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장. 데이트?(2) (17/22)

선량한 야만인(Salvaje) 3권 (19세 미만 구독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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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5장. 데이트?(2)

16장. 파워 게임

17장. 폭탄 발언

18장. Knight

19장. 페로몬

20장. 마법

15장. 데이트?(2)

양가 아버지들은 무슨 생각인지 두 사람의 결혼을 비밀에 부쳤다. 조금의 이야기도 새어 나가지 못하게 했다. 어떠한 의도와 계획이 있는지 모르지만, 은우와 승현은 부모님들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승현은 비밀이라니 스릴 있다고 좋아했다.

여름이라 해가 빨리 떠올랐다. 은우는 꾸물거릴 시간도 없이 준비를 서두르더니 대문을 나섰다. 어제 승현이 꼭 데리러 올 테니 기다리라고 했지만, 은우는 승현을 피해 일찍 나가기로 했다. 승현이 싫은 것이 아니라 꼭 그에게 멋대로 휘말려 휘둘리는 기분이 들었기에.

“휴… 삐치진 않겠지?”

먼저 가 버렸다고 승현이 삐칠까 걱정하던 은우는 어깨에 가방을 짊어지고 방을 나서며 중얼거렸다. 주머니에 넣은 약통을 움켜쥐었다. 외출하거나, 나갈 땐 반드시 챙기는 부적 같은 것이었다.

2층 계단을 내려가니 오늘은 집에 있는 엄마가 신문을 보며 거실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어? 엄마, 오늘은 출근 안 하셨네요. 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은우가 가방을 재차 둘러메며 말했다.

“어머, 은우야. 학교? 오랜만에 엄마랑 백화점 가자고 하려고 했더니… 학교에 신줏단지 모셔 놨니?”

은우 엄마가 신문을 내려놓았다.

“졸업 논문도 써야 하고, 대학원 준비해야죠.”

“그래, 몸 상하지 않게 해.”

“다녀오겠습니다.”

은우의 뒤로 엄마가 쫄래쫄래 쫓다가 은우의 팔을 잡았다.

“잠깐만 은우야,”

“어? 엄마. 왜요?”

“잠깐만…….”

엄마가 눈살을 찡그리면서 은우의 손을 잡고 2층 은우의 옷방으로 향하며 말했다.

“그거 옷이 너무 구겨졌어. 아줌마한테 다림질해 놓으라고 할 테니까….”

“아…. 엄마, 학교 가는 건데….”

옷장을 열어젖힌 엄마는 능숙한 눈썰미로 이것저것 꺼내 은우의 상체에 옷을 대 보더니 결국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주었다.

“이걸로 바꿔 입고 가.”

“휴-”

은우가 한숨을 푹 쉬며 엄마가 손에 옷으로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기본적인 티셔츠 한 장도 주름 하나 없이 다림질되어 있는 옷을 입은 은우를 보며 엄마는 그제야 만족한 얼굴을 했다. 은우는 다시 가방을 둘러메고 방을 나서며 말했다.

“이제 정말 갈게요.”

“응, 알았어. 다녀와. 아 참, 은우야. 지금 보니까 옷장에 옷 다림질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더라.”

“마음대로 하세요.”

“알았어- 얼른 갔다 와.”

은우는 옷장에서 옷을 고르는 엄마의 모습을 보다 문을 닫고 나갔다. 핸드폰의 시계를 보며 은우는 빠른 발걸음을 했다. 현관문을 나서며 은우는 왠지 모르게 눈치를 살피면서 대문을 빼꼼하게 열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야만인은 생각보다 제법 똑똑했다.

“은우 형, 타요.”

철문을 열고 나온 은우는 화들짝 놀랐다.

“으악! 깜짝이야, 너……!”

대체 또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대문 앞에는 승현이 차체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다.

“내가 완전 이럴 줄 알았어. 분명, 데려다준다니까 꼭! 말을 안 듣지.”

제법 어른스러운 말투를 흉내 내며 팔불출이 따로 없는 승현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하고 은우에게 다가갔다.

“아- 뭐야…….”

“어제 형 표정이 딱 안 기다리겠다 싶었죠. 뭐, 내 똑똑한 머리로 추리를 살짝 해봤는데…. 형 성격으로 봐서 늦게 가는 건 말이 안 되니까, 아침 일찍 갈 거 같아서….”

승현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가늠하며 말했다.

“한… 한 시간 전쯤부터 기다렸죠.”

“내가… 기다리지 말라니까….”

은우가 작은 목소리로 미안함을 담아 말했더니 승현은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얼굴 앞에 흔들면서 보여 주었다.

“그럼 형한테 전화하고, 메시지 보내고, 막 그래도 돼요?”

은우가 눈을 깜박거리며 어지럽게 흔들리는 화면의 번호를 보았다.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너 내 번호 모르잖아…. 어? 내가… 분명 내 번호… 지웠는데?”

흔들리는 어지러운 화면 속의 번호는 은우 자신의 번호였다. 어찌 된 영문인지 승현을 말똥말똥한 눈으로 보았더니 승현은 능글맞은 아저씨가 따로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내 계좌번호는 못 외우는데, 형 번호는 바로 외웠죠.”

승현은 조수석으로 가서 차 문을 열고 은우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리 오라는 눈빛이었다. 은우의 발걸음이 움칫하며 차를 탈지 말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여 승현은 무해한 목소리를 만들었다.

“자, 타요. 나도 형 따라서 공부라는 걸 해야 하니까.”

저 차를 타면 또, 승현에게 멋대로 휘둘릴 것만 같아서… 은우는 망설여졌다.

“그게…….”

승현은 슬그머니 은우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았다. 그리고 순진한 댕댕이 얼굴로 은우를 잡아끌어 조수석에 태웠다.

“야…….”

“에이, 걱정하지 말고. 그냥 나, 형한테는 모든 이것저것 다 해주고 싶으니까.”

