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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는 살아남고 싶었다-26화 (26/102)

00026 5. 등장 =========================

완전히 드러난 얼굴은 여전히 나이를 단정짓기 어려웠다. 손에 닿으면 별빛 부스러기가 되어 사라질 것만 같은 섬세한 외양은 불과 약관도 넘지 않은 여린 소년을 연상시켰지만, 감정이 빠진 순한 눈은 그 나이대를 훨씬 상회하는 복잡함을 담고 있었다. 눈매는 그닥 치켜올라간 모양새도 아닌데 냉막할 정도로 서늘했다. 겨울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그러나 그 눈매를 휘어 웃으면 한기는 곧 포근한 온기로 탈바꿈했다.

"언젠가 다시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 날이 오늘이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으나, 이러한 재회 또한 나쁘지 않네요."

미미한 미소를 띤 남자가 더없이 차분하고 고상하게 말을 건넸다. 나와는 달리 전혀 놀라지 않은 기색이었다. 목소리를 들으니 확실해졌다. 이 남자는 그 날 내게 우산을 빌려준 사람이다. 그가 입을 열자 거의 황가에서나 볼 법한 귀족적인 분위기가 사방에 고요히 내리깔렸다. 나조차 아직 타인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 정도 되는 존재감을 내기란 어렵건만.

"반갑습니다, 루 할레시온 대공녀."

그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끝내고 아까보다는 약간 더 또릿해진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뭐라도 말해야 할 것만 같은 무언의 종용이었다. 일단 나는 그의 목에 드리워진 날렵한 은색 검날 두 개를 치워야 할 필요성부터 느꼈다.

"헬렌, 루이제. 검 치워."

혹시 몰라 오십현으로서의 가명이 아닌 저들의 진명을 부르며 나직하게 명령하자 잠시 망설이던 날붙이들이 그의 목께에서 마지못해 떨어져나갔다. 하도 태연하게 미소짓기만 해서 그의 목에 내 호위 무사들의 검이 바짝 겨누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방금 전에야 알았다. 트라우마 때문에 검날이 가까이에서 빛나는 것만 봐도 거부감이 샘솟는 나와 정반대로 그는 검에 익숙한 모양이다. 제국 남자들은 원래 다들 어느 정도 무예에 발을 걸치고 있지만,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다지로 평온할 수 있는 남자는 드물지.

"그리고 먼저 저택으로 돌아가 있어."

"주군, 그건 위험합니다."

"말씀을 거두십시오."

"위험 여부는 내가 판단한다. 그리고 난 분명 돌아가 있으라고 명령했어."

일단 확신하건데 이런 인물은 소설 '꽃물 든 하늘'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 정도 되는 존재감이 그 소설 안에 있었을 리가 없어. 그렇게 결론짓고 나니 더 궁금해졌다. 이것 외에 더 정보를 얻고 싶었다. 해서 남자의 경계도 풀고 이 곳을 좀 더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사현과 십이현을 보내버리기로 했다. 두 오십현은 끝내 내 고집에 못이겨 자리를 떴다. 나는 그들이 명을 어기고 잠복할 위인들이 아님을 알지만 확실하게 해 두기 위해 뒷모습이 길을 내려가 저 멀리 거리 쪽으로 향하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첫 마디로 그의 신상 명세를 묻는 것을 선정했다.

"내가 누구인지 그 쪽은 이미 알고 있군요.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으니 공평해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저는 이 저택의 주인입니다."

"......구매했나요?"

"네. 황가에 꽤 많은 값을 치뤘습니다."

나는 급격히 심각해졌다. 르쉬네의 저택은 유년의 추억이 잠든 곳이다. 빈 집으로 남아있을지언정 팔리지는 않길 바랐는데. 황가가 결국에는 그냥 두기 껄끄러운 애물단지를 팔아버렸군.

아쉬움에 부질없으나마 저택의 소유권을 황가에게로 되돌리거나 내 손에 넣을 방도가 없는지 머리를 굴리다가 문득 하나를 깨달았다. 잔잔하고 공손한 말씨 때문에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는 몇 마디 말만으로 자연스럽게 대화의 방향을 틀었다. 내가 해 본 적은 있어도 당해본 적은 없는 화술인지라 좀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당신은 누구인가요? 차림새만 보면 꼭 마법사 같네요. 평범한 옷 위에 평범하지 않은 망토라."

