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200화 (200/277)

(205) 이세계 드래곤 [22] 3.심심했는데 다행.

청소가 끝나자마자 사미는 빨리 교실을 나가려고 했다. 시간이 많이 지체 됐기 때문

에 이미 일행들은 집으로 갔을 거라고 생각해 사미는 뒤늦게라도 그들을 쫓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카이란과 아리아의 모습에 그만 사미는 놀란 표

정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어머! 백성님!!"

"여어.. 네가 너무 안 오길래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서 이렇게 같이 너희 반으로 와

서 기다렸어."

"백성님 말대로 사미양이 안 와서 같이 기다렸어요. 조금 진작에 말하지요.. 전 먼

저 돌아간줄 알고 조마조마 했었잖아요. 다음부터 이런 일이 있다면 진작에 말해주

세요."

"아리아 말대로 그렇게 해죠. 괜히 걱정시키지 말고. 알았지..?"

카이란과 아리아의 말에 사미의 표정은 점점 부드러워졌다. 꼭 무언가 기쁨에 벅찬

사미의 표정이었지만 카이란과 아리아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읽지 못했다. 사미는

활짝 웃으면서 카이란과 아리아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양팔로 각각 카이

란과 아리아의 팔짱을 꼈다.

"네.. 알았어요. 다음부터는 그렇게 할게요.. 헤헷.. 그러니 이제 가요.. 백성님...

그리고 아리아양.."

"사미양 뭐지요? 왜 제가 사미양 팔에 안겨야 하지요? 전 백성님에게 안기고 싶지

사미양에게 안겨봐야 기쁘지 않다고요."

사미가 자신의 팔짱을 끼자 아리아는 불만을 내뱉었다. 원래대로라면 아리아는 사미

가 팔짱을 끼고 있는 반대편 쪽으로 카이란의 팔짱을 껴야 정상인데.. 느닷없이 사

미가 그런 행동을 보이니 아리아는 약간 황당했다.

"헤헷.. 뭐.. 오늘만큼은 그냥 넘어가요. 가끔은 이렇게 가는 것도 좋잖아요."

천연스러운 얼굴로 배시시 웃으면서 사미는 가볍게 대꾸했다. 아리아는 살짝 한숨을

섞인 미소를 짓기만 하고는 반박은 하지 않았다. 무언가 사미가 기쁘게 웃어주는 모

습이 보기가 좋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을 깨고 싶지는 않은 배려였다.

"가지.. 민지가 기다리겠다."

"네.."

"기다리기 전에 빨리 가요."

사미네 반의 청소시간에 의해서 많이 지체 됐기 때문에 그들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

겼다.

"그런데.. 사미양은 청소하는 것 정말 예술이던데요..."

민지가 기다리고 있는 정문 앞 나무쪽으로 가는 도중.. 아리아는 갑자기 사미의 청

소하는 모습을 기억하고는 말을 했다.

"호호.. 그것 보셨나요?"

사미는 부끄러운지 살짝 웃음을 흘리며 양 볼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보지 않을 수야 없지요. 참으로 가관이었다고 생각되는 모습이었습니다. 후훗..."

능글스럽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는 아리아는 천천히 눈꼬리가 가늘어졌다. 확실

히 가관이긴 가관이었다. 한 반을 통치해서 큰소리를 내뱉고는 장작 자신은 아무것

도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니... 카이란도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하핫! 하여튼.. 나도 놀랬다니깐.. 청소는 하지 않고 그렇게 큰소리만치는 모습이

라니.. 나와 아리아가 놀라서 멍하니 바라봤다. 나도 애들에게 협박해서 청소는 하

지 않는데.. 왠지 너의 행동은 그것보다 더한 것 같아."

카이란도 그 모습을 기억하자 웃음이 나왔다. 사미는 또다시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

이 봐도 그 모습은 창피할 만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청소를 해도 되는 건가요? 솔직히 너무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요."

아리아는 청소시간에 그렇게 한 사미의 행동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사미는 아

리아의 얼굴을 한번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후훗.. 그렇기야 하겠죠. 하지만.. 일부러 그러는 것이에요. 쉽게 말해 일종의 '심

보' 라고 할까요?"

