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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24화 (24/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24화

24화. 어느 쪽으로

유릭을 보며 라논이 경악했다.

이제 15살이나 되었을 법한 젊은 아이.

워렌을 사로잡고 디우스의 등에 검을 꽂은 게 이 아이란 말인가?

“이 자식……! 감히 디우스를 죽이다니!”

라논의 말에 유릭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죽인 건 너잖아? 나는 살려서 데려가려 했다구?”

“거짓말 마라! 디우스를 미끼로 나까지 모조리 죽일 셈이었으면서!”

유릭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놈들을 살려둘 생각이었다.

그래야 가문에 넘겨서 아칸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뽑아낼 것이 아닌가.

‘뭐 평생 고문실에 박히나 여기서 죽나 별반 차이는 없을지도.’

그래서 유릭은 라논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말 없는 유릭을 보며 라논이 으득 이를 갈았다.

‘무슨 이윤지 몰라도 놈은 위장 망토를 벗었다.’

하지만 자신은 아직 입고 있다.

둘의 입장이 역전되었다는 뜻.

다만, 상대는 이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디우스의 가슴을 정확히 찔렀지.

‘그걸 이용한다.’

놈은, 모르긴 몰라도 눈에 상당한 마력을 집중했을 것이다.

동굴 속에서 위장 망토의 일렁거리는 아지랑이를 판별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

놈의 그 ‘눈’을 이용한다.

라논이 감각을 발끝에 집중했다.

그의 신발은 지금, 디우스가 죽으며 떨어뜨린 위장 망토에 걸쳐 있었다.

휙!

순간적으로 라논이 발을 차올려 디우스의 위장 망토를 유릭에게 던졌다.

‘갑자기 일렁임이 커져오면 정면에서 달려드는 거라고 생각하겠지!’

상대는 자신이 디우스의 망토를 차올리는 동작까지는 보지 못한다.

그냥 일렁임으로만 보이니까.

그러니 디우스의 망토가 덮쳐오면 그걸 적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다.

그 틈에 자신은 옆으로 돌아 놈을 습격한다.

순간의 기지치고는 상당한 한 수였다.

푹!

“어, 억?”

유릭이 정말로 시각에 의존하고 있다면 말이지만.

콰드득!

심장을 꿰뚫은 검이 갈비뼈를 부수며 뽑혀 나온다.

유릭이 위장 상태인 놈들을 식별할 수 있던 것은, 눈이 좋기 때문이 아니다.

일찍부터 이 동굴에 가득 펼쳐놓은 염화신무의 내기 때문.

시각이 아닌 기운의 흐름으로 주변을 식별하고 있기에, 라논의 자그마한 꾀는 결코 통할 수 없었다.

“어, 어떻게…….”

그로선 상상할 수도 없으리라.

설마 이 동굴을 메우고 있는 불의 기운이 유릭의 것이라고는.

로스카의 아이가 불의 기운을 사용하리라고 어찌 예상하겠는가.

라논의 몸에서 생기가 점점 사라져갔다.

“어떻게, 안 거지……?”

그러면서도 그의 눈은 도저히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죽음으로 가는 길, 마지막 자비를 바라며.

“안 알려줘.”

그러나 유릭에게 그런 자비는 없었다.

푸슉!

놈의 상처에서 피가 쉼 없이 뿜어져 나온다.

라논은 의문을 해소하지도 못한 채 눈을 부릅뜨곤 피 웅덩이에 쓰러졌다.

유릭이 검을 휘둘러 검신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이제 두 놈 남았나.’

숲의 근원을 탈취하기 위한 의식을 집행하고 있는 두 사람.

그 둘을 처치하거나, 아니면 의식을 방해하며 아니스를 기다리면 자신의 승리다.

‘두 놈은 마법진의 중앙에 있다고 그랬지.’

한 사람은 마법을 발동하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은 그 호위를 위해.

그 말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동굴로 유인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직접 갈 수밖에 없겠군.’

하는 수 없이 유릭이 동굴을 나섰다.

* * *

세 명의 귀염대를 처치하고 세 사람분의 아티팩트가 나왔다.

