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31. 생각의 변화
결국, 소녀는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역시…. 저는 흉측한 고블린이어서 싫으신 거군요……. 주인님 옆에는 월하님처럼 아름다운 분이 계시니까…. 저 같은 건….)"
"잠깐! 흉측하다니! 너도 충분히 이쁘고 귀여운데. 그 모습이 나한테는 너랑 교미할 수가 없는 모습이어서 그래."
"(이 모습이 말인가요…?)"
"그래. 그렇다고 그 전의 모습이 더 좋다는 건 아니고! 그 고블린들이 많이 죽이면 교미하는 것처럼 나는 그 어린애의 모습인 너랑 교미 하는 게 나한테는 불가능 한 거거든? 그래서 지금 너가 내 기준으로 어린애의 모습이라서 그래."
"(저 어린애 아니에요…. 좀 있으면 다 크는걸요…….)"
"그래! 물론 고블린이었을 때는 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잖아? 거기서 좀 더 크게 성장해야지 나한테는 교미가 가능한 나이가 되는 거야."
"(지금은 좀 더 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그, 그래. 다행이네. 어쨌든 지금은 절대 안 돼.알았지?"
소녀는 자리에 앉아 자신의 나이 또래보다 훨씬 커 보이는 자신의 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더니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그럼! 더 큰 다음에는 꼭 저랑 교미해 주세요 주인님!)"
"뭐? 잠깐, 뭐?"
두 손을 불끈 쥐고 일어나서 당당하게 외치는 소녀의 모습은 매우 귀여웠지만,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 귀여운 요소들을 전부산산조각내고 있었다.
"(빨리 커서 주인님이 교미하는데 만족하실 만큼 멋지게 성장한 모습이 될 거니까 그때 꼭 저랑 교미해주세요!)"
"아니, 잠깐. 갑자기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흐응?"
옆에서 들리는 의문에 찬 목소리에 고개를 천천히 돌려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니, 어느샌가 팔짱을 낀 채 내 옆에 선 월하가 사역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더니……?"
"잠깐! 오해야. 오해라고!"
소녀는 월하가 오자 흠칫 놀라면서 불끈 쥔 주먹을 살며시 내렸지만 나를 향해서 이글거리는 시선을 감추려 들지 않았다.
"재미있네. 키워서 먹겠다는 뭐 그런 건가…?"
"(키, 키워져서 주인님한테 잡아 먹혀……!)"
"아니야! 왜 다른 사람생각을 니들이 멋대로 지어내서 말하고 있냐!"
욱해서 소리를 지른 나였지만 내 목소리는 전혀 그녀들에게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나한테는 사랑하는 사람처럼 대우해달라고 말하면서 자기는 그렇게 안 한다고 했으니까 열심히 다른 여자들을 늘려놔야지~"
"(그런 순간이 오면 주인님이랑…. 에헤헤헤헤!)"
"아니!나는재랑 할 생각이 없다고!"
결국, 내 진심을 담은 외침을 크게 소리치자 내 소리를 들은 두 명이 모두 입을 멈췄다.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린 두 명(?)이 한 명은 흥미로운 눈으로 한명은 눈물이 맺힌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왜? 왜 안 하겠다는 거지?"
"(주…. 주인님…? 역시 다 거짓말이었던 건가요……?)"
"와! 진짜 미쳐버리겠네!"
나는 크게 한숨을 토해내며 눈물이 벌써 흘러내릴 것 같은 사역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 잘 들어. 뭐라고 불러 줘야 하지. 아무튼, 사역마! 너는 내가 몇 번이나 싫어하는 거 아니라고 했지? 그리고 아직 내가 생각하는 교미에 관해서 설명이 다 안 끝났는데 내가 생각할 때 교미는 양 쪽 모두가 하고 싶어 할 때 알 수 있는거야. 알겠어?”
나는 숨을 한번 고르고 다시 말했다.