"심보요? 무슨 심보요?"

무슨 심보인지 아리아는 다시 한번 반문해 보았지만 사미는 그저.. 씁쓸한 눈웃음만

칠 뿐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얘기를 하는 도중 어느새 정문 앞 나무에 도착했다

.

"오빠!"

그들이 오는 것이 보이자 민지는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다짜고짜 화부터 냈다.

"뭐야 왜 이렇게 늦은 거야!!? 걱정했잖아!"

"미안.. 민지야.. 이 언니가 오늘 청소 당번이어서 늦어버렸어."

늦은 원인의 제공자인 사미가 민지의 말에 대변했다. 민지는 그런 사미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질 못했다.

"여어.. 선배 안녕하세요."

민지 옆에는 사미의 친언니인 혜미가 빙긋 웃는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여전히 웃

는 모습이 잘 어울린 혜미의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백성군. 아리아양."

"혜미선배.. 안녕하세요."

"네.. 후훗..."

혜미는 눈웃음을 치면서 카이란, 사미,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광경을 보며 입을 열었다.

"후훗.. 오늘은.. 뭔가 다르네요... 언제나 백성군을 중심으로 팔짱을 꼈었는데..."

"어! 그리고 보니.. 그렇네!"

혜미가 지금 그들의 모습이 여태까지 본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말하자 민지도 그것

을 눈치 채며 말을 했다. 혜미는 여전히 빙긋 웃은 상태에서 사미를 쳐다보며 말했

다.

"후훗.. 아무래도 사미는 기분이 좋은가 보네..."

평상시대로 웃고 있는 사미였지만.. 역시 친자매라서 그런지 쉽게 사미의 기분을 알

수 있던 혜미였다.

"헤헷..."

대답대신 사미는 그저 배시시 한 웃음만 보였다. 혜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사미가 저렇게 좋아하는 이유를 대충 느낄 수가 있었다. 함께 자란 사이이니

만큼 사미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혜미였기에 조금이나마 눈치를 챘던 것이다.

"그럼... 난 오늘만큼은 이렇게 해도 될까요? 후훗..."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어느새 혜미는 카이란에게 다가가서 그의 비어있는 오른쪽 팔

에 자신의 팔을 넣어서 꼈다.

"엑!?"

"아앗!!"

"언니!"

"헤에..."

그녀의 행동에 모두 놀란 일행들.. 혜미는 방긋 웃는 얼굴로 일행을 가만히 쳐다보

았다. 카이란은 지금 왼쪽에는 사미가 팔짱을 낀 상태고, 오른쪽에는 혜미가 팔짱을

낀 상태라 양팔에 자매가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다. 가히 부러움을 초월해 분노로 바

뀔 위험한(?) 광경이었다.

"언제 저도 이렇게 한번 끼고 싶었거든요.. 언제나 사미와 아리아양만 차지했잖아요

. 오늘만큼은 봐주시겠죠?"

"헤에.. 혜미 선배 너무해요. 제 자리를 차지하다니....."

"후훗.. 미안해요.. 아리아양.... 하지만.. 오늘 아리아양은 사미에게 잡혀 있으니

이 자리는 현재 주인 없는 자리잖아요. 그리고 이곳에 여기는 아리아양의 자리 입니

다라고 푯말이라도 붙여있기라도 하나요? 그러니.. 미안하지만 오늘만큼은 이 제가

가집니다. 가끔은 쉬는 것도 좋잖아요."

미안한 기색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혜미의 미소는 해맑은 채 아리아에게 비수를

꽂을 말들을 서슴없이 나열했다.

"헤에.. 지난번에 느꼈던 거지만.. 역시 혜미 선배.. 의외로 짓궂은 성격이 있었네

요."

예전에 혜진의 병실 안에서 생긴 트러블 중 혜미의 발언은 카이란에게 치명적인 요

소를 가져 올만한 비수였다. 물론 그다지 강도는 강하지 않았지만 혜미의 입에서 뱉

은 말은 왠지 모르게 10배의 이상의 탁월한 효과를 자랑한 듯 했다.

