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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34화 (34/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34화

34화. 항의라니, 어떻게?

<수정드래곤의 빈 레어>가 있는 수정동굴은 그웬델의 인근에 있다.

여기까지는 조금만 조사하면 간단히 알 수 있다. 트레져 헌터들이 근방에 한가득 몰려 있으니까.

그러나 동굴 안 어디에 레어가 있는지, 심지어 레어가 존재하는지 아닌지조차 아무도 몰랐다.

‘나만 빼고.’

회귀 전의 기억이 있는 유릭을 제외하곤.

‘과연 뭐가 있을지.’

유릭은 드물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미래의 기억이 있는 그였지만 이곳에서 뭐가 발견되는지까지는 알지 못했다.

회귀 전에도 그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점 사람이 보이는군요.”

“다 보물에 눈먼 녀석들이지.”

그웬델의 성문을 나와 인근에 위치한 산속.

유릭과 아니스가 그곳에 도착했다. 글렌은 평소처럼 은신을 하고 있어 보이지 않았다.

깊은 산 속임에도 불구하고 바글바글한 사람들.

이 산에, 정확히는 산에 있는 수정동굴 어딘가에 보물 지도가 가리키는 <수정드래곤의 빈 레어>가 있다.

—하아, 지친다 지쳐. 좀만 쉬자.

—벌써? 방금도 쉬다 일어났잖아!

—어휴, 이 새끼 뭘 모르네.

이곳저곳에서 떠들썩한 기척이 느껴졌다.

그중 몇몇은 진지한 눈으로 탐사를 하고 있는 반면, 몇몇은 적당히 어슬렁거리며 늘어져 있었다.

다만, 게으른 태도와는 달리 눈빛만은 형형히 빛나고 있다.

—자, 자. 앉아서 내 얘기 좀 들어봐. 원래 이런 보물이란 건 말야, 그렇게 열 올리며 찾는 게 아니라고.

—뭐? 그야 나도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이런 보물은 말이야…… 찾을 때가 아니라 찾고 난 ‘후’가 진짜란 말이지.

성실하게 탐사에 임하는 것은 대부분 초짜 용병들이다.

쉬고 있는 이들은 경력이 많거나 이런 종류의 경험이 있는 이들.

그들은 힘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다.

보물이 발견된 후에 찾아올 ‘진짜 보물찾기’를 위해.

“보물찾기는 숨바꼭질이 아니라 술래잡기니까.”

유릭이 얘기했다.

보물을 찾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찾아낸 보물을 지키는 것, 혹은…….

‘누가 찾아낸 걸 빼앗는 것.’

그게 진짜 보물찾기다.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빼앗기지 않는 게 중요하단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러니까 먼저 찾겠다고 힘을 빼놓으면 안 된다는 거지. 그랬다간 승냥이들한테 죄다 뜯어 먹힐 테니까.”

“……잘 알고 계시는군요. 도련님은 가문 밖으로 나온 게 처음일 텐데.”

“책에서 봤어.”

“…….”

아니스가 침묵했다. 그녀의 표정엔 짙은 아쉬움이 깃들어 있었다.

‘첫 임무니까 이것저것 가르쳐 드리려고 했는데.’

유릭이 자신을 데려가고 싶다고 했을 때 그녀는 기뻤다.

검술 외에도 가르쳐줄 것이 생겼다는 생각에.

유릭은 처음으로 가문 바깥에 나가는 것이다. 분명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알아서 일행을 잘 주도하며 이끌고 있지 않은가?

알려주기는커녕 오히려 그녀가 유릭에게 물어봐야 할 판이었다.

아쉬운 것도 같고 듬직한 것도 같은 복잡미묘한 심경.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릭은 익숙한 듯 숲을 헤치고 나아갈 뿐이었다.

“수정동굴의 구조는 알고 계십니까?”

“대충은.”

이 산의 수정동굴은 매우 복잡하게 되어 있다.

입구가 하나고 통로도 하나로 뚫려 있는 단순한 동굴이 아니다.

산 전체에 걸쳐 수많은 입구가 있어 그 모든 통로가 산 내부에서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산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토끼굴, 혹은 개미굴.

실제로 수정개미란 마물 때문에 동굴이 더욱 복잡해진 것을 생각하면 개미굴이라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마 드래곤이 떠나고 남은 둥지에 개미들이 정착했겠지.”

“드래곤이 정말로 있던 곳이라면 말입니다만…….”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긴 해. 조금이라도 드래곤의 흔적이 있었다면 골든하트가 지도를 공개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이곳에 진짜 드래곤의 레어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그 어떤 흔적도 없고, 기록도 없다.

