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테니스 천재가 되었다-198화 (198/241)

198화. 슬럼프?

[게임 리 5-2.]

엄청난 속도로 지나간 3세트.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관중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지혁의 활약이 정말 대단하긴 했나 보다.

“허억······허억···.”

나달이 초반부터 수비적인 자세를 고수했기에 지혁은 벌써 한계에 도달해있었다.

아마 지금 같은 페이스로 2, 3게임만 더 지속하면 탈진해서 쓰러지겠지.

거칠어진 호흡과 눈에 띄게 느려진 풋워크도 더 이상 숨기기 힘들었다.

탕!!

정상급 베이스라이너의 체력을 자랑하듯 경기 초반과 별다를 것 없는 위력으로 스트로크를 치는 나달.

비록 주황색 상의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컨디션 자체는 멀쩡해 보였다.

그도 이대로 시간을 끌면 자신이 무조건 승리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촤아아악-

지혁은 자신의 풋워크로 시간 내에 스트로크를 따라가기 무리라고 판단하고 슬라이딩을 하며 라켓을 쭉 뻗었다.

이렇게 맞추는 것만 급급하면 반격을 당할 게 분명했지만 지금 당장 테이크백과 스윙을 할 여력이 없었다.

퉁!

라켓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길 잠시.

공은 느릿한 속도로 네트를 넘어갔다.

다행히 마지막에 본능적으로 각도를 조절해 발리를 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나달은 천천히 날아오는 스트로크를 여유롭게 따라가 전력을 다해 라켓을 휘둘렀다.

탕!!! 하는 굉음과 함께 강력한 포핸드가 쏘아지자 모든 사람들은 위닝샷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분명 평소라면 그 예상이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지금처럼 지혁이 모든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타다다다다!

스트로크가 임팩트가 되기 전부터 타구의 방향을 예측하고 이미 움직임을 시작한 지혁.

그는 마치 어디로 바운드될지 예상이라도 한 듯 완벽한 카운터 백핸드를 성공시켰다.

나달은 설마 이런 식으로 공격이 되돌아올 줄 몰랐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와아아아아!!

그 마법 같은 플레이에 전문가들과 선수들은 혀를 내두르며 감탄을 쏟아냈다.

“저건 언제 봐도 신기하단 말이야. 저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천재만의 감각이라도 있는 건가.”

“골든 보이만 할 수 있는 특수한 플레이지. 그냥 우리랑 다른 세상에 사는 녀석이야.”

“정말 사기적인 재능이구만. 심지어 나이도 다른 탑랭커들보다 훨씬 어린데 말이야.”

“어쩔 수 없어. 우리는 빅4를 내버려 두고 그 밑에서 경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 괜히 오르지도 못할 나무를 목표로 잡으면 피곤해질 뿐이니까.”

“며칠 전에 앤디 머레이랑 로저 페더러가 허무하게 패배한 이유가 있었구나···. 이러다가 정말 기적적으로 역전하는 거 아니야? 3세트는 이미 이긴 거나 다름없으니까 이제 스코어도 2-1이잖아.”

“음······. 그럴 수도 있겠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야.”

3세트의 끝에 도달해갈수록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조금씩 ‘역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건 지혁이 세트 포인트를 따냈을 무렵 절정에 도달했다.

[세트 리.]

결국 6-2의 압도적인 스코어로 3세트를 지혁.

드라마틱한 그림이 만들어지자 경기장은 열광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당장 지혁이 기진맥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오늘따라 유독 경기 시간이 길었던 만큼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역전을 기대하는 모양이네. 하지만 내 체력은 여기까지야.’

지혁은 이미 3세트에서 모든 체력을 소모한 터라 남은 두 세트를 버틸 여력이 없었다.

아마 경기가 다시 시작하면 전세는 급격하게 기울 것이다.

‘무리하면 더 버틸 수 있겠지만······. 여기서 부상의 위험을 감수할 가치는 없지.’

게다가 이미 그랜드슬램 우승은 4번이나 경험이 있어서 이전보다 집착하는 마음도 적었다.

