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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는 살아남고 싶었다-37화 (37/102)

00037 6. 꽃의 사슬 =========================

휠리안 궁의 가장 바깥 입구에서 나는 일차로 호위병들에게 막혔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가려는 내 앞에 엑스자로 긴 창을 교차했다.

"황태손 저하의 출입 허가가 있으십니까? 그러시다면 이 안으로 들어가실 수는 있습니다만, 건물 앞에서 기다리셔야 할 겁니다. 황태손 저하께서 현재 다른 분과 대면중이십니다."

만찬이 끝나자마자 다른 사람과 대면이라니, 예상치 못한 부분이다. 저 기사의 말대로 건물 앞에서 막히겠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약혼자에게 고작 입구를 출입하기 위한 허가란 필요 없다. 이것들은 신입인가, 아니면 너무 낮은 계급이어서 내 얼굴을 모르는 건가. 뭐가 됐든 성가셔서 그냥 황태손의 약혼자임을 증명하는 이들을 불러내기로 했다.

"사현, 십이현. 나와."

휙, 공기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인영 두 개가 땅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저 나무 위에 숨어있었군. 기사들은 히익 헛숨을 집어삼키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주요 황족의 밀착 호위원인 오십현은 장소에 따른 예외 없이 임무를 수행하며, 근위병과 더불어 황궁 안에서 살상 무기를 소지할 수 있다. 아무리 신참이거나 말단직이라도 12개 기사단 중 하나에 소속된 이상 입단하자마자 배우는 오십현의 존재를 모를 리 없다. 실제로 오십현은 명목상 3기사단에 일반 기사로 소속되어 있기도 하니까.

"오, 오십현?"

역시나, 기사들은 헬렌과 루이제의 복장을 살피더니 단박에 알아보았다. 그들은 얼빠진 표정을 하고 두 오십현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누구의 호위를 하고 계시는 겁니까?"

딱딱하고 음침한 무표정으로 기사들을 위엄 넘치게 쏘아보던 헬렌이 말했다.

"예비 황태손비 저하다."

그녀의 말을 루이제가 이었다.

"무례하다. 길을 비켜."

호위병들은 더 토 달지 않고 일제히 길을 텄다. 나는 구두를 또각이며 양쪽으로 갈라선 이들 사이로 지나갔다. 뒤에서 루이제가 질책하듯 따져묻는 것이 들렸다.

"문지기라는 것들이 어떻게 주군의 약혼자 존안도 몰라뵐 수가 있나?"

"죄송합니다. 얼마 전 황태손궁 소속 기사로 잠입한 암살자 몇 놈이 저하께 칼을 들이대는 사건이 벌어져 호위병 인원이 싹 물갈이 되었습니다. 아직 황궁에 항시 거주하시는 높으신 분들 얼굴도 다 못 외워서 고충이 많은지라......"

또 암살자군. 황가를 이을 정통 후계자의 숙명과도 다름없는 거라지만 이런 걸 허구헌 날 겪으며 살면 피가 다 마르겠다.

꼭 반역 목적이 아니더라도 황궁의 주인들은 늘상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 이해관계라는 건 잔인하다. 황제의 오랜 통치력 부재와 기반이 불완전한 황태자, 숙청을 피해 살아남은 다른 황위 계승자들의 건재함, 혈기왕성하고 젊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황태손. 거듭되는 피바람에도 불구하고 귀족의 힘이 여전히 강한 편인 이 시대에 세 황권자는 언제나 귀족의 계산대에 선다.

황제를 재기 불능으로 만들어서 정계를 장악하고 그가 시행하던 불리한 정책이 폐지된다면 그들은 망설임 없이 시녀에게 독을 건넬 것이다. 황태자를 정치적으로 몰아세워서 향후 수십 년간 귀족이 마음껏 활개칠 가능성이 생긴다면 그들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황태손을 건드려서 그의 야심을 망가뜨리고 날개를 꺾어 미래의 꼭두각시 황제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들은 주저 않고 자객을 고용할 것이다.

