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81화 (181/241)

181화. 세레나 윌리엄스

세레나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할 생각은 없는지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서브를 쳤다.

탕!!

빠른 속도로 서비스 코트를 강타하는 플랫 서브.

지혁은 그 위력적인 공격에 속으로 꽤나 감탄했다.

상대의 서브 실력이 얼마 전 상하이 마스터즈에서 상대한 리나를 월등하게 상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지난 13년 동안 세레나가 절대적인 강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180 후반에서 190 초반 정도인가? 어지간한 남자 탑랭커 수준이네. 무서운 힘이야.’

남자 선수들도 빅 서버들이나 230km에 달하는 서브를 칠 수 있지 보통 190km 근처가 대부분이었다.

이건 당장 ATP에 데뷔하더라도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의미였다.

‘물론 빅4나 나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지혁은 바운드 후에 베이스라인으로 튀어 오르는 공을 아주 간단하게 리턴해냈다.

마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그 동작에 테니스에 눈썰미가 있는 관중들은 나지막하게 신음을 흘렸다.

탕!! 탕!! 탕!!

위력적인 궤적을 그리며 랠리가 반복되길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스트로크가 사이드라인을 강타하고 코트 뒤쪽 벽에 부딪치는 장면이 나왔다.

지혁의 그림 같은 포핸드 크로스샷이었다.

“히야! 정말 좋은 위닝샷이었어. 너도 봤지? 두 사람은 수준이 다르다고. 저 예술적인 스트로크를 봐. 골든 보이는 그야말로 격이 다른 선수야.”

“흥. 이제 첫 번째 포인트일 뿐이에요. 경기는 이제 시작이라고요.”

“하하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만.”

에밀리는 은근히 약 올리는 중년 남자의 말투에 발끈하며 반발했다.

자신의 자존심도 달려있었지만 열렬한 세레나의 팬으로서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세레나는 남자 탑랭커들이랑 경기를 해도 자신 있다고 했어요. 그러니 반드시 이길 거예요.”

“와우···. 설마 남녀 선수들의 실력 격차가 없다고 한 그 헛소리를 말하는 거야? 아가씨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그게 아니라면 멍청한 건가?”

“2,000달러나 내놓을 준비 하시죠. 1달러도 빠짐없이 받을 테니까요.”

경기는 에밀리와 남자가 다투던지 말든지 계속 진행되었다.

[피프틴 올.]

[피프틴 서티.]

[서티 올.]

한 번씩 위닝샷을 주고받는 상황에 손에 땀을 쥐며 집중하는 관중들.

어느 누구한테도 우세한 기색이 없이 스코어가 비슷하게 유지되자 몇몇 여성 팬들은 환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세레나가 남자 랭킹 1위인 지혁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수면 아래 숨겨진 속사정은 그녀들의 생각과 상당히 달랐다.

‘사전에 조사한 대로 백핸드가 정말 좋네. 주력인 포핸드하고 비슷한 위력이야.’

스트로크 실력이 이렇게 뛰어나다니 어째서 세레나가 WTA 최강의 베이스라이너로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지 알겠다.

탕!!

갑자기 한층 빨라진 속도로 날아오는 세레나의 스트로크.

예상하지 못한 그 공격에 지혁은 허를 제대로 찔렸다.

느슨하게 플레이하던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게임 월리엄스 1-0.]

지혁은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승부욕하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기에 속으로 욱하는 기분이 들었다.

‘적당히 하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한다고? 나를 자극해서 좋을 게 없을 텐데.’

신사다운 성격을 가진 페더러나 조코비치라면 아마 높은 확률로 여자 선수에게 승부를 양보했겠지.

하지만 지혁은 의도적으로 패배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플레이어 레디. 서브 리.]

‘그럼 리턴은 얼마나 잘하는지 한 번 볼까.’

쾅!!

서브는 세레나에게서 들렸던 소리와 차원이 다른 굉음을 내며 T존에 내려 꽂혔다.

궤적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그 무시무시한 위력에 관중석은 아주 잠깐 정적에 휩싸였다.

아무래도 지혁의 실력 행사를 보고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피프틴 러브.]

[SERVE SPEED: 139MPH]

쾅!!

[서티 러브.]

[SERVE SPEED: 141MPH]

고작 1분 만에 나온 두 번의 에이스.

관중들은 세레나 윌리엄스에 대한 환상이 조금씩 깨지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지혁의 실력은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음···. 예상 대로군. 골든 보이가 봐줄 생각이 없나 봐.”

“골든 보이는 아직 20살도 되지 않은 어린 선수라서 자존심이 강할 거야. 상대에게 승리를 양보하는 걸 기대하기는 힘들지.”

“이 기회에 각 리그 1등들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시켜줬으면 좋겠구만. 마침 우리들도 궁금했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세레나인데 몇 게임 정도는 따내지 않겠어? 이때까지 보여준 게 있잖아.”

“글쎄. 나는 가망성이 없다고 봐.”

앞 열에 앉아 있던 올드팬들과 전문가들은 경기 시작 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애초에 밸런스가 심각하게 맞지 않는 승부였다.

지혁은 세레나가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였던 것이다.

***

시간이 흐르고 1세트 중반.

경기는 지혁의 일방적인 우세로 흘러갔다.

더욱 충격적인 건 지금의 상황조차 지혁이 전력을 다한 게 아니었다.