그저 골든하트가 어쩌다 얻은 수상쩍은 지도 한 장뿐.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탐사하지 않고 세간에 공개했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보물보다 사람들을 끌어모아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게 훨씬 이익이라 생각한 것이다.

‘용의 비늘이 발견된다고 하니까 진짜 레어는 맞겠지. 문제는 그거 말고 또 무슨 보물이 있느냐인데…….’

현시점에선 유릭만이 진짜 드래곤 레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아니스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유릭은 수정동굴의 입구를 몇 개나 지나쳤다.

‘이쪽이었던가.’

유릭은 적당히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머릿속의 기억을 떠올리며 명확한 목적지를 가지고 걷고 있었다.

이윽고 하늘의 태양이 한 뼘가량 움직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 그는 찾던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들어가자.”

“예.”

드디어 발견한 입구로 유릭과 아니스가 들어갔다.

수정동굴이란 이름에 걸맞게 동굴 안은 반짝이는 수정들로 가득했다.

특이한 것은 횃불을 비추지 않아도 스스로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는 점이었다.

“광량은 낮지만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있어 보이는군요.”

신비로운 빛을 뿌리는 수정을 보며 아니스가 얘기했다.

“아마 안 될걸.”

유릭이 고개를 저으며 근처의 작은 수정을 잡았다. 그리고 똑 부러뜨렸다.

부서진 수정은 어째선지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동굴과 연결돼 있지 않으면 빛을 잃는 모양이야.”

“그렇군요……. 하긴 상품 가치가 있었다면 황금가가 내버려 둘 리 없겠습니다.”

“이미 광산으로 개발되고도 남았겠지.”

굳이 상품 가치를 찾자면 관광지로 개발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하지만 황금가가 그러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거겠지.

이유는 간단히 추측이 갔다.

—야, 야 비켜!

—힘 좀 써봐, 덩치야! 비싼 밥 처먹고 개미 몇 마리도 못 죽이는 게 말이 돼!?

—너는 뭐 대단한 것처럼 얘기한다? 그 잘난 전격 마법 좀 잘 쏴보지 그래!

수정개미.

사람보다도 훨씬 큰 덩치에, 반짝이는 수정처럼 생긴 단단한 갑피를 가진 마물.

마물이 나오는 곳을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에라이, 모르겠다! 간다!

—나도 쏜다!

용병으로 보이는 두 남녀가 몇 마리의 개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이미 두 마리 정도는 쓰러뜨린 모양이지만 통로에는 그 몇 배의 개미들이 보였다.

개미들을 향해 기합 있게 응수하는 두 사람이었으나.

깡!

티티팅!

이미 힘이 빠진 듯 부들거리는 남자의 검도, 어설픈 마나를 넣은 여자의 전격도 모두 통하지 않았다.

둘의 눈이 떨려왔다.

개미 떼가 당장에라도 그들을 휩쓸듯이 쇄도했다.

차라리 그 힘으로 도망을 쳤다면, 괜히 기세등등하게 덤빈다고 앞으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며 그렇게 굳어 있을 때.

“글렌.”

뒤쪽에서 웬 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직후 두 사람은 보았다.

작은 횃불과 수정의 빛밖에 없는 어둑한 동굴 속. 그 속에 가득한 그림자.

바닥과 벽, 천장의 그림자에서 검이 솟아올랐다.

—푹.

수십의 그림자 검이 단단한 수정개미의 외피를 케이크처럼 뚫고 들어갔다.

한 무리의 개미 떼가 고슴도치인 양 찔려 죽을 때까지 눈 깜짝할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아…….”

눈앞의 참상을 연출한 —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둘을 지나쳐 통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실력이면 이 앞은 무리입니다. 얌전히 돌아가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그 뒤를 따르는 한 명의 여기사.

허접한 용병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유릭과 아니스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 * *

개미굴 내를 쭉쭉 들어갔다.

도중에 몇 번이나 수정개미들과 마주쳤지만 전혀 문제없었다.

그림자에서 튀어나오는 검이 모조리 처리해 주었으니까.

“도련님, 편안하십니까?”

“어. 네가 고생하는 만큼은 편하네.”

틱틱대는 글렌에게 받아쳐 주며 걷는 유릭은 정말로 관광이라도 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유릭. 아니스 역시 만에 하나를 위해 유릭의 곁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힘든 건 글렌뿐이었다.

“그나저나 네 마법 진짜 편리해 보이네.”

“<셰이드 소드(Shade sword)>말입니까?”