다시 원래대로 방향키를 틀었다. 내가 예전에 알던 외국 출신 마법사 스승인 로제 카나이클이 모름지기 모든 직업인은 직업에 맞는 옷을 입어줘야 한다며 은빛 망토를 걸치고 다녔다는 걸 상기하고 한 말이었다. 즉 진짜 마법사냐고 묻는 게 아니라 그의 의상을 약간 폄하하는 거지. 유치하지만 내 당황에 비하면 차라리 이성적인 발언이었다.

"네, 마법사들이 쓴다는 로브는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는 안 통했다. 서글서글한 인상답게 날카로운 대꾸는 없었으나 아예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기라도 한 건지 내 말을 아주 부드럽게 넘겼다. 아니면 나쁜 의중을 담고 한 말이라는 걸 아예 모르는 건가. 나는 미간을 살풋 좁혔지만 남자는 온유한 소년처럼 살며시 웃었다.

"만일 제가 마법사라면 제국 귀족 사회가 발칵 뒤집힐 테니까요."

"굳이 그런 식으로 둘러 말하지 않아도 대강의 신분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어요. 다만 어느 가문 소속인지 모를 뿐이죠."

"그렇습니까?"

"네. 그러니 알려 주세요. 말을 나누다 보니 당신은 정체를 밝히는 걸 꺼리는 것 같은데, 그래도 내 친구의 집을 사간 사람의 이름 정도는 들어보고 싶네요."

굳이 꼬치꼬치 캐물을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왜인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 괜히 물고 늘어졌다. 또는 이름을 알아뒀다가 여차하면 나중에 돈을 모아서 이 저택을 다시 사들이거나 할 셈이기도 했고. 그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시안입니다. 현재는 가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지요. 그래도 그대라면 이 이름으로 충분할 겁니다."

충분하다고? 전혀 모르겠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다. 아무래도 알려주기 싫어서 일부러 가명을 던져준 것 같은데. 우선은 그런 이름을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는지 되짚어보는 사이 시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마주섰다.

"대답을 드렸으니 저도 하나 묻겠습니다."

태양빛이 그의 머리 위에서 가냘프게 일렁였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만큼 충분히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본 그는 섬세한 붓질로 그린 풍경화 속의 한 인물 같았다. 마치 그림의 한 장면에 동화된 것처럼 아스라했다.

"저번에 보내드린 보습제는 잘 쓰셨나요?"

명화를 감상하듯 넋을 놓고 그의 모습에만 집중하다가 그만 그가 한 말의 의미를 뒤늦게 깨달았다. 손을 다친 뒤 익명의 누군가에게서 온 편지와, 동봉된 보습제. 발신자에 대한 단서라고는 이니셜 C. 뿐이었던 터라 결국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었는데. 그 발신자가 바로 내 앞의 이 남자, 시안Cyan이었다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놀라서 입만 공연히 달싹거리다가 그냥 질문에 대한 대답이나 내놓았다.

"덕분에 흉터가 많이 옅어졌어요."

"다행입니다."

시안은 작게 말하고 정말 기쁜 듯이 눈웃음지었다. 참 특이한 사람이다. 에단만큼이나 순진하고 조심스런 언행, 그러나 황태손인 라인하르트에 버금갈 정도의 무의식적인 존재감. 그는 결코 흔한 귀족이 아니었다. 카리스티아에 참가했기에 내게 그 곳의 상황을 알리는 편지를 쓸 수 있었을 테니 최소 어느 귀족가의 후계자거나 그 이상이다. 그렇다면?

"시안, 당신 혹시 내가 모르는 황족인가요?"

대화가 끊기기 무섭게 질문으로 다시 이었다. 시안은 곤란한 듯 또 웃었다. 그가 정체를 별로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파악하고서도 관심을 거두지 않는 내가 좀 집요해 보이긴 했겠지. 하지만 궁금한 것을 어쩌나. 대답할 때까지 빤히 쳐다보자 끝내 그가 입을 열었다.

"저에 대한 평가가 후하네요, 그대는. 황족보다는 히엘로 가문의 일원입니다."

