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254화 (254/430)

제254화

“이 호로자식아. 감히 아버지를 해치려는 게냐!”

기령은 비명을 질렀지만, 동시에 능천진선을 계속 자극했다.

“이 호로자식, 아버지가 네놈에게 마땅히 벌을 내려야겠구나!”

짝짝짝!

연거푸 채찍질이 이어지자, 내장까지 충격이 가해졌다.

“호로자식아, 정말로 아버지를 해치려 드는구나! 그래, 용기가 있으면 네 아버지를 한번 죽여 봐라! 이 호로자식아!”

기령인 말끝마다 호로자식 운운하며 능천진선을 희롱했다.

단순히 능천진선을 격노시키는 것으로 모자라, 기령은 소인왕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소인왕, 네놈의 진짜 이름이 소천사라 들었는데, 그 이름은 너무 거창하군. 네놈은 그거랑 닮았는데, 옳지! 자지로 개명하자꾸나! 하나는 자지, 하나는 호로자식이니 하늘이 점지해 준 짝이 아니냐! 소인왕, 아니, 자지야! 나를 노려보며 뭘 하는 게냐?”

소인왕은 결국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게 되었고, 온몸에서 살기를 줄줄 피워올렸다.

“짐승 새끼야, 본왕이 네놈을 찔러 죽이마!”

소인왕은 온몸에 빼곡한 법력을 일으켰고, 이 법력은 폭발하는 화산의 기세처럼 기령에게 몰려들었다.

소인왕은 높은 신분으로서 늘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왔으니, 기령의 이런 하대와 멸시를 더는 견디지 못했다.

기령의 안색도 변하며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다.

“호로자식의 자지야, 다 큰 어른이 꼬마의 도발도 견디지 못하는 게냐?”

기령은 내심 놀랐다. 이런 욕설과 도발만으로는 소인왕과 능천진선이 그를 죽이지 않으리라고 판단했던 터였다.

다만 소인왕이 이리 충동적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진즉 목표를 소인왕에게 돌렸을 터였다.

제때 능천진선이 나섰다.

-멈춰라!

곧바로 성령안이 거대한 빛을 내더니, 기령을 감쌌다.

콰르릉!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소인왕의 공격이 성령안에서 나온 공격에 파묻혔다.

삼천 장 지하에서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위쪽의 땅으로 솟구쳤다.

컴컴한 지하 공간은 금빛 광채로 순식간에 밝아졌다.

“미안, 내가 충동적이었군!”

능천진선의 제지에, 소인왕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짐승 새끼가 너무 악랄하구만, 녀석을 죽이지 못해도 본왕은 그를 호되게 괴롭히겠어요!”

소인왕이 곧바로 아공간 반지에서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는 곧바로 기령의 앞으로 날아가더니, 기령의 팔에 단검을 꽂아넣었다!

슉!

별안간 소인왕이 단검을 뽑아내고, 다시 꽂아넣기를 반복하며 기령의 몸을 만신창이로 만들기 시작했다.

곧 기령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기령은 아픔에 혼절할 뻔했으나, 이를 악물고 견뎌내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운청휘가 저주의 힘을 풀 거야. 난 반드시 버텨야 해. 그렇지 않으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거야!’

“이 호로자식의 자식아! 밥도 못 먹은 게냐, 겨우 이딴 힘으로…… 아악!”

기령은 말을 잇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어느새 다리에 칼이 파고들어 있었다.

-그래, 자…… 아니, 소인왕, 이렇게 더 놀다간 짐승 새끼가 죽게 될 걸세!

능천진선은 하마터면 소인왕을 이상하게 부를 뻔했으나, 겨우 말을 삼켰다.

-어서, 그를 수복하게!

마침내, 운청휘는 저주의 힘을 영약에 접목시켰다.

남은 6일의 저주의 힘을 받은 금원초는 약효 이 할이 훼손되었다.

그러나 남은 팔 할의 약효는 적어도 운청휘를 현경 4단계에서 6단계, 많으면 7단계까지 폭증시켜 줄 터였다.

물론, 운청휘는 지금 금원초를 연화시킬 마음이 없었다.

