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화
“어검지술(御剑之术)!”
운청휘가 열 손가락을 뻗자, 참천검집이 그의 등에서 빠져나오더니 별안간 운청휘의 두 발 아래로 들어갔다.
휙!
곧바로 검집이 운청휘를 태운 채 허공으로 날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새에, 운청휘는 빠르게 연기와 불꽃 사이를 통과했다.
뽀얀 얼굴은 검게 그을리고, 머리도 온통 헝클어졌다.
“인간, 짐이 신검을 내놓으라고 했는데 귀가 먹은 게냐?”
운청휘의 건너편에서 키는 작지만,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는 남자가 나타나 목소리를 높였다.
“죽어!”
비록 낭패에 몰린 데다 중상을 입었다곤 하나, 운청휘의 의지가 여기서 꺾일 리가 없었다.
그의 눈에는 독기가 서렸고, 웅장한 살기를 뿜어냈다.
이윽고 운청휘가 참천검집을 휘둘러, 난쟁이족 천황의 분신을 찔러 들어갔다.
“땅강아지 따위의 힘이군, 꺼져라!”
난쟁이족 천황의 분신은 그저 한 손을 휘둘렀지만, 운청휘와 검집은 단번에 날아가고 말았다.
운청휘는 다시금 피를 뿜었지만,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바로 검집을 휘둘렀다.
그러나 운청휘의 검집은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허공에 오각 별이 가득한 그림을 그리기 위함이었다.
대학자가 붓을 쥐고 글을 써나가듯, 운청휘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눈 깜짝할 새에, 검집은 81개의 별 도안을 그려냈다.
“이것은 진법이냐 검법이냐?”
천황 분신의 눈에 의혹이 서렸다. 그가 처음으로 운청휘를 제대로 직시했다.
“난쟁이는 역시 난쟁이로군. 검진이 합쳐진 것도 모르느냐.”
운청휘가 냉소를 흘렸다.
다음 순간, 81개의 별 그림이 휘몰아치더니, 천황 분신을 덮쳐들었다.
진법이자 검법인 선제진해 제3식, 성진추락(星辰坠落)이었다!
“감히 짐을 난쟁이라 부르다니! 네놈 같은 땅강아지는 찍어 죽이고 말겠다!”
난쟁이족에게 있어 금기와도 같은 말을 듣자마자 천황의 분신이 분노했다.
그러나 분노도 잠시, 81개의 별 그림이 쏟아지자 그는 이 공격이 그의 예상보다 공포스러움을 깨달았다.
“성진추락(星辰坠落)!”
운청휘의 입에서 낭랑한 외침이 울리는 순간, 81개의 별 그림이 하나로 합쳐지며 진짜 별처럼 빛났다.
다음 순간.
천황 분신을 가둔 별 그림이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육안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별이 떨어져 내렸다.
그 후 온 천지가 진동하며 수만 리 내에 있는 대지까지 격렬한 지진이 일었다.
찢겨나간 대지가 굉음을 내지르며 뒤엎혔다.
“아아아……!”
땅속 깊은 곳에서, 천황 분신의 기운이 맹렬하게 끓어올랐다.
“미천한 인간 따위가! 짐을 분노케 하다니! 짐의 분노를 견뎌야 할 것이다!”
운청휘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분신에 부상을 입혔다? 고작 그뿐이라 보는 것이냐?”
운청휘는 중상을 입었지만, 다시 한번 성진추락을 강행했다!
81개의 별 그림이 다시금 난쟁이족 천황의 분신을 가두었다.
운청휘가 빠르게 그 뒤를 쫓았다.
그의 두 눈은 한껏 가늘어진 채 살기를 줄줄이 흘리고 있었다.
난쟁이에게 습격을 당한 것도 모자라, 입만 열면 자신을 미천한 인간이라 부르고 있었다.
정말로 이 작은 난쟁이가 고귀한 존재겠는가!
