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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게임 속 칼잡이가 되었다-200화 (200/230)

〈 200화 〉 12. 린느 데 파르셰(3)

* * *

콕.

광학미채 효과에 의해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바늘이 애쉬의 손등을 찌른 순간이었다.

애쉬 자신의 몸은 그 자신이 인지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움직여 자신을 찌른 무언가를 덥썩 잡았고, 린느는 그것을 빼내기 위해 당겼지만 돌아온 것은 앞쪽 절반 부분이 끊어져 버린 바늘 뒷부분뿐이었다.

예측하지 못한 재빠른 반응에 당황했지만, 그 시간은 무척이나 짧았고, 당황이 판단으로 이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보다 더욱 짧았다.

“…뭐야.”

아직 목이 잠겨 있는 애쉬가 중얼거리며 눈을 떴지만, 그 자리에 남은 흔적은 애쉬의 손아귀 안의 부러진 바늘 반쪽뿐.

그것으로 애쉬의 피를 한 방울이라도 채취하려던 린느 데 파르셰는 이미 모습을 감춘 이후다.

외부의 자극에 번쩍 눈을 뜬 애쉬였지만, 그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손등에 침을 한 대 맞아 흐르고 있는 핏방울 하나가 전부였다.

상체를 일으켜 자신의 손아귀 안에 남은 바늘과 손등에 주르륵 흐르는 피 한 방울을 보던 애쉬의 표정이 곧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 진지하게 바뀌었다.

‘누군가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하나밖에 없다.

여태껏 그의 감각을 속이고 이 정도까지 가까이 올 수 있었던 이는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애쉬가 자신의 손에 남은 부러진 바늘을 쥐어 다시 한번 반쪽으로 뚝 부러뜨렸다.

“그 여자.”

린느 데 파르셰라고 했던가.

타인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않는 애쉬가 단 한 번만 듣고도 완벽히 기억했을 정도로 인상 깊게 남은 순백의 암살자, 아니 닌자.

어떻게 빌헬름의 바이러스를 해결했는지는 몰라도 그 여자가 아직도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

“…이봐, 애쉬. 왜 그래?”

“뭐가.”

당일 아침.

출근한 게빌이 애쉬에게 물었고, 애쉬가 그런 게빌에게 대꾸했다.

게빌은 그런 애쉬의 대꾸에 정말 모르겠냐는 듯 말했다.

“왜 괜히 험악한 분위기를 잡냐 이 말이야. 방금도 의뢰인이 왔다가 도망치듯 나간 거 못봤어?”

“모르겠는데, 신경이 다른 데 쏠려서.”

애쉬가 대답했다. 지금은 그 암살자인지 닌자인지 모를 여자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주변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만큼이나 그 여자, 린느 데 파르셰는 위협적이었으니까.

‘역시 전에 그냥 끝을 봤어야했나.’

처음 사로잡았을 당시 목을 베었다면 지금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마지막에 보인 조용하고 고분고분한 모습에 마음을 조금 놓은 게 문제였을까.

그녀는 어떤 방식인진 몰라도 빌헬름이 주입한 바이러스를 뚫고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아마 최근 미묘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그 여자 때문이 아닐까?

애쉬가 그렇게 다시 한번 다른 생각에 빠지려 하자 게빌이 다시 한번 그것을 끊었다.

“그러고 있을 거면 차라리 그냥 올라가서 쉬지그래. 어차피 아무것도 안 하면서 장사 방해나 하지 말고.”

“지금 내 분위기가 그 정도야?”

“그 정도냐고? 샤인, 너희 사장님이 그 정도냐고 물어보시는데 어떻게 생각하지?”

“…평소보다 조금 더 날카로운 분위기시긴 해요.”

샤인이 게빌의 질문에 조심스레 동의했다.

어지간하면 애쉬의 편을 들어주는 샤인이었으나 지금 이렇게 직접적으로 동의를 나타내는 것을 보면 확실히 신경이 날카로워지긴 한 모양이었다.

“그 정돈 줄은 몰랐는데, 신경 쓸게.”

