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7화
몇몇 사람들이 소천사가 왜 이곳에 왔는지 추측할 때, 기령은 소천사의 법원의 힘에 구속되어 있었다.
이때 운청휘는 둔천사를 운전하여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기령을 구해야 하므로.
“겨우 둔천사 따위로 본왕을 상대하겠다는 게냐?”
소천사의 거만한 음성을 끝으로, 그는 둔천사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둔천사에 탑승하고 있던 운청휘도 소천사의 공격을 볼 수 있었다.
운청휘는 미간을 찌푸리며 소천사의 일장과 둔천사를 맞부딪혔다.
이 둔천사는 4개의 구천주선살진으로 보강되어 보통의 둔천사보다 속도가 두 배는 빨랐으며, 진정한 인왕경이 나타나도 한동안은 파괴할 수 없는 터였다.
“감히 내 형제를 죽이려는 건가?”
쿠르릉!
둔천사는 거대한 진동을 일으키며 울었다. 마치 만년설산에 부딪친 듯 처절한 울음이었다.
구천주선살진을 포함한 모든 진법이 발동되었고, 모든 진력이 밖으로 집중되었다.
소천사를 바라보니, 둔천사와 부딪친 후 신형이 쭉 날아가고 있었다.
소천사는 법원의 힘으로 진력을 상쇄하려 했으나, 법원의 힘은 허공을 갈랐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그는 수십만 장 바깥으로 밀려나갔다.
“이럴 수가, 저, 저게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둔천사가 맞아?”
“맙소사, 소인왕을 한 방에 날려 보냈어!”
“일찍이 운청휘는 진법 대사라는 소문이 있었지. 눈으로 보니 믿겠어. 정말로 진법에 조예가 깊었던 거야!”
“자네의 말대로라면, 둔천사에 새로운 진법을 설치했다는 겐가?”
“그렇지 않다면 저게 둔천사가 지닌 순수한 위력일 리가 있겠나!”
“맞네. 저 둔천사는 홍가의 소유였는데, 이전에는 영변경 무인의 공격을 막아낼 수준에 그쳤다고.”
무리들이 들끓을 때, 운청휘는 이미 기령을 둔천사에 태웠다.
“운청휘, 저자가 감히 나를 죽이려고 했어!”
기령은 분노하면서 가토왕의 분신을 둔천사의 갑판에 던졌다.
“무게 잡긴! 감히 내 앞에서 허세를 부려? 내가 가토왕의 분신을 연화시키고 녀석과 정면으로 맞설 거야. 누가 제압당하는지 한번 보자고!”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가토왕의 분신을 삼키도록. 하지만 상고 유적이 곧 열린다. 연화는 그 안에 들어간 뒤에 하거라.”
“알겠어!”
기령이 단숨에 가토왕의 분신을 삼키고, 운청휘를 올려다보았다.
“운청휘, 한 가지 부탁이 있어.”
잠시 망설이던 기령이 말을 이었다.
“유적에 들어가면 날 노린 모든 세력을 삼키고 싶어. 허락해 줘. 물론, 누구에게도 능력을 들키지 않을 거야!”
운청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땅한 일이군. 우리가 남을 핍박하지 않는 건, 남에게 핍박을 받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니. 네게 적대적인 자는 마음껏 처리하도록.”
이전의 기령은 천하의 생령들을 초개처럼 참살할 수 있었으나, 운청휘와 함께한 후로는 약속을 했다.
무위가 없는 범인들을 포함하여, 자신을 적대시하지 않는 이들을 함부로 손대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부득이한 상황에서 운청휘의 허락을 구하는 것도, 큰 발전이었다.
“가동 시간이 되었군. 들어가도록.”
운청휘의 신식이 상고 유적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곧, 문이 열릴 터였다.
운청휘는 곧바로 둔천사를 움직여 유적의 입구로 돌진했다.
소인왕의 전례를 본 무리들은 곧바로 비켜서서 둔천사에 길을 양보했다.
“운청휘가 무엇을 하려는 거지?”
“상고 유적은 둔천사는 진입 금지인데!”
사람들의 어수선한 말소리 속에서, 운청휘가 기령을 바라보았다.
“기령, 하흡을 데리고 당장 내리도록!”
둔천사의 통행이 금지되었음을, 운청휘의 신식이 어찌 놓칠까.
기령은 명령을 듣자마자 재빠르게 하흡을 데리고 최고 속도로 둔천사를 벗어나 유적 입구로 돌진했다.
운청휘 또한 빠르게 둔천사를 영라 반지에 집어넣었다.
그 순간.
그들의 신형이 유적 입구를 통과했다.
한 줄기 빛이 쏟아지더니, 운청휘와 기령, 하흡이 공간 너머로 사라졌다.
바깥에서 보던 이들, 심지어 소인왕도 둔천사가 급박한 순간에 운청휘의 영라 반지로 들어갔음을 보지 못했다.
“운청휘, 어린 신동과 그들이 운전한 둔천사가 유적 입구의 진법에 산산조각이 난 건가?”
“누가 알겠어, 그들이 보이지 않아!”
“이런 결정적인 시기에 그들이 죽든지 누가 상관하겠어. 헛소리 말고 우리도 상고 유적으로 들어가자!”
“그 말이 옳아. 상고 유적이 열리는 시간은 일 다경도 되지 않으니, 이 기회를 놓치면 보름을 기다려야 해. 서두르세!”