다정함으로 무장한 승현은 은우에게 안전벨트까지 채워 주며 말했다. 은우가 작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나도 할 수 있는데, 를 중얼거리는 것을 은우에게만큼은 소머즈급의 청각을 가진 승현이 들었다.

큰 몸을 차 밖으로 빼려다가 멈추고 은우의 입술에 입을 쪽, 맞추다 떨어졌다. 은우가 하지 마라, 싫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승현은 조수석에서 떨어져 운전석으로 갔다.

승현이 큰 몸을 구기다시피 하여 차에 들어오자 차라 출렁거렸다. 큰 소리도 없이 시동이 걸린 차는 엔진의 진동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쾌적했다. 은우가 고요한 차 안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있잖아….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어? 형이 나한테 궁금한 게 있어요? 그것도 되게 신난다. 뭐에요? 다 말해 줄게요. 내 신체 사이즈는….”

“아니, 그런 게 아니고…….”

“그럼요?”

눈을 반짝거리는 승현이 부담스러워서 은우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 말이야, 너는… 나랑 결혼하는… 게 좋아?”

“그럼 완전 좋지, 싫어요? 난 내일이라도 결혼하고 싶은데.”

“……정말로… 정말, 괜찮은 거야?”

이제 스무 살이 되는 승현을 생각하면, 결혼이라니…. 은우가 손에 가방을 꽉 쥐고 품으로 끌어안으며 물었다. 소심한 은우는 걱정이었다.

“왜, 형은 싫어요?”

시원시원한 승현은 확고했지만, 은우의 반응이 영 시원찮아서 되물었다.

“그게… 나는…….”

은우는 막상 일이 이렇게 커지자 겁이 났다. 가장 큰 두려움은 혹시나, 저로 인해 승현이 안 좋은 소문에 휘말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

이미 사람들의 소문이 좋지 않은 자신은 내성이 생겼기에 그렇다 치지만… 승현은 아니었다. 저 때문에 승현이 만약 그런 소문에 휘말리게 되면 승현에게 못 할 짓이라 생각했다. 은우는 숨결처럼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응, 나는 싫은 거… 같아.”

잠시 차 안의 소리가 사그라들었다. 그 정도로 고요해지니 엔진의 웅웅 소리가 들렸다. 동네를 빠져나오기도 전에 잠시 승현은 차를 세웠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정색으로 은우를 응시했다.

“그렇게 싫어요?”

“진짜… 응, 싫어.”

고개를 끄덕이며 시무룩하게 구시렁거리는 말투로 은우가 중얼거렸다. 승현은 슬쩍 손을 뻗어 가지런히 놓인 은우의 손을 잡았다. 싫다고 하는 사람치고 은우는 잡은 손을 뿌리치지 않았기에 승현은 다시 부드럽게 되물어 확인했다.

“진짜 싫어요? 난 이렇게 좋은데. 형이랑 이렇게 있는 것도 좋고, 그리고 결혼하는 건 더 좋고.”

승현의 눈에는 꼭 은우가 하고 싶은 말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것들을 겉으로 꺼내지 않고 속으로 숨기기 급급한 것만 같아 보였다. 지금도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은우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지켜 주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이 변함이 없었다.

“넌 좋기도 하……!”

고개를 번쩍 든 은우는 얼굴을 승현에게 향하려던 찰나였다. 승현은 조수석으로 몸과 목을 길게 빼 넘어와 입을 맞추었다.

그러다 핸들 위로 올려진 손을 뻗어 은우의 목덜미를 잡고 천천히 은우를 제 쪽으로 당기며 입술을 지분거렸다. 당연하다는 듯이 은우의 입안으로 밀어 넣는 승현의 혀가 작은 은우의 혀를 감아쥐다 놓아주며 입천장을 진득하게 쓰다듬고 떨어졌다.

“형, 기억나죠?”

입술에서 작은 파열음이 나게 키스를 한 승현은 은우의 얼굴을 가까이 응시한 상태였다.

“…뭐…를?”

은우의 눈꺼풀이 깜박이는 눈두덩이와 풀어진 눈썹이 팔자 모양이 되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거짓말하면, 벌 준다고 했는데.”

“아… 야. 그건!”

승현은 은우의 입술에 다시 깊게 키스했다. 일부러, 승현은 은우를 향해 알파의 페로몬을 내뿜었다. 벌 줄 생각이기도 했기에 말이다.

“형… 지금 형한테 저릿하게 꼴리는 냄새 나서 미칠 거 같아요.”

은우는 달콤한 승현의 페로몬이 코끝을 자극했다.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향기였다. 승현의 페로몬이 점점 짙어졌다. 틈을 주지 않고 키스를 하는 승현은 분명… 오메가를 부르는 페로몬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건 은우 자신을 취하게 해 몸의 제어를 빼앗아 가는 향기였다.

입술이 떨어졌다. 그 순간 은우는 그때처럼 폭우를 만난 것처럼 승현의 페로몬으로 젖었다.

“야…….”

은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숨소리가 슬슬 거칠어지고 있었다. 은우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손을 더듬거리며 손잡이로 뻗었다. 승현을 경계하며 은우는 차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승현이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내리면 덮칠 거예요.”

승현은 말하면서도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도 은우에게서 페로몬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우에게 들키지 않아야 했다.

은우는 분명 자신의 페로몬에 반응을 보였지만, 여전히 은우에게서 배어 나오는 페로몬은 느껴지지 않았다. 숨을 깊게 들이켜 봐도 아무런 향기가 나지 않고 오로지 샴푸의 향기만 날 뿐이었다. 미약하게 떠는 은우의 턱을 잡고 숨을 들이켜며 승현은 귓가에 속삭였다.

“형, 내 페로몬이 그렇게 좋아요? 이렇게 빨리 반응할 줄 몰랐는데….”

승현은 상상했다. 은우의 페로몬을.

“야, 정말… 이러지 마….”

“착하게 대답하면… 안 그럴게요.”

“무슨 대답……?”

독 안에 든 쥐처럼 꼬리를 말고 있는 은우가 침을 꿀꺽 삼켰다.

