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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게임 속 칼잡이가 되었다-199화 (199/230)

〈 199화 〉 12. 린느 데 파르셰(2)

* * *

닌자?者란 무엇인가.

일반인들은 그저 영화나 소설, 만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가공의 존재 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들은 현실에도 실재했다.

뒷세계에서 일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닌자라는 이름.

그들에게 알려진 닌자란 ‘츠미모토’ 같은 동양계 기업에서 키워내는 특수 요원을 뜻했다.

최고 수준의 개조 파츠를 장착한 사이보그.

기업에서 키워낸 인간병기.

침입, 첩보, 암살, 전투의 스페셜리스트.

대중매체에서는 그저 캐릭터의 특성으로나 소비되며 때로는 우습게도 표현되는 그들은 뒷세계에서만큼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상상해보라.

태어난 직후부터 강화 약물을 주입받고, 걸을 수 있게 된 순간부터 군사 훈련을 받으며 자란 이들이 신체 개조 및 최고의 장비들까지 착용한 채 당신을 노리고 달려드는 모습을.

모시는 주군의 명에 따라 죽음조차 불사하고 달려드는 그들은 그야말로 두려운 존재들이었고, 산전수전 다 겪은 뒷세계의 베테랑들조차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를 갖는 기업과는 충돌을 피하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뒷세계의 베테랑들이라고 해도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닌자라고 모두 같은 닌자가 아니며, 또 그들은 기업에 의해 태어나는 게 아니라 그들을 육성하는 유파에 따라 두 개의 계열로 나뉜다는 것이다.

모든 부분에서 우수하며 특히나 침입, 암살에서 뛰어난 특성을 보이는 이가류???와 마찬가지로 모든 부분에서 우수하나 특히 전투에서 뛰어난 특성을 보이는 코가류???.

현시대에 존재하는 모든 닌자들은 모두 이 두 개의 본류, 혹은 그 밑에 속하는 분류에서 키워진 이들이며, 그것은 ‘죽음과 함께하는 자’라 불리는 ‘린느 데 파르셰’가 속한 ‘데 파르셰’ 가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중에서도 ‘데 파르셰’ 가문의 경우는 조금 얘기가 달랐는데, 아주 오래전 ‘린느 데 파르셰’의 조상이 되는 이들은 경쟁 관계인 두 개의 본류를 속여 양측 모두에게서 닌자 육성 기술을 사사 받았고, 천재적인 지능으로 두 본류 모두의 특성을 흡수 및 개량하여 어떤 닌자들보다 뛰어난 닌자들을 육성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면 지금 ‘린느 데 파르셰’라는 닌자가 닌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주인 없이 ‘사신’이나 ‘죽음과 함께하는 자’라 불리며 뒷세계의 용병이자 암살자로서 활동하고 있었을 리가.

‘데 파르셰’ 가문이 키워내는 닌자들은 분명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었으나, ‘데 파르셰’ 가문의 닌자들에게서 자신들 본류의 특성은 물론이고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본류의 특성까지 발견한 본류의 주인들은 이상함을 느꼈고, 곧 ‘데 파르셰’ 가문을 추궁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그에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데 파르셰’ 가문은 끝내 양측 본류 모두에게 변절 행위를 발각당했으며 끝내 척살 대상이 되어 세상 모든 닌자들의 적으로서 역사 속으로 모습을 감추게 된 것이다.

그렇게 모습을 감춘 ‘데 파르셰’ 가문이었으나, 그들의 맥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아니, 그냥 이어져 온 것이 아니라 대대로 배출되는 ‘데 파르셰’ 가문의 후계자는 육성자이자 본인마저도 최고의 닌자로서 만들어졌으며 대가 이어질수록 더욱 발전했다.

오로지 가문의 이름과 사명을 잇고 더 나은 닌자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 살아가는 괴물들.

그런 그들에게 존재하는 유일한 문제점이라면 그들의 닌자 육성법이 너무도 완벽한 나머지 도구로 만들어진 닌자로서의 사명조차 목숨보다 우선시하게 되었다는 것일까.

도구인 닌자에게 주인의 존재는 필수불가결적인 것이었으며, 그것은 닌자로서 만들어진 데 파르셰 가문의 역대 당주들에게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가문의 가주기도 하지만 하나의 닌자로서 대대로 일정한 조건 하에 주인을 정해왔다.

그러던 어느 과거, 당대의 몇 대 전 가주는 주인의 배신으로 인해 극도로 상심한 채 자신의 후계자가 완성되는 날 자결하며 하나의 전언을 남기게 되니 그것이 바로 ‘자신의 도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를 주군으로 섬기라’라는 말이었다.

닌자 육성 중에 있는 후계자에게 육성자의 말은 곧 신의 법칙이었으니 그것은 다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며 지금의 ‘린느 데 파르셰’에게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전통에서 다시 한번 문제가 발생했다.