“그것보단 그거.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거냐?”

“비밀입니다. 그리고 알려줘도 도련님은 못 씁니다.”

“왜?”

“혈통으로 전해지는 능력이라서요.”

유릭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글렌의 혈통은 곧 옛 황실의 혈통.

즉 건국제 테메레르의 능력이란 말이 아닌가?

“건국제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군. 난 또 그림책의 용사처럼 초월급 검술에 대마법까지 펑펑 쓰는 그런 사람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현실은 수수한 법이죠.”

그런 능력으로 마신은 어떻게 잡은 걸까? 그런 소소한 의문을 떠올리며 걷던 중.

탁.

유릭이 우뚝 발을 멈췄다.

유릭의 곁에 딱 붙어 있던 아니스 역시 험악한 표정으로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챙! 채챙! 채채채챙!

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

십수 명의 기사가, 단 한 명의 노기사를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벽에 몰려 어지러운 손으로 사방의 검을 쳐내는 노기사의 뒤에는, 10살은 되었을까 싶은 남자아이가 파들거리며 떨고 있었다.

‘저건…….’

유릭의 눈이 가늘어졌다.

잘못 볼 리가 없다. 아이를 지키고 있는 기사도, 그리고 공격하고 있는 십수 명의 기사도.

모두 스카디 왕국의 문양이 그려진 기사복을 입고 있었다.

“큭! 그, 그곳의 당신들! 제발 도와주시오! 사례는 충분히 드리리다!”

아이를 지키는 기사가 유릭과 아니스를 보더니 급히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공격하는 기사들 중에서 한 사람이 슬쩍 빠지더니, 유릭의 앞을 막아섰다.

“허튼 생각 마시길. 보아하니 어딘가의 귀공자인 모양인데, 괜히 나섰다가 흘릴 피를 늘리지 마시오.”

칼같이 정리된 콧수염이 인상적인 기사가 날카롭게 유릭을 쏘아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검에는 거친 예기를 뿌리는 오러가 덧씌워져 있었다.

불청객의 등장으로 잠시 소강상태가 된 상황.

유릭이 슬쩍 아이와 기사 쪽을 보았다.

“하.”

“뭐가 웃기오?”

같은 왕국 기사들끼리의 내분. 기사 하나 죽이는 것이 목적은 아닐 터이니 당연히 목적은 저 아이겠지.

성인끼리의 싸움이면 굳이 끼어들지 않았을 테지만 아이가 위협받고 있다.

어느 쪽이 악인지는 명백했다.

어떤 이유로도 어린아이를 죽이는 것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이봐! 빨리 처리해!”

유릭의 낌새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콧수염이 눈을 찌푸리며 명령했다.

기사들의 검이 아이에게 쇄도한다.

노기사의 실력이 뛰어난지 제법 잘 막고 있었지만, 한 손으로 열 손을 막는 것은 무리다.

“글렌.”

유릭이 턱짓하자 그림자 속에서 한숨이 들려온다. 하지만 말은 그래도 글렌은 제법 성실한 녀석이었다.

카가가가강!

사방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검이 기사들의 검을 막았다.

흉흉한 검은 가시의 숲에 기사들이 주춤했다.

‘대충 알 만하네.’

이 상황만으론 영문을 알 수 없지만,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얼추 상황 파악이 되었다.

분명 스카디 왕국에 어린 왕자가 하나 있었지.

이른 나이에 사고에 휘말려 죽었다고 알려졌던.

‘사고가 아니라 암살이었군.’

한 번 떠올리니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스카디 왕국의 유일한 후계자였던 어린 왕자가 죽고, 그 후로 왕국의 모든 권력이 왕의 동생에게 넘어갔었지.

그 후로 왕궁에 한차례 피바람이 불었다던가…….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지만 충분히 앞뒤 상황이 예상이 가는 소문이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이건 내정간섭이야! 왕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일세!”

일이 틀어져 감을 느꼈는지 콧수염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유릭이 헛웃음을 흘렸다.

“내정간섭? 저런 꼬마를 죽이는 일이 스카디 왕국의 내정이란 말이냐?”

“크윽……!”

반박할 수 있을 리 없다.

남자의 콧수염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콧수염이 당장 검을 겨누며 얘기했다.

“당신이 어느 가문의 영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은 정식으로 항의할 것이오! 본국의 행사를 방해했다고!”

“아, 그래?”

유릭의 손이 허리춤을 향했다. 그 직후.

“아아아아악!”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을 쥔 콧수염의 손목이 잘려 나갔다.

유릭이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항의라니 어떻게? 누가 살려 보내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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