“오늘 약 먹었어요? 안 먹었어요?”

은우는 대답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주머니에 든 약통을 움켜잡았다. 그날 이후로 아직 한 알도 먹지 않았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기 전에 먹을 생각이었는데, 승현에게 붙잡혀 버렸다.

은우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로 흔들었다. 약을 잠깐 안 먹은 것만으로 이렇게 쉽게 반응이 올 줄은 은우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어 은우는 또다시 서글픈 생각에 잠겼다.

승현은 은우의 생각이 훤히 눈에 보이는 듯해서 더 다정한 말투를 만들었다.

“잘했어요. 대답 착하게 잘했으니까… 상 줘야지.”

은우에게 약을 안 먹었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게 뻔했다. 에둘러서 대답을 잘했다는 핑계를 댔더니, 은우도 예민하게 반응을 보이지 않아 씩, 웃는 승현은 은우의 입술에 뽀뽀를 내리찍었다.

“야… 그만해.”

흠칫 떨며 승현을 손으로 가로막는 은우가 말했다.

“안 돼…. 하지 마….”

“알았어요. 참아 볼게.”

싱긋 상큼하고 시원한 미소를 보인 승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몸을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은우는 작게 안도하는 눈빛으로 한숨을 쉬고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은우는 이미 맡아 버린 알파의 페로몬 탓에 열이 가라앉지 않았다. 더듬거리며 창문을 열어 열기를 식히려고 했다.

“형… 페로몬 조절이 안 되나 봐요.”

힐끗 은우의 행동을 관찰한 승현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어…? 어, 아니…. 아니야.”

후각을 자극하는 페로몬 때문에 은우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화끈거리는 볼을 잠재우려고 창문으로 스며드는 후덥지근한 바람을 쐬고 있었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아 보였다.

페로몬 조절이 누가 안 된다는 건지.

승현은 속으로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은우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은우는 후각을 자극하는 알파의 페로몬이 발끝부터 적셔 퍼져 나가고 있었다. 오히려 은우는 승현에게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왠지 그렇게 티를 내면 사람들의 말처럼 자신이 너무 음란하게 비칠까… 입을 열지 못했다.

또 이런 일이 있을까 봐 승현을 피한 건데, 결국 다시 야만인에게 휘둘리고 말았다. 하복부가 저릿하게 울리며 사타구니까지 젖는 감각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최대한 승현의 향기에 반응하지 않으려 은우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뜯어 괴롭히고 있었다.

주머니에 넣어 둔 약통을 꺼낼까 했지만, 느낌적으로 승현은 자신 앞에서 약을 먹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는 걸 알았다.

“아- 승현…아.”

망연자실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결국 입술을 움직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약을 먹고 나오는 건데. 그런 후회에 빠져 있는데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페로몬은 억눌리는 것 같지 않았다. 점점 옅어지기는커녕 더 짙어져 가고 있는 것이 위험하다고 알리기 시작했다.

“……형.”

은우가 말하기 전에 승현이 먼저 말했다. 승현은 은우의 반응을 보며 차의 엔진 소리처럼 울리는 목소리를 냈다. 거칠게 핸들링을 하며 차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터에 세웠다.

끽- 소리 후 차가 갑자기 멈췄다. 관성에 의해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가 되돌아왔다.

핸들에 이마를 박은 승현은 한숨을 뿜어냈다.

은우의 눈에는 승현이 힘겹게 본능을 참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사랑스럽기도 했으며, 그의 페로몬이 맡고 싶어졌다. 자신을 위해 참고 있는 승현에게 손을 뻗으려다 손길을 거두고 긴장된 침을 삼킨 은우는 그의 눈치를 살폈다.

“나… 나 승현아…. 그냥 갈게…. 문 열어 줘.”

“……안 돼요.”

승현은 문을 열어 주기는커녕 열리지 않게 록을 걸었다. 둔탁한 철컥 소리가 났다. 이제 운전석에서 록을 풀지 않으면 차는 열리지 않을 것이었다. 은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승현을 응시했다. 덜덜 떠는 은우는 점점 더 진하게 퍼지는 승현의 페로몬에 소름이 돋아나며 심장이 뛰어올랐다.

“스, 승현아…….”

두려운 눈과 목소리를 자아냈다. 승현은 가만히 푹푹 숨을 몰아쉬며 핸들에 고개를 박고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은우가 보기에는 나름대로 그는 최선을 다해 억누르고 있는 듯이 보였다.

승현이 자신이 내는 페로몬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것 같이 보여 은우는 대체 자신의 향기가 어떻기에 저러는 걸까 싶었다.

아, 역시 약을 먹었어야 했어.

은우는 킁킁 자신의 페로몬을 맡아 봐도 느껴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알파의 페로몬을 깊게 맡아 버렸다.

“승, 현아…. 나, 나….”

은우는 떨리는 숨을 흡, 참고 천천히 손을 뻗어 그를 다독이려고 하는데 거칠게 승현이 화났다는 듯이 혀 차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 거친 소리는 은우에게 겁을 먹게 했다.

“……씨발.”

승현의 거친 욕설 때문에 은우는 죄를 지은 듯 고개를 숙이고 뻗으려던 손을 급하게 되돌렸다. 그리고 다급한 손으로 은우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더듬거리며 손에 잡히는 작은 플라스틱 통으로 된 것을 꺼냈다.

“나, 나…한테 냄새나지? 미안, 내가 약을….”

“미안, 형…. 도저히 못 참겠어.”

약을 꺼내려던 은우는 나지막하게 들리는 말에 고개를 들어 그를 향했다. 승현도 순식간에 핸들에서 고개를 들어 올리며 은우에게 향했다. 승현과 눈을 마주친 은우는 그의 눈이 짙은 색을 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 아니…. 승현아, 나, 야, 약 먹을….”

더듬으며 충격을 받은 멍한 얼굴을 한 은우가 무의미한 기계의 움직임으로 약을 약통에서 꺼내고 있었다. 승현은 그 모습을 보며 큰소리를 냈다.