“그래서 아직 너가 어려 보이고, 나는 어린애랑 할 생각이 없으니까 그렇게 말한거고. 너가 성장하더라도 내가 너랑 교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안 할 거야."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면서 흥미롭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월하를 한번 바라보고 사역마에게 다시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될 확률이 높고. 왜냐면 나는 이미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 물론 서로가 원해서 그렇게 된건 아니었지만 과정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지금 현재 매우 중요하고 가까운 관계로 엮여있기 때문에 그 관계를 맺고 있는 여자를 최우선으로 두고 나는 행동할거야.”
스스로 이런 말이나오는 나를 보며 내 생각보다 굴레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를 싫어한다는 건 아니야. 너는 어찌 되었든 내게 직접 복종하고 따르겠다고 말한 존재니까. 아마 너가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 내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계속 너한테 고마워하고 좋아해 줄거고. 그러니까 이제 그런 말은 하지 마, 알겠어?"
나는 일장연설을 끝낸 뒤 두 여자를 다시 바라보았다.
월하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고 소녀는 큰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게 슬픔이 깃든 충격은 아니었다.
침묵이 흐르던 공간에서 월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재밌네. 네 얘기. 근데 그 생각이 과연 얼마나 가려나?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난 너가 다른 애들이랑 놀아나건 말건 아무 상관이 없는데?"
"뭐?"
"아니. 내가 왜 너를 막아? 무슨 자격으로?"
".....그래.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런데 설마 너도 그러겠다는 건 아니지?“
”뭐~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할 수도 있는 거지. 안 그래? 아. 물론 지금은 너랑 그런 사이니까 너가 싫어한다면 하지 않을게."
"..... 하지 마. 절대로."
"그럼 알겠어. 안 할게. 근데 나는 진짜 너가 어떻게 하던 간에 딱히 상관 없다~?"
월하는 어느새기분이 좋아진 듯 팔짱을 낀 채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현대를 살아오는 내 가치관과 너무나 다른 그녀의 생각을 듣고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나와 그녀를 번갈아 바라보며 눈치를 보던 소녀가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그럼 저랑 교미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싶게 제가만들게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던 나와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월하가 갑자기 들려온소리에 모두 소녀를 바라보았다.
"(제가 꼭 주인님이 저랑 교미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 다음에 월하님한테 허락받으면 되는 거죠?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월하님처럼 아름답게 된 다음에 주인님이랑 꼭 교미할 거에요!)"
"킄!"
월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짧게 웃었다가.
"아하하하하!"
더 이상 못 참겠는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래. 꼭 재가너랑 교미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열심히 유혹해보렴."
"(네! 힘낼게요!)"
"그래 그래. 열심히 해봐. 그런데 교미, 교미하니까 너무 짐승들 이야기 같은데 그렇지 않아?"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녀들과는 달리 나는 그녀들을 보면서도 아직 표정을 풀지 못했고 그런 나를 향해 월하가 다가왔다.
"왜 그렇게 심각해?너한테는 원하는 여자가 생기면 그 애랑 노는걸 내가 허락해주는 게 더 좋은 거 아니야?"
"하지만 그런 건 분명 너가 싫어하는…."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아까는 그냥 장난친거지. 몇 번이나 말하지만 그걸 내가 대체 왜 막아?"
"으음……."
"야."
갑자기 월하가 내 어깨를 꽉 잡으며 말했다.
"넌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해? 이 와중에 어떤 생각이 정상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신이 너희를 멸망시키겠다고 날뛰는데 그런 너의 자잘한 생각들을 그렇게 지키고 있어야 해? 그리고 이해가 안되는 게 너는 네 사역마한테 어린애랑은 할 수 없다고 너의 생각을 들이 밀었으면서 왜 너가 다른 애들이랑 뒹굴어도 상관없다는 내 생각은 못 받아들여?"
".... 그렇네."
