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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21화 (121/241)

121화.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

지혁은 따로 준비 운동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서브를 준비했다.

불과 한 시간 전에 닉과 맹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이미 몸이 완전히 풀려있는데 괜히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테니스공을 몇 개 챙겨 코트 안으로 들어가자 그를 쫓아온 학생들은 서로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펜스 밖에서 일렬로 쭉 늘어섰다.

정적이 이어지길 잠시, 곧 훈련장 안쪽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던 소리가 들렸다.

지혁이 드디어 준비가 끝난 건지 개인 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쾅!! 쾅!! 쾅!!

213km, 217km, 222km, 224km······.

차갑게 식어있던 몸이 워밍업이 되면서 조금씩 상승하는 서브 속도.

서포트를 하기 위해 같이 동행한 전담 코치는 코트 옆에서 스피드건을 든 채 변동 사항이 있을 때마다 빠르게 정보를 알려주었다.

원래 이렇게까지 속도에 집착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피지컬이 상승한 게 확실한 만큼 꼼꼼하게 분석하는 게 맞았다.

“하앗!”

쾅!!

“······233km!”

와아아아!!

“잠깐 233km?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방금 골든 보이가 롤랑에서 세운 기존의 기록을 깬 거 아니야?”

“나도 똑같은 말을 들었어. 아무래도 아카데미에서 코칭을 받는 동안 서브 실력이 이전보다 나아진 것 같은데? 비록 비공식적인 자리지만 이런 희귀한 장면을 직접 보게 되다니, 이것만으로도 여기까지 따라온 게 보상받은 기분이야.”

“허, 다음 시즌에서 그를 대회에서 경쟁 상대로 만날 선수들이 갑자기 불쌍하게 느껴지네. 안 그래도 에이스 비율이 높은 편이었는데 저기서 더 강력해지면 어중간한 탑랭커들은 브레이크를 엄두도 내지 못하겠어.”

“결국 완전무결한 선수가 되는 건가.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리를 이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은데······.”

“지금 탑10 안에 들어가는 최상위 랭커들에겐 적용되지 않는 말이겠지만 그래도 90년대생 이후로 전멸하는 건 분명해 보여. 결국 6~7년만 더 지나면 골든 보이가 대부분의 메이저 대회를 독점하는 시대가 열릴 거야.”

“페더러와 나달이 데뷔할 때도 그랬으니 아마 그렇겠지······? 이번에도 똑같은 역사가 반복되는 건가.”

학생들은 고작 몇 개월 만에 엄청나게 성장한 지혁의 기량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원래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 227~228km의 구속이 나왔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건 어마어마한 진전이었다.

그런 만큼 차후 테니스계의 정점을 차지하는 건 당연히 지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창 좋은 성적을 얻으며 이름과 명성을 높이고 있는 델 포트로, 마린 칠리치, 니시코리 케이 등의 유망주들이 있었지만 최근 행보와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제법 큰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쾅!!

“232km!”

지혁은 여러 차례 반복했음에도 더 이상 눈에 띄는 변화가 없자 이내 라켓을 늘어트렸다.

이쯤이면 자신의 한계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계속 붙잡고 있으면 1km 정도 기록이 더 좋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그날 컨디션에 달려있는 일이라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러프하게 잡으면 대략 5km인가? 여기서 더 끌어올릴 방법이 있긴 한데, 그것도 한 번 시험해보자. 어차피 실전에서 써먹을 일이 많을 테니 말이야.’

지이익-

코트 근처에 놓아둔 가방의 지퍼를 열고 무언가 찾기 위해 뒤적거리는 지혁.

펜스에 바짝 붙어있던 학생들은 그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듯 기대가 담긴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그들이 예상한 것처럼 가방에서 나온 건 새로운 라켓이었다.

비록 겉으로는 기존의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분명히 위력을 강제로 끌어올리기 위해 꺼낸 게 맞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잘 쓰고 있던 라켓을 억지로 교체할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후우.”

심호흡을 한 차례하고 난 뒤, 공을 토스하는 지혁.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몸이 회전하며 한계까지 응축된 힘이 풀려나오자 라켓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휘둘러졌다.

쾅!!

워낙 몸에 부하가 많이 가는 서브인 터라 팔에서 찌릿찌릿한 고통이 올라온다.

얼마 전에 당한 부상을 떠올리게 하는 불쾌한 감각이지만 단순히 결과만 놓고 본다면 너그럽게 이해하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고속 서브에 침묵에 빠진 훈련장.

지혁의 옆을 오랫동안 지켰던 코치들도 이런 서브가 나올 줄 상상도 못 한 건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꿀꺽.

학생들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천둥처럼 커다랗게 들리자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멍한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오자 참았던 말들이 빠르게 쏟아졌다.

“······분명히 더 빨라졌지? 역시 그랜드슬램에서 사용하던 텐션이 낮은 라켓을 사용한 게 맞았나 봐.”

“아까 전에 233km까지 찍었는데 그러면 대체 몇 km라는 거지? 너무 비현실적인 숫자라서 대략적으로 짐작하는 것도 힘들어.”

“이러다가 세계 최고 기록이 아카데미에서 바뀌는 거 아니야? 이미 현역 프로들 중에 비교할 만한 선수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아니, 그런 상황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어. 2004년에 앤디 로딕이 세워 놓은 기록이 무려 249km거든. 아무리 골든 보이라도 이건 무리지. 괜히 6년 동안 유지된 게 아니야.”“와. 249km라고? 그런 서브가 T존 위에 떨어지면 물리적으로 리턴을 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나?”