“형!”

은우는 눈이 크게 뜨이고 동공이 확장됐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승현은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 차를 세워 두고는 안전벨트를 풀어 은우 쪽으로 상체를 쭉 뺐다. 그리고 은우의 향기를 이번에는 확실히 억지로라도 불러일으켜 볼 심산으로 하얀 은우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아, 아니야…. 하지, 마. 안 돼…!”

은우가 힘겹게 꺼낸 약을 입에 넣기도 전에 승현은 획 낚아채며 음산하게 노골적으로 말했다.

“이건 압수. 도서관 도착하면 그때 줄게요.”

“…아, 아아. 야… 약 줘….”

은우는 승현의 입술을 피해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몸을 뒤로 빼는 것이 전부였다. 갇힌 차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 좁은 차 안에서도 승현은 큰 몸을 일으켜 기어이 조수석으로 꾸역꾸역 넘어왔다. 그리고 그는 목덜미에 입술을 완전히 묻어 진득하게 입술과 혀를 놀렸다.

“그만해…….”

목에 닿는 따뜻하고 축축한 입술과 혀로 은우의 고개가 반대로 돌아갔다. 그만하라는 말과 달리 은우도 점점 반응을 보이는 탓에 몸을 감싼 안전벨트를 양손으로 꽉 움켜쥐었고, 무릎은 모아 서로 비비기 시작했다.

가까이 풍겨오는 승현의 페로몬에 은우의 이성이 점점 의식 아래로 가라앉았다. 한번 그의 페로몬에 빠져든 적이 있어서 은우는 어떤 쾌락이 올지 벌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으으… 제발….”

꼭 마치 기대하는 것처럼, 의지박약하게 너무 쉽게 은우는 자신의 본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형, 제발… 뭐요?”

더듬거리며 승현의 손은 은우의 안전벨트를 달칵, 풀어내더니 조수석 시트의 옆을 더듬거렸다. 손에 잡히는 플라스틱의 대가 느껴졌다. 씩 웃는 승현은 그것을 확 잡아 젖혔다. 순간적으로 시트가 뒤로 젖혀지며 승현은 의자도 뒤로 밀어 공간을 확보했다.

“승현아!”

순식간에 등받이가 뒤로 젖혀진 은우가 눈을 깜박이며 승현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그를 밀어내려고 손을 들어 올렸다.

“진짜, 하지… 마. 안 돼에….”

은우는 단호하게 말한다고 했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래서 승현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한결 널찍해진 공간에서 편안해진 승현은 은우의 목선에 얼굴을 가까이했다.

“야, 승현…아. 그만….”

사실 은우도 후각을 확 자극하는 승현의 페로몬을 맡으며 더 이상 세게 밀어내지 못해서 가느다란 신음인 교성을 미약하게 흘렸다.

“아아… 승현…아. 가, 간지러…워….”

목덜미를 쪽쪽 빨며 혀로 핥는 승현은 입술로 은우의 살덩이를 흡입하며 볼록해진 피부를 이로 긁어 붉게 자국을 만들어냈다. 승현의 훅훅 뿜는 콧김이 은우의 목덜미에 진하게 감겼다. 은우의 가느다랗게 떠는 손을 승현의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 은우의 마른 몸이 비칠 듯이 얇은 티셔츠를 아래에서 위로 끌어 올렸다.

갑자기 속살에 닿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 때문에 은우가 흠칫 떨었다. 승현은 은우 다리 사이로 무릎을 세워 굽혔다. 차 시트에 무릎을 굽혀 올라간 모양이었다. 낮은 승현의 신음 소리가 입에서 쏟아졌다.

“하아…. 후우….”

밀폐된 좁은 차 안을 울리는 승현의 낮은 신음 소리를 듣자니 덩달아 은우는 흥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은우는 어깨에 올린 손에 조금씩 힘을 주어 움켜쥐었다.

하얀 속살이 드러나면서 승현은 입술을 은우의 가슴 위로 달팽이가 미끄러지듯이 미끄러뜨렸다. 평평한 가슴의 젖꼭지가 복숭아색을 띠고 있었다.

승현은 혀를 이용해 원을 그리듯 젖꼭지를 어루만졌다. 혀끝을 세워 할짝, 그리고 다시 할짝. 그러다 은우의 허리가 부르르 떨었다. 승현은 은우의 반응을 보며 이번에는 다른 쪽 젖꼭지로 입술을 옮겼고, 입술과 혀로 애무하며 적셔 놓은 젖꼭지는 엄지손가락과 검지로 가볍게 쥐어 비볐다.

“하아, 응! 아아!”

상체가 들썩이며 허리가 위로 튀어 올라 휘어지는 은우는 젖은 신음을 토하며 죽을 맛이었다. 자지러지게 간질거리고 찌릿한 자극에 발버둥 치고 싶은데, 좁은 차 안은 몸을 묶어 놓은 느낌을 주어 마음껏 움직이지 못했다. 그 탓에 승현이 주는 애무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서 더욱더 몸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후우…. 은우 형은… 젖꼭지도 예뻐, 아래에 달린 것도 예쁘고, 구멍도 예쁜데, 여기까지 다 예뻐.”

승현의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흘러나와 은우의 귓바퀴에서 소리를 모아 전달했다.

“으, 응…. 그런, 말… 하지, 마, 하아.”

허리가 꿈틀거리며 피하고 싶지만 마음 같지 않아서 은우는 금방 쾌락의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 어딘가 몸을 기대 매달리고 싶었는데, 그게 승현밖에 없어서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츄릅, 소리를 만들어내며 유두를 빠는 승현의 뒷머리를 감아쥐며 은우는 흥분에 떨었다. 알파의 페로몬에 정신을 못 차린 채 열기로 바싹 마른 입을 혀로 축였다.

“하으응, 그, 그만…. 아아…!”