"너랑 이런 관계까지 와서 내가 말하는건데 너가허락을 했다면 나도 내 마음에 드는 다른 놈이 생긴다면 뒹굴었을거야. 그게 뭐가 어때서? 걔가 날 마음에 들어 하고 걔도 내 마음에 들어올 정도로 매력적이면 그렇게 놀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너가 허락만 해줬으면 그렇게 행동했을걸?"
그녀는 눈빛이 흔들리는 나를 보며 다시 강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말이야. 매력적인 여성이 다른 남자 따위는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면? 다른 남성을 홀릴정도로 매력적인 여성이 다른 남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 남자만을 바라보게 만들 수 있어야 진짜 그 남자가 그 여자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 아닐까? 그렇게 못 만든다는 건 부족함이 있는 거고. 나는 너가 나한테만 집중하게 만들 수 있지만 굳이 그렇게 할 생각은 없어. 왜냐면 나는 내가 굴레가 끊긴다면 끊어질 거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여자라는 걸 알거든. 그러니 남자를 좀 풀어줘야 이기적인 여자가 되지 않겠지?"
그녀는 내 볼을 천천히 쓰다듬더니 말을 이었다.
"너가 지금 나한테 다른 남자를 못 만나게 하겠다는 건 이기적인 생각인 걸 알아 둬야해. 너도 나랑 똑같이 굴레가 끊길 테니까. 그래도 여자는 남자가 그렇게 이기적이고 자신한테 집착하는걸 좋아할 때도 있다? 물론 남자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러니까."
그녀는 입을 내 귀에 붙여 나에게 유혹하듯 속삭였다.
"나한테 이기적으로 군 만큼 내가 다른 남자 같은 건 생각도 못하게 나를 만족시켜야 될 거야."
마지막으로 잡았던 어깨를 털어주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단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저 여자를 완벽하게 내 걸로 만들고 싶다.
그녀의 멋진 뒤태를 감상하고 있을 때.
"(머. 멋져요!)"
소녀가 눈을 빛내며 월하를 향해 말했다.
"(월하님! 너무 멋지세요! 유혹은 그렇게 하는 거군요! 저도 월하님한테 많이 배울게요!)"
"유혹이라니. 이건 유혹의 축에도 못 끼지. 이 정도는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는 거란다~?"
"(마, 많이 배울게요! 저한테 무슨 일이든지 시켜주세요! 옆에서 따라다니면서 배울 테니!)"
"뭐, 어차피 우리랑 같이 다녀야 하니까 그럴 필요는 없고. 가끔 도와주라고 말은 할게."
"(네, 네!)"
"그래. 그럼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름이 뭐야?"
그러자 눈을 빛내며 월하를 쳐다보고 있던 소녀가 조금씩 눈의 빛이 꺼져가며 고개를 숙였다.
'아, 이 흐름은....'
"(이름…. 몰라요…. 원래 고블린들은 이름을 잘 안 짓기도 하고...동생들 이름은 들어봤지만 제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으음…. 아! 사역마라고 했으니까 너의 그 알림창이 나오는 시스템 같은 곳에 이름이 나와 있지 않을까?"
"아!"
나는 고블린들을 다 죽여 새롭게 바뀐 정보들과 소녀가 나타날 때 빛에 가려져 못 받던 알림창들을 넘기고 정보를 먼저 확인했다.
「정다운/소환사 16
위 대상은 자세한 능력치를 미싱 링크로 인해 확인할 수 없습니다.
보유 스킬: 소환(아이템 소환 2, 랜덤 소환, 소환수 소환)
보유 소환수: 1??? ?!??!(에러)
보유 사역마: 1 (???)」
"어? 잠깐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뭐야? 이름이 확인이 안 돼?"
"아냐. 잠깐만 이상한 걸 봐서."
"일단 얘 먼저 확인부터 해봐."
"알겠어.“
월하의 독촉에 사역마의 정보를 보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사역마와 소환사의 ’격‘의 차이가 있습니다.]
[사역마 정보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아 씨발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