그들, ‘데 파르셰’ 가문의 가주이자 닌자인 이들이 너무도, 너무나도 뛰어났던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죽일 수 있을 예리한 칼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는 이 세상에 손꼽을 정도밖에 없었고, 인간으로 만들어진 도구를 온전히 도구로서 사용할 배짱을 갖고 있는 이들은 더욱 적었다.

그로 인해 ‘린느 데 파르셰’의 몇 대 전 가주부터는 닌자로서 마땅히 섬겨야 할 주인을 찾지 못해 홀로 활동하는 것이 반복됐다.

그리고 그렇게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대가 이어지고 잠시.

자신의 대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한 ‘데 파르셰’ 가문의 2대 전 가주는 하나의 생각을 품게 되는데….

‘우리에게도 암살당하지 않을 정도의 강자라면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데 파르셰’ 가문의 가주인 동시에 닌자인 이들이 뒷세계의 용병, 암살자로서 활동하게 된 이유였다.

그들은 오로지 이름난 강자들만 암살 대상으로 의뢰를 받았으며, 그것으로 자신들의 주인을 찾으려 했으나 역시 그들의 ‘작품’은 너무도 완벽했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원래 목적이었던 주인은 찾지 못한 채 ‘사신’이라느니, ‘죽음과 함께하는 자’라느니 불리며 필요 없는 명성만 쌓아오게 되었다.

그렇게 ‘데 파르셰’ 가문의 가주로서 지켜야 할 전통이자 하나의 닌자로서 이뤄야 할 사명으로까지 전해진 ‘주인을 섬기는 일’은 ‘데 파르셰’ 가문의 11대 당주인 ‘린느 데 파르셰’에게까지 이어졌으나 십여 년 동안 찾지 못하던 와중 이번에야말로 진짜 자신의 전력에도 죽지 않는 이를 찾아낸 것이다.

그것도 역대 최고, 아니 역사상 존재했던 그 어떤 닌자보다도 뛰어날 것이란 평가를 받았던 그녀의 암살을 버텨낸 이를.

‘이 기회는 절대로 놓칠 수 없어.’

‘도구를 두려워하지 않는 주인을 섬기는 것’은 수 대에 걸쳐 이어져야 했지만, 끊어져 있던 전통이자 사명.

아버지이자 자신의 육성자였던 전대 가주에게 닌자로서 교육받은 ‘린느 데 파르셰’, 그녀 또한 결코 그것을 저버릴 수 없었다.

­ 삐이이.

낮은 기계음이 울리며 개조 및 이식 수술의 완료를 알린다.

오로지 사명을 지키겠다는 의지하에 끔찍한 고통을 견디고 또 견뎌낸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등골을 타고 피가 주르륵 흘렀다.

­ 꽈아악.

기계로 대체된 오른손을 한 차례 움직여본 린느는 감각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며 다음 준비로 착수했다.

­ 슈트 복원 예상 소요 시간 141시간.

어떻게든 단 한 방의 혈액만 수집하여 삼키면 주인의 등록도 끝.

이 모든 사실을 그대로 밝혔다면 어쩌면 쉽게 주인을 섬길 수도 있었겠으나 애당초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그녀였으며, 또 암살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이미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릴 대로 건드려버린 이후다.

도구로 만들어진 닌자에게도 감정은 존재했다.

주인이 될지도 모를 적합자의 실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겸 자신의 실력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그녀는 계속해서 준비를 이어갔고,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나는 날.

“스으으….”

나신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숨을 가늘고 길게 들이쉬며 감각을 가다듬는다.

아직은 개조 신체로 바뀐 오른손의 감각이 조금 낯설었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그야말로 최적의 컨디션.

슈트를 복구하는 동안 휴식과 가벼운 명상, 훈련을 계속했기에 어느 때보다도 예리하게 날 세워진 감각이 주변의 모든 것을 샅샅이 훑었다.

그렇다면 이제 실행에 나설 때.

그녀는 머릿속을 수놓는 수많은 시뮬레이션 결과들을 검토하며 하얀 나신 위에 복원된 슈트를 걸치고 안가를 나섰다.

직접 채취 첫 시도 시 혈액 채취 성공률 40.5%, 2회 이상 시도 시 7.1%로 하락.

여색을 밝히는 것으로 추정. 미인계 시도 시 성공률 66%까지 상승.

인질 사용 시 성공률 80%까지 상승.

* * *

“흐아암….”

“이봐, 최근 들어 더 늘어진 것 같은데 일이라도 좀 하지 그래.”

소파에 앉아 멍한 눈으로 TV를 보던 애쉬가 늘어져라 하품을 하자 막 돌아와 샤인의 서류 정리를 돕던 게빌이 애쉬를 향해 불만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며칠 전 의뢰인이었이던 다니엘 벡은 호위 의뢰가 끝나고 애쉬와 이어져 있는 인맥의 도움으로 무사히 다른 도시로 나갈 수 있었고, ‘론모어 해결사 사무소’의 모두는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애쉬는 그렇게 돌아온 후로 계속 이런 상태였다.

별다른 의욕도 없고, 움직이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어깨쪽 부상 때문에 조금 더 쉬려나보다 했던 게빌이었지만, 점점 가는 꼴을 보아하니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았기에 한마디 한 것이다.

