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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93화 (293/430)

제293화

운청휘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한 영란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이어서 그가 두 방향으로 각각 공격을 했다.

영란이 보기에 운청휘는 기껏해야 한 번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뿐, 다른 공격으로 백만의 사람들이 죽는 걸 지켜봐야 할 터였다.

그러나, 영란의 생각은 빗나갔다.

운청휘는 한쪽의 공격을 막아낸 후 손을 뻗었는데, 순간 그의 손을 향해 영란의 공격이 빨려들어 갔다.

“이게 무슨……?”

영란이 눈을 부릅떴다.

“본왕은 믿지 않는다, 네놈이 이번에도 막을 수 있겠느냐!”

영란은 벌컥 성을 내며 다시금 공격을 퍼부었다. 삼십만 장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퍼지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운청휘는 이번에도 손을 뻗어, 법원의 힘으로 형성된 흡입력을 써서 영란의 공격을 덮어 버렸다.

후욱!

이번에도 운청휘에게 빨려들어 간 공격은 덧없이 소멸되었다.

“또 공격을 흡수하다니!”

영란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젠장, 소가주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인왕을 능가하는 게 아니야……!”

운인왕이라도 자신의 공격을 정면에서 막아낼 수 없었다.

더욱이 운청휘처럼 그의 공격을 흡수하는 것은, 인왕의 범주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영란은 내심 겁을 먹고 있었다.

‘운청휘는 반절 인황이다!’

더 이상 운청휘를 상대로 시간을 끌 수 없었다.

그리 판단한 영란은 바람 소리를 남기며 황급히 전송진 구역으로 날아갔다.

후우우…….

그가 몸을 날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귓가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영란은 저항할 수 없는 강대한 흡입력에 휩싸였고, 그대로 뒤로 끌어당겨졌다.

그 광경에 구인왕마저 입이 쩍 벌어졌다.

“여, 영란을 흡수하고 있어!”

맨손으로 인왕을 끌어당겨 잡다니, 구인왕도 할 수 없는 수단이었다.

“우…… 운 공자, 정말로 반절 인황에 도달한 건가?”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은 구인왕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상고 유적에서 나올 때만 해도, 운청휘는 인왕의 상대가 아니었다.

불과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이렇게 무위가 폭등할 수 있단 말인가?

한편, 사로잡힌 영란은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심지어 반절 인황이라도, 이 힘을 거부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인간으로서 인간을 하찮게 보다니, 만 번 죽어도 부족하겠군.”

갓난아기처럼 운청휘의 손아귀에 붙들린 영란의 귓가에, 운청휘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영란이 요족이었으면 모를까, 동족으로서 인간을 하찮게 여기다니.

운청휘의 가치관으로서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특히나 인간 출신 선제로서, 선계에서 인간들을 보호해왔기에 운청휘는 더욱더 화가 났다.

영란의 몸에 마종을 심고 빼낸 후, 운청휘는 그의 영혼을 강제로 뽑아내었다.

다음 순간, 반대쪽 손에서는 청색 화염이 넘실거렸다.

“아……!”

청연지심화와 접촉한 순간, 영란의 영혼이 기괴한 비명을 내질렀다.

“쉽게 죽일 순 없지. 천화로 영원히 불태워 주마.”

운청휘가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이윽고 그는 영란의 영혼을 소멸시키는 대신, 그의 영혼을 천화와 함께 깊은 곳에 봉인시켰다.

이제 영란의 영혼은 천화의 불꽃 속에서 영원불멸한 고통을 느끼게 될 터였다.

“고맙네, 운 공자! 자네가 수억 동포의 생명을 구해주었다네!”

구인왕이 황급히 운청휘를 향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속으로는 잠시 고민했지만, 그는 여전히 운청휘를 공자라 부르기로 했다.

“천만에.”

운청휘도 담담히 말했다.

“이곳에 온 본래 목적은 상고 유적에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약속?”

구인왕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우…… 운 공자가 말하는 것은 인황으로 돌파하는 행운?”

“그래!”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구인왕의 머릿속에 신식으로 무공을 심었다.

“이것은 현광구변(炫光九变)이라는 무공이다. 인황으로 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으로 가는 계기도 줄 터이니, 잘 익혀 보도록.”

운청휘의 말에 구인왕은 잠시 얼이 빠졌다. 설마하니 운청휘가 이토록 큰 행운을 안겨다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운 공자의 은혜, 노부가 영원히 잊지 않겠네.”

말을 마친 구인왕은 감격하여 무릎을 꿇고 운청휘에게 세 번의 절을 올렸다.

운청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절을 받았다.

이런 인품을 알아봤기에, 일부러 구인왕에게도 그의 기질에 맞는 무공을 전해주었다.

운청휘가 구인왕을 일으켜 세우며 입을 열었다.

“이곳은 전장이 되어선 안 된다. 내가 구왕성을 떠나면, 즉시 전송진을 파괴하도록.”

“노부가 구왕성의 수억 동포를 대신하여 은혜에 감사하네!”

구인왕이 말하고 또 무릎을 꿇으려고 했으나, 이번에 운청휘에게 저지당했다.

“애초에 영가가 온 것은 나 때문이니, 그리 예를 차릴 것 없다.”

운청휘가 잠시 후 또 말했다.

“또 하나, 부탁하지. 내가 천탕산맥(天汤山脉)에서 기다린다는 소문을 퍼트려라.”

천탕산맥은 동영 난쟁이족의 영지와 남영의 경계 지점에 있는 대형 산맥이다.

동영 난쟁이족이 자주 침범하는 구역인 만큼, 그 부근에는 어떤 인간도 방문하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운청휘가 전장으로 그곳을 고른 이유가 되었다.