이 세계는 그런 세계다. 그런 면에서 우리 가족의 숨이 아직껏 붙어있는 건 사실상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나조차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거센 물살 앞에 선 가문. 언제 다시 부는 폭풍에 꺼질지 모르는 촛불 같은 가문. 그게 루 할레시온이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라니아 대공녀."

그리고 나는 넓은 궁내구역을 지나 두 번째 관문에서 또 가로막혔다. 이번에는 휠리안 궁의 본 건물로 들어가는 문 앞이었다. 1층에서 안경을 쓰고 서류를 팔랑팔랑 넘기던 프리드리히가 나를 직접 상대했다. 으음. 이번 수문장은 좀 어려운데. 그냥 황태손이 알아서 기어나올 때까지 기다릴까.

"스카일러 보좌관이 1층까지 나와있다면 독대겠군요. 누군가요, 황태손 저하와 함께 계신 분?"

프리드리히는 안경을 고쳐 쓰며 눈매를 살짝 일그러뜨렸다.

"나인하트 공작이십니다."

나인하트라면 들어가도 되겠네. 나는 별다른 대꾸 없이 말이 끝나자마자 프리드리히의 옆을 지나쳐 태연하게 문을 열어젖혔다. 양쪽 문짝을 힘주어 밀치니 가운데가 갈라지듯이 천천히 열리더라. 건물 주위에 있던 기사들이 눈이 휘둥그레해져서는 당장에 나를 말렸다. 프리드리히는 희대의 악동을 보듯 인상을 왈칵 찌푸렸다.

"대공녀님. 예의를 지키시지요."

"보좌관은 따로 언질받지 않았다면 모르시겠지만, 나인하트 공작과 황태손 저하의 조합이라면 저도 들어갈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정 마음에 걸리신다면 직접 올라가서 황태손 저하께 여쭤보고 오세요. 당신의 약혼자가 그 자리에 함께해도 되겠느냐고."

보는 눈이 많아서 평소 그를 대할 때와는 말투를 좀 달리했다. 그게 먹힌 건지 문 앞을 몸으로 막아섰던 기사들이 주춤주춤 물러났고, 프리드리히가 서류철을 탁 덮으며 싸늘하게 웃었다. 불쾌한 게 분명하다.

"그리하겠습니다. 내가 다녀올 동안 대공녀님을 잘 살펴 드려라."

"예, 알겠습니다!"

프리드리히는 문 안으로 들어가 복층 형식으로 쌓인 계단을 올랐다. 황태손은 2층에 있을 거라고 짐작하는 사이 기사들이 재빨리 문을 닫았다. 관복을 입은 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의 명을 받은 기사들은 내게 감히 손을 대지는 못하고 우물쭈물 말로 설득을 해 나를 회랑형 1층 복도 안 의자에 앉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프리드리히가 아니라 나인하트 공작이 밖으로 나와 내 곁으로 다가왔다. 뭐지. 우선은 주섬주섬 의자에서 일어나며 기사들을 멀찍이 물렸다.

"나인하트 공작가의 수장 헤일렌이라 합니다."

헤일렌 나인하트가 미소를 지으며 절도있게 인사했다. 진한 보라색 칼단발과 회색 눈의 조화가 꽤 인상적이었다. 그림으로 치자면 붓으로 그린 힘 있는 선화 같은 사람이다. 나도 그녀에게 스스로를 소개했다.

"루 할레시온 대공가의 후계 라니아 에빌입니다."

사실 나는 꽤나 오래전부터 그녀를 알고 있었다. 귀족계의 정점이고 일곱 개밖에 없는 공작가 중에서도 네 번째 서열에 해당하는 나인하트의 가주를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헤일렌은 정치의 명수로 소문난 귀재라 지금쯤이면 아마 내 약혼에 대한 전말을 거진 추측해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따로 나를 보고자 온 건가, 아니면 마침 황태손과의 이야기가 끝난 건가. 어느 쪽이든 나는 여기로 온 목적의 반을 이뤘다.

