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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빚어 재벌 되렵니다-92화 (92/254)

인기 급상승 (1)

질끈 묶은 포니테일과 뿔테 안경.

그리고 화장 스타일이 바뀐 탓일까.

구지노의 인상은 완전히 달라 보였다.

파티에서는 짙은 마스카라 덕분에 센 언니 같았는데 그런 모습은 사라지고 풋풋한 느낌의 대학생처럼 보였다.

그건 옆에 있는 매니저도 비슷했다.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는 그녀는 구지노의 옆에 붙어서 계속 주위를 살폈다.

평소와 달리 경호를 서는 사람조차 없기에 혹시라도 누군가 알아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수많은 이들이 있었으나 구지노를 알아보는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전혀 관심조차 없어 보여서 오히려 미안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구지노는 이 상황을 즐겼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는 생각보다 달콤한 것 같았다. 그녀도 우리를 찾은 건지 곧장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녀와 반갑게 허그하며 인사를 나눴는데 확실히 배우는 다른 것 같았다.

구지노는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카메라를 쳐다보지도 않고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그렇다고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도도하게 구는 것도 아니었다.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기서 보니 더 반갑네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물론이죠. 사람들이 몰릴 수 있으니 우선 차로 가실까요?”

카메라 여러 대가 우리를 촬영하고 있으니 관심 가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문제는 그중에 우리 구독자도 있었는지 구지노가 아닌 라니와 호세에게 사인을 받아가는 이들도 몇 명 있었다.

“일단 이동하시죠.”

구지노는 내 제안을 곧장 받아들였다.

호세와 내가 그녀들의 캐리어를 하나씩 맡았는데 생각보다 크기가 컸다.

한국에서 한 달쯤 체류할 예정이라 들었기에 충분히 이해는 되었다.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는 두 대의 차에 나눠서 탔는데 내가 운전하는 허머에는 구지노와 호세 그리고 라니가 탔다.

나까지 합쳐서 그렇게 네 명이 이번 촬영에서 출연자이기 때문이었다.

“반가워요. 라니랑 호세 씨 맞죠?”

그런데 신기한 일이 있었다.

제대로 통성명을 하기도 전에 구지노는 라니와 호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물으니 그녀는 웃으며 너튜브 덕분이라고 했다.

“제가 오저당 너튜브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했더니 두 분 모두 원래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느껴지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저도 출연하신 영화는 대부분 다 봤어요. 이렇게 만나니 무척 반갑네요.”

라니도 이번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구지노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예습했다.

적어도 어떤 작품 활동을 했는지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런 덕분일까.

생각보다 둘은 대화가 잘 통했다.

무엇보다 의기투합하게 된 이슈는 K-POP 아이돌이었다. 라니와 구지노는 같은 아이돌의 팬이란 공통점이 있었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졸지에 운전기사가 된 기분이었으나 라니가 전담 마크를 해주고 있는 덕분에 나는 운전에만 신경 쓰면 되었다.

차라리 그게 마음은 편했다.

“와! 부러워요. 작년에 코첼라에서 공연할 때 정말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때도 정말 좋았지만, 저는 올해 파리 공연을 더 기대 중이에요. 이번에 나온 신곡 무대를 거기서 처음으로 하잖아요.”

“혹시 예매에 성공하신 거예요?”

“운 좋게도 표를 구할 수 있었어요.”

파리 공연이라···.

작년에 라니가 예매에 실패했던 콘서트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때 잠시 흑화된 라니의 모습은 다시 떠올리기 두려울 정도였다.

“아··· 저는 그거 실패했어요.”

“시간 괜찮으면 저랑 같이 가실래요?”

“네? 그게 무슨 말이죠?”

“매니저도 예매에 성공해서 표가 두 장 남거든요. 주 사장님이랑 같이 오세요.”

구지노의 제안을 들은 라니는 펄쩍 뛰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익룡의 출현에 귀가 먹먹해졌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도 초대해주시는 건가요?”

“오저당의 사장님도 함께 오셔야 라니 씨도 휴가 내기 쉬울 테니까요.”