은우의 신음 소리를 들으며 멈추지 않는 승현은 혀와 입술을 쉬지 않고 움직이며 세게 입안으로 젖꼭지를 빨았다. 탱글탱글한 살덩이가 입안으로 흡입되어 볼록하게 말려 들어와 세게 이로 베어 물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윗입술과 혀로 잘근거렸다. 손을 아래로 뻗은 승현은 은우의 작은 페니스를 청바지 위에서 문지르기 시작했다.

“앗…! 아아, 자… 잠깐. 승현아….”

뜨겁고 진득한 손길에 은우는 허리가 저릿하게 울렸다. 거친 옷감이 비벼지며 은우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게 고작 은우가 흥분을 표출할 수 있는 전부였다. 참기 힘든 자극에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팔이 창문으로 뻗었다. 손가락 마디가 구부러지며 단정한 짧은 손톱이 창문을 긁을 듯이 세워 긁었다.

“아으응…! 하아, 하아….”

승현은 은우의 몸을 허리에서부터 가슴까지 길게 혀로 핥았다. 은우의 몸이 어느 정도 노곤노곤 풀어진 것을 느껴 본격적으로 손을 은우의 청바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미 은우의 작은 성기가 체액을 흘려 속옷까지 젖어 있는 것이 손가락에 만져졌다. 발기해도 작은 귀두를 손가락으로 끈적하게 만지는 승현은 조롱에 가까운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형, 여기… 벌써 젖었네?”

눈을 질끈 감은 은우는 말을 못 하고 입술을 꾹꾹 이로 짓이기며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아, 아응… 아….”

스윽 은우의 귓가에 바짝 입술을 가져갔다. 숨결을 고스란히 뿜어내며 귓구멍을 통해 은우를 간지럽힐 듯이 속삭였다.

“흐음…. 형, 이렇게 만지면 기분 좋아요?”

세차게 도리질 치는 은우에게 승현은 작은 페니스의 선단 끝을 살살 손끝으로 문대며 말했다.

“거짓말하면, 벌 줄 거예요.”

귓가에 닿는 승현의 숨결이 내장까지 전부 핥는 기분이었다.

“으읏, 하, 하지 마. 으, 으으응…. 마, 만져 주는 거… 조, 좋아.”

승현이라면 거침없이 무슨 짓이든 쉽게 그렇게 할 것만 같아서 은우가 냉큼 답을 바꿨다.

“푸후… 형, 나도 그럴 생각은 안 했어요. 말만 그렇게 했지.”

결국 은우는 또 그에게 말려 버렸다.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그를 흘끗, 노려봤다.

“아… 너, 정말……!”

“그렇지만 만져 주는 거 좋아하는구나…. 그럼 빨아 주는 건 좋아요?”

은우가 이번에는 단단히 삐친 듯이 입술을 고집스럽게 앙다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게 승현을 더욱 자극할 줄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해도 늦어 버렸다.

“형… 삐친 거 진짜 너무 귀엽거든요? 계속 삐쳐 있어 봐요.”

“……뭐?”

“내가 녹여 볼게. 알았죠?”

승현은 서늘하게 웃으며 페니스를 만지는 손을 떼고 더 깊숙하게 밀어 넣었다. 점액이 흘러 젖은 회음부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만지며 자극했다.

“으읏……!”

은우가 전기 자극을 받은 것처럼 반응하며 허리가 튀어 올랐다. 승현은 못되게 웃는 얼굴로 손을 회음부를 지나 엉덩이 사이로 비밀스럽게 자리 잡은 구멍에 도달했다. 좁은 구멍은 손가락이 닿자 곧 열릴 듯 벌름벌름 벌어졌다가 오그라드는 반응을 보였고, 탄력 있는 근육은 이미 젖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아, 아앗!”

“형… 앞에 좆을 만져주는 게 좋아요? 아니면 여기 구멍을 이렇게 쑤셔 주는 게 더 좋아요?”

승현은 말과 동시에 긴 중지를 세워 체내로 밀어 넣었다. 이미 젖은 구멍은 부담 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삼켰다. 뜨겁고 거친 숨을 헉헉 내쉬는 은우의 인상이 찡긋거렸다. 승현은 그의 말랑한 몸을 가볍게 농락하면서 말했다.

“역시 형, 여기 이렇게 젖어서… 벌써 내 손가락 삼키는 거 느껴지죠? 꼭 형이 내 손가락도 빠는 거 같잖아.”

“…그, 그만…….”

“삐친 거 좀 풀렸어요? 아니면 좀 더 녹여 줄까? 귀에다가… 어때요?”

“아아앗, 응! 아아… 하읏! 아, 아냐…!”

체내로 밀고 들어오는 승현의 손가락이 이리저리 헤집어 놓는 것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은우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승현은 어느 정도 달아오른 은우의 몸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손가락을 이용해 이제 은우의 애간장을 녹이기 시작했다. 구멍에 넣을 듯 말 듯 하게 입구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면서 성기를 시원하게 문질러 주는 것도 아니게 비비며 은우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서, 대답해 봐요. 어떻게 풀어 줄까요? 어느 쪽이 더 좋아요? 아니면, 귀엽게 아직 삐쳐 있는 건가?”

은우의 목선을 혀로 핥으며 승현은 너무 쉽게 청바지와 젖은 속옷을 벗겨냈다. 재차 구멍을 입구 앞에서 문지르자 젖은 구멍이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으으…….”

흔들리는 눈동자로 은우는 말을 하지도 못하고 애처롭게 승현을 올려다보았다.

“설마 두 개 다 좋아요? 손으로 좆 흔들어 주는 것도 좋고, 이렇게 괴롭히며 손가락만으로 쑤셔 주는 것도 좋고? 아니면… 내가 좋은가?”

붉게 달아오른 은우의 볼을 혀로 핥았다. 뜬금없었지만, 복숭아 맛이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승현은 씩 웃었다. 기어이 은우를 자신의 어깨에 매달리게 했다. 은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개 다 좋아?”

울상짓는 은우에게 사악한 미소로 승현은 속삭였다.

“…으, 읏…!”

노골적으로 은우의 귓가에 속삭이는 승현은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벌리고 있었다.

