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27화 (27/241)

27화. 호주 오픈

탕!!

사이드라인에 떨어지는 지혁의 마지막 포핸드 스트로크.

칠리치는 빠르게 달려가며 라켓을 휘둘렀지만 간격이 모자랐는지 허공을 가르는 소리만 들렸다.

통. 통. 통.

그렇게 코트 뒤에서 공이 튀는 소리가 들리자 체어 엠파이어가 경기 종료 선언을 내렸다.

[게임 세트. 매치 리.]

그 소리에 지혁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세레머니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체력이 바닥까지 고갈되었던 것이다.

바브린카와 경기를 했을 때도 이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다.

“허억···허억···.”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키며 숨을 고르고 있자 관중석에서 기립 박수가 쏟아진다.

몸 상태가 괜찮았다면 코트를 돌아다니며 팬들의 환호에 보답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행동도 하고 싶지 않았다.

죽을 것처럼 힘들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기 때문이다.

[이지혁 선수가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호주 오픈 16강 진출에 성공했어요!]

[이러면 작년에 은퇴한 이형석의 US 오픈 16강과 동일한 기록이죠!]

[그렇습니다. 만약 다음 경기에서 이긴다면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겁니다. 이제 결승까지 세 경기 밖에 남지 않았어요!]

[아, 이지혁 선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네요. 이틀 연속으로 5시간이 넘는 경기를 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정말 너무 고생했어요. 저는 한국 선수가 이런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지혁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SBC 스포츠의 시청률은 13%를 넘겼다.

어지간한 올림픽 시청률을 달성한 것이다.

원래 한국에서 테니스는 비인기 종목이라 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

하지만 자국의 어린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들을 차례차례 꺾는다는 드라마가 너무 매력적이었던 터라 한국 사람들은 월드컵을 보는 것처럼 지혁의 경기에 큰 관심을 쏟았다.

“설마 아시아에 너 같은 선수가 있을 줄이야···.”

칠리치는 경기가 끝나자 씁쓸해 보이는 표정으로 지혁에게 말을 건넸다.

어린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능숙한 실력이 마치 레전드 선수의 유년기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5살이나 차이나는 미성년자 선수에게 패배했으니 아마 커다란 재능을 마주했다고 느낀 걸지도 모른다.

“다음 상대가 델 포트로 그 녀석이었지? 나한테 승리를 뺏어갔으니 꼭 이겨라.”

칠리치는 그 말을 끝으로 코트를 떠났다.

오늘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괜히 이 자리에 뭉개고 있으면 눈치 없다는 소리만 들을 것이다.

그렇게 칠리치가 경기장 밖으로 사라지자 인터뷰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다가왔다.

‘카메라가 더 늘었네.’

16강 진출이라는 제법 큰 뉴스가 있어서인지 이전보다 더 많은 기자들이 보인다.

각자 다른 로고가 박힌 마이크를 들고 있는 걸 보면 방송사가 다른 것 같았다.

‘ESPN과 BBC라···. 이제 시작이구나.’

지혁은 10분정도 인터뷰를 하고 나서야 기자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연소 그랜드 슬램 우승을 노리는 테니스 유망주.]

[페더러와 나달의 시대를 이어줄 넥스트 제네레이션이 나타났다.]

[아시아의 신성은 과연 작년 US오픈 우승자, 델 포트로를 이길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본 이지혁의 다음 경기 승률은?]

***

32강이 끝나고 하루 뒤.

지혁은 전날의 피로가 어느 정도 해소되자 드디어 어플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포인트도 제법 많이 쌓였고 오늘은 호텔에서 하루 종일 휴식할 예정이라 시간이 넘치도록 있었기 때문이다.

[이지혁]

근력: 70▲ 민첩: 70▲ 체력: 75▲ 신장: 183cm▲

서브(A-), 포핸드(A+), 백핸드(A-), 풋워크(A-), 외모(B), 트릭샷(B)

[620,310포인트]

“역시 서브가 제일 먼저지.”

지혁은 어플을 키자마자 고민도 하지 않고 서브의 등급을 올리는데 포인트를 사용했다.

이미 어떤 것을 중점으로 올릴지 계획하고 있어서 머뭇거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50만 포인트를 한 번에 투자하자 머릿속에서 기다리던 정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브가 A등급으로 상승하였습니다.]

[트위스트 서브가 생성됩니다.]

그렇게 멍하니 있길 수십 여분.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눈을 뜨자 익숙한 알림이 허공에서 보였다.

“별 문제는 없는 것 같네······. 그런데 트위스트 서브는 뭐지? 킥 서브를 말하는 건가?”

지혁은 예전에 트릭샷을 얻었을 때처럼 새로운 테니스 기술이 생기자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엄청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빨리 시험해 보고 싶은데······.”

어플의 능력으로 생긴 이상 분명히 큰 쓸모가 있을 것이다.

지혁은 지금 당장 트위스트 서브를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훈련을 쉬기로 한 날이다.

두 경기 연속으로 너무 무리한 탓에 트레이너와 코치들이 연습 코트에 나가는 걸 반대했던 것이다.

내일 8강이 열린다는 걸 생각하면 코치들의 판단은 전적으로 옳았다.

지금 당장 연습을 하는 것보다 체력을 회복하는 게 더 우선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영상으로 델 포트로에 대한 경기 전략을 짜고 있었으니 마냥 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일 있는 경기에서 얼마나 먹힐지 궁금하네. 과연 이게 통할까?”

마침 16강 상대가 작년에 있었던 US오픈 우승자 델 포트로다.