하지만 그중에서 유릭이 들고나온 건 위장 망토뿐이었다.

아티팩트란 본디 취급에 익숙하지 않으면 쓰기 어려운 물건이다.

전투에서 익숙지 않은 물건은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다만 위장 망토만은, 그걸 감안해도 효과가 매우 뛰어난 물건이라 그것만 챙겨온 것이다.

이윽고, 그가 이 열기 지대의 중앙에 도착했다.

그곳엔 거대하게 솟은 불꽃의 토템과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한 사람은 토템 아래서 눈을 감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사위를 경계하고 있다.

누가 대장인지는 명백했다.

‘저 눈 감은 놈만 죽이면 끝난다.’

몸을 둘러싼 위장 망토를 다시 한번 여미곤 유릭이 조금씩 놈들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동굴이라면 몰라도 이곳은 너무 밝다.

하늘에 뜬 태양은 물론이고 불꽃 토템의 빛까지 있었으니.

“누구냐!”

베르드가 위장 망토 특유의 일렁거림을 포착한 것은 필연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장 경계심을 곤두세우며 단검을 겨누는 베르드.

‘쯧.’

그를 보며 망토 속의 유릭이 혀를 찼다.

역시 동굴에서처럼 간단히는 가지 못하나 보다.

“네놈들은 이미 포위됐다. 얌전히 투항해라.”

유릭이 적당히 허세를 섞어 얘기했다.

그러나 베르드의 대답은, 당연히 없었다.

투항하란다고 곧바로 끄덕이는 공작원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역시 전투는 피할 수 없다.

툭.

유릭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베르에게 던졌다.

발치에 던져진 그것을 보곤 베르드의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그건 귀염대 소속을 의미하는 표식이 새겨진 패였다.

그게 무려 세 개나.

“설마 부하들을……!”

“네 부하들은 모두 죽었다.”

“네 이노오오오옴!”

베르드의 머리에 시뻘겋게 피가 쏠렸다.

사실 유릭이 죽인 건 라논 한 명뿐이다.

워렌은 살아 있고 디우스는 라논이 죽였으니까.

그러나 베르드가 그것을 알 길은 없었다.

“감히!”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그가 달려들어, 위장 망토를 베었다.

그런데.

탁.

손맛이 이상했다.

위장 망토가 베여 흩날린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건, 망토를 덧씌운 통나무였다.

“겹치기라고 들어봤냐?”

유릭은 그 한 걸음 뒤에 있었다.

위장 망토를 덧씌운 통나무를 방패 삼아 들고, 본인 역시 위장 망토를 입곤 다가온 것이다.

위장 망토가 여러 개 있었기에 가능했던 술수.

일렁임이 겹쳐져 있었기에 베르드의 시야엔 마치 적이 한 사람만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베르드가 당황하며 통나무에 박힌 단검을 빼내려 했다.

유릭은 그대로 통나무를 놈에게 던져 버리며, 동시에 녹시아를 휘둘렀다.

“크아아악!”

베르드가 나무에 박힌 단검에서 손을 놓고 몸부터 피했지만, 완전히 회피할 순 없었다.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오른팔이 떨어져 내렸다.

잘려 나간 어깨에서 피가 솟구친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유릭이 계속 공세를 이어나갔다.

휘익!

허공을 수놓는 녹시아와 남은 한 팔로 어떻게든 대응하는 베르드.

그러나, 처음부터 팔이 하나였다면 모를까, 방금 막 팔이 잘린 몸으로 오래 맞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큭!”

베르드가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피를 너무 흘려 머리가 어지럽다.

어깨의 통증이 그의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완벽한 컨디션과 장비를 가지면 5성 검사와도 맞상대가 가능한 베르드다.

하지만 이런 부상을 입고, 하물며 아티팩트를 사용할 팔도 하나뿐인 상태론 유릭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의 전투력은 다종다양한 아티팩트의 사용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그만 포기하지?”

“젠장! 놔라! 놔!”

유릭이 베르드를 제압해 쓰러뜨렸다.

그리고 놈의 뒷목을 향해 검을 겨눴다.

당장 저 대장인가 하는 놈을 막으러 가야 한다.