헤일렌은 거두절미하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대공녀께서는 제 표를 얻기 위해 황태손 저하의 뒷배를 만들어주신 꼴이 되셨습니다. 딱 봐도 그 분을 일방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에서 체결한 약혼 계약이던데, 왜 그 분을 도우셨는지."

나는 그녀의 직설적인 면이 단박에 마음에 들었다. 나 또한 일직선으로 파고들었다.

"이런 걸 물으시다니, 혹시 황태손이 성에 안 차신가요?"

마치 자기가 황태손의 뒷배가 된 것이 유감이라는 듯 밀하고 있어서 한 번 던져봤다. 나이가 스물 여덟에 접어든 헤일렌은 여유 있게 정치용 눈웃음을 지었다. 새빨간 입술이 호기롭게 휘어졌다. 세간의 평으로는 지옥에 던져놔도 당당할 사람이라더니 정말이네.

"사실 좀 그렇답니다."

이것 봐라. 라인하르트와 내가 걱정한 '황태손의 공식 후견 가문'으로서 부릴 수도 있는 행패와는 완전 딴판인 반응인데?

"저는 황태손 저하가 별로예요. 이번 제안도 별로고."

"왜요?"

"대놓고 나인하트를 첫 번째 방패로 삼으시겠다는 속셈이 뻔히 보여서 말이에요. 백 년 넘게 로엔세르 공작가와 함께 중립파의 양대 주축이었던 가문을 약혼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잘 끌어들이시더라고요. 합리적인 거래를 빙자해서......하지만 이 거래는 사실 그다지 공평하지도 않으니 별로일 수밖에요."

"방패 노릇을 하며 얻는 후견 가문의 권력 따위 필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세상에, 대공녀. 그건 권력도 아닙니다. 이미 최고로 탄탄한 권력구도를 자랑하는 나인하트를 상대로 그 정도 먹잇감을 던져주다간 손이나 물어뜯기는 수가 있어요."

"그래서, 약혼을 파기하는 데 찬성해주실 수 없으시다는 건가요?"

"성급하셔라. 이미 나무에 둥지를 튼 황새를 유인하려면 더 큰 걸 가져오시라는 의미일 뿐이랍니다. 대공녀께서 제게 건넬만한 패를 가지고 계신지는 의문이지만. 뭐, 정 급하시면 스카일러 후작가 같은 걸 던져주셔도 좋고......"

헤일렌은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은근하게 웃었다. 그녀의 말을 반 정도만 이해한 상태에서 나는 뭐라도 대답해야 했다. 아주 확실한 한 가지 사실이라도 입에 담아야 이 대화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공작께선, 황태자파셨군요."

나직이 확언했다. 그래. 이미 황태자에게 기운 것이 아닌 이상 후견 가문 자리를 이딴 이유로 거절할 사람이 아니다. 부자가 보석을 산처럼 쌓아놓고 있다고 해서 새로운 보석을 탐하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힌트를 내가 물도록 던져줬다는 것은 곧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만일 충성스런 황태자파였다면 당장에 황태자에게 내 계획을 일러바쳤겠지.

헤일렌은 사근사근하게 눈웃음지었다.

"그리고 황태손께선 황태자파가 아니시고요."

나는 무표정으로 일관했지만, 의도와 달리 표정에 빈틈이 드러났을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은 최소한 황태손이 독자적 파벌을 형성하려는 것과, 각 귀족가의 내부 사정 이상을 파악했다. 백 년 넘게 철저한 중립이었던 나인하트의 정치색을 헤일렌의 대에서 끝장내 버린 거다. 그것도 아무도 모르는 사이, 은밀하게.

