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34. 새로운 소환수 (34/69)



〈 34화 〉34. 새로운 소환수

"와! 뭐야?"

눈앞의 돌을 보고 욕설을 내뱉는 순간.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옆에서 월하가 탄성을 내질렀다.


"대체 무슨 보석이길래 이렇게 아름다운거지?"


반짝이는 눈으로 돌을 바라보며 믿을  없는 소리를 말하는 월하.


"잠깐만. 뭐라고?"

"응? 이것도 너가 소환한 거야? 정말 너무 예쁘다~ 특별한 물건들 뿐만 아니라 이런 아름다운 것들도 소환할 수 있었어? 너 진짜 대단하구나~?"

눈을 빛내며 달려드는 그녀의 모습은 돌아오기 전 알약을 주었을 때보다도 더 열정적인 것 같았다.

그저 단지 돌을 보고서.

"이쁘다고? 대체 뭐가?"

"뭐? 뭐겠어~ 지금  앞에 있는 보석 말이야~"

간드러지는 애교까지 섞어가며 이야기를 하는 그녀를 보고 나는 도저히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 돌덩어리가?"

"뭐? 돌덩어리라니~? 에휴. 이래서 남자들은. 이쁜걸 모른다니까? 내가 지금까지 본 어떤 보석들보다도 이게 제일 이쁜데?"

그러나 그녀의 말을 듣고 아무리 살펴 보아도 눈앞의 돌은 길가다가 보이는 돌멩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월하는 어느새 내 팔짱을 끼고 내 팔을 자신의 가슴골로 가져가 말캉한 감촉을 느끼게 하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다운아~ 나한테 저거 줄 거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그녀의 애교에 입꼬리가 올라갔지다.
그러나 눈 앞에  있는 알림을 다시 한 번 확인하자 온몸에 소름이  끼쳤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 저게 지금 보석으로 보인다는 거지?"


"몇 번을 얘기해~ 내가 지금까지 본 어떤 보석들보다 저게 제일 아름답다니까? 너가 정말 대단하다고 다시 나한테 칭찬받고 싶어? 너 진짜 지인짜~ 대단하다니까?"

얼굴을 바싹 들이대며 애교를 부리는 그녀의 모습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정신이 아찔해졌지만 나는 간신히 정신을 붙들고 그녀를 잠시 떼어냈다.

"뭐야 왜 그래~? 설마 나한테 저거 안 주려고 그러는 거야? 아!  정도로는 부족했구나~ 후후. 내가 뭐 해줄까 다운아~?"


"잠깐. 잠깐만 기다려 봐.  고은아!"

그 다음이 뭐가 될지 두려울 정도로,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월하의 유혹을 간신히 뿌리치며 고은이를 불렀다.


"응!"


"고은아. 저기 이 돌이 너한테 어떻게 보여? 아. 꼭 말로 하기 어려우면 말로 표현  해도 돼!"


고은이는 잠시 돌을 바라보더니 나를 보고 말했다.

"(반짝거려요! 반짝이는 황금 돌이네요!}"

고은이의 말을 들은 순간 입술을 핥으며 나에게 다가오던 월하가 우뚝 멈춰섰다.

"뭐……?"


월하가 잠시 고은이를 봤다가 돌을 보고 고은이에게로 달려갔다.

"고은아. 너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여자들한테 자신의 매력을 더욱 빛내줄 보석은 되게 중요한 거야. 저렇게 아름다운 보석을 보고 황금 돌이라니? 저런 보석을 가지고 자기를 더욱 빛나게 해야 하는 거야. 물론 지금 저 보석은 내가 가지겠지만 다음에 내가 없을 때 저런 보석이 보인다면  챙겨. 알겠니? 황금 돌이라고? 저 아름다운 보석이? 너도 저게 돌로 보이는 거야?"

고은이를 향해 충고를 쏟아내는 월하를 보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던 고은이가 말했다.

"(네! 황금처럼 노란색 빛깔인  같은데 월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런 돌이 중요한 거라면 꼭 기억해 둘게요!"

"그럼. 당연하지. 저런  놓치면  돼. 어떻게든  가져야……. 잠깐 뭐라고? 노란색? 저게?"