이후 연합한 4대 세력이 두 번째로 유적 안으로 들어갔고, 이후에는 나머지 영주 8대 세력과 교룡족의 일원들, 영주의 기타 세력들이 줄지어 유적 안으로 향했다.
상고 유적의 입구는 일종의 전송진이었는데, 보통의 전송진에 비하면 헤아릴 수 없이 먼 거리를 이동하고 있었다.
운청휘는 무려 일각 가까이 전송된 후에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동안 주위는 점점 더 황량해져, 손을 내밀어도 손끝마저 보이지 않는 컴컴한 공간이 되었다.
문득, 운청휘는 주변에 기령과 하흡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느새, 그는 밀실에 갇혀 있었다.
그 자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듯이 밀실에 나타난 것이다.
다음 순간, 운청휘의 신식은 눈앞에 있는 봉마비를 알아차렸다.
“봉마비를 이토록 순조롭게 찾는단 말인가?”
운청휘는 갖은 고난을 겪어야만 봉바미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설마 상고 유적에서 단번에 발견할 줄이야.
운청휘는 걸음을 내디디며 신식을 풀어 봉마비의 기를 받아들였다.
황폐함과 적막함.
거대하고 오래된 산에서나 느낄 법한 적막함이 밀려왔다.
동시에,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밀려와 그의 마음을 슬픔으로 물들였다.
운청휘 자신도, 왜 그리 슬픔이 밀려왔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채아의 의식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기에?
이염죽이 억만리 밖으로 그를 떠나서?
아니.
운청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채아가 아직 깨어나지 못했지만, 운청휘는 그녀를 돌아오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염죽, 그녀와 재회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
그들이 아니라면 대체 운청휘를 서처량하게 하고, 슬프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운청휘는 두 손을 가만히 봉마비 위에 올려놓았다.
별안간, 비현실적인 광경이 운청휘의 머릿속에 펼쳐졌다.
부서진 밤하늘, 무수한 생령들이 파멸하고…….
운청휘의 많은 친우들과 가족들이 매장되었다.
순간, 운청휘의 눈이 붉게 물들었고,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눈앞의 광경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선혈이 낭자한 채,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는 소도도가 비쳤다.
소도도의 입가에는 처연한 웃음이 번졌는데, 이내 그가 무위를 운청휘에게 바쳤다.
이후 나타난 진상상도 피투성이가 되어 무위를 바쳤다.
이어서 나타난 채아는 운청휘를 애틋하게 한번 바라본 후, 피투성이가 되었다.
운청휘의 부모를 비롯하여 운청휘와 친분이 있는 모든 이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나타나더니 전부 무위를 운청휘에게 바쳤다.
어느덧 끝나가는 눈앞의 광경. 모든 우주가 폐허로 변하더니 운청휘는 홀로 우주의 공간을 떠돌고 있었다.
오직 운청휘만이 남아, 우주에서 끝없는 세월을 버텨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다.
-건은 하늘, 곤은 땅, 진은 우레, 손은 바람, 감은 물, 리는 불, 간은 산, 태는 못이니. 이번 생에 반드시 온전한 봉마비를 찾아내야 한다.
별안간 귀에 익은 목소리가 운청휘의 귓가를 울렸는데, 단번에 운청휘를 쓸쓸한 우주에서 현실로 되돌려 놓았다.
운청휘의 머릿속에 웅장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당신이로군.”
운청휘는 얼굴을 굳히며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빨리 또 만나게 되어 기쁘구려!
웅장한 존재가 천천히 입을 열자, 알 수 없는 힘이 그의 모습을 가로막았다.
아무리 운청휘라도 그의 구체적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누구냐?”
속으로 정한 답이 있었지만, 운청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운청휘는 이 질문이 두 번째였다.
-나는 세상의 여행자이자, 시간의 긴 강을 여행하고 있다네. 과거와 미래를 여행하고 있지.
웅장한 존재가 담담하게 말했다.
또다시 들은 똑같은 대답이었다.
똑같은 대답에 운청휘의 추측은 더욱더 짙은 확신이 되었다.
눈앞에 있는 이는 역시나…….
카카칵……!
그 순간, 운청휘의 전신을 보이지 않는 법칙의 속박이 감쌌다.
아무리 선제라도 그의 육신은 억압을 받았고,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짐작했지만, 더 고민할 필요는 없겠군.
웅장한 존재가 천천히 말하더니 잠시 침묵에 잠겨들었다.
운청휘가 먼저 침묵을 깨트렸다.
“미래를 정말로 본건가?”
웅장한 존재는 조용히 숨을 쉴 뿐이었다.
이윽고 그가 손을 내밀었는데, 백옥을 조각한 듯 뽀얗게 빛났다.
운청휘가 그의 손을 무심코 내려다보자, 손 위에 술잔이 하나 나타났다.
그 술잔은, 상대방이 허공에서 변화시킨 것이었다.
이를 알아차린 운청휘의 얼굴이 굳었다.
-놀랄 것 없지. 그대가 이 경계에 도달하면 온 우주의 물질은 원소로 구성되었음을 알게 될 테니. 이 원소를 장악하면 원하는 물건으로 바꿀 수 있다네.
웅장한 그림자가 운청휘의 눈에 나타난 놀라움을 보고 말했다.
“원소?”
운청휘는 그 말을 듣고 묵묵히 가슴속에 새겼다.
-본론으로 들어가야겠군. 내가 그대에게 지금 미래의 존재를…… 알려 주겠네!
그 말과 함께, 손에 있던 술잔이 바닥에 떨어져 요란하게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