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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65화 (65/139)

65화

내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다음 훈련에 관한 정보가 중급반에 공표되었다.

훈련 소식을 들은 중급반 수련생들 대부분이 동요했다.

“오우거?”

“우리보고 오우거를 사냥하라고?”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중급반 수련생들은 이제 막 2성의 성취를 겨우 거둔 녀석들이 태반이었다.

아무리 훈련 내용이 팀을 이루어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라고는 하나, 고작 2성 수준으로는 아무리 많이 모여도 5급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거…… 위험하지 않나?”

“우리 힘으로 오우거를 잡을 수 있긴 해?”

아니, 사냥 자체는 가능하리라. 단지 그 뒤로 어마어마한 희생이 뒤따를 것이라는 게 뻔히 보일 뿐.

“너희들이 사냥할 오우거는 아성체에 불과하다.”

“아성체 정도라면 2성 기사들로도 충분히 희생 없이 사냥이 가능하니, 겁먹지 마라!”

다행히 교관들이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수련생들의 혼란을 수습했다. 그러자 동요는 조금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련생들의 마음 속에 피어오른 불안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아무리 수련동 중급반이니 2성 기사니 해도, 결국 대부분의 수련생들은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중급반의 평균 연령대는 12살.’

두려움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설사 두려워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긴장할 수밖에 없고.’

물론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지금 내 실력이라면 아성체 오우거 한 마리 정도는 혼자서도 썰어버릴 수 있었다.

내 힘만으로도 죽일 수 있는 몬스터를, 단체로 모여서 사냥하러 가는 거다.

더군다나 형식 상으로는 이건 ‘훈련’이기에, 당연히 교관들 또한 동행한다.

안전 문제가 터질 일은 없다고 봐도 된다.

그러니 당연하지만 긴장할 이유가 없다.

덕분에 훈련 당일,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훈련 지역으로 향하는 마차에 오를 수 있었다.

[나름 깔끔한 마차로구나.]

‘그러게요?’

예상 외로, 탑승한 마차의 상태는 꽤 괜찮았다.

이전에 하급반에서 아르페리움 산으로 향할 때 탔던 거지같은 수송용 마차가 아니었다. 중급반 수련생들이 사용할 마차인 만큼 이전보다 질이 좋아진 것이다.

솜을 채워 넣은 좌석은 푹신했고, 마차 외벽은 틈이 없어 외풍이 들어오지 않았다. 바퀴도 그다지 덜컹거리지 않아 승차감이 꽤 좋았다.

덕분에 우스꽝스럽지만 나름 여행 기분이 났다.

‘여행이라…….’

그 생각에 다다르자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여행, 여가, 유람…….

전생에 아덴 리텐슈노프의 최측근으로서 나름 높은 권세와 지위를 쌓았던 나도 그런 취미는 즐기지 못했다.

‘뭐, 전생에도 가문에서 내려준 임무를 수행하느라고 제국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니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매번 내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당연히 무언가 즐겼던 적은 없다시피 했다.

맛 좋다고 소문난 특산물도, 즐겁고 화려하다고 유명한 볼거리도, 하룻밤 몸을 뉘일 휴식처도 손에 넣지 못한 채 언제나 무언가에 쫓기듯이 칼질만 했으니까.

물론 이번 삶은 다르다.

이전에 콜마운트에 갔을 때, 나름 지역 먹거리도 맛보고 휴식을 취할 기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머릿속에 고대 유적 털 생각밖에 없었지. 딱히 여행지에서 휴가를 보냈다는 느낌은 아니었어.’

사실상 일을 하러 갔다는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 본다면 이번 훈련은 내 인생 최초의 휴가 겸 여행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죽고 나서야 쉴 기회가 찾아오다니, 나 참…….’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감상에 빠진 건 나 혼자뿐이었다.

나와 함께 마차에 탄 다른 수련생들은 대부분 벅차오르는 흥분과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의 출신 탓이었다.