그에 애쉬는 여전히 TV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소파에 몸을 묻고는 게빌에게 대답했다.

“안 그래도 더운데 너무 열 올리지 마. 그리고 나갔다가 상처라도 곪으면 어쩌라고.”

“그럼 사무소 내에서라도 뭘 좀 하란 말이야.”

“어차피 얼마 안 있으면 도시 안쪽으로 사무소도 옮길 건데. 그때부터 하지, 뭐.”

그러니까 이쪽엔 신경 쓰지 말라며 느긋하게 대답하는 애쉬의 태도에 게빌이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아무리 사장이어도 그렇지 직원들이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하루 종일 소파에 눕듯 앉아서 하는 건 TV 시청밖에 없으니 열이 안 나겠는가.

이미 오랫동안 애쉬를 봐온 샤인은 그러려나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아직 그와 함께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게빌은 눈꼴 시려서라도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특히나 오늘처럼 더운 날에 일한답시고 바깥에 나갔다 와서 그런지 더욱 그런 느낌이다.

애쉬는 자신을 향해 따가운 눈빛을 쏘아내는 게빌을 향해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권고했다.

“그리고 지금 느낌이 별로 안 좋으니까 너도 멀리 나가진 마.”

“하, 누군 좋아서 나간 줄 아나.”

게빌은 애쉬의 말에 투덜거리며 그냥 넘겨들었지만, 애쉬는 진심이었다.

느낌이 좋지 않은 게 괜히 뭔가 걸리적거리는 게 있는 것도 같고 잊은 게 있는 것 같기도 한, 굉장히 애매한 기분이다.

물론 그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그것보다 날이 덥고 귀찮다는 이유가 훨씬 크긴 했지만 말이다.

게빌의 투덜거리는 목소리는 한동안 계속 이어졌고, 결국 애쉬와 같이 듣다 못한 샤인이 게빌에게 한 마디 함으로서 그것은 마무리 지어졌다.

“게빌 님, 외근 일 하나 더 하고 오실래요?”

“…아니.”

투덜거리는 걸 그냥 듣고 있는 것도 몇 분 정도지, 그게 십여 분 이상 가면 해당되지 않는 사람도 같이 짜증 나는 법이다.

샤인의 사근사근하지만 묘한 감정이 섞인 질문에 조용히 거절로 대답한 게빌은 그대로 입을 다물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프흐.”

그것을 본 애쉬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다.

중요한 일도 다 끝냈겠다, 이제는 오늘처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며 신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

조금 거치적거리는 기분이 든다고 해서 괜히 피곤하게 굴 필요는 없겠지.

‘이제 그 여자도 도시에서 멀어졌을 테니까.’

설마하니 이틀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빌헬름 이상 가는 실력자를 찾아 바이러스를 풀어냈을 리는 없다.

빌헬름이 자신했던 만큼 애쉬도 그것을 믿었다.

“오늘 저녁은 외식이나 할까?”

“상처가 덧난다니 뭐니 하더니 외식을 하자고?”

“그래도 저녁엔 덜 덥잖아.”

“저는 좋아요.”

게빌이 다시 시동을 거는 것 같았지만, 직후 나온 샤인의 동의와 함께 저녁은 외식으로 결정.

론모어 해결사 사무소 일행은 업무가 끝날 때까지 특별한 일 없이 저녁 외식을 즐기고 돌아왔다.

*

닌자란 명칭에는 여러 뜻이 있지만, ‘데 파르셰’ 가문에서는 그것을 인내하는 자라고 해석했으며 그 해석에 맞게 온갖 인내심에 관한 훈련을 시행했다.

암살 의뢰를 받아 살행을 나간다고 해도 기회가 보인다고 마구잡이로 덮치거나 하는 것은 하수.

끝없는 기다림과 그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완벽한 기회만을 노리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다.

그것을 위해 린느는 무려 일주일 이상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론모어 해결사 사무소에 숨어들어 목표 대상에 대해 탐구했고, 그 모든 것을 마친 후에야 움직임을 시작했다.

스르르.

없다고 해도 좋을 아주 미약한 소음. 작은 벌레의 발소리보다도 작을 그 소리가 슈트의 안에서 서서히 사그라든다.

아무리 훈련받은 닌자라곤 해도 인간의 움직임이다 보니 소음이 전혀 없을 수는 없었으나 슈트의 기능이 그 일말의 소음마저 집어삼켜 자신의 안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

잠든 이의 고른 숨소리만이 들려오는 이곳은 다름 아닌 사무소 3층 애쉬의 방.

그녀는 어렵지 않게 애쉬가 누워있는 침대까지 다가가는 데 성공했고, 자신의 품에서 가는 바늘 하나를 꺼내 들었다.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다 보니 독 같은 게 발라져 있지는 않았지만 피 한 방울 뽑아내는 데는 충분하다.

그렇게 바늘을 꺼낸 그녀는 바로 그것을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애쉬의 손등을 향해 가져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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