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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81화 (281/430)

제281화

“그럴 필요 없다!”

운청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한 손을 뻗자, 토 속성의 공원의 힘이 지하로 뻗어나갔다.

별안간 지면이 갈라지고 거대한 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내며 속속들이 쓰러졌다. 지하 2천 장 아래까지 곧게 뻗은 통로가 생겨났다.

아래에 머물던 가토왕이 두 눈을 떴다. 위로 난 통로를 통해 달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가토왕이 의아해하며 주변을 살폈다. 공원의 힘이 느껴졌다.

“어디서 온 공적이길래 감히 본왕의 치료를 방해하는가!”

안색이 어두워진 가토왕이 몸을 솟구쳐 올랐다.

지면에 닿기도 전에, 그는 운청휘와 능천진선 등을 발견했다.

“운청휘라는 짐승 새끼구나!”

가토왕이 만면에 희색을 띠었다. 운청휘를 찾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그가 스스로 나타나다니!

그의 옆에 있는 능천진선 등은 자연스레 관심 밖이었다. 땅강아지 따위에 어찌 신경을 쓰겠는가?

“짐승 새끼야, 스스로 나타나다니, 아주 좋아. 본왕은 네놈을 생포하여 동영으로 돌아가마!”

가토왕의 쩌렁쩌렁한 외침과 함께, 법원의 힘이 나와 운청휘를 공격해 들어왔다.

“건방지구나!”

능천진선이 발끈하더니 호통을 쳤다.

“난쟁이 따위가, 감히 운제를!”

능천진선의 몸에서도 법원의 힘이 나오며 가토왕의 힘과 충돌했다.

콰르릉!

공중에서 일어난 폭발은 한순간 사방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혔다.

“응? 네놈이 인왕에 도달했나?”

가토왕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는 영흥제국의 소인왕이 보였다.

비록 왕이라 불려도 반절 인왕경인 줄 알았는데, 어느 틈엔가 인왕에 도달하다니.

“운청휘, 이것이 네놈이 믿는 수더냐?”

가토왕이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봐도 능천진선을 믿고 운청휘가 자신을 찾아온 모양새였다.

“운제, 소선이 당신을 위해 가토왕을 사로잡는 걸 허락해 주소서!”

능천진선이 명령을 기다렸다.

“허락하겠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능천진선에게 큰 기대는 없었지만, 한번 그의 실력을 제대로 봐둘 필요가 있었다.

“운제라고? 웃겨 죽겠네! 인왕이 고작 땅강아지 따위를 주인으로 모신다니! 본왕이 인왕의 변절자인 네놈을 제거하마!”

가토왕이 그를 조롱하며 손바닥을 맞부딪치니, 찬란한 법원의 힘이 사방에 휘몰아쳤다.

“운제의 위엄을 어찌 네놈 같은 천한 난쟁이들이 상상하겠는가!”

능천진선이 코웃음을 치며 가토왕을 맞이했다.

콰르르릉……!

허공에 퍼지는 충격파와 불빛이 사방을 찢어발겼다.

어두운 밤이건만, 천지는 대낮보다 훤히 밝아지고 번쩍이길 멈추지 않았다.

영주 역사를 통틀어 봐도, 긴 세월 동안 없었던 인왕의 정면 대결이 벌어진 것이다.

운청휘는 재빨리 묵안유와 묵해를 감싸고 이동했다. 그들의 눈에는 끊임없는 폭발만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곧, 두 인왕이 한 손을 허공에 내려치니, 끝이 없이 펼쳐진 산맥의 절반이 평지가 되었다.

만약 이 전투가 영주성 내에서 벌어졌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영주성은 초토화되었으리라.

가토왕과 능천진선의 결투는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았으나, 곧바로 산맥을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가토왕이 허공에 일장을 내지르자, 능천진선이 가볍게 몸을 피했다.

그가 머무르던 지면에 수백만 평의 구덩이가 파이며 짙은 먼지가 일었다.