애쉬가 둘에게 순순히 사과했다.

이렇게 말을 꺼낸 걸 보면 아마 저 둘 또한 상당히 불편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그만큼이나 위험한 상대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같이 일하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 것은 없었다.

‘또, 새벽에 하던 짓을 보면 이쪽을 어떻게 해보려는 건 아닌 것 같고.’

일반적인 바늘로 그의 손등을 콕 찌르곤 도망간 것을 보면 목숨을 노리는 건 아니었다.

만약 목숨을 노리는 것이었다면 노리는 곳은 손등이 아니라 목이었을 것이고, 그에 더해 바늘에 독이라도 발라 뒀겠지.

대체 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빌헬름의 바이러스까지 처리하고 이렇게 나타난 것을 보면 노리는 게 있는 건 분명했다.

애쉬는 주변으로 무의식중에 흘러나오던 기세를 의도적으로 가라앉혔고, 그런 그를 바라보던 게빌이 툭 던지듯 물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길래 네가 그렇게 신경을 바짝 세우고 있는 거지?”

어지간하면 신경이 날카로워지긴커녕 해보라는 듯 비웃으며 받아주는 게 여태껏 게빌이 지켜봤던 애쉬 론모어란 인간이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그런 그가 날을 세운 채 무언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분명 보통 일은 아닐 터. 사무소에서까지 그러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애쉬만이 아니라 주변의 게빌 자신과 샤인까지 휘말릴 수 있는 일일지도 몰랐다.

“그건….”

그런 게빌의 물음에 애쉬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게빌 또한 그 여자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 그가 심문에 들어가는 것까지 직접 보았으니 새삼스레 불안에 빠지지는 않겠지.

애초에 모르고 있는 상태라고 한들 그럴 성격도 아니었고.

샤인 또한 애쉬의 옆에서 많은 일을 겪은 몸이었기에 닌자의 존재에 동요할 것 같지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애쉬가 입을 열어 대답했다.

“저번에 살려 보냈던 여자, 그 여자가 주변을 돌고 있는 것 같아.”

“뭐? 확실하게 처리한 게 아니었나?”

“내 나름대로 확실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지금 이렇게 다시 나타나서 주변을 돌고 있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런 애매한 애쉬의 대답에 게빌이 인상을 팍 구겼다.

“그럼 지금은 제대로 위험한 상황 아닌가? 그 암살자는 너 같은 괴물한테 한 방 제대로 먹여줄 정도의 실력자일 텐데 왜 미리 말 안 했지?”

무슨 일일까 싶어 물어봤는데 진짜 위험한 상황 아닌가.

게빌은 애쉬의 실력을 이미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었고, 평생 총을 잡아왔으며 뒷세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자신조차 제대로 된 상처를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당장 눈앞에서 기관단총을 드르륵 갈겨도 아무렇지 않게 피하거나 쳐낼 게 애쉬 론모어란 괴물 아닌가.

그런데 그런 그에게 중상이라고 할 수 있는 상처를 입힌 암살자가 아무도 모르게 주변을 돌고 있다니.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애쉬는 그런 게빌에게 진정하라는 듯 대답했다.

“암살자가 아니라 닌자라던데. 그리고 너무 흥분하지는 마. 그 여자가 노리는 건 나고, 또 목숨을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다만 뭘 원하는 건지를 알 수 없었으니 그게 불안한 것뿐이다.

그런 애쉬의 설명에도 게빌의 구겨진 표정은 다시 펼쳐질 생각을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그 여자가 최고 등급의 광학미채 슈트를 이용해 애쉬를 공격했다는 사실은 이미 전해 들어 알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지금 당장 사무실 내의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처음부터 모르고 있었다면 모를까, 일단 알게 된 이상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1등급의 광학미채는 진짜 어떻게 알아챌 방법이 없나? 네 그 육감인가 뭔가로 팍 잡아버리면….”

“그런 게 가능하면 처음부터 부상을 입지도 않았겠지.”

어느 부분에선 첨단 탐지기기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애쉬의 모든 감각을 흘려내고 지척까지 닿을 수 있었기에 위협적인 것이었다.