“여기에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하으읏… 읏….”

승현은 구멍을 넓히던 것을 멈추고 예고도 없이 손가락 두 개를 세워 넣고 추삽질을 느릿하게 시작했다.

“이렇게 손가락으로 해주는 게 좋아요?”

이미 오메가의 성감대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아서 그곳을 찾아가기란 식은 죽 먹기와도 같았다. 승현은 빠르게 성감대를 손가락으로 이용해 찌르며 비비기 시작했다. 체내의 성감대가 볼록하게 붓는 듯했다.

“하악! 흐읏! 읏! 으… 응!”

은우는 시야가 번쩍 섬광이 튀며 미약한 경련을 일으켰다. 좁은 차 안에서 반항은 제한적이었고, 은우는 금방 절정에 다다랐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금방 차체에 부딪쳐 메아리쳤다. 방울방울 눈물을 흘리며 흥분 때문에 삼치지 못한 침이 은우의 입가에 맺혀 굴러떨어졌다.

“하아, 하아…….”

숨을 내쉬는 은우가 살며시 눈을 감은 채 오르가슴으로 인해 떨었다.

“뭐야. 형, 벌써… 쌌어요?”

울상을 지으며 은우가 승현에게 애원해 매달렸다.

“…스… 승현아….”

승현은 바지 버클을 풀고 단단하게 발기한 커다란 성기를 꺼냈다. 그리고 은우의 회음부와 구멍에 귀두를 이리저리 문지르며 분비한 체액을 묻혀 손으로 펴 발랐다.

“이렇게 손가락만으로 금방 쌀 정도로 좋았어요?”

못된 웃음으로 승현은 성기를 가져다 댔다.

“…형은 적나라하게 말할 때마다, 여기 구멍이 움찔움찔해서 귀여워요. 멈추질 못하겠어.”

은우는 엉덩이로 느껴지는 단단하고 뜨거운 성기가 닿는 그 감촉이 생경해서 흠칫거렸다. 묘한 희열감과 앞으로 다가올 쾌락에 은우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하아…….”

“설레죠? 여기에 내 큰 이 물건을 넣을 생각에.”

“으, 응?”

은우는 풀어진 눈으로 천천히 깜박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지만…….”

승현은 뭉툭한 귀두 끝을 입구에 맞춰 끼워 넣으려다 빼내고, 다시 집어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하며 그의 애간장을 살살 녹였다.

구멍에 페니스 기둥으로 문지르며 넣을 듯 말 듯 하자 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어 승현을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봤다. 못된 속성이 배어 나와 더욱더 포악해지고 못 되는 야만인이 자신에게 속삭였다.

“뒷구멍에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말도 안 하고, 혼자 싸 버리고…. 혼나야 해. 그런데 빨리 배 속에 넣고 싶죠?”

그의 노골적인 표현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은우는 새빨개지는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아무리 해도 그의 저급한 말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승현은 이 말간 얼굴이 어쩔 줄 몰라 곤혹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인간의 본능인 건지 아니면 타고나기를 이렇게 못되게 태어난 자신인 건지 아랫배를 찌르르 울렸다. 그러면서 더욱더 그를 놀려서 궁지에 몰아넣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자꾸만 섹스하면서 은우에게 거친 농담과 음담패설을 늘어놓았다.

“아… 아앗, 아니야! 아… 아아, 으읏.”

은우는 숨이 턱 멎었다. 승현이 예고도 없이 커다란 페니스를 구멍에 끼우더니 힘 있게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아무리 풀어 주었다고 해도 그 커다란 페니스가 한 번에 들어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승현은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스, 승현아…. 천, 천히…!”

파르르 떠는 은우는 얼굴이 하얗게 되며 그에게 매달렸다. 내벽을 버거울 정도로 꽉 채우는 승현의 성기에 몸이 굳어졌다. 발버둥을 치고 싶어도 좁고 협소한 차 안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그럴 수가 없었다.

“아아… 응! 앗!”

승현의 페니스가 밀고 들어가면서 은우의 숨겨져 있는 성감대를 스쳤다. 부어오른 내벽의 성감대는 은우의 약점이었다. 눈에 띄게 은우가 떨기 시작했다. 승현은 깊게 성기를 넣으려 삽입하는 것을 멈추고 성감대를 귀두로 문질러 주며 빠르게 비비기 시작했다.

“깊게… 후우, 넣는 게 좋, 아요? 이렇게… 여기, 만 문질, 러 주는 게, 좋아요?”

은우는 승현의 목에 팔을 감아 안았다. 흐느끼는 울음에 섞인 숨소리가 자극적으로 퍼졌다. 신음을 참으려는 듯이 끙끙거렸지만 결국 은우는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목청이 떨리며 신음을 자지러지게 쏟아냈다.

“하아앗, 앗, 응…! 응.”

승현이 했던 말처럼 성기를 집어삼키던 구멍이 행위에 흐물흐물 녹기 시작해 벌렁거리면서 단단하고 커다란 성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후으…….”

승현은 숨을 고르듯 심호흡을 하며 땀에 젖은 은우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 넘겨 주며 보란 듯이 자극적이고 저급한 말을 술술 중얼거렸다.

“내가 그렇게 좋아요? 뒷구멍이 이렇게 맛있게 물고 있는 게…. 형이 이렇게 좋아할 줄은….”

“하윽…. 조, 조금…만… 천, 천히…. 하아앗, 응, 더, 깊게 넣…. 읏, 넣어, 줘….”

“안 그런 척 앞에서 온갖 내숭은 다 떨면서 은근 나보다 더 좋아해.”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승현은 단번에 허리에 힘을 주어 끝까지 밀어 넣었다.

“아, 아니야…. 하윽!”

승현의 힘 덕분에 은우는 몸이 위로 튀어 올랐고, 차체의 어느 부분에 쿵쿵 부딪히는 감각도 받았다. 사지가 멋대로 떨리는 경련으로 힘겹게 승현의 손을 잡았다.

“소, 손…잡을…래.”