난쟁이족 인황 분신과의 거리가 삼백여 장 남았을 때, 운청휘는 수천 개의 검기를 뿜어냈다.
매 수가 모두 절세의 검법으로, 천지를 파괴할 위력을 지녔다.
우르르릉……!
지하 삼만 장까지 파고든 운청휘의 공격으로 인해, 거대한 공동이 형성되었다!
인황 분신은 저항하려 했으나, 이미 그는 성진추락을 벗어날 수 없는 처지였다.
마치 움직일 수 없는 과녁처럼, 꼼짝없이 운청휘의 공격에 포격당할 수밖에.
그는 부들부들 떨며 공격을 고스란히 감당했다.
그러나 운청휘는 멈추지 않고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쿵! 쿵! 쿵! 쿵!
가까운 성에 백 명의 대열이 나타난 것도 모른 채.
백 명에 불과하지만, 그중 열 명 이상의 사람은 인왕만이 다룰 수 있는 법원의 힘을 두르고 있었다.
다른 여섯 노인은 기운을 숨기고 있어,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거의 실질화된 법원의 힘을 둘렀기에, 반절 인왕경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대열이 성을 빠져나와 날아가는 데는 이 각여의 시간이 걸렸는데, 어느 순간 그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대열 여기저기에서 공포가 스산하게 번져갔다.
지면이 춤을 추듯 일렁이고 있었다. 민들레 홀씨처럼 자욱하게 피어오른 흙먼지가 사방을 뒤덮었다.
“여기서 대략 4천만 장 떨어진 곳에서, 강자들이 대결을 벌이고 있다.”
대열의 가장 앞에서 날고 있던 여섯 노인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에게서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풍겼다.
“뭐? 4천만 장 밖에서의 대전이 여파가 이곳까지 왔다는 것인가?”
대열의 사람들이 모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인왕 간의 전투가 비록 두렵다곤 하나, 그저 전장의 중심과 그 주변에 영향을 끼칠 뿐이다.
그 여파가 절대로 몇천만 장까지 퍼지진 않는다.
“소가주, 정말로 운청휘가 천탕산맥에서 저희를 기다린다고 확신합니까?”
여섯 노인 중 하나가 부소 공자에게 물었다.
부소 공자가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식은 운청휘가 퍼뜨리라고 했으니, 가짜는 아닐 거야!”
“네? 설마 전투가 전해진 방향이 천탕산맥?”
“천탕산맥이 아니지만, 남영에서 천탕산맥을 거쳐야 하는 곳이야!”
다른 노인 하나가 말했다.
“설마 운청휘가 누군가와 전투를?”
부소 공자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니길 바라야죠!”
말하는 노인의 눈에 엄숙함이 스쳤다.
“이 정도 규모의 여파를 일으킬 수 있는 건…… 오직 반절 인황만이 가능해요!”
“불가능하네! 얼마 전 운청휘와 싸웠을 때 절대로 반절 인황은 아니었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그날 운청휘의 손에 죽었어!”
부소 공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치자, 여섯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든 우리가 가봐야 알겠어.”
또 한 노인이 말했다.
“안전을 위해 소가주께서는 가주께 분신을 보내달라 청하세요.”
“알겠네!”
부소 공자가 흔쾌히 답했다.
운청휘의 공격은 참으로 무자비했다.
끊임없는 검기가 참천검집에서 쏟아졌고, 난쟁이족 인황의 분신을 사정없이 덮쳤다.
오색 검진에 갇힌 인황 분신은 꼼짝도 할 수 없었기에, 이를 갈 뿐이었다.
“비천한 인간아, 짐의 몸이 풀려나는 즉시 갈기갈기 찢어주마!”
인황 분신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그의 지위에서 이런 굴욕을 언제 겪어 보았겠는가?
더불어 운청휘보다 전투력이 높은 그가, 검진에 갇히는 바람에 과녁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직도 몸을 풀 생각을 하나?”