사실 리텐슈노프의 봉신 가문이나, 가신단의 자제쯤 되면 수련생 시절에도 외부 활동을 나설 기회가 꽤 많다. 당장 그들의 본가로 돌아가는 것도 어찌보면 휴양이고 휴식이니까.

하지만 나와 함께 마차에 탄 아이들은 다르다.

이번 훈련에서 내 팀으로 선정한 아이들은 모두 내 파벌 소속이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다 출신이 한미하거나 비천했다.

안톤, 가롯, 루시엘은 말할 것도 없고. 제이스를 포함해 란체스 밑에 있다가 내 쪽으로 넘어온 수련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전쟁고아이거나 뒷골목 태생.

그렇기에 이번 훈련은 그들 딴에는 인생 최초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와……!”

“저것 좀 봐!”

그 때문일까?

이전부터 나름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였던 안톤은 물론이고, 마차에 탄 수련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제이스도 창 밖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구경하기 바빴다.

당연히 다른 수련생들은 말할 것도 없다.

모두들 어떻게든 마차 창문에 코를 붙이고 바깥을 살펴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도시다! 저기 도시가 보여!”

“진짜다! 와, 정말 크다.”

“저곳이 목적지인가?”

“아냐, 며칠은 가야 한다고 했어.”

서로 감탄하며 왁자지껄 떠드는 수련생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다행히 구경하느냐고 바빠서 긴장은 좀 풀린 모양이네.’

어느 정도의 긴장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너무 과하면 중요한 순간에 몸이 굳어버린다.

언제나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는 게 좋았다.

곧 있으면 아성체라고는 해도 오우거를 사냥하게 될 거다. 어떻게든 긴장을 풀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

그리고.

“역시 애들은 애들다운 모습이 있어야지.”

너무 어른스럽다면 그건 그것대로 아이다운 맛이 없기도 하니까.

[……네가 입에 담을 말은 아닌 것 같다만.]

데우스의 타박이 들려왔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데우스가 딴죽을 걸 때는, 무시하는 게 정답이다.

* * * * *

그로부터 장장 3일이 지났다.

마침내 우리가 탄 마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드디어 도착한 것 같습니다, 드레커 도련님.”

“그래.”

안톤의 안내를 받으며 나는 마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활기찬 도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훈련을 위해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이 지역의 무역 거점으로 유명한 폴카르라는 도시였다.

폴카르는 근방 영지에서 산출된 생산품들이 상단을 통해 모여드는 집산지였는데, 물산이 풍족한 덕분에 생활 수준이 높고 여행객도 자주 오갔다.

대수림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꽤 큼직한 숲이 근처에 있는 덕분에 숲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러 온 모험가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많았다.

‘귀찮게 여관을 찾으러 돌아다닐 필요는 없겠군.’

그뿐이랴?

여관의 퀄리티도 꽤 높을 것이 분명했다.

모험가라는 직종은 생각보다 주머니가 두둑한 집단이다. 거기다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특성 상, 벌어들인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모험가들을 상대하는 만큼 허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어떻게 할까요?”

제이스의 물음에 나는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일단, 숙소부터 구해야지. 안톤, 제이스, 가롯. 주변에 우리 팀 전원이 묵을 만한 여관이 있는 지 찾아봐. 찾으면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고.”

“아, 알겠습니다.”

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세 사람이 곧장 움직였다.

폴카르의 무수한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번 훈련은 꽤 폭넓은 자유도가 보장된다.

각 조에게 주어진 시간은 7일.

그 안에 오우거 사냥에 돌입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사냥에 소모하는 시간은 하루 정도면 충분하니, 6일 동안은 자유 시간이다.

물론 그 자유라는 것은 그저 명목상에 불과한 것. 실질적으로는 7일 간의 사냥 준비 시간을 준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수련생들은 도시에서 오우거 사냥을 위한 준비를 한다.