그리고 지금 혜미의 공격대상은 아리아가 선정되어 놀리고 있는지 아니면 진심인지

모호할 정도였다.

"............."

아리아는 할말을 잃은 채 어벙벙한 얼굴로 혜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예

상외의 말을 들어서인지 패닉이라는 환상의 정신세계로 여행을 떠났나 보았다.

"헤... 오늘로써 인해 혜미 언니의 성격은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게 아리송해요. 착

한 언니의 모습과 얄궂고 짓궂은 혜미 언니의 모습. 이 둘 중에 어느 것이 진짜 모

습이에요?"

민지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혜미를 보며 말을 했다. 혜미는 빙긋 미소를 흘리며 민지

의 부드러운 볼을 쓰다듬었다.

"글쎄요.. 민지양.. 거짓과 진실은 종이 한 장의 차이 랍니다. 사람의 성격은 어느

때든 일관하게 이어간다는 것은 없어요. 선하다 악하다라는 것은 극단적인 예로 받

아들이는 것이 아니랍니다. 선한 인간도 악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고 악한 인간도

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분포적이지 고립된 방식이 아니랍니다. 성격은 양자택일

방식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고 바로바로 대응해서 나오는 본심이지요. 성격이란 그

사람의 생각하는 방식에 의해서 나타난 결과물이랍니다. 그러니 지금 저의 모습은

어느 것 하나 거짓된 모습이 아닌 제 모습 그대로 랍니다. 그러니 제 모습 그대로

받아 들여주세요. 뭐.. 때와 장소에 따라서 갖가지 대응하는 방식이 차이가 많이 날

수도 있지만요... 후훗.."

짤막한 웃음과 함께 혜미는 계속 민지의 볼을 쓰다듬으면서 말을 마쳤다. 보들보들

한 민지 볼의 감촉이 좋았는지 혜미는 눈웃음 살짝 치며 손을 떼었다.

"헤에..."

혜미의 설명에 민지는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더욱 머리만 아파졌다. 여전히

아리송한 혜미의 모습이라 갈피를 못 잡았다.

"하여튼.. 언니도 알아 줘야해.. 나 역시 언니의 모습은 알다가도 모를 성격이라 긴

가민가하단 말이야."

"그렇게 보이니 사미야...? 후훗.. 하지만.. 이것도 다 이 언니의 성격이란다. 나라

고 바뀌지 말라는 보장 없잖니. 또한 우리는 자매이니 만큼 너도 만만치 않잖아. 자

매니까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난 뭘까나. 후훗.. 일부러 노골적으로 '

오기'가 깃 든 '심보'로 아이들을 다루는 솜씨와 사소한 감동에 벅찬 기쁨을 느끼고

있는 너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난 일부러 드러내지만 넌 그것을 속이고

있잖니. 나 역시 사미 너의 성격을 종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후훗.."

혜미가 생글거리며 말하자 사미는 정곡을 찔렀는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졌다. 덕분

에 무슨 뜻 인줄 모른다는 얼굴로 카이란, 아리아, 민지가 물끄러미 혜미를 바라보

자 그녀는 당황한 듯한 기색을 보였다.

"무슨 뜻이에요?"

"지금 사미가 기쁨에 벅차다니요?"

"사미양이 지금 기뻐하고 있다고요?"

그 질문을 들으며 혜미는 또다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우선.. 그것은 말이에요.. 후훗.. 사미는 백성군과 아리아양이 자신을 기다려줬다

는 것에 커다란 기쁨을 느끼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기뻐서 지금까지 다르게

아리아양까지 팔짱을 낀 것이죠. 사미는 단순 의외로 쉽게 감동한답니다."

"헤에.. 정말이요?"

민지가 물끄러미 사미를 바라보며 진실의 여부를 묻자 사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여, 여기서 가만히 있지 말고 우리 그만 가요..."