"....? 네. 노란색인데요?"


월하가 고은이와 돌을 몇차례나 바라보더니 나를 보고 말했다.


"너…. 저게 지금 무슨 색으로 보여?"


"아까도 말했잖아. 나한테는 그냥 돌멩이로 보인다니까. 내 눈엔 검은색이네."


내 말을 듣고 월하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돌을 한참을 쳐다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월하는.

짜아악!

자신의 손을 들어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질 정도로 뺨을 강하게 때렸다.

"(월하님!?)"

"월하야! 괜찮아?"

그녀의 고개가 세게 돌아갔다가 다시 정면을 향했다.
완전히 터진 입안에서 피가 흘러나오는데도 그 피를 신경도 쓰지 않고 흔들리던 눈으로 앞을 바라보던 월하가 낮은 목소리로 싸늘하게 읊조렸다.

"씨발."

"너! 괜찮은  맞아?"

그녀는 돌멩이에서 시선을 강하게 돌리고 내게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도대체 무슨 미친 것들을 소환해대는 거야?"

"미친 거라니?"

그녀는 입안의 피를 한번 삼키며 말을 이었다.


"내 눈에는 저 보석이 정말 찬란하고 아름다워 보인다고 말했지? 내가 본 그 어떤 보석들보다도 훨씬. 심지어 지금도 나한테는 그렇게 보여."


"어….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어."

"거기서 끝이 아니야. 저걸 처음 보는 순간 아름답다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미친 듯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갖고 싶다는. 그래서 너에게 저걸 받고 싶어서 내가  수 있는 건 다하려고 했고."

월하가 천천히 고은이를 바라보고 나를 본 뒤 말을 했다.

"만약 고은이가 노란색이라고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너가 나한테 저 보석을 줄 때까지 아마 뭐든지 했을 거야. 고은이가 노란색이라고 말하고 너의 그 어이없어하고 당황하는 감정들, 그리고 걱정하는 감정들이 전부 나에게 전해져서 차분히 생각하니까 알 수 있었던 거지. 만약 둘만 있었으면 너한테서 느껴지는 감정도 무시하고 어떻게든 내가 저 돌을 갖기 위해서 폭주했을지도 몰라."


더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는 그녀.


"하.... 갑자기 너가 너무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서 좀 당황하긴 했지."

"그래. 오죽하면 내가 너한테 그렇게까지 했겠어?"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그런 나를 이해한다는 듯 월하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곧바로 사라졌고 차가운 눈빛으로 다시 돌을 바라보는 그녀.

”저건 미친 물건이야. 도대체 너가 어떻게 나조차도 평정심을 잃게 만들 정도로 착각을 일으키는 물건을 소환하는거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월하에게 내가 생각한 것을 말했다.

"어쩌면…. 등급이 높아질수록  아름답게 보이는 물건이 아닐까? 나는 돌로 고은이는 황금으로 너는 보석으로 보였으니."

"음.... 네 말이 맞을  같은데 가장  문제는 격이 높은 사람한테 이렇게 강하게 작용한다는 게 문제지. 내 눈에는 아직도 너무 아름답게만 보여.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갖고 싶을 정도로."

"저 돌이 '굴레의 계산기'와 같은 등급이던데 그럼 신들한테도 아름답게 보이는 걸까?"

내 말을 듣고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보이는 그녀가 정신을 차린 뒤 말을 이었다.

"그거랑 같은 격을 갖고 있다면…. 분명히 신한테도 통하는 물건일 수도…. 신격들은 이걸 보고 얼마나 집착할지 좀 무서워지는걸."


그녀의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던 나는 돌멩이를 손에 쥐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일단 이거 받아."

"어?"

"갖고 싶다고 말했으니까."

"물론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신들한테도 통할 물건을 나한테 그냥 준다고?"


"일단 너한테 아름답게 보이는 보석이라면 너가 가지는 게 신들따위한테 쓰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까."

"하- 뭐지 대체? 이렇게 해봤자 나한테 나올 건 없을 텐데? 뭐. 준다고 하니 받지만…. 음…. 아냐. 이 정도 물건을 그냥 받아 버리기엔 내 자존심이 상하네. 나중에 나도 보답 하나 해줄게. “

"뭐….  보답을 바라고 준 건 아니지만 너가 그렇게 말한다면."