더욱이 영가의 가주가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영가의 일원들은 모두 운청휘의 좋은 자양분이 되어 줄 터였다.

운청휘는 그대로 구왕성을 떠났고, 구인왕은 운청휘의 부탁대로 전송진을 파괴하고 수하들을 시켜 소문을 퍼트렸다.

영주성.

막 구왕성으로 떠나려 했던 부소 공자는 급보를 전해 들었다.

“운인왕에게 간 당주가 운청휘에게 살해당했다고? 영란은 구왕성에 운청휘가 있다고 보고했는데 무슨 소리지? ……당주를 죽이고 구왕성으로 간 후에 내게 보고가 들어온 거군!”

소식을 들은 부소 공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아아아, 운청휘, 나 영소는 네놈의 시체를 갈기갈기 찢겠다고 맹세하마!”

“아뢰오!”

멀리서부터 반절 인왕경이 날아왔는데, 그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부소 공자에게 보고를 올렸다.

“소가주께 아뢰옵니다. 구왕성의 여…… 영란이 운청휘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뭐라고?!”

부소 공자가 눈을 부릅뜨더니 다시 포효를 내질렀다. 그의 전신에서 짙은 살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감히 우리 영가의 당주를 두 명이나 죽여? 운청휘, 영주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게 해 주마!”

부소 공자가 포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반절 인왕경이 소식을 가져왔다.

“소가주, 운청휘가 방금 구왕성을 떠나면서 천탕산맥에서 우리를 기다린다고 말했답니다!”

그 소식은 부소 공자의 이성을 완전히 끊어 놓았다.

운청휘가 숨어 지내기는커녕 오히려 도발하며 영가를 천탕산맥으로 끌어들이고 있지 않은가?

이는 정말로 부소 공자도, 영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좋아, 운청휘. 본 공자의 손속을 탓하지 말도록. 영렬 장로, 본가로 돌아가서 다섯 장로에게 소집령을 내리세요. 운청휘를 천탕산맥에서 매장시키고 말겠습니다!”

한편, 십여 개의 전송진을 돈 끝에 운청휘는 동영의 경계와 가장 가까운 성에 도달했다.

운청휘는 그대로 성을 벗어나, 천탕산맥으로 질주했다.

“이변이 없다면 분명 대어를 낚을 수 있다…….”

중얼거리는 운청휘의 눈에서 한 줄기 광채가 번득였다.

‘부소도 만반의 준비를 하겠지만, 내 무위가 이토록 늘었으리라곤 생각지 못할 터. 그렇다면 최소한 반절 인황 한 명은 데려오겠군. 최대로 생각하더라도, 여섯 장로들이다!’

운청휘는 하늘을 가르는 유성처럼 긴 바람의 꼬리를 남기며 이동했다.

그러면서도 신식의 방출을 잊지 않았는데, 신식은 충실한 길잡이처럼 줄곧 삼백만 장 앞을 살펴 길을 열고 있었다.

어느 순간, 운청휘의 신식이 이변을 감지했다.

저절로 식은땀이 흐를 정도의 위기감이 들었다.

‘이 기는…… 설마, 고수가 매복한 건가!’

운청휘는 곧바로 신식을 극대화했다.

이로써 반경 수백만 장뿐만 아니라, 지하 몇 만 장 아래까지 그의 신식의 범위에 들어왔다.

마침내 운청휘는 이 위기감의 정체를 알아내었다.

이백만 장 떨어진 곳의 지하 1만 장 깊이에 매복한 신형이 있었다.

키는 삼 척도 되지 않았건만, 그가 뿜어내는 기세는 운청휘마저 위축되게 만들었다.

그자도 운청휘가 먼 곳까지 탐지하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일부러 지하 깊숙이 내려가 매복하고 있었으리라.

물론, 그 정도로 신식을 방출하면 운청휘로서도 소모가 크기에 평소에는 적당한 범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대로 허를 찌른 셈이다.

쿵!

그자는 거대한 소음과 함께 흙을 뚫고 나와, 운청휘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두 손바닥에는 매서운 기세의 영력의 덩어리가 맺혀 있었고, 그대로 운청휘를 향해 직격했다.

“난쟁이족, 인황 분신!”

이미 늦었다. 이를 직감한 운청휘는 참천신검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며 앞으로 나섰다.

쿵! 쿵!

천지가 뒤흔들리는 거대한 진동이 일었다.

운청휘가 서 있던 구역은 완전히 폭발하였는데, 마치 태양이 땅으로 추락한 듯 온도가 상승했다.

폭발의 여파로, 주변의 온도가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었다.

온 세상이 거대한 불바다에 휩싸인 듯했다.

운청휘는 천화로 몸을 감쌌지만, 적지 않은 화상을 입고 말았다.

그는 입에서 피를 울컥 뱉어냈는데, 그 피마저 순식간에 말라붙을 정도였다.

“인간이여, 신검을 내놓는다면 죽이진 않겠다!”

멀리서 위엄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청휘의 안색이 절로 어두워졌다. 방금의 공격을 통해, 매복한 이가 누군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난쟁이족의 천황이라 불리는 자였다.

‘가토왕의 말로는 최소 반절 인황이라더니, 설마 인황일 줄은 몰랐군. 더욱이 분신도 감당할 수 없는 경지다.’

반절 인황까진 날려 버릴 수 있지만, 지금의 운청휘는 인황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영라 반지로 들어가도록. 검집으로 상대하겠다.”

운청휘의 말에 참천신검이 가볍게 진동했다.

마치 함께 싸울 수 없어 유감이라는 듯 울던 신검은 곧 영라 반지 안으로 사라졌다.

참천신검의 품급이 너무 높기 때문에, 지금의 운청휘로서는 제대로 다룰 수 없었다. 그럴 바에는 검집을 쓰는 편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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