“그롬그롬. 이거 인생에 몇 번 안 되는 기회니 잘 생각해서 대답해.”

여기서 싫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나는 살아서 오저당까지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적어도 머리를 쥐어 뜯겨서 만신창이가 되겠지.

과도한 업무를 하더라도 불평한 적이 없는 라니였으니 최애 아이돌 문제만큼은 무조건 녀석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덕질에 진심인 녀석이었다.

“언제 하는 거야?”

“5월 중순에 3일 동안 진행해.”

“음··· 스케줄이 조금 애매한데.”

“시간이 없어도 어떻게든 만들어.”

“멕시코 출장을 갔다가 오는 길에 들리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

다음 달에 멕시코를 다녀올 생각이었다.

쌍둥이 둘만 보내자니 국제 미아가 될 것 같았고 새롭게 짓는 증류소 건물과 생산량 확보 상황도 확인해야 했다.

물론, 그것도 상황을 봐야 한다.

조만간에 출고되는 소담과 벽향주 퍼플 라벨에 문제가 없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더 하자면 프랑스에 진열된 우리 술을 보고 싶었다.

KR 마트 때도 그랬지만,

우리 술이 팔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제대로 일한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져서 은근히 동기 부여를 해주었다. 그건 우리 직원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예쓰! 언니 덕분에 소원성취하게 생겼네요.”

어느 사이에 라니는 구지노 씨를 향한 호칭을 언니라고 바뀌었다.

그녀의 나이가 우리보다 세 살이나 많으니 틀린 호칭은 아니었고 구지노도 친근하게 불러주길 원했다.

언니와 오빠.

그 정도의 단어는 구지노도 알았다.

그런 탓에 나는 물론이고 호세도 덩달아 누나라고 호칭을 바꿔야 했다.

몇 시간쯤 운전해야 했지만,

좀처럼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였다.

구지노는 은근히 리액션이 좋았고 휴게소에 들렸을 때도 꽤 신기해했다.

확실히 미국의 고속도로에 있는 휴게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긴 했다.

“예전에 여행했을 때는 거의 서울에만 계셨던 건가요?”

“제주도에 며칠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서울에만 있어서 항상 그게 아쉬웠죠. 그런데 이런 기회가 올 줄은 몰랐죠.”

그때부터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당시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애초에 이 내용은 촬영 전에 협의를 마친 부분이었다.

연출을 맡은 우주는 우리의 인연이 어디서 시작된 건지 거론하길 원했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우리가 탄 차는 마을 입구 앞에 있는 펜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원래는 여기에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가 오저당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구지노의 체력은 좋았다.

“캐리어만 내려놓고 곧장 가죠.”

“유럽에서 한국까지 이동 시간이 제법 길었을 텐데 안 피곤하세요?”

“한시라도 빨리 오저당에 가보고 싶어서 못 참겠어요.”

“너무 기대가 크셔서 조금 걱정되네요.”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잠시 후에 오저당에 도착한 구지노는 영상 속에서 보았던 풍경을 보고 상당히 흡족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봤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마침 봄꽃이 피어나는 시기가 왔다.

수호가 공을 들여서 만든 정원에는 온갖 꽃이 가득했고 나무마다 싱그러운 연두빛 잎사귀가 피어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좋아한 것은 정원 중앙에 자리 잡은 참나무와 그네였다.

그녀는 곧장 달려가 그네에 걸터앉아 잠시 눈을 감고 선선한 바람을 즐겼다.

한 편의 화보 같은 모습이었다.

살랑이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었는데 마침 햇살도 나뭇잎 사이로 헤집고 가느다랗게 떨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쌍둥이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여기서 인터뷰부터 따도 될까요?”

구지노는 마다하지 않았다.

돈을 받고 촬영하는 것도 아닌데,

프로의 자세가 뭔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런 모습을 보면 여주인공 자리까지 올라간 게 우연은 아닌 것 같았다.

인터뷰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왜 이곳에 오기로 생각한 건지 묻는 것부터 시작해서 슬쩍 그녀가 출연한 영화의 개봉 소식도 넣을 예정이다.