특히 스카일러의 이름이 거론된 것은, 에셀레드와 프리드리히 두 형제 사이에 벌어진 후계 다툼을 염두에 두었다고밖에 추측 못 하겠다. 스카일러는 뿌리 깊은 황태자파다. 스카일러가 무너지면 신규 편입 세력인 나인하트는 황태자의 심복 역할에 다가가기에 용이해지고, 깊숙히 접근해 손쉽게 얻은 여러 정보로 득실을 따질 것이다. 여차하면 그 정보를 가지고 튈 수도 있겠지.

토끼는 굴을 하나만 파지 않는다고 했다. 그 면모를 본받아, 헤일렌은 나와 프리드리히의 연결점이 있음을 알아내어 그걸 써먹어 달라고 요청했다.

"외람되지만, 나인하트 공작. 생각해 보니 이곳에서 할 말의 수위를 넘어간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만일 이 대화를 들은 자가 있으면 어쩌시려고 이렇게 당당하신지 여쭙고 싶어요."

우선 말을 돌렸다. 엄청난 폭탄발언들이 오고 간지라 누가 듣기라도 했다면 큰일이었다. 게다가 여기는 황태손의 본거지가 아닌가. 그러나 헤일렌은 태연자약했다.

"원래 적의 등 뒤에서 논하는 공격 작전이 제일 훌륭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법입니다. 재밌지 않아요?"

"흥미보다는 불안이 앞서네요."

뚱하게 뱉어낸 말에 그녀는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웃더니만 돌연 매끄러운 미소만 입술에 남기고 눈빛을 냉랭하게 깔았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대공녀. 황태손 저하의 궁은 흔히들 사방에 도사리는 귀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에 가까우니까. 권력자는 자기 적의 집 옆에 귀를 두지, 자기 집에 귀를 두지 않습니다. 다른 황태자파 귀족들도 마찬가지죠. 누가 감히 손에 쥔 동앗줄을 의심하겠어요?"

말하자면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건가. 혹시나 싶어 주위를 돌아본 나는 정말로 근처에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아까 그 기사들은 지체 높은 이들이 한동안 대화 나눌 셈이라는 걸 눈치라도 챘는지 이곳 회랑에서 멀리 벗어나 입구 쪽 기사들에게 잠시 합류했고, 프리드리히는 왜인지 올라간 후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라인하르트도, 이 궁 안에 많이 있을 시녀들도 회랑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과연 비유가 대단하십니다, 공작. 그럼 저는 공을 믿을게요."

거기다 누구에게든 쉽게 당하진 않을 거물인 헤일렌이 확신을 갖고 얘기할 정도면 또 뭔가 있나 싶기도 했고. 그냥 그녀를 칭찬하며 이 화제는 대강 마무리지었다. 그녀도 스스럼없이 대꾸했다.

"아직 부족하답니다, 제 아버지에 비하면."

그렇긴 하지. 나는 가벼운 고갯짓으로 긍정했다. 수 년 전 별세한 전대 나인하트 공작은 화술의 대가였다. 라니아로서의 내 나이가 한 자릿수일 적에 저택에 찾아온 그를 우연히 마주한 적이 있었는데, 말을 몇 번 주고받자마자 하마터면 내 전생까지 털릴 뻔했다. 망할. 그 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아.

각설하고. 아직도 의도의 상당 부분이 미궁 속인 이 사람에게 일차적인 답은 돌려줘야겠다.

"많은 걸 알고 계시는 듯하니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공작께서는 저 또한 황태손 저하의 편이 아니라는 전제를 두시고 말씀을 시작하신 것 같은데, 정정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아직 그의 비호가 필요합니다. 감정적으로도 그의 편이냐고 물으시면 제 대답은 '아니오'가 되겠지만, 그것과 별개로요. 그러니 약혼 파기에 찬성하시고, 그의 후견 가문이 되어 주세요."

황태자파를 자처한 나인하트를 이 기회를 이용해 다시 끌어내려면 차라리 황태손에게 갖다 붙이는 편이 낫다. 나는 두 개의 요구사항으로 황태자파로 가는 토끼굴을 막아버리라 말한 것이다. 헤일렌은 턱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비음을 흘렸다.