쏟아지는 페로몬에 정신을 놓을 듯이 은우는 커다란 손에 자신의 작고 가는 손가락을 엉켜 힘 있게 잡았다.

손을 잡는 행위가 이렇게 섹스하는 것 같은 촉감을 주는 건지 은우는 그때 요트에서 처음 느꼈고, 그걸 승현도 느꼈으면 싶어 더욱 꽉 손을 잡아 손가락을 결합했다.

“예쁜 은우 형, 정말 안 예쁜 데가 없어.”

승현은 얽혀드는 작은 손가락에 은우는 밑도 끝도 없이 차오르는 흥분을 버티려는 것일까 생각하며 은우가 사랑스러웠다.

“하아… 하아….”

“형, 나는 어때요…? 난 좀 예쁜 것과 거리가 멀지, 그렇죠? 나는 좀 많이 멋있는 건가? 어때요?”

“하… 읏, 응….”

승현의 몸짓에 정신을 놓을 것 같은 은우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일부러인지 승현은 살근살근 삽입한 페니스를 시원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꼼지락거리기만 할 뿐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은우는 빨리 승현이 몸속을 문지르며 박아 주었으면 싶은데, 승현은 왜인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여 떠는 눈동자로 올려다보며 애타게 그를 불렀다.

“으읏, 스, 승현아….”

그런데 승현은 알면서 시치미를 뗐다.

“왜요?”

“아, 안에… 더, 더 해줘….”

“아아…….”

생긋 웃으며 승현은 은우의 몸을 누르며 허리를 한 번 크게 움직여 주며 말했다.

“쑤셔 달라고요? 이렇게?”

가쁨 숨을 헉헉 내뱉는 은우는 정신이 혼미해질 것만 같았다.

“하아응…! 하악, 아앗!”

저도 모르게 은우는 승현의 허리를 끌어당겨 하복부를… 아니, 엉덩이를 밀착했다.

“근데… 형, 차가 좁아서 내가 못하겠으니까. 형이 해볼래요?”

“으……응?”

“그러니까….”

승현은 늘어진 은우의 상체를 잡고 들어 올리더니 순식간에 위치를 바꿨다. 승현은 조수석에 등을 대고 누웠으며 은우가 승현의 몸 위로 앉은 자세가 되었다.

“이렇게 하자구요. 자, 이제 그럼 형이 해봐요.”

“무… 뭐를?”

승현의 골반 위에 올라앉은 은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만 깜박거리고 제 아래에 깔린 승현을 내려다보았다. 어정쩡한 자세로 은우는 승현의 단단한 가슴 위로 양손을 짚었다.

“자위랑 똑같은 거예요. 형이 손가락 대신 엉덩이랑 허리를 흔들어서 사정하는 거, 그게 바로 상위 체위라는 거죠. 이게… 형, 내가 움직여서 상대방을 만족시켜 준다는 게 얼마나 큰 자극인지 알아요? 그러니까 대신 형만 싸면 안 돼요. 나도 같이 만족시켜 줘야지. 알았어요?”

모르는 척하는 건지, 승현은 은우를 끌어당겨 귓가에 속삭여 알려 주었다.

“야아…….”

흠칫하는 은우가 귀여워 귓불을 혀로 할짝 했더니, 나이가 이제 스물네 살이면서 은우의 솜털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나보다 작은 형이 움직이기 수월할 테니까.”

“스, 승현아…….”

곤혹스러운 은우가 싫다는 말투를 했다.

“빨리 안 하면 오늘 계속 이렇게 있어야 하는데…? 어! 조금, 짜릿해서 기분 좋다. 그것도 나중에 해봐요. 우리, 삽입하고 얼마나 오래가나. 그런 거.”

싱긋 웃는 승현의 얼굴이 은우를 곤란하고 당황스럽게 하기 충분했다.

“그러고 보면 오늘 은우 형 나하고 첫 경험 하네, 상체위.”

덜덜 떨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은우의 눈빛이 꼭 어미 개를 잃어 길을 잃어버린 강아지 같았다.

승현은 은우의 쫀득쫀득한 엉덩이 양쪽을 두 손으로 잡아서 쫙 벌렸다. 조물조물 주물럭거리다가 꽉 잡고 골반을 아래에서 위로 튕겼고, 팔심을 이용해 은우를 튀어 오르게 했다. 종이 인형처럼 은우의 몸이 튀어 오르다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체내에 채워진 승현의 성기가 마찰하기 시작했다.

“하앗, 응…! 으.”

은우의 입에서 새된 교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은우도 조금씩 스스로 허리를 돌리다 들썩이며 승현의 단단한 성기를 문질렀다. 뿌리 끝까지 삼킬 듯이 허리를 내려앉았다가 아슬아슬하게 귀두 끝까지 빼내다가 다시 깊게 삼키기를 반복했다. 승현의 가슴을 지지대로 몸을 지탱한 은우는 열락에 젖어 풀어진 얼굴로 신음으로 젖은 울음소리를 냈다.

“하음, 아아-!”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살갗이 쓸리며 부딪치는 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

“기분 어때요? 기분 좋지 않아요? 스스로 하니까.”

승현은 은우의 얼굴을 당겨 입술을 쪽쪽 맞췄다.

에어컨을 제일 크게 틀어 윙윙 차가운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창밖은 아침인데 불구하고 맹렬한 여름의 태양이 불사르고 있었다. 끈적하고 뜨거운 행위로 체온이 급격하게 치솟아 에어컨 바람에도 은우와 승현은 땀이 맺혔다. 몸에서 뿜어져 나온 습기에 차 창문에는 뿌옇게 상이 맺힐 정도였다.

은우는 체내에 깊게 박히는 승현의 페니스에 이따금 허벅다리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흥분으로 젖었다. 이미 오메가의 페니스 끝에서는 맑은 체액을 토해내며 절정에 다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읏, 하아! 흐으앗!”