하지만 거기서 오디션 이야기는 빠져야 했다. 캐스팅이 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잠시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 수호가 옆으로 다가왔다.

“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네. 처음에는 못 알아볼 뻔했다.”

“화장의 위대함이지. 마스카라만 지워도 정말 느낌이 사뭇 달라지는 것 같아.”

“나는 왜 스모키 화장을 하는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이해하려고 하지 마. 불가능한 일이야.”

“아차. 일단 이것부터 봐봐.”

수호는 내게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그게 뭐냐고 묻자 공항에서 구지노 배우와 우리를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벌써 SNS에 올라왔다고 했다.

“그래? 공항에서는 사인 요청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는데.”

“멀리서 찍었는데 아직 긴가민가하는 분위기야.”

구지노로 검색된 SNS를 보니 그녀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은 몇 사람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한정된 정보만 가지고 우리와 연결 짓는 이들이 벌써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 : 와··· 구지노 배우 요즘 할리우드 신성이라고 불리던데 한국에 왔네.

ㄴ### : 원래 친한파 배우잖아.

ㄴ### : 예전에 인터뷰한 거 보니 혼자 한국 여행을 한 적도 있더라.

### :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나네. 도대체 어디 나왔었지?

ㄴ### : <킬링 아담>에서 남자 주인공 동생으로 나오잖아.

ㄴ### : 아! 맞다. 화장이 달라져서 그런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뻔했다.

### : 그런데 사진 보니 오저당 사람들도 보이던데 왜 저기 나오지?

ㄴ### : 올 초에 파티에서 오저당 사장이랑 구지노 배우가 같이 찍은 사진 있었잖아. 둘이 혹시 무슨 사이 아닐까?

ㄴ### : 전혀 안 어울려.

### : 오저당 사장 허머 EV 타고 다니던데 그것 하나는 부럽더라.

ㄴ### : 부러운 게 그것뿐일까?

### : 그런데 구지노는 어디 구 씨지?

ㄴ### : 개노잼.

다행히 연애설 같은 것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 의혹을 제기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자기네끼리 선을 그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뭐 어때서!’

자뻑에 빠진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 나름의 자부심은 있었다.

상대방이 할리우드 배우라 하더라도 꿀린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사람들 눈썰미가 생각보다 좋네.”

“흥행에 성공한 여러 영화에서 단역이 아니라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했으니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게 이상하지.”

“어떻게 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 그리고 어차피 국내 인지도를 쌓기 위해 촬영하는 거니 관심이 나쁜 거는 아니야.”

오히려 더 활활 불타오르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야 소담 소주 런칭도 홍보하잖아.

내 이야기를 들은 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제발, 조회수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

다음날부터 우리는 구지노 배우와 함께 여러 곳을 다녔는데 삼척 시민 3년 차인 나조차도 처음 가보는 곳이 많았다.

이곳 오저당에 와서 인근 지역을 여행한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환선굴이었다.

우리나라에 그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몇 km에 달하는 굴의 내부는 기묘했고 또 거대했다.

당연히 중간중간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여러 음식도 대접했다.

하지만 관광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오저당에서 술을 빚는 체험도 했고 하루는 동네 밭일하는 할머니들과 농사를 지으며 막걸리와 새참을 먹기도 했다.

정말 할리우드 배우가 맞나 의심될 정도로 적응력이 상당히 좋았다.

오죽하면 라니가 스스로 오풍 고 씨의 시조라고 농담을 하자 그러면 자신은 삼척 구 씨라고 주장할 정도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거의 다 지날 무렵.

마침내 그동안 공을 들여서 찍은 첫 영상을 올릴 준비가 끝났다.

짧은 시간에 불과했지만,

퀄리티 하나는 상당히 좋았다.

얼핏 보면 케이블 TV의 여행 예능 프로그램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쌍둥이들이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편집을 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구지노 배우와 매니저의 확인을 받은 뒤에 등록된 첫 번째 영상의 반응이 나오는 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영상이 올라가고 몇 시간도 안 돼서 우리 오저당 너튜브 채널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폭발적인 반응이 터졌다.

[너튜브 인기 급상승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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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튜브 인기 급상승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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