"흐으음. 그게 끝입니까?"

"당연히 아닙니다. 제 지능 수준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아까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을 돌려주며 생긋 웃었다. 그린 듯이 웃어주면서 문득 깨달은 것은, 내가 진정으로 이 나이대다운 미소를 띄울 때는 대부분 전혀 웃을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헤일렌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녀의 포도색 칼단발이 함께 기울어졌다. 나는 그것 또한 일종의 감정 표현임을 안다.

"후견 가문과 찬성표. 두 가지나 들어주셔야 하니, 대신 저도 큰 거 하나 들어드리죠. 스카일러 후작가, 공께서 원하시는대로 어지럽히겠습니다. 찬성표를 주시면 더는 황태자파가 될 수는 없겠지만, 대신 스카일러가 휘청이는 틈을 타서 나인하트는 정계의 주도권을 휘어잡으세요."

입가를 슥 당겼다. 이게 진짜 '내' 웃음이었다. 황태자파인 스카일러 후작가와 르웰린 후작가는 황실과의 혼약과 황태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인해 현재 전통적 최고 가문인 공작가문마저 제치고 정치를 주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여러 행사에서 공작 몇은 가뿐히 제치고 최고 신분의 참석자와 가까운 의자에 앉는 것만 봐도 그렇다. 잠시나마 루 할레시온의 곁에 서게 만든 나인하트에게 힘을 실어주고 이 틈에 내 멋대로 부려 정계의 황태자파까지 쓸어버리면, 금상첨화겠지.

토끼의 굴 하나를 막고, 대신 반대편 굴에 당근을 놓아둔다. 당근을 따라 토끼가 내 앞의 굴로 나오면, 그것을 잡아 내 마당의 풀을 깎자.

"공께선 아마 저와 프리드리히 영식의 연관점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이 넌지시 떠보신 거겠지요. 그런데 아주 잘 짚으셨습니다. 사실 저는 그의 앞날을 제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마침 아직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꽃물 든 하늘' 속 에피소드가 있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프리드리히이며, 때마침 발생 시기도 딱 이 즈음이다. 아름다운 계절에 태풍이 불게 생겼군.

"그것 참 좋은 소식입니다. 그럼 저도 대공녀를 믿지요."

피차 한 문장씩 따라한 셈이 됐다. 나와 그녀는 약속이나 한듯이 눈을 마주했다. 몇 초간 서로의 생각까지 읽어낼 기세로 그러고 있었다.

이 대치를 끝낸 사람은 헤일렌이었다. 나도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눈을 돌렸다.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기다리다 못한 황태손이 결국 내려왔구나.

============================ 작품 후기 ============================

피곤하고 지치는 3월이네요. 독자님들 감기 조심하시고 힘내세요! 밑에 있는 저 해시태그 외에도 룬이 한 번 써 줬으면 좋겠다!싶은 해시태그를 코멘트로 주시면 해올게용 +ㅁ+

+악살다를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오늘의 악.살.다》

#자캐가_자신의_매력을_직접_설명한다면

1) 라니아 : 샤카르, 당신 매력에 대해 스스로 소개하라는데요.

샤카르 : 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력 없는 곳을 찾는 게 더 어렵지 않나?

라니아 : (말없이 명치에 주먹을 꽂는다)

~샤카르 사망엔딩~

2) 엘피샤 : 시안 공, 공의 매력에 대해 말씀해보세요

시안 : 네...?;;; 아......제 매력...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엘피샤 : 아무거나 좋으니 하나만 말씀해보세요

시안 : 으음, 그러면...여태까지 살아있는 것?

엘피샤 : 그게 매력...?(약간 측은해졌다)

3) 레테일 : 야 세트 니 매력 말하래(그리고 그는 선수쳐서 조용히 귀를 막았다)

세크네트 : 오 내 매력은 말이지 (폭풍 말하기)

~도저히 안 끝나서 결국 레테일이 한 대 쳐서 입 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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