히엘로? 설마, 히엘로 공작? 눈을 동그랗게 떴다. 히엘로 공작가는 원래도 구성원 수가 적기로 유명했는데 십여 년 전부터 남은 이들마저 한두 명씩 죽어나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현 히엘로 공작 단 한 명만 남은 멸문 위기의 가문이다. 그러니까 굳이 일원이니 뭐니 뭉뚱그려 칭할 필요도 없이 그냥 공작인 거지, 이 남자는. 입술을 잘근 물었다. 내가 함부로 대할 사람이 아니었어. 그의 정체가 황족인 것보다 공작인 게 더 낭패다. 황족이면 친척이니 대충 얼버무릴 수 있는데 이건 아니잖아. 떠보듯 물었다.

"히엘로 공작. 공은 스스로 신분을 숨기려던 것이니 제 앞선 태도에 질책을 내리시진 않겠지요?"

"걱정 마세요. 제가 감히 황가의 위명 앞에서 의뭉을 떨었으니, 오히려 그대는 지금 당장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껍데기뿐인 공작가의 마지막 남은 계보를 끝장낼 수 있습니다."

"쌍방 과실이니 이만 넘어가자는 거군요. 좋아요."

다행히 시안은, 아니. 언젠가 귀족 계보서에서 보았던 이름으로는 현 히엘로 공작 '리데르흐 히엘로'인 남자는 제법 말이 잘 통하는 상대였다. 그와 나는 절대적인 사석인 이 곳에서의 만남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암묵적 합의를 보았다.

시안은 조용히 눈을 접으며 무언으로 대화의 매듭을 지었다. 나를 만나고 싶었다면서, 정작 이렇게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목적을 이루고 나니 용건이 끝난 건가. 슬쩍 철제 정문 쪽을 바라보았지만 내 눈길을 쫓고서도 그는 딱히 다른 말을 꺼내 나의 퇴장을 막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외려 나야말로 무심코 시선을 옮겨 그를 관찰했다. 그의 주위를 감싸는 바람결에 로브의 끝자락이 팔랑거렸다. 한 손으로는 로브가 너무 펄럭이지 않도록 한 귀퉁이를 지그시 붙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읽던 책을 든 그는 내 얼굴 언저리를 바라보다가 한 박자 늦게 자신에게 와닿는 시선을 느꼈는지 초점을 휙 돌려 내 적안에 맞추었다.

"히엘로 공."

나는 이왕 이렇게 된 것, 그에 대해서 더 알아놓기로 했다. 어찌되었든 엘피샤의 가게 앞에서 우산을 빌려줬고, 카리스티아에서 상해를 입은 나를 위해 보습제를 선물했으며, 이 저택을 사들인 뒤 깔끔하게 정돈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향기. 아마 손에 쥐면 부스러기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안개꽃의 희미한 향에도 쉽게 묻힐 것이라 예상되는 옅은 향기였지만 분명히 인지할 수 있었다. 이건 명백히 그에게서 나는 향기다. 어쩐지 숨을 쉴 때마다 몸 전체가 청량해지는 듯한, 그러나 절대 박하나 허브 종류는 아닌.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자주 맡았을, 그 특유의 향.

풀잎 섞인 바람의 향기.

"앞으로 개인적으로는 시안 공이라 불러드릴까요? 굳이 가명을 먼저 내세우신 게 꼭 신분을 감추려던 의도만은 아닌 것 같아서요."

방금 떠올랐는데, 그는 한때 르쉬네의 정략결혼 상대로도 고려되었던 사람이었다. 그 당시 아직 어렸던 르쉬네를 채가려는 도둑이 누구인지 분에 겨워 찾아보았던 적이 있기에 그의 가문명을 통해 이름과 간단한 인적사항이라도 기억에서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알기로 1038년생, 즉 올해로 스물넷이 되었을 공작 리데르흐 히엘로는 기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리데르흐라는 이름보다 시안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요, 시안 공. 우선 공 소유의 저택에 의도치 않게 무단으로 침입한 것은 사죄드릴게요. 예전과 다름없이 문이 모두 열려있어서 당연히 빈 집이라 생각한 제 불찰이에요. 제 옛 친구의 거처였던지라 그 친구를 추억할 겸 정원을 가꾸러 온 것이었는데, 설마 집주인이 바뀌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네요."

"아, 그 친구분."

"네?"

"혼잣말입니다."

"그런가요. 아무튼, 그럼 여기에서 거주할 생각이신가요?"

"아니요, 별장입니다. 만일 친구분의 정원을 구경하고 싶으시다면 오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조금 손을 보긴 했지만 기본 구성을 바꾸지는 않았으니."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참, 그런데 그 책......"