쑥스러움을 느낀 사미는 허둥지둥 양팔에 걸치고 있는 아리아와 카이란을 끌고 앞으

로 향했다. 어색하게 열없이 웃으며 사미는 앞으로 향하자 당연히 줄줄이 비엔나 형

식으로 걸치고 있으니 사미의 힘에 의해서 자연스레 카이란과 아리아, 혜미도 앞으

로 이끌려 졌다. 그리고 그 뒤는 민지가 따랐다.

"후훗.."

당황해서 앞으로 가고 있는 사미를 향해 혜미는 여전히 꾸밈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

다. 내심 기쁨이 많이 담겨져 있어 가히 천금매소(千金買笑)보다 더 값진 혜미의 아

름다운 미소였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사미의 행동에 민지는 혜미 옆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혜미 언니.. 그런데.. 왜 사미 언니는 그런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는 것이죠? 뭔가

단순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고, 무엇보다 그런 것은 기본적인 사상 아닌가요?"

민지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민지가 자신을 쳐다보며 말하자 혜미는 살짝 눈웃음을

치며 한 손으로 또다시 민지의 보들보들한 볼을 어루어 만졌다.

"그렇게 볼 수 있겠군요. 민지양은 친구가 많이 있지요?"

"네. 조금은요.."

반문을 한 혜미의 말에 민지는 당연하듯 말을 쉽게 내뱉었다. 예전에 같이 옷을 사

러간 친구A 친구B말고도 다른 친구들이 더 존재했다. 혜미는 손을 떼며 미약하게 씁

쓸한 웃음을 보였다.

"사미는 그런 친구들이 없답니다. 지금 현재 친구란 사람을 긁어모아도 여기 아리아

양과 백성군과 민지양이 다랍니다. 저주받은 우리 집안에 의해서 어릴 때부터 친구

들에게 모두 버림받은 가여운 아이지요. 민지양은 하교 시간때 같이 집에 돌아가자

는 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기분은 매번 느끼겠지만.. 오늘 사미는 그것이 처음

이었답니다."

"에에....?"

민지는 믿기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혜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혜미는 씁쓸

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습고, 믿어지기 힘들죠? 그 흔한 친구조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사미는 정에

굶주려 있답니다. 친구를 사귀는 방법조차 모르고 있는 상태지요. 그래서 어떻게 보

면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 말싸움이 적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에요.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나온다는 것을 알거에요."

혜미의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언제나 처음 보는 사람을 보면.. 다

짜고짜 시비를 걸어서 말싸움을 하는 사미의 모습이었다. 그때는 호전적인 성격 때

문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저 친구를 사귈 줄 모르는 것이었다니.. 이제는 왜 그

녀가 그러는 것인지 이해가 갈 듯 하자 민지는 고개를 자신도 모르게 끄덕였다.

"사미의 성격을 보면 무척 고집이 세고 다부지게 보이겠지만 사실은 유리잔처럼 무

척이나 마음이 여린 아이예요.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은 일종의 '오기'가 깃 든 '심보

'인 것뿐이죠."

바람이 불었다. 훈훈한 기운을 느껴주는 부드러운 바람이 혜미의 머릿결을 지나치자

살랑살랑 머리카락들이 몸부림을 쳤다. 부드러운 바람을 느끼며 혜미는 카이란 옆에

있는 사미를 바라보았다.

"사미는 일부러 저런 행동을 보이는 거에요. 예전에는 말수가 적은 아이였지만 불운

한 사고로 인해서 스스로 암시로 걸어 독하게 마음을 지향해서 저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거지요. 우리집안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는 저주같은 집안이죠. 시민은 법으로

써 다스리지만 우리 집안은 법보다는 주먹으로 다스리는 조직폭력 집단. 저도 마찬

가지지만 사미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요. 모두들 깊은 내면을 보지 않고, 겉만 보고

는 우리 집안을 모두 무서워해서 아무도 가까이 접근하지 않아요."

혜미는 고개를 돌려 다시 민지에게 시선을 두었다.

"사미는 그것이 싫었나 봐요. 반 아이들은 자신을 똑같게 보지 않고 멀게 본다는 것

이... 그래서 은근슬쩍 화가 치밀어 올랐고, 언제부터 일종의 복수식으로 거칠게 반

아이들에게 대항하듯 일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지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

도는 점점 심해졌지만 아무도 사미에게 뭐라고 하는 아이들은 없었어요. 오히려 아

이들은 토하나 달지 않고 사미가 시키는 대로만 했지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었지

만 사미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서 더욱 침울해져만 갔죠. 원래는...."