그냥 신경 조금 집중한다고 알아챌 수준이었다면 목을 노리는 그 공격에 화들짝 놀라 어깨를 내어주지도 않았을 터.

괜히 애쉬가 골치를 썩고 있었겠는가.

­ 털썩.

“아주 엿 같은 상황이로군.”

애쉬의 맞은편 소파에 주저앉듯 앉은 게빌이 떠들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그렇다고 다른 무언가로 찾아낼 수도 없는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감시당하고 있다니.

선공을 무조건 내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게빌의 가슴까지 무겁게 만들었다.

“그래, 아주 엿 같은 상황이야.”

애쉬도 게빌의 표현에 동의했다.

그의 감각조차 잡아내지 못하는 상대는 처음이라 완전히 유령을 상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새벽에 그의 손등을 찌르던 감각과 손아귀에 남아있던 부러진 바늘이 아니었다면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아무튼 이번에는 제대로 마무리 지으라고.”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이번에 잡히면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식으로든 끝을 본다.

설령 그게 그 여자의 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렇게 각오를 마친 애쉬는 서서히 차오르는 짜증을 최대한 털어내며 일상생활을 계속했으나, 그것도 며칠 가지 않아 그는 꾹국 가라앉히던 짜증과 화를 폭발시키고 말았다.

“지금 듣고 있는 거 아니까 짜증나게 굴지 말고 원하는 게 있으면 나와서 말해!”

혼자 있는 방 안에서 애쉬가 외친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렸다. 이 와중에도 어디서 오는지 모를 시선은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지난 나흘간 영문을 모를 시도는 계속됐다.

첫날 새벽의 바늘은 시작에 불과했고, 그가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면 목 뒤에 뾰족한 침 비슷한 것을 찔러오질 않나, 식사 중에 의자 밑으로 종아리 뒤편을 콕 찔린 적도 있었다.

그 날 애쉬는 분노가 치달은 끝에 의자를 박살 내고, 주변을 완전히 뒤집어 놓기도 했었지만 끝내 그 원흉을 잡지 못했다.

뭘 원해서 행하는 행동인지, 아니면 그를 그냥 괴롭혀서 스트레스성 고혈압으로 암살하려는 건지 모를 행위의 계속.

애쉬의 성격에 그런 짓거리들을 나흘이나 참은 것도 정말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한 것이었다.

“지금 당장 나와서 원하는 게 뭔지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널 찾아서 죽여 주마.”

애쉬는 진심을 가득 담아서 씹어먹듯 내뱉었다.

차라리 목숨을 노리는 공격들이라면 모르겠으나 그런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악질적이다.

그는 지금 인간이 미쳐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런 애쉬의 격분을 상대방도 느꼈는지 방 측면에 위치한 책상에 툭, 하고 가벼운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척이나 미약한 소리였지만 한창 신경에 날이 선 애쉬는 곧장 그것을 캐치하고 책상으로 다가가 무엇이 떨어진 것인지 확인했다.

책상에는 조그만 종이 쪼가리 하나가 나타나 있었는데,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피 한 방울.]

“……피 한 방울?”

지금 원하는 게 피 한 방울을 얻는 것이며, 그것을 위해 지난 며칠 동안 그를 괴롭혀 왔단 말인가?

그러고 보면 그녀가 마지막으로 피 한 방울을 내어달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는 거절했었고.

그런데 겨우 그런 것 하나 때문에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단 말인가.

애쉬는 다시 한번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종이 쪼가리를 손아귀 안에서 와락 구겨버렸다.

어지간한 소형 프레스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손 안에서 종이는 원래 형상을 되찾을 수 없을 정도로 압축됐다.

“당장 나와.”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지금 이 종이 쪼가리를 내놓은 것을 보면 방 안에 있는 게 확실했다.

애쉬는 여차하면 자신의 방 전체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생각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아무리 감지할 수 없는 대상이라고 해도 이 방 안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단 둘 밖에 없었다.

문으로 나가거나, 창문으로 뛰어내리거나.