그의 신형은 곧바로 하늘로 올라가, 기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운청휘의 두 눈은 극도로 가늘어졌고, 전에 없는 살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4개 세력의 반절 인왕경들은 여전히 운청휘가 포진한 진법을 공격하고 있었는데, 운청휘가 접근하자 희색이 만연했다.

“이 진법을 뚫지 못해 힘들었는데, 운청휘가 스스로 죽으러 나와주다니!”

“하하하, 하늘이 정말로 우리 홍가를 돕는군, 빨리 공격하여 운청휘를 잡자!”

“흥, 운청휘는 우리 대붕족의 사냥감이야!”

“운청휘가 우리 궁주에게 배은망덕했으니, 반드시 우리 공작족이 처리해야 한다구!”

“운청휘는 우리 풍가의 풍소우를 죽였으니, 운청휘에게 책임을 묻기 전까지 누구도 우리 풍가와 운청휘를 놓고 다투지 말게나!”

허공을 가로지르는 운청휘의 뒤에, 빼곡한 공원의 힘들이 떠올랐다. 별안간 하늘을 뒤덮는 수막처럼 단번에 운청휘의 앞길을 막아섰다.

소인왕과는 달리, 일반 반절 인왕경들은 법력을 동원할 수 없었기에 공원의 힘을 사용한 것이다.

“소인왕이 전에 말했듯, 운청휘의 무위는 공적경에도 도달하지 못했는데, 노부가 무례함을 무릅쓰고 운청휘를 제일 먼저 잡겠네!”

가장 앞으로 나선 이는 홍가의 일원이었다.

운청휘가 길이 막힌 틈을 타, 그는 거대한 손을 휘둘렀다.

“젠장, 홍가가 선수를 쳤다니!”

“흥, 우리 4개 가문이 협력한 것은 운청휘 때문인데 지금 운청휘가 이미 독 안에 든 자라이니 우리가 더 이상 협력할 필요는 없겠지!”

“대붕족의 말씀이 옳소. 운청휘를 잡아서 진짜 실력을 보여 주자!”

남은 세 세력의 반절 인왕경들은 코웃음을 치더니, 홍가의 반절 인왕경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젠장, 녀석들의 공격을 막자!”

홍가에서는 또 다른 반절 인왕경이 나와 지원했고, 무수한 공원의 힘을 일으켜 양쪽을 가로막았다.

콰르릉!

3개 가문이 연합한 첫 번째 공격은 그에게 저지당했다.

또 다른 쪽에서 운청휘를 사로잡으려는 반절 인왕경과 운청휘의 거리는 삼십 장도 남지 않았다.

이들 같은 무인에게는 한 걸음도 되지 못하는 거리였다.

운청휘도 손을 내뻗었는데, 현력으로 환화된 거대한 손이었다.

“하하하……!”

운청휘의 공격을 보고 운청휘를 사로잡으려던 홍가의 반절 인왕경이 웃었다.

“직접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거만하게 현력을 일으켜?”

실질적인 일장과 현력으로 환화된 일장 중, 어느 쪽의 위력이 더 크겠는가? 자연히 실질적인 일장이 더 가공할 위력을 지녔을 터였다.

다른 이들은 그들의 전투를 보고 이를 악물었다.

“괘씸하구나, 홍가가 선수를 치다니!”

“운청휘는 죽고 싶어 하는 게 틀림없어. 실질적인 공격을 했다면 조금이라도 더 버텼을 텐데 말이야.”

이때, 그들 모두를 놀라게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운청휘가 내보낸 현력의 손이, ‘짜악’ 하는 소리와 함께 홍가의 반절 인왕경을 한 번에 날려 보내는 게 아닌가.

“이게 어떻게……?”

“소…… 소인왕은 운청휘가 공적경도 아니라고 말했잖아?”

반절 인왕경을 단번에 날려 버릴 수 있다면, 운청휘의 실력은 기령과 견줄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이는 소인왕의 말과 어긋나는 일이었다.

분명 소인왕은 근거 없는 말을 하지 않았고, 실제로 운청휘와 상대하여 무위를 계산해낸 터였다.

“소인왕의 신분으로 우리를 속이진 않았을 거야!”

“운청휘가 무슨 수를 쓴 거겠지!”

