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35. 새로운 소환수 (2)
그녀가 내뱉는 미친 소리를 듣자 내 입에서는 저절로 욕설이 튀어 나왔다.
소환을 하자마자 내뱉는 저딴 소리를 듣자 치밀어 오르는 짜증이 느껴졌다.
"흠. 욕설 플레이부터 시작하시는 겁니까? 제 기를 먼저 죽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의 욕설에는 단 한 줌의 흥분조차도 느낄 수가 없군요.“
"진짜 뭔 개소리냐? 씨발 진짜 미친년인가? 그러니까 내가 너를 소환했는데 나보고 너를 만족시켜 달라는 이야기지?”
“당신의 욕설은 저에게 어떠한 성적 흥분도 가져다주고 있지 않습니다. 나오던 애액마저 메말라 버릴 정도로 형편없군요. 아까도 말했지만, 소환을 하였더라도 당신이 제 주인이 되고 싶다면 저를 만족시켜 주셔야 할 겁니다. 저를 만족시켜 주지도 못하는 사람을 주인으로 모시고 싶지 않습니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눈앞의 미친년을 보고 할 말을 잃었을 때 고은이가 눈을 빛내면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 멋져……. 저렇게 당당하게 교미를 요구하다니…….)"
"고은아! 저건 미친 거야!"
멀리서는 월하가 미친 듯이 웃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에 월하 쪽을 바라보더니 눈을 떼지 못하던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정말 나의 주인이 맞습니까? 아무리 살펴봐도 당신은 너무 하찮아 보이는군요. 도저히 저를 부릴 수 있는 그릇은 되어 보이지 않습니다. 저기서 웃고 계시는 여성분이 당신의 주인이시고 당신은 그저 소환만 하는 저분의 종이 아닌지?“
"아 진짜……. 미쳐버리겠네……."
어느새 내 옆에는 월하가 다가와 있었고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면서 월하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흐흨…. 축복이 완전 제대로인 것 같은데…? 크흫……."
"전처럼 시간 좀 다시 돌려줄 수없어?. 축복받기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소환해야 할 것 같은데?"
"미안! 내가 지금 마법을 못 쓰는 상황이라서~ 아핳하하하하핰!"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던 월하지만 말을 하면서 결국 웃음이 다시 터져버렸고 신나게 웃고 있는 월하를 진지하게 바라보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제가 보기에는 저 남성은 아무리 보아도 저를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은데 당신께서는 가능하실 것 같아 보입니다. 혹시 당신께 제 소원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당신이 가능하시다면 당신께서도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실컷 웃던 월하가 그 말을 듣고 웃음기를 싹 지우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어머, 당돌하네? 너가 나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네. 저는 제가 만족할 수 없게 된 순간부터 저를 만족시켜주시는 분 께 제 처녀와 저의모든것을 그분께 바치기로 맹세했습니다. 그러나 맹세한 이후에도 그 누구도 저를 만족을 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에 경험은 쌓여만 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제 상대방들만 만족을 시키고 저는 공허한 상태로 남아있는 일들만 늘어났습니다.”
그녀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제 소원을 위한 수많은 시도 중에는 여성을 상대로 시도한 적도 많아 당신을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터이니 저에게 은총을 내려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충격적인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녀를 보며 기분은 점점 더 나빠져 갔다.
전혀 대화를 쫓아갈 수 없게 만드는 헛소리들에 나도 미쳐갈 것만 같았다.
"지금 소환을 하면 안 되는 타이밍이었나? 분명히 등급들은 다 높은데 소환수는 웬 미친년이 나오고 아이템들은 하나같이 다 이상한 것들만 쳐 나왔네? 아... 진짜 씨발 좆같네...”
분명히 등급은 높게 나온 소환이지만 우습게도 내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일들만 벌어지고 있는 내가 아무것도 손 쓸 수 없는 지금 이 상황에 점점 분노가 쌓여 갔다.
이런 내 분노를 모르는지 생기 없는 눈으로 열망에 가득 차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미친년을 향해 월하가 입을 열었다.
"너가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 없는지는 둘째치고…. 눈치가 없는 것 같지는 않은데 너랑 나랑 차이가 아직 안 느껴지니? 근데 너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면서 내가 너한테 은총을 내려주라고?“
월하의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미친년이 월하를 향해 소복을 곱게 펴고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오랫동안 이루어진 제 숙원을 드디어 풀 생각에 기본적인 예의조차 잊고 들뜨고 말았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봐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위대한 분이시여."
"흐음. 그럼 뭐 좀 불어볼까?"
"하명하십시오."
"너 실력은 좀 좋니?"
"어떤 분야건 간에 당신을 따라갈 수는 없겠사오나 미천한 몸일지라도 저와 비슷한 상대와 비교해봤을 때 자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제가 존재하던 곳에서 가장 큰 두 세력 중 한 세력의 왕이었으며 저 외의 적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실력으로 말씀드리자면 그곳에 있는 누구보다도 제가 맛있을 거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미쳤어…. 진짜 미쳤다고…."
실력을 이야기하다 갑자기 자신이 맛있다고 말하는 미친년을 보며 월하는 어떤 표정 변화도 없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글쎄?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지. 너 모든 애들이랑 다 해봤니?"
"그. 그건 아닙니다만 내로라하는 잘한다는 놈들과 강한 놈들은 전부……."
"그럼 너가 제일 맛있는 게 아닐 수도 있는 거네?"