호주 오픈에서 그가 받은 시드는 4번.

이번 대회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탑랭커였다.

만약 그에게 트위스트 서브가 통한다면 실용성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제 내일 있을 경기나 분석······ 잠깐.”

지혁은 델 포트로의 최근 경기 영상을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다가 움직임을 딱 멈췄다.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브가 A등급이 되었을 때 트위스트 서브를 얻었다면 다른 것들도 비슷한 보상이 있다는 거잖아?”

아직 백핸드와 풋워크의 등급이 A-다.

그렇다면 새로운 기술을 2개나 더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경기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가 늘었네.”

만약 내일 있는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수십만 포인트쯤은 가볍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직 남은 두 개의 테니스 기술을 A로 만들 수 있다.

***

델 포트로와 하는 16강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17시 15분에 시작했다.

‘엄청나구나.’

지혁은 거대한 경기장에 입장하자마자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이때까지 배정받았던 코트는 적으면 몇 백석, 많으면 수천 석에 불과했다.

그런데 오늘 경기를 하는 장소는 로브 레이버 아레나 스타디움으로 관중석의 숫자가 무려 15,000석이나 되는 메인 코트였다.

호주 오픈에서 가장 좋은 경기장 인 것이다.

이걸 보면 주최 측에서 오늘 경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이곳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작년 US 오픈에서 우승한 델 포트로의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관중석에서 들리는 응원의 비율을 보면 지혁의 인기도 작은 건 아니었다.

잘생긴 외모와 어린 나이 덕분인지 그에게도 적잖은 프리미엄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리! 꼭 이겨!”

“결승까지 가자!”

“렛츠 고 키드!”

“힘내! 지혁!”

관중석에서 다양한 언어들로 응원하는 소리가 들리자 몸을 풀고 있던 지혁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호의가 가득 담긴 사람들의 반응에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아무리 매마른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을 싫어할 리가 없다.

[시청자 여러분 이지혁 선수의 호주 오픈 16강 경기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상대는 작년에 만 20세의 나이로 US 오픈 우승을 차지한 델 포트로입니다. 로저 페더러의 US 오픈 6연패를 저지한 거로 아주 유명한 선수죠.]

[델 포트로는 리틀 페더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니 경기는 쉽게 흘러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전의 불리한 경기도 돌파해온 만큼 경기의 승패는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 두 선수가 베이스라인으로 움직이네요.]

체어 엠파이어의 콜에 각자의 자리로 이동하는 지혁과 델 포트로.

관중들은 천재라고 평가받는 두 선수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을 반짝이며 집중했다.

“흐읍!”

탕!!

지혁의 서브로 시작한 경기.

아직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퍼스트 서브는 서비스 코트에 여유롭게 들어갔다.

라인 위를 아슬아슬하게 때리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퉁! 자세를 낮추고 있던 델 포트로는 길쭉한 팔로 공을 걷어냈다.

그 와중에도 라켓을 정확하게 컨트롤 했는지 타구는 로브를 친 것처럼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베이스라인으로 떨어진다.

지혁이 네트 앞에서 발리를 치는 것을 철처하게 봉쇄한 것이다.

“하앗!”

어쩔 수 없이 베이스라인 뒤로 물러난 지혁은 공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리버스 포핸드를 사용했다.

그러자 헤비 스핀이 걸린 스트로크가 오른쪽 코트로 빠르게 날아간다.

델 포트로의 백핸드를 노린 샷이었다.

“크윽.”

어깨 높이로 튀어 오르는 탑스핀 스트로크에 라켓이 밀린 델 포트로.

[아웃! 피프틴 러브.]

‘뭐지?’

생각했던 것보다 쉬운 득점에 지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장시간 랠리를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실력을 생각하면 이런 실책은 이해하기 힘들다.

‘실수인가?’

가끔 스텝이 꼬이거나 집중력이 풀렸을 때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도 있다.

아마 이번에도 그런 상황인 것 같았다.

지혁은 다시 서브를 준비했다.

탕!!

[SERVE SPEED 207km/h]

[서티 러브.]

[포티 러브.]

그렇게 지혁은 강서브를 이용해 스코어를 40-0으로 만들었다.

‘이번에는 트위스트 서브를 사용해 볼까.’

첫 게임을 얻는 게 거의 확실시 되자 그는 드디어 새로운 서브를 시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만약에 통하지 않아서 실점을 하더라도 지금 상황이라면 크게 영향이 없을 거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휙! 평소보다 왼쪽으로 떠오른 토스.

지혁은 넘어질 것처럼 허리를 뒤로 젖히더니 강력한 회전을 주며 라켓을 휘둘렀다.

그러자 라켓에서 공이 드르륵 긁히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퍽! 털썩.

“억!”

“······,”

[······게임 리.]

아주 잠깐 코트에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리턴을 준비하던 델 포트로가 가슴에 테니스공을 맞고 뒤로 넘어졌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광경은 보기 힘들지만 트위스트 서브의 바운드 각도가 정 반대여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지혁의 서브가 라켓 쪽이 아니라 몸 쪽으로 튀어 올랐기 때문이다.

‘이정도로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는데···.’

트릭샷의 위력을 생각하면 아무리 좋아도 조커 정도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주력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200km가 넘는 플랫 서브를 대신할 수 있는 수준급의 서브인 것이다.

웅성웅성.

관중석은 지혁이 이전 경기에서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서브를 사용하자 정체를 파악하느라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15,000명이 넘는 관중들 중에는 테니스 선수들과 전문가들도 제법 있었던 만큼.

서브의 정체는 순식간에 경기장 전체에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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