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181화 (181/277)

(186) 이세계 드래곤 [19] 35.악마의 유혹.

눈을 떠보니.. 환한 아침 햇살이 눈을 따갑게 만들었다. 침대랑 창문과는 떨어져

있는 상태였지만 비스듬히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정확히 얼굴을 덮쳐서 눈을

비추니.. 뜨고 싶지 않는 눈꺼풀이 저절로 위로 올려졌다.

"으음..."

개운치 않는 않은 몸을 느끼며 그녀는 힘이 든다는 것을 느꼈다. 어제의 약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그리고 보니 여기는 어디지?

흐릿한 시야가 서서히 뚜렷하게 보이자 혜진이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익숙한 방

이 아닌 처음 보는 곳이라는 것을 알자 벌떡 일어났다.

"에...?"

짧막한 의문형을 터트리고 혜진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남자방인지... 여기저기

옷이 퍼질러 있는 것이 보였고, 부자 집이라는 것을 강조하듯.. 고급스런 인테리어

가 곳곳마다 눈에 띄는 20평정도 되는 큰 방이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옆에는 익숙한 남자가 곤히 잠들어 있는 것이 보

였다. 다름 아닌 자신도 잘 알고 있는 남자였고, 누군가에게 얻어 터졌는지... 얼

굴 몇 군데에 멍 자국이 조그맣게 보이고 있는 승환이였다. 혜진이는 눈을 짤막하

게 크게 떠지면서 잠들어 있는 승환이를 보았다.

'뭐지...? 분명... 어제.....?'

기억을 더듬더듬 생각하려고 해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어제 분명히.. 몸이

견디지 못해서 약을 원했기 때문에 약을 얻으러 나이트 장을 찾으러 간 것은 기억

한다. 그리고 약을 맞은 뒤로... 이상하게 그 후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으음..."

그녀가 어제 일을 생각하려고 머리를 싸맬 때.. 승환이가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눈

을 뜰 조짐이 보였다. 그리고 감겨있던 눈꺼풀이 서서히 위로 올려지기 시작했다.

눈을 뜨자마자 승환이는 어리벙벙한 얼굴로 동공으로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

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혜진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

그리고 어색한 침묵이 그 둘 사이에 이루어 졌다.

"...아, 안녕..."

이윽고 혜진이는 살짝 미소를 곁들린 웃음과 함께 오른 손을 살짝 올리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승환이의 반응은.....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대포성 비명이 카이란의 집을 크게 강타했다.

"자, 잠깐!! 뭐, 뭐야!! 이거 반대라고 생각 안 해!!!?"

어이없었는지.. 혜진이는 황당한 목소리로 말을 더듬거리며 큰소리를 쳤다. 이런

상황은 대개 여자쪽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남자가 비명을 내지를

수 있는지.. 혜진으로써는 황당하기만 할 뿐이었다.

비명이 울려 퍼지자마자.. 방문이 벌컥 열리는 것이 들렸고, 큰소리와 함께 누군가

가 뛰어 들었다.

"이런 나쁜 놈!!!!!"

"에?"

-퍼억!!!-

짐승을 본 것 마냥!! 그 누군가는 벌컥 방문을 열자마자 멋진 이단 옆차기로 승환

이의 얼굴을 걷어 차버렸다. 그리고 승환이는 바로 KO로 쓰러졌다.

"역시 남자는 짐승이야!!!"

다름 아닌.. 멋진 이단 옆차기를 날려 단번에 승환이를 날려버린 주인공은 바로 백

성이의 동생인 이민지였다. 민지는 이미 카이란 방에 남자와 여자와 둘이서 나란히

자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상태였기 때문에 비명소리가 나자마자 벌컥 달려나가서..

자초지종도 확인 않고 몸부터 날린 민지였다.

"혜진 언니 괜찮지!!? 내가 구하러 와 줬어. 히히히히.. 그런 난 이 짐승 같은 남

자 데리고 나갈게.. 나중에 아래층으로 내려와..."

민지는 싱긋 웃고는 승환이를 질질 끌고 방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리고 혜진이

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막했다.

"엣또.. 저, 저기......"

"에? 왜요."

"비명을.. 지른 것은... 내, 내가 아니고.. 저기 네가 들고 있는 저 남자인데...."

"........에?"

.....뭔 말이 필요하랴....

"그럼.. 정말 고마워....."

승환이는 카이란에게 정말 큰 고마움을 느꼈다. 카이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

으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 별것 아냐.. 다음에.. 나 볼 때마다.. 점심값만 맨 날 해결해 주면 되..."

".............알았어.. 농담으로 받아들일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승환이는 웃으면서 농담으로 흘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민지가 표독스런 말투로 나섰다.