월하가 웃으면서  목덜미로 손을 뻗어 검지로 키스 마크를 빙빙 돌리다 내 귓가에 입을 붙이고 속삭였다.

"하아~ 기대..... 해도 좋을걸…?"


쪽.


야릇하게 숨을 불어넣으면서 귀에 속삭이던 그녀가 말을 마치고  뺨에 소리가  정도로 키스를 남겼다.
입술의 감촉이 느껴지는 순간 그녀를 당장 붙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어느샌가 내게서 빠져나가 멀리 떨어져 있었다.


"후훗. 지금은 아니야~"

"야! 사람을 이렇게 만들고 나서 무슨!"

"아하하! 이쁜 보석 고마워 다운아~"

그녀는 활짝 웃으며 돌을 자신의 공간에 던져 버렸다.

"아! 소환수 소환할  남지 않았어?"

"너가 여기로 돌아와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머. 방금 키스가 내가 해준 축복이었는데? 효력 떨어지기 전에 얼른 소환해야 하지 않을까?"


"젠장."

능글맞게 받아치는 그녀를 보며 소환을 준비하려고 할 때 내 옷을 잡아당기는 누군가가 보였다.


"응?"

"주..주인..."

"왜 그래?"


"나..나도..축복...키스..."

고은이가 얼굴을 붉히면서 하는 말에 나는 깜짝 놀라 소녀에게 언성을 높였다.


"뭐? 고은아 내가 분명…!"

내가 뭐라고 소리치려 하자 고은이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교미...아냐...축복...인데..."


"아하하하하하하!"

멀리서 월하가 이쪽을 보며 폭소를 터트리는   들렸고 고은이는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씨발....'

"그래. 축복이었지. 맞아. 내가 미안해. 그럼 고은이도 나한테 축복해줄래?"

어쩔  없이 내 볼을 고은이에게 내밀자 고은이가 도리질하며  볼을 밀었다.

"우웅...반대쪽...."


"....그래. 여깄다."

쪽.


"헤헤....."

월하가 키스한 뺨이 아닌 반대쪽에 입을 맞춘 고은이는 손으로 빨개진 얼굴을 감싸며 행복한 웃음을 흘렸다.

"에휴, 그래. 축복까지 이렇게 받았는데 소환수는 진짜 제대로 된 게 나오겠지."


나는 행복해하는 고은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소환수 소환을 선택했다.

[소환수 소환이 시작됩니다.]

처음 봤을 때처럼 내 앞에 새겨지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문양들.

천천히 합쳐져 가며 마법진을 완성한 문양들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빛은 월하를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음울하고 이질적인 빛이 마법진에서 뿜어나오며 마법진 안쪽의 형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어두운 느낌에 얼굴을 찌푸렸지만 빛에서 살짝 밝은 느낌이 스쳐 지나간 순간.


[소환이 완료되었습니다.]
[소환수와 소환사의 ‘격’의 차이가 있습니다.]

빛이 서서히 사라지며 안쪽에 있던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쪽에 서 있는 형체는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건 그녀의 머리 위에 솟아 있는 악마의 뿔과 닮은 두 개의 뿔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마치 고양이를 닮은 귀.
화려한 무늬를 가지고 있는  소복을 입은 그녀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갈색 장발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으나 눈이 죽어 있었고 청순한 그녀의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어딘가 모를 퇴폐미가 느껴졌다.

이윽고 내게 천천히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그녀.


“거룩한 소환 의식에 따라 소환된 자. 주인을 뵙습니다.”

[SS급 '밤의 왕이  구원의 신녀' 가 소환되었습니다!]
[소환사와 소환수의 ‘격’의 차이로 소환수의 정보를 열람할 수 없습니다.]

알림이 떠오르고 고개를 들어올려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는 내게 말 했다.

"당신이 저의 주인이십니까?"

"그래."


"그렇다면……."


그녀가 자신의 흰 소복 치마를 들어 올려 자신의 음부를 보이며 내게 말했다.

"저를 만족시켜 주십시오. 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당신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겠습니다."


"씨발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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