그 둘은 모두 닫혀 있었고, 방 전체를 완전히 박살 내놓는다면 상대방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방이 좀 더 좁았다면 그 과정에서 함께 베어버릴 수도 있겠으나 불행히도 그의 방은 한 개 층을 모두 쓰는 만큼 상당히 넓은 편이었기에 직접 베는 것은 힘들 것이다.

애쉬가 그렇게 위협적으로 말했지만 역시나 상대방은 모습을 드러낼 생각을 않는다.

그에 애쉬는 마지막으로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물었다.

“대체 뭐 때문에 내 피에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진짜 클론이라도 만들려고?”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으면 진짜 무슨 수를 써서든 죽인다. 그런 애쉬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툭, 하고 그의 앞으로 무언가가 하나 굴러왔다.

검은 형상에 손톱만 한 기계 장치. 초소형 스피커였다.

애쉬가 그것을 줍는 것과 동시에 그 스피커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적합자, 주인의 혈액 등록.

“주인?”

­ 섬기는 이 없는 닌자의 주군으로서 당신의 적합도 122%

“…날 주인으로 섬기겠다고?”

­ …….

그의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하지만 애쉬는 직감적으로 자신의 질문이 정답이라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나흘 동안 바늘을 찌르고 침을 쏘고 했던 게 전부 피 한 방울을 얻어 자신을 주인으로서 등록하기 위해 그런 것이었다고?

사람을 미치게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애쉬는 남은 마지막 인내심마저 불타오르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당장 나타나서 내 앞에 무릎 꿇어. 그럼 피 한 방울 정도는 얼마든지 줄 테니까.”

저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나타내지 않을 이유는 없겠지.

모습을 드러내면 피 한 방울 정도는 내어준다. 대신 지난 며칠 동안 그를 괴롭히고 열 받게 한 대가는 몇 배로 되갚아야 할 것이다.

방 안에 그의 목소리가 울리자 정면에서 흐릿한 무언가가 드러나더니 곧 형상를 갖췄다.

새하얀 머리칼과 그보다 더욱 하얀 피부.

지친 것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그녀의 신비한 눈동자가 애쉬를 담는다.

애쉬의 화난 눈빛을 확인하고도 동요를 드러내지 않은 그녀는 서서히 몸을 굽혀 자신의 주인이 될 이에게 예를 표했다.

­ 투욱.

무릎을 꿇은 린느 데 파르셰.

애쉬는 그녀가 모습을 무릎을 꿇자마자 바로 일어나 그녀에게 향했고, 곧 자신이 뽑아 들고 있던 검으로 손끝을 베어 핏방울이 맺히게 만들었다.

“자.”

그리고 고개 숙인 그녀를 불러 핏방울이 맺힌 손끝을 향했다.

어차피 이 정도 거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상태에서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자신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말한 대로 일단 혈액부터 한 방울 넘겨주려는 것이었다.

애쉬의 부름에 고개를 들어 올린 린느 데 파르셰는 흐릿한 시선으로 자신의 눈앞까지 다가온 피가 흐르는 손끝을 바라보다 덥썩, 그것을 입으로 물었다.

“뭐….”

그에 애쉬가 조금 당황한 소리를 냈지만, 이미 그런 목소리는 그녀의 귓가에 들리지 않았다.

하얀 눈동자 앞에 메시지가 떠오른다.

[혈액 분석 및 등록 중….]

드디어, 드디어 그토록 대대로 원해왔던 주인을 얻게 되었다.

이것으로 그녀는 닌자로서 ‘완성’된 것이다.

감정이 거의 제거되다시피 한 그녀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일말의 희열마저 느끼고 있었다.

흐릿하던 눈앞이 더욱 흐려진다.

“하, 그래. 그럼 지금부터 명령을 내릴 테니….”

애쉬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입을 열었지만,

­ 스르륵.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있던 순백의 닌자는 그대로 무너지듯 쓰러지고 말았다.

놀란 애쉬가 그녀에게 다가가니 직전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던 열기가 훅 들어온다.

“이건….”

심한 고열과 가쁜 숨결.

그녀는 무슨 일인지 몰라도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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