장비, 무구, 식량 등. 필요한 것을 주어진 예산 안에서 마련하고, 주변 지형을 익힌 뒤, 교관들이 주변 숲에 풀어놓았을 오우거를 추적해 사냥한다.

‘그 모든 걸 처리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총합 7일.’

사실, 전투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 훈련은 쓸데없는 짓이다. 오우거를 사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끽해야 하루 정도. 이런 형식의 훈련을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상급반으로 올라가서 임무를 당황하지 않고 처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런 훈련이 필요하지.’

상급반은 하급반이나 중급반과는 커리큘럼 자체가 다르다.

하급반, 그리고 중급반이 수련생들을 ‘훈련’시킨다, 라는 명목을 가지고 운영된다면…….

‘상급반의 모토는 ‘실습’ 이지.’

상급반에서부터는 가문에서 내려준 임무를 얼마나 완벽히 수행하였는지, 그 성과로 수련생들을 평가한다.

당연하지만 각 임무마다 난이도는 천차만별. 제한 시간도 매번 다르다.

운 좋게 본가 근처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도 있고, 재수 없게 다른 명가의 권역에서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간단한 몬스터 사냥 임무일 수도 있지만, 요인 암살 지령이나 뒷공작에 관한 임무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전투에 관한 것을 배웠다면, 상급반에서부터는 실질적인 실무에 관한 걸 배우는 시기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번 훈련이 중요했다.

‘수련생들이 상급반에 올라섰을 때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도 확인하는 셈이니까.’

즉, 이번 훈련에서 거둔 성과에 따라 상급반에 올라갈 수 있는 수련생과 걸러지는 수련생이 나뉘는 거다.

그리고 내 목표는 간단하다.

‘내 파벌에 소속된 녀석들은 전부 끌어올린다.’

‘나’의 힘이 아닌 ‘세력’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다.

“드레커 도련님, 괜찮은 여관을 찾아냈습니다.”

어느새 돌아온 제이스의 부름에 나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어느 쪽이지?”

“중심가 서쪽에 있습니다. ‘맥주홀’이라는 곳입니다.”

“그래, 그럼 가자.”

* * * * *

“그래, 표적이 폴카르 안으로 들어왔다는 말이지…….”

어두컴컴한 실내.

촛불만이 유일하게 빛을 발하는 방 안에는 다섯 명의 사내들이 테이블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 중, 상석에 앉은 노인이 중얼거렸다.

“준비는 어떠한가?”

“네, 이미 감시할 사람을 몇 명 붙여 놓았습니다. 리텐슈노프의 사냥개들이 너무 많은 탓에 숫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위치만 파악할 수 있으면 상관 없겠지.”

노인은 천천히 턱을 긁적였다.

그의 손짓을 따라 그림자가 일렁이며, 귓가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요정귀 장식이 반짝거렸다.

“그래, 절대 방심하지 마라. 이번에는 표적의 곁에 수호기사가 없다고는 하나, 그 대신 리텐슈노프 본가의 개들이 있다. 또한 표적의 실력도 뛰어나지.”

“…….”

“하지만, 그래도 무조건 처리해야 한다.”

노인이 주먹을 불끈 쥐며 테이블을 내려쳤다.

“감히 우리 동족에게 손을 댄 것만으로도 모자라, 동족의 목을 잘라서 선물하다니! 열등 종족 주제에 그런 짓을 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지 않겠나?”

노인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테이블에 모여 있던 사내들의 눈빛도 음울하게 번뜩였다.

“알겠습니다.”

“절대 실패는 용납할 수 없다. 죽더라도 죽이고 죽어라! 놈이 한 짓처럼 녀석과 녀석 주변의 모든 것들의 목을 베어 전하의 어전에 바쳐야만 한다!”

노인의 눈빛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감히 우리 요정족을 건드린 것을…… 죽어서도 후회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위대한 명가의 막내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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