달뜬 숨을 헉헉 내쉬며 젖은 눈빛으로 이 열기에 취한 은우를 올려다보는 게 승현은 썩 나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가끔 위에 앉혀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얼굴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은우의 너풀거리는 티셔츠 속으로 밀어 넣고 헐떡이는 상체로 움직이는 가슴의 젖꼭지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손끝을 이용해 비비적비비적 문질러 더욱더 은우의 흥분을 가중했다.

“아아, 읏! 더는… 아, 안 돼….”

은우가 희열에 젖은 눈물을 볼 위로 흘리며 고개를 가누지 못할 정도로 자지러지며 사정했다. 흥분으로 덜덜 떨자 승현도 참지 않았다. 몸 위로 쓰러지는 은우는 등 뒤로 손을 감아 안아 주는 승현에게 안겼다.

끝난 줄 알았더니 승현은 허리를 살짝 들더니 밑에서 위로 골반을 튕겨 허리를 몇 번 더 쳐올렸다.

“으읏…! 하아…! 승현…! 아….”

밑에서 쳐올리는 힘으로 퍽퍽 거친 소리 뒤로 은우는 끙끙대며 위로 튕겨 나가지도 못하게 끌어안은 승현 때문에 꼼짝없이 그의 행위를 받았다. 은우는 승현의 목을 끌어안고 눈을 질끈 감았다.

“헉, 후우…. 형 좋아요?”

“으, 응…. 응! 하아, 더, 더…. 승현아, 더… 세게…! 좋아! 응!”

“거봐. 형, 좋아, 한다니까! 나… 오늘, 형한테 봉사, 잘했죠?”

힘주어 말하는 승현에게 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읏, 후으…. 응, 응… 그거 좋아해…. 더 해줘.”

완전히 풀어져 발음조차 뭉개지며 은우가 매달렸다. 승현은 가는 은우의 등을 꽉 잡고 소리가 나게 더욱 허리짓을 하다가 속도가 느려지며 깊게 박아 들었다.

승현의 성기가 뿌리 끝까지 은우의 구멍에 파고들었다. 이미 벌어진 입구는 크게 꿈틀거리며 승현의 성기를 조였다. 승현의 귀두 끝에서 울컥하고 정액이 가득 쏟아져 나왔다.

은우가 배 속을 채우는 물컹한 액체를 느껴 미약하게 떨었다. 이제 끝난 행위에 은우는 기력이 없어져서 그저 승현을 끌어안고 힘겹게 숨을 헉헉 내뱉었다. 이따금 훌쩍이는 코는 은우가 울고 있다고 알리고 있었다.

“우리 오늘 형, 첫 경험 두 개나 해버렸네요.”

“……응?”

“카섹스 했고, 또 상체위 했으니까. 벌써 두 개 달성했어요.”

손가락을 두 개를 펴서 은우에게 보여 주었지만, 창피함에 은우는 말도 못 하고 눈을 게슴츠레 떠서 승현을 노려보았다.

승현은 그를 향해 붉은 입술에 입을 쪽쪽 맞췄다. 한참을 바들바들 떠는 은우를 달래 주며 승현은 땀에 젖은 다갈색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주었다. 첫 섹스를 즐겼던 요트 위의 그날처럼 승현은 천천히 은우의 옷을 하나씩 걸쳐 입혀 주었다.

“후우, 진짜… 싫어.”

이성을 이제 되찾은 건지 은우가 승현을 힐끔 노려보았다. 은우는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러는 것치고, 너무 나한테 박아 달라고 매달리던데?”

은우의 볼에 남은 눈물 자국을 슥 승현의 큰 손이 닦아 주며 샐쭉 웃었다. 빙그레라고 소리가 날 것만 같은 미소에 대고 은우가 화난 숨을 뿜어냈다.

아직 은우의 얼굴은 붉은 홍조로 물들어 있었다. 은우가 가만히 승현에게 안겨 그를 끌어안으며 가슴에 입술을 묻고 중얼거렸다.

“……추워.”

은우의 얇은 팔뚝에 오돌토돌 닭살이 돋은 것을 보고 승현은 가는 그의 팔뚝을 세차게 벅벅 문질러 주었다. 에어컨의 찬 바람이 너무 세서 추워하는 은우가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승현은 은우의 등을 끌어안으며 손을 뻗어 에어컨의 바람 세기를 조절했다.

“형… 감기 오겠다. 개도 안 걸리는 여름 감기를….”

뜨거웠던 몸이 한순간에 식으며 추위를 느끼는 은우의 등을 쓰다듬어 주던 승현이 제자리인 운전석으로 옮겨 가자 차가 출렁거렸다. 섹스하기 전에는 서스펜션이 멀쩡했던 것 같았는데, 격한 섹스 후 지금 출렁이는 서스펜션이… 꼭 삐걱대는 기분이 들었다.

“형… 창피해요?”

은우가 겨우 여유가 생긴 조수석에 무릎을 세워 고개를 파묻는 모습을 보고 승현이 물었다.

“…….”

은우는 대답 대신 고개만 작게 끄덕였다.

승현은 개운한 표정으로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작은 뒤통수로 손을 뻗어 부드러운 그의 머리를 헝클이듯 흔들다가 큰 소리를 냈다. 은우의 창피함을 묻어 주려고 했다.

“아무래도 이 차는 섹스 하기에 좀 좁죠? 차가 좁은 거 같아요. 새로 하나 사야겠어요. 어떻게 생각해요? 형, 큰 차나 뚜껑이 없는 거로, 그리고 서스펜션이 좀 튼실한 거로…. 방금 이거 서스펜션 나간 거 같지 않아요?”

승현은 그러면서 큰 몸을 흔들어 차를 더욱 출렁거리게 하며 이어 말했다.

“이 차는 허리 돌리는 정도나 좀 되지, 쑤셔 박는 피스톤 질은 힘든 거 같아요. 그렇죠? 뭐 좀 좁은 건 좁은 대로 좋긴 한데….”

결국 은우가 입을 열었다.

“야… 좀. 창피해.”

벌게진 얼굴로 은우가 승현의 입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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