여기서 시간을 끌 생각은 없었다.

“으아아아아-!”

베르드가 한껏 발버둥을 치지만 놈의 등을 밟은 유릭의 발은 기둥처럼 끄떡도 없었다.

“죽어.”

유릭의 눈이 가라앉았다.

그가 검을 쥔 손에 힘을 실었다.

이대로 찌르기만 하면 놈은 죽는다.

그때.

쌔애애애액-!

공기를 찢는 파공성이 들려오며 유릭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바로 몸을 틀며 그가 녹시아를 휘둘렀다.

카앙—!

날아온 것은 맹렬히 회전하는 도끼.

간발의 차로 쳐낼 순 있었으나, 얼마나 거력이 담겨 있던 것인지 그걸 받아내는 것만으로 유릭은 튕겨 나갈 뻔했다.

“거기까지다. 유릭 로스카.”

마법진의 중앙에서 눈을 감고 있던 대장, 레오르 아칸이 싸늘한 눈으로 유릭을 보고 있었다.

‘날 알고 있어?’

유릭이 혀를 차며 녹시아를 들었다.

그때.

쿠구구구구궁!

“!”

발밑의 땅이 흔들리더니 굵은 나무뿌리가 몇 뿌리나 솟아올랐다.

그것들이 유릭의 사지를 꽁꽁 묶어 구속했다.

“이건!?”

“너무 늦었구나.”

레오르가 한 손을 뻗어 보였다.

그 손에는 옅은 녹빛을 흩뿌리는 새하얀 나뭇가지가 들려 있었다.

“숲의 근원? 벌써 뽑아낸 건가!”

하얀 나뭇가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숲의 근원이 그런 모양이라고 들은 적은 있다.

“임무는 성공했다. 거기에 이번 임무는 부수입까지 있구나. 어린 로스카를 잡게 될 줄이야.”

레오르가 턱짓을 하자 베르드가 당장에 유릭의 목에 단검을 들이댔다.

유릭이 이를 갈았다.

이미 1시간은 진작 지나 있었다.

아니스가 이 근처를 수색하고 있을 터.

하지만, 그녀가 올 때까지 자신이 버틸 수 있을까?

“눈빛을 보니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군. 지원이라도 오고 있나?”

유릭의 눈이 아직 죽지 않은 것을 알았는지, 레오르가 그렇게 얘기했다.

“얘기했잖아. 니들 이미 포위됐다고.”

유릭이 날카롭게 놈을 째려봤다.

그러나 레오르는 조금도 불안해하지 않았다.

“뒤의 토템이 보이나?”

“……?”

레오르의 뒤쪽에 보이는 거대한 불꽃 토템.

마치 탑처럼 솟아 있는 그것은, 숲의 근원을 빼냈음에도 아직도 불타고 있었다.

“저건 숲의 근원을 빼내기 위한 마법의 매개이지만, 동시에 다른 역할도 가지고 있다.”

“역할?”

“불의 해일을 일으켜 이 산을 모조리 태워 버리는 역할이지.”

“!”

그것은 차마 유릭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설마 근원을 빼내는 것뿐만 아니라 산 전체를 태워 버리고 가겠다니.

고작 5명의 인원으로 그 정도의 공작을 기도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뭐가 있든 상관없다. 대규모의 산불이 일어나면 포위니 뭐니 운운할 때가 아니게 될 테니까.”

“이 자식……!”

남의 땅에 있는 산에 태연히 방화를 하겠다는 레오르를 보며 유릭이 이를 갈았다.

그가 어떻게든 구속에서 벗어나려 하였으나 소용없었다.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염화신무의 내기를 일으켜도 안 된다.

불의 기운이 나무뿌리를 태워가고는 있지만, 근원의 은총을 받은 뿌리가 그 기운에 저항하고 있기에 단기간에 태울 수는 없었다.

“네놈 부하는 아직 살아 있다. 나만 아는 장소에 붙잡혀 있지. 그놈까지 산불로 죽일 생각이냐?”

유릭이 다급한 어조로 얘기했지만 소용없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내 부하는 이미 모두 죽었다. 명예로운 순직이었지.”

협상의 여지는, 없다.