혜미는 고개를 치켜들어 깨끗한 구름들이 둥실둥실 떠있는 하늘을 보았다.

"......자신을 꾸짖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뿐이었거든요."

그 말이 끝으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머리가 휘날렸지만 제지하지는 않았다. 혜미는

고개를 돌려 민지를 보았다.

"뒷배경이 무서워서 사미가 하라는 대로만 하는 반 아이들을 보면 어떤 기분이 날까

요? 과연 재미있을까요?"

혜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비참한 기분만 든답니다."

혜미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혜미의 모습은

지금까지의 모습을 대조하면 절대로 어울린 표정이 아니었다. 혜미는 측은한 눈빛으

로 카이란 옆에 있는 사미를 바라보았다. 혜미와 민지의 대화는 사미에게 들리지 않

을 만큼의 목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현재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아리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미는 확실히 기뻐했다. 자신을 기다려 줬다는 것에 크나큰 기쁨을 느꼈던 것이다.

언제나 외톨이로 지낼 수 밖에 없게 만든 자신의 배경에 비관하며 생활해온 사미에

게는 그 흔한 친구조차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혼자서 집에 돌아가고 혼자서

놀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중학교 때는 자신과 사귀어 달라는 남자들이 몇몇이 있었

지만 금방 자신의 배경을 알고는, 어느새인지 모르게 떨어져 나갔었다. 또한 그때는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채 순전히 잇속으로 남의 눈과 겉멋에만 치중하면서 사미를

액세서리 취급한 것을 알고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에 기쁨이 묻어날 리가 없었다

. 그러한 가운데 15살 때의 사건 이후로 사미는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결심한 뒤로

아이들에게 공격적으로 나갔지만 더더욱 친구라는 것은 자신과 점점 멀어져간 결과

만 나왔다.

사미의 마음을 한 명이라도 알아주는 반 친구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왜 사미가 그런

짓을 하고 있는지도... 아무도 몰랐다. 모두 사미의 배경 때문에 아무도 건드릴 생

각이 없는 것이었다. 사미를 좋아하는 남학생도 존재하긴 하지만.. 배경이라는 사미

의 집안 때문에 접근하는 통큰 남자는 없었다. 어릴 때부터 버림받고 집안배경 때문

에 외면을 받았어야만 했던 가혹한 운명이 지금 현실에도 똑같은 사미는, 눈앞의 미

래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

처음 카이란과 아리아가 자신을 기다려 줬을 때는 정말 기뻤다.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 또한 그것을 더해서 아리아까지 곁에 있자 예전에 암울했던 기분은 물 씻

은 듯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교실 앞에 기다려준 사람들... 사미

는 처음으로 그런 기분을 느껴보았다.

민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만 같은 눈망울로 천천히 사미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뒤에서 와락 사미를 껴안았다.

"응? 왜, 왜 그러니? 민지야...?"

지금까지 대화를 못들은 상태라서 사미는 느닷없이 뒤에서 안은 민지의 모습이 의아

하기만 했다. 하지만 카이란과 아리아는 부드럽게 웃었다. 지금 여기에서 사미만 그

대화를 못 들었지, 청각이 좋은 카이란과 아리아는 그 둘의 대화 얘기를 들은 상태

라서 민지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그래서 부드러운 눈으로 민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리아는 아까 사미가 말했던 '심보'에 대해 이해 할 수 있었다. 여전히 사미는 반

아이들이 자신을 꾸짖어 주기를 바라면서 그런 행동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을...

"언니.. 힘내요.... 꼭이에요..."

"얘가.. 무슨 소리니... 언제나 언니는 활기차게 힘내고 있잖니!! 오호호호호호호호

호!!"

고개를 높게 지켜들며 사미는 힘차게 트레이드마크 웃음을 선보였다. 오늘따라 그

웃음소리는 슬픔이 가득 찬 웃음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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