시안은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책을 가슴께로 올려 들어보였다. 그러자 표지며 제목이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다. 왠지 아까부터 저것에 은근히 신경이 쏠리더니만. 어째서 황족도 아닌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저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비밀들. 황궁 비사록입니다."

"제가 의문을 품은 쪽은 제목이 아니라 책의 소유자인 공 쪽이에요. 이건 황족, 그 중에서도 황제나 황태자처럼 주요 황족이 아닌 이상 접할 수 없는 금서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어린 날의 그대도 훔쳐냈는데 제가 구태여 못 훔쳐낼 물건은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그건 또 어떻게......"

"그대와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다만 조금 더 치밀했을 뿐."

술술 말하는 걸 보아 나는 그와 같은 죄를 지었으니 그의 죄 역시 발설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모양이다. 제대로 된 추리다. 책을 훔쳐내던 날의 내가 그 때 바로 걸렸다면 어린데다 고위 황족이라는 이유로 어찌어찌 잘 넘어갔겠지만, 지금껏 책을 소장하고 있었다는 게 걸리면 좋은 꼴은 못 볼테니 나도 몸을 사리긴 해야지.

잔디밭 전체를 일렁이게 만들며 나와 그를 부드러이 매만지고 지나간 감미로운 바람 때문에 그의 얼어붙은 달 같은 머리칼이 눈을 살짝 가렸다. 짙은 먹물을 한 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검은 눈동자가 잠시간 내 시야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원래 잘 웃는 사람인지 아니면 수도 귀족들이 흔히 그러듯 대면용 가면인지, 그의 붉은 기가 도는 입술만이 줄곧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대가 황궁 도서관에서 비사록을 훔쳐내던 날, 저 또한 그 자리에 있었기에 그대의 방식을 흉내낼 수 있었지요."

쏴아아-. 귓가에 아득히 소리가 맴돌았다. 그 때처럼 여우비가 내리는가 싶었다. 풀잎과 나뭇가지가 바람에 쓸려 저들끼리 부딪치며 내는 소리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바람은 멈추었고, 시안의 머리카락은 원래 모양으로 돌아갔다. 사위가 순식간에 과하게 고요해졌다.

"그것을 훔쳐내서 무얼 할 셈이시죠?"

"그대는요?"

"어릴 적 별 뜻 없이 재미로 저지른 일이었어요."

"저도 그랬습니다. 장난을 쳐 보고 싶은 마음에 충동적으로."

"황실을 상대로 한 장난이라니. 전 당시 어린 나이의 황족이라는 지위를 고려해 만일 걸리더라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공은 아닐 텐데요."

"저는 황실을 싫어하니까요.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를 골려주려는 어린아이의 마음이었습니다."

시안은 어린아이, 라는 말을 뱉고 무언가 걸리는지 나로서는 결코 알지 못할 복잡다단한 감정을 머금고 찰나 흔들린 눈을 가만히 긴 속눈썹 아래로 내리깔았다. 꾹 눌러담은 것을 완전히 잠재우려 길게 숨을 내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섬세한 눈웃음을 차가운 눈매에 덧그렸다.

"그렇다고 하여 그대까지 싫어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대도 마찬가지로 황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까발려지는 기분이 문득 들었다. 최고 작위인 공작을 하사받으며 누구보다 제국 황실의 은혜를 크게 입었다 할 수 있는 가문의 수장이 황실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이상스러웠다. 하지만 반복해서 말하듯이 나는 그를 외면하고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에는 추상적인 모종의 손에 붙잡힌 팔을 뿌리칠 힘이 부족했다. 그게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이윽고 시안은 속삭이듯 사근사근하게 덧붙였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황실에 뿌리를 두었다는 이유로 그대를 경멸했다면 애초에 우산을 드리지도, 편지와 함께 치료제를 보내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말인 즉슨 우산을 건넬 때부터 이미 내가 누구인지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시안. 리데르흐 히엘로. 히엘로 공작. 그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남자였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여러분 제가 저번에 자게에서 YOYANG님께 신청한 리퀘가 운좋게 당첨돼서 완전 멋지고 분위기 쩌는 라니아 그림을 받았습니다! 너무...너무 예쁘고...아악 이 기쁨을 표현할 미사여구가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군요 (명색이 글쟁이라는 인간이 너무하다

+++시안(리데르흐 히엘로)의 주제곡(?)은 라푼젤-이즈, 또는 마음짓기-이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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