능천진선이 코웃음을 치며 허공에 손을 뻗으니, 활활 타오르는 대도가 생성되었다.

“능천일참(凌天一斩)!”

불꽃이 이는 대도가 허공을 갈랐다.

사방으로 튀는 불꽃이 허공을 잡아 찢었고, 가토왕은 급히 몸을 물렸다. 그저 법원의 힘으로 만들어 낸 대도가 이러한 위력을 보일 줄이야!

“축지성촌(缩地成寸)!”

대도의 기세가 너무도 맹렬하니, 후퇴해도 부상을 피할 순 없었다. 가토왕은 정면으로 맞서기로 마음먹었다.

별안간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대도의 공격 범위가 손바닥만 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세토봉인(税土封印)!”

가토왕이 두 손으로 땅을 붙든 순간, 솟구친 무수한 토양이 능천진선의 공격을 감싸 봉인해 버렸다.

“하늘 높이 가거라!”

그의 외마디 외침과 함께, 손에 있던 봉인을 능천진선에게 내던졌다.

“태을규금결, 성폭운석(星爆陨石)!”

능천진선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외쳤다. 별안간 지하에서 무수한 암석들이 거인처럼 솟아올라 가토왕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아앙!

서로의 공격이 중간에서 충돌하니, 거센 돌풍이 몰아쳤다.

마치 두 개의 별이 서로 부딪친 듯, 지면의 표층이 흘러내리고 사방에 구덩이가 파였다.

묵안유와 묵해는 넋을 잃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들의 상식을 벗어난 전투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할 말을 잃는 것도 당연했다.

“청휘 오라버니, 이렇게 싸우다가는…… 영주에 있는 모든 생령들이 재앙을 당하겠죠?”

묵안유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청휘, 저들은 인간인가, 신인가?”

묵해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운청휘는 그저 담담하게 지켜보다, 묵안유의 물음에 답했다.

“그대로 둔다면, 영주 전체의 멸망은 시간문제다.”

인왕이 지닌 힘이 무궁무진하니, 그들이 쉬지 않고 1년 6개월을 싸운다고 해도 지치지 않을 터였다.

눈앞의 파괴도 단숨에 이루어졌으니, 이대로 가다간 영주 전체에 영향을 미치리라.

그러나 운청휘는 어떠한 동요도 없이, 이번에는 묵해를 바라보았다.

“저리 보여도 인간이다. 그저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무위를 지녔을 뿐.”

운청휘는 다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들의 전투는 짧았지만, 운청휘는 두 사람의 전투력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능천진선이 가토왕보다 전투 경험은 많지만, 제압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운청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인왕은 무인과 무인 간의 분수령이니, 선이 될 가능성을 지녔지.’

인왕이 지닌 힘과 전투력은 두려운 지경이었으나, 그보다 두려운 건 인왕 간의 결투에 끝을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운청휘가 이 전투의 판세를 어둡게 보는 것은, 일정한 힘에 도달했을 때 전투 경험만으로는 전세를 역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운청휘도 섣불리 인왕경에게 덤벼들지 않는 것이다.

“능천, 돌아오도록.”

운청휘가 내뱉은 목소리는 작았지만, 백만 장 떨어져 있는 능천진선의 귀에 똑똑하게 울렸다.

“네, 운제!”

능천진선이 황급히 돌아가려는데, 가토왕이 그의 뒤를 바짝 쫓았다.

“본왕이 아직 제대로 싸우지 못했는데, 벌써 전투를 끝내자는 것이냐?”

가토왕이 조소를 흘렸다.

다만 그로서도 능천진선을 붙들 재주는 없었다. 능천진선이 그를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그도 능천진선을 끝장낼 수는 없었으니.

“흥, 운제께서 친히 천한 난쟁이를 혼내줄 것이다!”

능천진선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몹시 분한 터였다. 아무리 경험이 풍부하다 한들, 힘이 부족하여 가토왕을 제압하지 못했다.