시간만 있으면 몇 번이고 더 할 수 있는데 굳이 후유증이 남을 어리석은 짓을 왜 하겠는가.

순순히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어느 쪽으로 보나 옳은 결정이었다.

비록 다음 세트가 그리 재미없겠지만 말이다.

***

120초의 휴식 시간이 끝나고 다시 시작한 4세트.

나달은 대패를 당하고 정신을 바짝 차린 것인지 여유롭던 표정이 완전히 사라졌다.

[서브 리.]

그렇게 서비스게임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재개되었다.

쾅!!

코트를 가득 채우는 굉음과 함께 서비스 코트에 떨어지는 지혁의 서브.

분명 빠른 속도였지만 관중들은 경기 초반에 비하면 위력이 꽤나 하락한 게 느껴졌다.

그걸 증명하듯이 전광판에 떠오른 숫자도 200km를 간신히 넘었다.

이 정도면 클레이 코트에서 서브로 이득을 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피프틴 러브.]

[서티 러브.]

나달은 단단히 각오했던 것과 다르게 위너를 간단히 얻게 되자 이해가 가지 않는지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이것도 뭔가 노림수가 있는지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달은 경기가 지속될수록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임 나달 2-0.]

웅성웅성.

지혁이 순식간에 브레이크를 당하고 다음 서비스게임까지 패배하자 관중석은 급격하게 소란스워졌다.

“도대체 경기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분명 아까 전만 하더라도 골든 보이가 유리하지 않았어?”

“나도 모르겠어. 풋워크나 스트로크 속도도 그렇고 왠지 힘이 빠진 느낌인데.”

“별다른 전조도 없이 갑자기? 원래 리는 기복이 심한 선수가 아니었잖아.”

“아니, 작년 시즌 초반에는 체력이 부족한 모습을 간간히 보이긴 했어. 성적이 워낙 압도적이라서 대부분의 테니스 팬들이 간과하고 있었지만 그는 아직 성장기가 끝나지 않은 나이니까.”

“그래도 이건 아니지···.”

경기는 관중들의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속에서 빠르게 진행되었다.

나달이 점점 위너를 쌓아가며 승리를 굳혀간 것이다.

[게임 나달. 5-0.]

그렇게 얼마 후, 결승전은 마지막 서비스게임에 도달했다.

1, 2, 3세트에 비해 절반도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만큼 나달의 경기력은 지혁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탕!!

명백하게 유리한 상황에서도 방심하지 않고 수비적인 플레이를 고집하는 나달.

지혁은 클레이에서 랠리가 장시간으로 흘러가자 따로 빌드업을 거치지 않고도 알아서 빈틈을 보였다.

체력이 한계에 도달하자 스트로크의 위력과 정확도가 눈에 띄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인을 벗어나는 아웃이나 샷이 네트에 걸리는 빈도도 꽤나 증가했다.

[포티 피프틴. 매치 포인트 나달.]

쿵!!

잠시 후, 결승전의 매치 포인트는 나달의 주력 무기인 리버스 포핸드가 장식했다.

변명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승리였다.

나달은 스피커로 경기 종료 선언이 들리자 커다란 포효를 질렀다.

아무래도 몇 년 간의 부진을 깨고 자신의 타이틀을 되찾은 게 진심으로 기쁜 모양이었다.

그것도 2년 간 우승 트로피를 빼앗아간 지혁을 상대로 말이다.

***

[롤랑 가로스의 왕좌를 되찾은 나달,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효하다.]

[자존심을 지킨 클레이의 제왕. 조코비치와 이지혁을 연달아서 완벽하게 격파.]

[골든 보이의 부진. 어린 나이에 맞지 않는 가혹한 스케줄 때문인가?]

[4세트에서 보여준 심각한 경기력에 팬들의 걱정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패배의 요인을 체력으로 꼽아.]

지혁의 그랜드슬램 성적이 호주 오픈에 이어서 롤랑 가로스마저 준우승에 그치자 테니스 팬들은 조금씩 슬럼프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작년 US 오픈까지 포함하면 3번 연속으로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기 때문이다.

