 두 글자가 수놓여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이들도 그 둔천사를 발견했는데, 둔천사 위에 걸린 깃발을 보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적의를 드러냈다.

원수를 만나야만 보일 수 있는 깊은 적의가 스멀스멀 일었다.

“동영 난쟁이족! 그들도 역시나 왔어!”

“일전에 난쟁이족이 8대 가문의 가주와 3대 요왕이 함정에 빠졌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려서 남영 전체를 혼란에 빠트리지 않았던가!”

“더욱이 인왕경의 분신이 운가에 온 데다 운가를 핍박했지! 하지만 우리 운가를 지키는 대자진에 참살되었다!”

“하하하, 반절 인왕경과 공적경으로 구성된 대열이 우리 교룡족에도 왔는데 우리 교룡족에 의해 몸이 터져 죽었다네!”

“흥, 동영 난쟁이족은 우리 남북영 모두의 적이니 우리가 상고 유적에 들어가기 전에…… 저들을 먼저 죽이자!”

“맞아, 저들을 죽이고 상고 전장에 들어갈 일을 생각하자!”

동영 난쟁이족은 침략의 역사가 깊었는데, 남영이든 북영이든 가리지 않고 침략해 왔다.

영주에서 사람과 요족이 단결하여 대응하는 유일한 족속이 바로 동영 난쟁이족이다.

그러나 동영 난쟁이족은 단결 앞에서도 소멸되지 않고 질긴 생명을 유지해 왔다.

더욱이 동영 난쟁이족에는 독특한 풍습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천황’이라 불리는 한 사람의 명령만 듣는다.

‘천황’은 동영 난쟁이족이 그들의 왕에게 붙인 존칭이었다.

지금 난쟁이족을 마주한 남북영은 모든 세력이 뭉치게 되었으나, 그들이 동영으로 돌아갈 때까지 막아내지 못하면 다시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공동의 적 앞에서는 연합하는 법이지만, 그들 안에서도 본래 여러 갈래의 다툼이 있었으므로.

“둔천사에 인왕경 분신이 있네? 저게 누구야, 우리의 오랜 벗이잖아?”

기령은 신식으로 둔천사 최정상에서 수련 중인 인왕경 분신을 발견하더니 히죽거렸다.

그날 진가에서 운청휘과 기령이 연합하여 인왕경 분신 세 명을 참살하지 않았던가.

지금의 기령은 그중 두 명을 흡수해 인왕경 다음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인왕경 분신을 내세운다고 해도 기령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오랜 벗이라?”

운청휘 또한 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이 신식으로 살펴보니, 그날 삼켜버린 인왕경의 또다른 분신이었다.

“그러나, 난쟁이족의 둔천사에 왜 인간이 있는 거야? 그들과의 친분이 두텁다니, 웃기잖아.”

기령의 눈에 의문이 스쳤다.

-응? 방금 저들이 하흡이라고 했어. 설마 여기 있는 하흡을 말하는 거야?

문득 기령이 음을 전하더니 하흡을 힐끔거렸다.

운청휘도 둔천사 위의 대화를 엿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한편, 난쟁이족의 둔천사 위에서는 수십의 공적경과 반절 인왕경 3명이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 옆에 서 있는 십여 명의 인간은 반절 인왕경 한 명과 공적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묘(何淼), 너희 가문의 하흡은 진짜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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