분명 그랜드슬램에서 조코비치를 상대할 때 이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실력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서브 앤 발리! 골든 보이가 아주 여유롭게 위닝샷을 성공합니다. 저 장면을 프로들의 교본으로 사용해도 되겠습니다. 완벽한 빌드업이었어요.]

[세레나가 고전을 하네요. 리의 플랫 서브가 너무 빨라서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초반에 비하면 상황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에이스는 허용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이것도 대단한 겁니다. 리의 서브는 WTA 대회에서 나온 적이 없는 속도잖아요. 세레나에게는 미지의 영역일 겁니다.]

[네. 여자 단식은 가장 빠른 서브 기록도 220km가 넘지 못했죠. 아무래도 대등한 대결을 하려면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어요.]

[아마 1세트 정도면 넉넉할 겁니다. 그러면 베이스라이너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

해설들은 최대한 희망이 담긴 멘트를 하며 팬들의 동요를 막았다.

미국 선수인 세레나의 패배를 확정 짓듯이 말하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시청자들에게 좋은 호응이 돌아오긴 힘들었다.

[게임 리 4-1.]

“하하하! 내가 바라던 그림이야! 골든보이가 세레나를 완전히 박살을 내는구만. 역시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지혁이 4연속으로 게임을 가져가자 흥분한 표정으로 환호성을 터트리는 중년 남자.

근처에 앉아 있는 상당한 숫자의 관중들이 불편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 아직도 그 바보 같은 생각이 변하지 않았나? 아가씨에게도 눈이 있다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짐작할 수 있을 텐데?”

“······.”

에밀리와 그녀의 친구는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물었다.

당장 세레나가 이길 거라고 반박하기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솔직히 간신히 버티고 있는 저 모습에서 누가 승리를 말할 수 있겠는가.

“아···아직 끝나지 않았아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에밀리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우겼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있어서 설득력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중년 남자는 그녀가 왜 그러는지 전부 이해한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그랜드슬램처럼 5세트 경기도 아니니 별로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야. 경기가 끝난 후에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구만.”

그렇게 모든 관중들이 지혁의 승리를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세레나가 전세를 뒤흔드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서티 올! 오! 이게 무슨 일이죠. 골든 보이의 서비스게임에서 이런 적은 처음인데요. 심지어 리턴 에이스까지 나왔습니다. 정말 믿기 힘든 장면이에요.]

[음···. 드디어 고속 서브에 적응이 된 모양이군요.]

[네. 그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을 설명하려면 그것밖에 없어요.]

[이렇게 됐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스트로크 대결이 진행될 겁니다. 벌써 기대가 되네요. 두 선수 모두 환상적인 랠리 실력으로 유명하잖아요.]

[그래도 베이스라이너인 세레나에게 더 좋은 소식일 겁니다]

지혁은 동점이 만들어지자 묘한 표정이 되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고속 서브에 대한 세레나의 적응이 빨랐기 때문이다.

‘역시 10년이 넘게 정상의 자리를 유지한 선수의 저력은 다른 건가.’

경기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생각처럼 쉽게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여기서 서브의 위력을 더 높이면 간단히 해결되겠지.’

다시 서브를 하기 전에 마음속으로 남은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는 지혁.

놀랍게도 그는 아직도 모든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빅4를 상대할 때 비장의 무기로 사용하던 기술들을 아껴두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랠리를 하면서 상황을 조금 지켜보자. 그 방법이 아니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일은 없으니까.’

마침 세레나가 전력을 다해 부딪쳐오는 스트로크가 얼마나 대단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녀가 가진 최고의 강점은 랠리였으니 말이다.

쾅!!

흐릿한 궤적을 그리며 T존에 떨어진 지혁의 플랫 서브.

세레나는 고속 서브에 적응한 건지 깔끔하게 리턴을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근육질의 몸이랑 어울리지 않는 풋워크가 과연 역대 최고의 여자 선수다운 실력이었다.

‘오. 압박감이 상당한데. 몸이 완전히 풀렸구나.’

그동안 서비스게임을 4번 연속으로 내주고 열을 제대로 받은 모양이었다.

장난기가 조금도 없는 플레이에서는 살벌한 느낌마저 전해지고 있었다.

코트와 가까운 거리에 있던 관중들은 무조건 이기겠다는 각오를 느끼고 아주 작게 신음을 흘렸다.

‘내가 세레나를 너무 과소평가했구나. 어중간한 남자 탑랭커 선에서 정리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지혁은 랠리가 진행될수록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이 깊어졌다.

‘중국의 리나나 지연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기겠어. 세레나가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면 WTA 리그에서 앞으로도 무적일 거야.’

실제로 2020년까지의 테니스 역사는 지혁의 생각대로 흘러간다.

전성기가 한참 지나간 40줄의 나이가 되어서도 그녀를 이길 만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더 아쉽네. 경쟁자가 많았다면 지금보다 실력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야.’

독보적인 실력을 가진 선수가 가진 딜레마였다.

현재 상태만 유지해도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는데 어떤 선수가 절박한 마음으로 훈련을 하겠는가.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그리고 지혁조차도 비슷한 실력을 가진 경쟁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실력을 갖추긴 힘들었을 것이다.

현재 테니스계의 황금기는 빅4들이 서로를 라이벌로 여겼기에 만들어졌다.

그 여파로 한 세대 전이라면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고도 남을 실력을 가진 상위 랭커들이 불쌍한 처지로 전락하게 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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