유릭이 이곳에 당도한 시점에서 이미 레오르는 부하를 단념했다.

“베르드. 그만 죽여라. 두고 갔다가 구출이라도 되면 아까우니까.”

“예.”

베르드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단검을 치켜들었다.

유릭이 나무뿌리의 구속에서 벗어나려 힘껏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무슨 짓을 해도 안 되었다.

조금 더 시간이 있다면 모를까, 베르드가 단검을 내려치는 짧은 순간에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때.

“컹!”

수풀에서 하얀 호랑이가 튀어나왔다.

하얀 호랑이는 곧바로 일직선으로 레오르에게 뛰어들었다.

“뭣!”

불시에 습격한 하얀 호랑이가 레오르를 덮친다.

커다란 덩치에 밀려 놈이 쓰러졌다.

호랑이가 놈의 팔뚝을 있는 힘을 다해 깨물었다.

“큭!”

그 손에서 숲의 근원이 튕겨 날아갔다.

“대령!”

잘했어! 라고 외칠 시간도 없었다.

순간 헐거워진 나무뿌리를 풀어헤치고 유릭이 베르드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비틀어 놈이 쥔 단검을 그대로 놈의 목에 꽂았다.

“커, 억!”

베르드가 눈을 크게 뜨며, 바람 빠진 목소리를 토해낸다.

나자빠지는 놈을 쳐다보지도 않고 유릭이 땅을 박찼다.

왼쪽에는 대령과 엉겨 붙고 있는 레오르 아칸.

오른쪽에는 당장에라도 불꽃의 해일을 토해내려는 폭발 직전의 불꽃 토템.

첫 한 걸음을 내디뎠을 때, 유릭의 머릿속에서 수백 번의 갈등이 일었다.

대체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왼쪽으로 가야 한다.

대령은 용맹하고 똑똑한 맹수이지만 그래봤자 짐승에 불과하다.

귀염대의 대장을 상대로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심지어 대령은 부상까지 입었지 않은가?

‘하지만.’

하지만 그랬다가는, 토템이 당장에라도 폭발할 수 있다.

그러니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저 토템은 말하자면 도화선이 모두 타들어 간 폭탄과 같았다.

지금 당장 저걸 부수지 않으면 이 산 전체가 타버린다.

이 산에는 유릭 본인과 대령,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을 아니스까지 있다.

그리고 혹시라도 영지 사람이 들어와 있을지도 모른다.

백월봉은 겨울성의 아랫마을과 가까이 있는 산이다.

약초를 캐려는 약초꾼이나 나무를 베는 나무꾼 따위가 생각보다도 자주 드나드는 산이었다.

오늘도 그런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토템이 터지고 산불이 일면 그들 모두가 위험하다.

정우로서 살던 현대에서도 큰 산불은 뉴스에 나올 정도의 재앙이다.

헬기로 물을 뿌리는 시대에도 그 정도인데, 이 시대에 산불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자연적인 것이 아닌 악의적으로 일어난 산불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대령은 완전히 레오르의 손아귀에 있게 된다.

놈은 대령은 죽이는 데 조금도 망설이지 않겠지.

눈 깜짝할 사이에 목을 따버리고 자신을 막으러 올지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하지?

뭐가 정답이지?

유릭의 두 번째 발걸음이 땅을 밟으려 하고 있다.

그전에 어느 쪽으로 갈지 정해야 한다.

하지만 유릭은 어디가 정답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정답이 있기는 한 것일까?

“크르릉! 컹, 컹컹!”

그때, 대령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은 호랑이가 아니다. 대령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당연히 알아듣지 못한다.

그런데도 왠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릭이 두 번째 걸음을 내디뎠다.

“이미 늦었어! 토템은 바로 발동된다! 네놈도 이 산도 모조리…… 큭! 이 똥개 새끼가!”

등 뒤에서 레오르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듣고 싶지 않은 깨갱거리는 소리와 함께.

돌아보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견디며, 유릭이 토템에 도착했다.

이젠 머뭇거리지 않는다.

<화룡검화> 3중첩.

피잉-!

화르르르르르륵!

녹시아가 태양과 같은 빛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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