“하하하, 운청휘가 본왕을 혼내준다고? 오냐, 본왕이 운청휘의 무게를 알려 주마! 다만 네놈이 방해하지 않길 바란다!”

가토왕이 차가운 목소리로 받아쳤다.

어느새 두 사람은 운청휘 근처까지 날아왔고, 능천진선이 재빠르게 운청휘의 뒤에 내려앉았다.

“두 사람을 지키도록.”

지시를 내린 운청휘가 가토왕을 마주했다.

“운청휘, 네놈이 정말로 본왕과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냐?”

가토왕은 운청휘가 나서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곧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본왕이 지금 아베 신지를 위해 복수하겠다!”

가토왕은 말을 마치기 무섭게 거대한 손을 환화시켜 운청휘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운청휘는 상체를 약간 기울이는 것만으로, 가토왕의 공격을 피해냈다.

뒤이어, 운청휘의 손이 느릿하게 움직여 가토왕의 아랫배를 직격했다.

묵안유와 묵해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느릿한 움직임은 아무런 힘이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다음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쿵, 카카각!

가토왕이 그대로 수백만 장을 날아가 만신창이가 된 대지 위를 구르고 깊은 도랑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닌가.

“우, 운청휘, 네놈……!”

가토왕은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분명 운청휘는 공원의 힘을 사용했건만, 그 힘에 실린 전투력이 인왕을 다치게 했다.

이는 가토왕이 알고 있던 무도의 이치를 송두리째 뒤집어 버렸다!

같은 인왕경도 그를 일격에 다치게 할 수 없는데, 고작 공적경의 운청휘가 해냈으니 경악할 수밖에.

운청휘는 묵묵히 허공에 한 발을 내디뎠고, 눈 깜짝할 새에 가토왕의 코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운청휘가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마종을 꺼내자, 가토왕의 얼굴에 공포가 스멀스멀 번져갔다. 인왕경의 견식이라면, 저것이 마종임을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운청휘, 네…… 네놈이 도심종마대법을 수련한 것이더냐!”

가토왕은 감히 응전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별안간 환영으로 흩어지며 반대편 하늘로 날아올랐다.

도주하는 동안, 가토왕의 머릿속은 빠르게 굴러가고 있었다.

소인왕은 영흥제국에서 온 기재다. 오만하고 건방지기에, 인왕경에 도달했다면 다른 인왕들을 깔보듯 내려다보는 게 마땅했다.

한데 그 소인왕이 지금 운청휘를 깍듯하게 모시고 있지 않은가.

이로 인해 운청휘에 대한 가토왕의 인식은 뒤집혀 버렸다.

운청휘, 생각만큼 만만치 않은 존재다.

적어도 자신은 소인왕을 수복할 능력이 없건만, 아니, 그가 모시는 천황도 소인왕을 수복하지 못할 터.

한데 운청휘는 무슨 수를 썼는지 해낸 것이다.

생각이 이어질수록, 도망가야겠다는 가토왕의 생각은 더욱더 확고해졌다.

“네놈이 다치지 않았으면 따라잡으려 애쓰겠지만, 지금은…….”

운청휘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리며, 그가 가토왕의 눈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쌩!

운청휘의 손에 들려 있던 마종은 이지를 가진 것처럼 가토왕에게 쇄도했다.

“법력호체(法力护体)!”

가토왕의 안색이 변하더니, 서둘러 법원의 힘으로 막을 만들어 마종을 막아내었다.

칵, 땡땡땡……!

마종과 막은 서로 철기에 부딪힌 듯 맑은 소리를 내며 불꽃을 퍼트렸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아직 구 할의 무위가 남아 있었군.”

운청휘가 뜻밖이라는 듯, 칭찬의 의미를 담아 가토왕을 들여다보았다,

비록 외형상으로는 난쟁이라도, 수련의 조예와 무위에서는 인간 인왕에 뒤처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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