"....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냐 뭐 자신감이 있는게 나쁜 건 아니니까."
"하해와 같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다른 분야의 실력은 얼마나 되는지 한번 볼까?"
"혹시 자리에서 일어나 미천한 제 재주를 보여드려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분명히 이런 내 감정을 알고 있을 텐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는월하를 보며 점점 더 마음속이 깊게 침잠했다.
그러나 그런 내 맘을 아랑곳하지 않듯 월하가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허락해줄게."
"감사합니다."
미친년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눈을 감고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점 그녀의 뒤에서 불길한 기운을 감은 촉수들이 나타나 꿈틀대기 시작했고 그녀의 온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는 원래 멍청한 인간 놈들이 신녀라고 받들었을 때는 제 주술로 마물들을 때려잡고 다녔었지만 저를 감당할 수 없자 모든 마물의 힘을 모은 함정에 빠졌을 때 제 삶의 의미를 발견한 뒤에야 제 자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녀.
“깨달음을 얻자 순식간에 적응 한 저는 저를 구속하던 함정의 힘을 흡수하자 더 저에게 대적할 마물이 존재하지 않았고 저를 만족시켜주던 함정도 사라져 마물들 사이에선 다시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충격적인 말을 내뱉는 그녀를 보고 나는 더 기가 막혔다.
”결국, 다른 세력들과 전쟁을 벌이며 숙원을 이뤄줄 사람을 찾던 중 용사를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었지만 가장 강력하다던 용사가 너무나 부족한 인간이어서 그 사실을 깨닫자 마음이 꺾여 함께 죽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위대한 분의 눈에 들어 다시 거룩한 소환을 통해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럼 결국 너가 존재하는 곳에서는 너가 가장 강했다는 거네?"
"전력을 다하면 거의 비슷했지만 제가 분명히 더 우위였습니다. 전투를 하면 결국 마지막 생사를 결정짓는 건 저였으니 마음이 꺾이지 않았더라면 저만 살아남았을 것입니다. 물론 섹스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가 압도적입니다."
"하하…. 하하하……."
"그래? 그렇단 말이지?"
월하는 그런 그녀를 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너가 만족 시켜주면 되겠다."
"뭐?"
"아- 그 버릇 또 나왔네. 재가 원하는대로 너가 만족시켜주라니까?"
그러나 지금 내 상황에서는 그녀의 말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갑자기? 지금?
"그럼 언제 해?”
"아니. 내가 왜 해야 하지?“
”그럼 내가 할까?“
월하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쌓여왔던 분노가 더는 참을 수 없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너가 고은이 사역할 때 말하지 않았어? ‘목소리’의 부하들을 상대하려면 전력이 더 필요하다고. 저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을 전력 같은데 자신을 만족만 시켜준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야?”
월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고은이 사역할때 내가 말하는 거 하나는 들어주라고 했지? 그때가 바로 지금이야."
"재랑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드는데 내가 대체 왜?"
"말했지. 너가 재랑 할 마음이 들건 말건 이제 너의 그런 알량한 생각은 버려야 할 때라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신격’들을 상대하면서 너가 상식들을 가지고 있는데 상대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정 그렇게 하기 힘들면 섹스가 아니라 고은이 길들였을 때처럼 사역하는 거라고 생각해."
"아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야. 정다운. 무서워?"
"뭐?"
들끓는 나의 분노를똑같이 느끼고 있었을 텐데도 그녀가 나를 깔보듯이 바라보며 기름을 끼얹었다.
"고작 저 정도 되는 여자를 만족시켜주지도 못할까 봐 무서워? 저런 애도 만족을 못 시키는데 나는 감당할 수 있어?”
의도가 뻔히 보이는 도발이었지만 완전히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너. 그 말 후회 안 해?“
"내가? 후회를? 하.”
"좋아. 저년이랑 당장 여기서 섹스를 할 테니. 내가 재를 만족을 시키면 그 다음은 너야.“
"벌써 잊었어? 너는 나한테 안돼.”
“글쎄?”
그녀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은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저 미친년을 만족시키고 나면 네 입속에 내 좆을 입 속에 박아넣고 정액을 먼저 실컷 안에 쏟아부은 다음에 시작할 거야. 그래도 자신 있지?”
그녀는 내 말을 듣고 몸을 움찔 떨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그래. 그렇게 해.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아직도 내가 이번에도 똑같이 흥분할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내가 한번 당했는데 다시 또 당할 것 같아?”
“그래. 그렇게 자신 있다면 내가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상관없다는 거로 알게. 그렇게 해도 상관 없는 거지?”
“좋아. 재를 만족시키면 내가 상대해줄게. 나도 너를 상대로 다시 해서.”
그녀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감히 내 앞에서 그딴 소리가 다시 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말을 마친 그녀는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미친년에게 말을 걸었다.
"부탁을 들어주도록 할게. 대신 이 남자와 해야 될 거야."
"싫습니다. 왜 제가 저를 만족시키지도 못할 저런 부족한 남자와 해야 합니까? 저는 몸을 함부로 하는 걸레가 아닙니다."
"어머? 그래? 그래도 해야 할 걸? 저 남자가 너를 끝까지 만족시키지 못한 채 너가 저 남자를 보내버려야 내가 너를 상대해 줄거니까."
월하의 담담한 이야기를 들은 순간 그녀와 내 눈에 강한 결의가 깃들었다.
"그럼 시작해줄래?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