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1화
객잔 산해진미.
요리가 나왔음에도 위경륜은 손도 대지 않았다. 그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 있을 뿐.
용오천은 처음엔 안절부절못했으나, 점차 굶주림에 눈이 멀어 한바탕 요란하게 식사를 해치웠다.
오직 운청휘만이 담담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천천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자신들을 미행하는 호위 부대장을 알아차렸으나, 개의치 않았다.
운청휘는 우정으로 용오천을 구했다. 낙휘를 제압하고 넘겨준 것도 우정이었다.
그러나 낙휘를 죽이고 나서 이곳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하는 것은 다른 속내가 있어서였다.
첫째, 운청휘는 정말로 낙가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둘째, 흙보살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막주성에 온 본래의 목적이 천찬학관의 봉마비를 얻기 위해서니, 원장인 그의 실력을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용오천을 만난 건 우연의 일치였다.
그리하여 운청휘는 용오천이라는 패를 이용해 낙가와 흙보살을 자극해 끌어낼 작정이었다!
‘이 각내로 낙가가 병력을 보내겠군.’
운청휘가 속으로 시간을 헤아렸다.
과연, 일각도 지나지 않아 무수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쿵쿵쿵…….
천군만마가 힘차게 대지를 딛고 달려오는 듯했다!
동시에, 운청휘의 신식은 객잔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낙가의 무인들이 아닌가? 대체 무슨 일이지?”
“세상에, 맨 앞에 있는 사람은 낙건 공자일세!”
모두 500여 명의 병력이 마침내 각잔 산해진미 앞에서 멈춰섰다.
“대장, 저들은 안에 있습니다!”
운청휘를 몰래 뒤쫓던 호위 부대장이 나와 속삭였다.
“낙건 공자, 이쪽은 호위 부대장입니다. 그가 이번에 위경륜을 미행했습니다.”
낙건이 음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따라오게. 위경륜은 제외하고, 그 청년이 누구인지 일러주도록.”
“낙가의 일이니 잡상인 등은 모두 나가시오!”
“낙가의 일이니 죽기 싫으면 전부 나가시오!”
낙가의 사람들은 곧장 객잔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을 쫓아내 버렸다.
이리 큰 내부에서, 2층 대청의 운청휘 일행만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곧바로 2층으로 올라온 낙건은 용오천이 일행에 섞여 있는 것을 보고 눈을 번뜩였다.
“인간으로서 짐승과 함께 밥을 먹다니!”
이를 갈던 낙건은 위경륜을 노려보았다.
“위경륜, 만족스러운 해명을 하지 않는다면 네놈의 스승인 흙보살도 네놈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
낙건의 고함과 동시에, 반절 인왕경의 기세가 몰아쳤다!
그의 뒤에 있던 사십 대의 중년인들도 똑같은 기세를 뿜어냈다.
단번에 기세에 눌린 용오천이 젓가락을 떨어뜨리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위경륜은 묵묵히 운청휘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처럼.
“공격!”
운청휘가 나지막이 말했다.
“네, 공자!”
쓴웃음을 머금은 위경륜의 신형이 스륵 흩어졌다.
펑펑펑펑…….
순식간에 위경륜과 낙건이 맞붙었다!
무수한 공원의 힘이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와 대청의 가구들을 가루로 만들기 시작했다.
운청휘가 앉아 있는 탁자만이 아무런 영향도 없다는 듯 멀쩡했다.
언제부터인가, 용오천도 반절 인왕경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위경륜, 멈추도록!”
운청휘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네, 공자!”
위경륜이 단번에 운청휘 뒤로 돌아갔다.
“공자?”
낙건이 미간을 찌푸렸다. 같은 막주성의 사람으로서 그는 위경륜의 기개를 잘 알고 있었다.
낙가의 직계 자제인 그의 체면도 봐주지 않거늘, 언제 다른 이를 주인으로 모셨단 말인가?
“네놈이 낙건이군. 오천을 사로잡아 어수권을 씌우고 가축처럼 대했는가?”
운청휘가 시선을 낙건에게로 향했다.
“그렇다, 네놈은 누구냐?”
낙건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내가 묻고 있지 않더냐!”
운청휘가 냉랭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그는 높은 사람 특유의 준엄한 기세로 낙건을 압도했다.
“오천이 누구인지 아나?”
운청휘가 똑바로 바라보자, 낙건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감히 눈을 마주칠 수 없는 기세가 그를 억누르고 있었다.
낙건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겨우 짐승 따위인데, 왜 저 짐승을 위해 나서는 게냐?”
“짐승?”
운청휘의 시선이 절로 싸늘해졌다.
“설마 자기 혈맥이 교룡보다 고귀하다고 보나?”
“헛소리 말고, 빙빙 돌리지 말고 바로 말하라고!”
낙건이 애써 목소리를 높였다.
운청휘와 마주한 뒤로, 자신이 하등한 동물이 된 것만 같은 이 느낌이 너무나도 싫었다.
“좋아, 바로 말하마.”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천은 내 형제와 같은 자. 그에게 강제로 어수권을 씌우고 가축과 같이 다루었지. 제대로 된 해명이 없다면 누구도 네놈을 지켜줄 수 없을 것이다.”
“뭐, 뭐라고?”
낙건이 화를 못 이기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나 낙건에게 해명을 하라고?”
