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화 〉30. 교미 (30/69)



〈 30화 〉30. 교미

갑작스럽게 나타나 충격적인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귀여운 소녀를 보면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주인. 명령. 끝. 아기 만들기. 안 해?"

충격으로 입이 벌어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띄엄띄엄 내뱉는 소녀의 말에 겨우 입을 벌려 내뱉은 한 마디.

"누구…….세요…….?"

그러자 소녀는 눈이 점점 빨개지면서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주인....나....몰라.....?"

"아니! 잠깐! 잠깐만! 누군지 알아?"

그런 나를 기분 나쁜 걸 보듯 경멸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던 월하가  외침을 듣고 쏘아붙였다.

"좋겠어. 아주. 저렇게 해달라고 하니까 그렇게 원하던 대로 이제 재랑 열심히 물고 빨고 박으면 되겠네?"

"뭐? 뭐, 뭐? 뭘 해? 나한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린 애 앞에서 해도 될 말이 있고  할 말이 있지! 재가 누군지는 알고 그러는 거야?"

"누구긴. 니 사역마 잖아."

나를 보며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는 소녀를 보며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없었다.

"....뭔. 걔가 얘라고? 고블린이 여자애로 변한다고?"

"으아아앙!"

내 말을 듣고 서럽게 눈물을 흘리던 소녀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주인....나... 누군지도..몰라......여자인지....남자인지도...몰라.... 주인... 나...싫어해....아아아앙!"

이제 자리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며 통곡하는 소녀.

그런 소녀를 보며 월하가 놀라며 내게 물었다.

"진짜 암컷인  몰랐다고? 재가 분명 아빠가 자기 엄마들 보는 것처럼 자신도 쳐다본다고 말도 해줬잖아?"

"아니. 아빠가 그런 취향인 미친놈인가보다 생각했지. 그리고 끼에엑 소리만 들리는데 내가 여잔지 남잔지 어떻게 알아!"

"....정말?"

"진짜! 어떻게 아냐고 내가! 정말 몰랐다고!"

".... 그럼 대체 왜 사역마로 만들자고 한 건데?"

"말했잖아! '목소리' 부하들 상대하게 시키면서 너가 마법을 못 쓰니까 이런저런 불편한 점들 생길 때 사역마로 만들어서 이용하려 했다고! 한 차원의 지배자였다며? 그렇다면 너가 직접 안하는 일들이 있을 거 아냐! 그래서 내가 재능이 뛰어난 애면 너한테 이것저것 배우게 시키겠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나를 생각해서 사역하겠다고 말한 거였어?"

"당연하지! 아니 내가 너한테  말해줬는데 대체 어떻게 이해한거야?"

월하가 내게 고개를 돌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크, 크흠.  당연히 암컷을 고르길래 성욕 처리…….그런 용도……."

"미쳤어! 고블린을 상대로? 아니, 그리고 저런 꼬맹이를 상대로? 나는 변태가 아니야!"

"아니…. 남자들은 그렇게 여자를 사역하겠다고 나서면 보통은 그런 거니까……."

월하가 이야기를 얼버무리려 할 때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소녀에게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주인...나... 싫어해...나... 어떡해...흐아아아앙!"

"아니! 잠깐! 잠깐만!"

"음……. 사역마랑 주인 간의 이야기인 것 같으니까 빠져줄게~"

"야! 잠깐! 야! 월하! 어디가! 잠깐! 야!!!!!"

월하는 내가 이름까지 불렀는데도 들은 척도 않고 순식간에  멀리 도망쳤고 결국 주저앉아 울고 있는 소녀와 나만 이 자리에 남겨졌다.
월하가 사라지자 아까보다도 더 큰 소리로 엉엉울기 시작하는 소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허둥대다 결국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도했다.

"그……. 내가 정말 미안해. 너를 절대 싫어하는 게 아니니까 나랑 잠시만 이야기 좀 해보지 않을래?"

내 말을 들은 소녀는 두 손으로눈물을 닦아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주인..나..안 싫어해...?"

"그럼! 당연하지. 그러니까 울지 않아도 돼. 내가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

"안..싫어 하는데...왜...나랑..아기 만들기..안 해..? 난...고블린...안..이쁘니까....?"

"잠깐! 잠깐만! 내가 다 이야기 해줄 테니까 조금만 진정하자. 내가 너 많이 좋아해서 너한테 말해줄 거랑 궁금한 게 엄청 많거든? 그러니까 착하지…. 응? 조금만 진정하자?"

"주인...나..어린애..아니야.."

소녀가 볼을 부풀리면서 어린애를 달래듯 소녀에게 말한 나에게 항의했다.

'아니! 누가 봐도  어린애맞거든!'

"아. 미안해. 너가 너무 귀여워서 그만 어린애처럼 대해 버렸네. 내가 정말 미안해."

마음속으로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면서 겨우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소녀는 내가 귀엽다고 말해주자 얼굴을 붉히며 울음을 멈추며 고개를 숙였고 그 작은 몸짓조차 너무 귀여운 소녀에게 드디어 제대로 말을   있었다.

"그럼 일단 내가 먼저 물어봐도 될까?"

".....응."

"그, 음. 진짜 미안한데 너가 아까 나랑 손잡은  애가 맞는 거지?"

"...주인..."

다시 또 나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소녀를 보며 얼른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 당연히 알아보는데 그냥  번 더 물어보는 거야."

"주인. 아까. 모습.  좋아.?"