"아이참!! 오빠는.. 지금 뭐하는 짓이야!!? 사람 구해놓고.... 그게 은인이 할 말

이야? 하여튼..... '겨우' 점심값이라니...."

"............."

들었는가? 겨우란다.. 겨우... 어찌보면.. 더욱 무서운 아이는 민지일수도 있다.

지금은 아침 8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 혜진이와 승환이는 각자 집으로 가기 위해

문 밖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8시면 빠른 시각이겠지만.. 천만의 말씀.. 이들

은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아침 8시 25분까지 학교에 가야 할 시각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늦은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백성이에게 신세를 졌네.. 다음에 이 누님이 멋지게 한 턱 쏠게..."

혜진이는 윙크를 건내며 그렇게 고마움의 표시했다.

"그래.. 한턱이 아닌 두 턱이다. 겨우 한 턱으로 될 것 같아? 후후후... 나를 우습

게 보는 군.."

"그래? 알았으..."

카이란도 농담 비슷한 말에 살짝 웃어넘겼다. 물론 진심일 수도 있었지만.. 깊게

들어가지 않는 한 모르는 일이다.

혜진이는 여느 때와 밝게 웃었다. 어제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르고 있고, 그저..

그 무리 속에서 카이란과 승환이가 같이 구해준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카이란

도 아무 말 하지 않았기에, 혜진이는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할 뻔한 것과,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 하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니야.. 이제부터는 네 스스로가 마음을 먹어

야 할 때야.. 이이상.. 너에게 관여하는 인간은 없을거야.. 만약에 있다면.. 내가

다시 끝내주면 되니까.. 하지만.. 너에게는 이제부터 시작일 수도 있어.. 그러니..

네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기억해둬.. 그것도 아주 독하게 먹는 것이 좋을 거

야... 그러지 않으면.. 넌 이제 죽음 것이랑 다름없으니까...."

장난기가 있는 웃음이 멈추고 카이란이 정중한 얼굴로 충고를 하듯 자신에게 말하

자.. 겁주는 것치고는 너무 진지했기 때문에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눈치를 챘

다. 하지만 느닷없이 그런 말을 내뱉으니 혜진이는 조금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 그래... 알았어..."

그리고 그 둘은 거기까지만 얘기한 채 등을 돌려 카이란과 헤어졌다.

"백성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집으로 가는 도중.. 혜진이는 카이란이 했던 마지막 말을 문득 기억나자 이상하다

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세.. 아무래도 네가 한 약 때문이 아닐까?"

마약에 대한 후유증... 즉.. 금단현상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대강 눈치

를 챘다. 혜진이는 고개를 돌려 승환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흐음.. 그렇다고 그렇게 겁줄 정도인가...?"

역시 뭔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혜진이는 고개를 다시 한번 갸웃거렸다. 약을 했다고

는 하지만.. 이제부터 주위에 그런 놈들은 없을 것이라, 정신만 차리고 약에 대한

생각만 잊으면 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겁을 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정신 차려.. 분명..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경고를 내린 것 일수도

있잖아. 그러니.. 걔 말대로 정신 똑바로 차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만약 잘못되

기라도 한다면.. 안되잖아."

그래도 카이란이 했던 말은... 분명.. 경고성이 깃들인 말이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승환이도 진지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 덕분인지 혜진이는 승

환이의 말을 쉽게 흘려버리며 장난기 있는 어투로 대답했다.

"후훗.. 하여튼.. 너도 어지간히 나를 걱정하는 구나... 알았어.. 알았어... 뭐 조

심하면 되지 뭐... 후훗.."

빙긋 눈웃음을 지으며 혜진이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때 혜진이는 왜 카이란이 그런

말을 했는지 지금도 잘 몰랐다. 그 후에 자신에게 어떠한 결과가 올지 생각지도 못

했기 때문에 카이란의 말뜻은 조금밖에 듣지 않았다. 금단현상이라는 것은.. 혜진

이도 잘 알고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조금 우습게 봤을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었다.

그리고 혜진이는 한가지를 잊은 것이 있었다. 어제 밤 몸에서 계속 약을 원한다는

괴로움의 의해서 자신도 모르게 약을 찾으러 간 것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인간들의

버릇 중... 가장.. 나쁜 버릇인... 그때 그 일에 대한.. 의아함.., 즉 그때는 괴로

웠지만.. 지금은 그런 괴로움은 찾아 볼 수가 없는 해방감의 의해서 쉽게 잊어버리

는 버릇이 발동되어 버렸기 때문에 혜진이는 그 날 일어났던.. 괴로움을 잊어버리

고 만 것이다. 그리고 악마를 유혹하면.. 자신에게 오는 것은 절망이라는 단어를

심어 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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