운청휘가 피식 웃더니 다시 성진추락을 썼다.
“아아아……!”
검진은 더욱더 옥죄여 왔고, 난쟁이족 인황의 분신은 몸이 비틀리는 느낌에 절규했다.
“비천한 인간, 네놈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보겠노라! 조만간 전투력을 상실할 테지!”
검진에 갇혀서도 이렇게 분노하며 기가 꺾이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운청휘는 확실히 힘을 다 소진했고, 언제 쓰러질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운청휘가 악착같이 버티고 있으니 좀처럼 항복의 징조가 보이지 않았다.
“쌍왕금고대진(双王禁锢大阵)!”
별안간 운청휘가 포효하며, 영라 반지에서 인왕경 마종 두 개를 꺼냈다.
오늘 두 영가 인왕을 죽여 얻어낸 만큼 귀하디 귀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운청휘는 이미 중상이었고, 이제는 진법에 의지해야 했다.
“난쟁이 천황, 기다려라. 언젠가 동영을 쓸어 버릴 테니!”
선전포고를 남긴 운청휘가 그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이미 힘을 다 소진했으니, 포진에만 전념해야 했다.
콰르릉!
검진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던 인황 분신은 별안간 ‘쌍왕금고대진’에 갇히며 다시금 자유를 잃었다.
이렇게 되니, 그는 화가 치밀다 못해 이성을 잃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분노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온 천지를 뒤흔들었다.
한편, 모습을 감춘 운청휘는 참천검집을 타고 나아갔다.
그러나 방향은 천탕산맥이 아니라, 빙 돌아가는 길이었다.
천만 장쯤 나아갔을 때, 운청휘가 검집을 멈추게 했다.
“대어가 나타났으니, 숨어 있다가 낚자꾸나.”
검집에서 내려온 운청휘는 그대로 구름 속에 모습을 숨겼다.
이윽고 모든 기운을 숨겼는데, 설령 인황이라도 그를 발견할 수 없을 터였다.
일 다경 후.
운청휘의 시야에 백 명의 대열이 잡혔다.
맨 앞에는 여섯 노인이 있었고, 부소 공자는 대열의 중간쯤에 위치했다.
그의 전후좌우 사방을 인왕경들이 보호하고 있는 형태였다.
“역시, 이번 낚시가 끝나면 연화시킬 곳을 찾아 동영으로 가야겠군.”
운청휘는 이미 신식으로 그들의 무위를 파악한 뒤였다.
대열 앞의 여섯 노인은 영가의 여섯 장로가 분명했다.
여섯 장로를 출동시킬 정도라니, 부소 공자의 증오가 극에 달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운청휘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고작 두 시간 전만 해도 자신이 습격을 받아 죽을 뻔했는데, 이제는 그가 습격의 준비를 하고 있다니.
‘부소는 참으로 편안히 눈을 감겠군.’
운청휘가 생각에 잠겼다. 선제인 그가 남을 기습할 일이 언제 있었겠는가?
이 세상에 그가 기습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 드문 탓도 있었다.
‘저들을 잡아 인왕경에 도달하면, 아까의 그 난쟁이와는 결판을 내야겠다.’
부소 공자 일행은 점점 운청휘가 숨어 있는 구름에 가까이 다가왔다.
별안간, 운청휘가 일격을 가했다!
참천검집을 고속으로 회전시키자 허공이 빨려들듯 일그러지며 번쩍였다.
이와 동시에 불어오는 폭풍은 산을 무너뜨릴 듯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적어도 수만 장의 거리가 있었지만, 운청휘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공격을 가한 것이다.
부소 공자 일행 중 대부분은 기습을 가한 줄도 모르고 있었으나, 대열의 앞에 있던 장로들은 단번에 위기를 감지했다.
“젠장, 기습이다!”
“소가주를 보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