“당시 로딕이 페더러를 재치고 랭킹 1위를 달성했을 했을 정도였으니 아마 그렇겠지. 심지어 골든 보이는 풋워크, 스트로크까지 탄탄한 편이라 더 괴물 같은 활약을 하는 것도 가능할 거야.”

“와. 빨리 다음 시즌이 되었으면 좋겠네. 말로만 들어도 흥미로운 구도가 만들어지겠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자신들의 생각을 얘기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학생들.

그렇게 도저히 진정되지 않을 분위기 속에서 뒤늦게 코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떨떨한 반응인 게 뭔가 믿기지 않는 것을 본 표정이다.

“지혁아······236km야.”

스피드건이 잘못되지 않았나 싶어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해봤지만 숫자는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오류가 일어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혁은 어차피 몇 번 더 서브를 테스트하다 보면 저절로 풀릴 오해라 신경 쓰지 않았다.

쾅!! 쾅!!

두어 차례 서비스코트에 떨어진 플랫 서브.

그 살벌한 위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경험하고 있던 코치들은 갑자기 소름이 돋는 듯 몸을 가늘게 떨었다.

지혁이 다음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대형사고가 일어날 것 같은 본능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니다.

연속으로 그랜드슬램 우승을 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빅3급 선수라고 평가받는 게 아니라 테니스계에 완전히 새로운 구도가 만들어지며 빅4로 묶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236km, 238km

‘이쯤이면 되겠어.’

“코치님, 오늘은 여기서 끝내죠.”

“······그러자. 어차피 정해진 훈련을 전부 소화했으니까 괜찮겠지.”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는 모습에 훈련장 밖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들렸다.

학생들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고속 서브를 조금 더 구경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도 어깨를 보호하려면 무리하지 않는 게 좋겠지. 위력이 받쳐주는 만큼 부담이 상당한 라켓이니까.’

상금이나 트로피가 걸려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몸을 혹사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부상을 회복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짓을 하겠는가.

물론 포인트만 넘치도록 가지고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은 만성적인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서 그런 상황은 향후 몇 년간 없을 것이다.

‘서브를 받아줄 사람이 있으면 훈련의 효율이 훨씬 더 오를 텐데 그게 아쉽네.’

하지만 고작 주니어 선수들이 있는 아카데미에서 프로 선수들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속 서브를 받아낼 수 있는 인물이 있을 리 없다.

만약 그런 일이 가능했더라면 이미 지혁 못지않은 천재가 있다고 미국 전역에 소문이 나고도 남았을 테니 말이다.

아쉽지만 나중에 랭킹이 높은 탑랭커를 따로 섭외해달라고 매니지먼트에 말해봐야겠다.

‘넉넉하게 20위 안에 들어가는 선수를 찾으면 되겠지.’

랭킹이 그 정도쯤 되면 모두 한가락하는 스타들이라 스케줄을 맞추는 게 간단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한창 주가가 치솟고 있는 지혁의 요청이라면 충분히 흥미를 가지고 제안을 수락하는 선수가 나올 것이다.

저벅저벅.

다음 시즌이 시작 될 때까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곰곰이 생각하며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는 지혁.

훈련장에 도착한지 아직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주변에서 보내던 시선은 이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몇 년을 투자해야 나올 법한 성과를 고작 두 달도 되지 않는 기간 만에 만들어내는 모습에 더욱 먼 거리감을 느낀 것이다.

***

지혁이 서브를 시험하고 하루 뒤.

아카데미에서는 어제 일이 이미 파다하게 퍼졌다.

워낙 충격적인 소식이라 그냥 묻힐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코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닉에게도 전해졌다.

“리, 내가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정말인가?”

“······?”

오전 훈련을 하기 위해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들은 첫마디였다.

지혁은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바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다음 날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난리가 났는데 그냥 넘어가는 게 이상했다.

“서브를 말하는 거면 맞을 거예요. 지난 두 달간 닉이 코칭을 잘해주셔서 실력이 많이 늘었거든요.”

“그게 사실이라고? 솔직히 직접 확인하기 전에 믿기 힘들구먼.”

아무리 성장기라고 해도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라 닉은 긴가민가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증인들과 선수 본인이 긍정하자 당장 부정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면 오늘은 서브를 중점적으로 점검해보는 게 좋을 것 같군. 위력이 크게 올라간 만큼 자세가 뒤틀렸거나 컨트롤에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오,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좋죠.”

지혁은 신체 능력이 상승하고 난 후 밸런스가 미세하게 뒤틀린 느낌을 받고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닉처럼 노련한 코치의 도움을 받으면 감각을 최적의 상태로 되돌리는데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원래 계획하고 있던 방향을 크게 틀어서 훈련을 시작했다.

쾅!!

닉은 단순히 서브를 몇 번 본 것만으로 금방 상황을 간파했다.

그의 높은 안목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힘이 많이 붙은 게 보여. 그런데 그걸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군. 바운드 위치가 흔들리는 것만 봐도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 게 분명해.”

“닉이 말한 대로예요. 제가 의도한 대로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음······. 실전을 오랫동안 치르지 않아서 그런가? 일단 다른 걸 제쳐두고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어. 주춧돌부터 어긋난 상태에서 실력을 가다듬어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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