최근 지혁의 성적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뛰어났지만 비교 대상이 같은 빅4인 나달과 조코비치였기에 이런 어이없는 말이 나왔다.

여기엔 자극적인 이슈를 쫓는 언론들의 은근한 태도도 한몫했다.

윔블던 본선 시작까지 일주일 전.

지혁은 롤랑에서 쌓인 피로를 10일 동안의 휴식으로 대부분 해소했다.

가능하다면 더 쉬어주는 게 좋지만 대회 개최일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빡빡한 일정을 생각해서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프랑스에서 바로 영국으로 날아왔기에 시차와 날씨 적응은 어느 정도 되었다.

그러니 이제 잔디 코트 특유의 감각을 되살리는데 집중하면 된다.

우르르르.

한적했던 런던의 어느 테니스 코트는 갑자기 10명쯤 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혁과 코치들이 연습을 위해 개인 훈련장에 방문한 것이다.

이곳은 그동안의 수입으로 매니지먼트가 따로 구매해둔 것이라 외부의 방해를 받을 염려도 없었다.

“지혁아, 윔블던은 롤랑보다 훨씬 수월할 거야. 이번에는 네가 우승할 확률이 어느 대회보다 높아.”

“그래. 박 코치의 말이 맞아. 언론에서 하는 말은 신경 쓰지 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헛소리들이니까. 네가 우승만 하면 순식간에 태세전환을 하면서 이전처럼 찬양할 걸?”

코치들은 요즘 테니스계에서 들려오는 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지혁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아무리 멘탈이 단단한 선수라도 언론과 팬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정상급 플레이어는 조금만 부진해도 여러 구설수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허다했다.

더구나 지혁은 현 세계 랭킹 1위라 전방위적으로 여러 평가들이 쏟아졌다.

그래서 코치들은 만약 자신이 이번 일의 당사자였다면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별로 신경 안 써요. 그보다 훈련이나 하죠.”

지혁은 주변에서 걱정스러운 시선이 느껴지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것보다 훨씬 심각한 일들을 과거에 겪었기에 작은 구설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심각한 부상으로 은퇴 위기에 몰리고 ATP 랭킹도 없는 국내 테니스 선수들에게 몇 년 동안 퇴물 소리까지 들은 경험이 있는데 고작 그랜드슬램 준우승을 한 것으로 낙심을 하겠는가.

“······어! 그러자.”

코치들은 예상과 다르게 지혁이 멀쩡해 보이자 얼떨떨한 얼굴로 훈련 준비를 했다.

이 정도로 지혁의 멘탈이 강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엄청 예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멀쩡하잖아?”

“천재는 정신력도 강한 건가? 저번에 시즌 아웃을 당하고 몇 개월 동안 재활을 할 때도 이랬잖아.”

“그건 아니지. 바브린카나 델 포트로, 앤디 머레이를 봐. 대회 환경이나 기분에 따라 기복이 얼마나 심한데.”

“아니, 나는 그 윗급을 말하는 거지. 빅4들은 전부 강철 멘탈이잖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인성 문제나 따로 구설수도 없었고.”

“어···?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

“별로 이상할 것도 없어. 빅4들이 지금의 위치에 어떻게 올라갔겠어. 뼈를 깎는 노력도 버텨냈는데 정신력이 강한 건 당연한 거야.”

“하긴 지혁이가 엄청난 독종이긴 하지. 난 훈련을 이 정도로 지독하게 하는 선수는 처음 봤거든. 그것도 세계적인 스타의 위치에 올라 선 이후에도 말이야.”

한동안 대화를 하던 코치들은 훈련으로 가득 차 있는 지혁의 평소 일상을 떠올리고 금세 지금의 상황을 납득했다.

정상이 아닌 사람이 비정상적인 건 오히려 당연했기 때문이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보기만 해도 토가 나오는 훈련과 대회 일정을 지난 3년 동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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