누군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모든 이의 귓가에 전달되었다.

사람들이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고, 모두의 시선이 운청휘에게 향했다.

그러나 운청휘는 이들과 더 어울려 줄 시간이 없었다. 기령이 위급한데 어찌 땅강아지들에게 시간을 소모하고 있겠는가?

“다 꺼지도록!”

운청휘가 포효하더니, 다시금 거대한 손바닥을 환화시켜 대붕족과 공작족에게 달려들었다.

“또 그 기술인가. 정말로 우리가 홍가의 반절 인왕처럼 무능하다고 여기는건가?”

“흥, 그가 허세를 부리니, 우리를 탓하지 말거라!”

“저 기술은 내가 받아친다!”

“흥, 내가 가야지!”

대붕족과 공작족의 반절 인왕경들은 앞다투어 운청휘의 기술을 받아치려 했다.

두 사람의 공격이 운청휘의 주먹과 맞부딪쳤다.

굉음 대신 ‘짜악’, ‘짝’ 소리가 연이어 이어지더니, 대붕족과 공작족의 반절 인왕경이 멀찍이 날아갔다. 그러나 홍가의 반절 인왕경과는 다른 결과를 맞이했다.

그들은 단번에 목숨이 끊어진 채, 피투성이 되어 땅에 처박혔다.

운청휘는 이어 나머지 반절 인왕경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이…… 이 기술의 위력이 더 강해졌어!”

“무슨 비법이 있었던 게 아니라, 저게 본래 전투력이었던 거야!”

“젠장, 소인왕의 판단은 틀렸어!”

홍가와 풍가의 반절 인왕경들은 일제히 눈이 휘둥그레진 채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래, 운청휘는 어떠한 비법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소인왕의 말만 믿고 무모하게 달려들었을 뿐.

우르릉!

창공을 뒤흔드는 굉음이 터져 나왔고, 대붕족과 공작족의 반절 인왕경 9명이 운청휘의 손에 맞고 비명을 내질렀다. 하나같이 중상이었고, 피를 내뿜었다.

“아……!”

기령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소인왕의 ‘역수의 법’이 몸으로 들어오는 순간,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소인왕이 기령을 수복할 수는 없었으나, ‘역수의 법’은 기령의 영혼을 산채로 찢어발기고 있는 터였다.

기령의 주인인 운청휘는 이 고통을 곧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

“소인왕, 그리고 진선, 네놈들은 반드시 죽여 주마!”

노발대발한 운청휘는 눈 깜짝할 새에 기령이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이제 와 도망치려는 게냐!”

아직 운청휘의 공격을 받지 않은 이들은 냉소를 머금으며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운청휘가 비록 몇몇을 중상을 입혔다지만, 승기를 타기는커녕 도망치려 하지 않는가?

그들은 마치 운청휘의 계략을 꿰뚫어 보았다는 듯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머금었다.

“두 번이나 무위를 초과하더니, 결국 꽁무니를 빼는구나!”

“헤헤, 운청휘. 네놈은 결국 우리 홍가의 손에 떨어질 거야!”

“흥, 너무 장담하지 말라구. 홍가의 손에 떨어질지 우리 풍가의 손에 떨어질지 아직 모르는 일이야!”

그들은 논쟁을 벌이면서도 운청휘의 앞으로 날아가 그를 막아섰다.

“운청휘, 무릎 꿇고 속히 잡히거라!”

“운청휘, 우리 풍가는 네게 충성할 기회를 줄 테니, 네놈이 무릎을 꿇는다면…… 우리 풍가는 네놈을 보호할 것이다!”

그들은 운청휘를 조롱하듯 일제히 말을 내뱉었다.

잠시 후, 풍가의 반절 인왕경이 말을 이었다.

“물론 말만으로는 믿을 수 없지. 정녕 충성하고 싶다면 귀순 문서를 작성하고, 하늘에 맹세하도록!”

운청휘의 두 눈이 거의 실처럼 가늘어질 무렵, 그의 마음속으로 기령의 음이 전달되었다.

-운청휘, 내, 내 영혼이 찢겨지겠어!

“기령!”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운청휘는 포효하듯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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