“그렇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 또한 위경륜에게 해명하라 하지 않았느냐? 더욱이 내 인내심은 한계가 있으니, 곧바로 설명하지 않으면 죽이겠다.”
“하하하, 이 낙건이야말로 네놈이 어떻게 죽는지 봐 주마! 낙린(骆邻), 낙봉(骆峰)! 당장 녀석을 치도록! 본 공자가 친히 죽일 테니, 우선 두 팔과 두 다리를 자르거라!”
낙건의 얼굴이 형용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
위경륜이 운청휘를 주인으로 삼았다면, 적어도 그의 배경이 범상치 않을뿐더러 배후에 황실이 있다는 가정도 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낙건은 그런 경황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운청휘는 날뛰어도 너무 날뛰었고, 낙가를 안중에 두지 않고 있다!
황실이라고 한들 어떤가. 황자만 아니라면!
“네, 공자!”
낙린과 낙봉, 즉 낙건의 뒤에 서 있던 두 중년인이 명령을 받들었다.
“위경륜, 네놈의 상대는 나다!”
위경륜이 운청휘를 위해 공격을 막으려 나서자, 낙건이 빠르게 그를 공격해 들어갔다.
펑펑펑펑!
단번에 낙건과 위경륜이 다시 맞붙었다.
이번에도 두 사람의 몸에서 무수한 공원의 힘이 뿜어져 나왔고, 수백 장 높이의 객잔은 순식간에 폐허가 되고 말았다.
나무로 된 객잔이 어찌 그들의 힘을 견뎌내겠는가?
운청휘는 뻥 뚫린 허공을 향해 용오천을 데리고 솟구쳐 올랐다.
그의 뒤를 낙린과 낙봉이 바짝 뒤쫓으며, 공격을 퍼부었다.
“낙건, 그들에게 멈추라고 하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 낙가는 큰 화를 당할 거야!”
위경륜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는 운청휘가 인왕경의 흉수도 단번에 죽이는 것을 보았으니, 낙린과 낙봉이 이길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낙건, 지금 무릎을 꿇고 우리 공자께 사죄하면 목숨은 보존할 수 있다네……!”
낙건이 침울한 얼굴로 소리쳤다.
“닥쳐!”
낙가의 직계 자제인 그가 어찌 무릎을 꿇고 남에게 사죄하겠는가? 그보다 더한 모욕은 없을 터였다.
바로 그때.
펑! 펑!
연거푸 두 번의 굉음이 나더니 하늘에서 유성처럼 두 개의 신형이 추락했다.
한 사람은 석판이 깔린 도로로 떨어져 커다란 구덩이를 생성했고, 흙먼지를 피워올렸다.
다른 이는 객잔의 잔해 위로 떨어져, 가뜩이나 폐허가 된 객잔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낙건이 두 눈을 부릅떴다.
“낙린과 낙봉이 일격으로 날아가다니!”
이 말인즉슨, 붉은 장포를 입은 청년은 최소 인왕경의 무위라는 뜻이었다.
“이게 가능하다니, 이렇게 어린데 인왕경이라니!”
낙건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만일 저자가 인왕경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는 절대로 나서지 않았을 터였다.
“인왕경? 제대로 보도록!”
운청휘가 낭랑하게 말하더니, 곧바로 낙건의 앞에 나타났다!
“뭐, 뭐 하려는 거냐!”
이미 사나운 기세가 꺾인 낙건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운 형제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다니? 네놈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운청휘의 뒤에서 날아온 용오천이 코웃음을 치더니, 곧바로 낙건의 뺨을 후려쳤다!
“낙건, 이 몸을 잡았을 때 지금을 생각해 본 적이 있더냐?”
그리 말하며 연달아 따귀를 올려붙이니, 낙건의 두 뺨은 순식간에 부어올랐다.
낙가는 그가 교룡인 것만 알 뿐,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른다.
그러니 사로잡지 않았겠는가?
“짐승, 네놈이 감히 본 공자의 얼굴을 때려?”
낙건이 정신을 차리고 노발대발하며 용오천을 바라봤다.
“오냐, 못 믿겠다면 더 때려 주마!”
용오천이 또 낙건의 얼굴을 미친 듯이 때렸다!
“운 형제여, 이미 낙휘를 죽였으니 끝장을 보세. 낙건도 죽여 버리지!”
용오천이 입술을 축이며 운청휘를 돌아보았다.
이미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오른 낙건은 혼미한 와중에도 용오천의 말을 알아들었다.
“짐승, 미쳤느냐? 나까지 죽이면 천성대륙 전체에 네놈들이 숨을 곳은 없다!”
낙건은 위협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 말은 사실이었다.
낙건과 낙휘는 낙가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달랐으니.
같은 직계 자제라고 해도 낙건은 기재 중 한 명으로, 낙가가 중점적으로 키우는 인재였다.
그런 낙건이 죽는다면, 낙가는 반드시 칼을 빼들 터였다.
“또 짐승이라? 끝장을 봐야 할 것 같구나!”
용오천이 이를 뿌득 갈더니 이번에는 발을 들었다!
그가 단번에 낙건의 바짓가랑이를 걷어찼고, 무언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아……!”
낙건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차마 운청휘도 똑바로 볼 수 없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이 한 번의 발길질로, 낙건은 다시는 사내 구실을 할 수 없을 터였다.
“어떤가, 운 형제? 녀석도 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