"아니. 나는 너가 어떤 모습을 하건 다 좋지! 내 사역마인데! 너가 어떤 모습이건 다 이쁘고 귀여우니까 모습 같은 건 걱정할 필요 없어."

 말을 들은 그녀가 자리에 앉은 채로 내 바짓자락을  쥔  이쁜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주인. 좋아. 사랑해."

고블린이라고는 절대 믿을  없을 만큼 인형처럼 아름다워진 귀여운 소녀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 세 단어만으로도 나는 심장이 잠시 멈춘  같은 착각이 들었다.

'미친. 저게 고블린이라고? 귀가 길어서 오히려 엘프 같은데? 무슨 저런 귀여운 생물이!'

"그, 크흠. 어. 고마워. 그럼 아까 다른 고블린들을 죽이러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주인. 명령. 죽였어. 그리고."

"잠깐. 잠깐만 혹시 말 하는 거 불편해? 아니, 어떻게 갑자기 말을 할 수 있게 된거야?"

"주인. 말. 어려워. 변하고. 말. 방법. 알았어."

소녀가 한 단어씩 끊어서 말을 해주는 건 신기하고 귀여웠지만 아직 말하는 것이 익숙치 않은지 대화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같아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혹시 아까처럼 말해주던 방식으로는   하는 거야?"

"아니."

"그럼 그렇게 말해주지 않을래?"

"하지만...고블린. 소리. 흉측...듣기..싫어.."

"아냐. 너가 말 해주는건 다 괜찮아. 지금은 나랑 똑같이  하는 게 너가 많이 힘들어 보이니까 다음번에 더 연습해서 말하지 않을래? 내가 다음번에  들을 테니 지금은 전에처럼 말해줘도 괜찮아."

머뭇거리던 소녀는 결국 조심스럽게 소리를 내었다.

"끼우우웅.....(이렇게 말하는 건 듣기 싫어요….)"

분명히 다른 고블린들처럼 비슷하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인간과 다른 신체에서 나오는 듣기 싫은 소음이 아니라 아름다운 소녀가 귀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하니 오히려 재롱을 부리는 것 같아 귀여웠다.

"아니야! 진짜 듣기 좋아. 그렇게 말해줘도 괜찮아. 나중에 편해지면 그때 말로 해줄래?"

"끼잉.... 끄으응....(정말흉측한 소리지만…. 주인님이 괜찮다고 하시면…….)"

그녀는 귀여운 목소리로 낑낑 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부락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월하의 공격을 받고 전부 사지가 뜯겨 있는 고블린들을 볼 수 있던 소녀는  마리 한 마리씩 전부 죽여 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고블린들을 전부 죽이던  어느덧 남은 고블린은 족장과 사제 밖에 남지 않았고 족장을 죽이기 위해 족장의 집 안으로 들어가자 족장과 사제가 함께 집 안에 있었는지  명이 나란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족장은 소녀와 눈이 마주치자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녀에게 욕을 하며 진실을 말해주었다고 한다.

소녀는 원래 자신의 딸이 아니고 자신이 살던 고블린 마을에서 먹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신비한 빛이 나는 알을 주웠는데 알에서 알 수 없는 힘을 주는  같아 알을 들고 부락에서 도망쳤다는 것.

그리고  알에서 나온 것이 소녀이고 소녀의 곁에 있을수록 자신이 점점 강해져서 그 힘으로 자신의 부락을 만들 수 있었고 소녀가 점점 자신의 모습과 달라지는 것을 보고 고블린의 몇 안되는 상위 종족인 하이 고블린인걸 깨닫고 그녀를 두려워하고 괴롭히면서 소녀가 하이 고블린이라는걸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왔다는 진실을 말해주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소녀의 힘을 사제가 제물을 바쳐 알아낸 주술로 뺏어 쓰다가 소녀가 완전히 자라면 소녀를 겁탈해 자신이 하이 고블린이 되려고 했다는 것까지 모두 분노하며 말한 족장.

자신도 하이 고블린이 될 수 있었다고 마지막까지 소녀를 향해서 분노하는 족장을 보고 자신을 완전히 속이고 도구로만 취급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족장과사제를 실컷 괴롭히다가 죽였다고 기쁜 얼굴로 나에게 말해주었다.

'그 얼굴로 그렇게 말하니까 많이 오싹하긴 하네...'

그 후 족장을 죽인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왔고 무언가 안에서 깨지는 듯한 느낌이  순간 자신이 많이 달라진 채로 내 앞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구나…. 많이 힘들었겠네."

"(아니에요. 주인님이 계시니까…. 그 정도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주인님이 보자마자 저를 모른다고 하시고..... 저랑 교미를 안 하신다고 하시니까…….)"

그녀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자 나는 기겁하면서 그녀를 말렸다.

"아니! 그러니까 그건 말이지."

"(정말 주인님은 저를 싫어하지 않으시는 게 맞나요?)"

"당연하지! 그냥 갑자기 그렇게 말하길래 당황해서 그랬어. 대체 갑자기 왜 그런 거야?"

소녀가 얼굴을 붉힌 채 말했다.

"(원래 누가 사냥을 많이 해오거나 적을 많이 죽이고 오면 교미를 하는 거라고 배워서……. 저도 많이 죽였으니까…….)"

의도치 않게 고블린의 생태를 자세히 알아버린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 한  소녀에게 말했다.

"그렇구나. 그런데 나는 그 교미라거나 그런 걸 너랑 할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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