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드래곤-276화 (276/277)

(281) 이세계 드래곤 [31] 3.인간이란.

-짹짹-

다음 날 아침….

"하아암!!"

하품과 함게 기지개를 크게 키며 카이란은 느긋하게 학교를 향해 걸었다. 그런 꼴을

본 민지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불만 어린 소리를 내뱉었다.

"으이구!! 하여튼 그놈의 하품! 벌써 몇 번째야!?"

"여어두버바에아해어∼"

하품을 하면서 말을 하니 제대로 발음이 나올 리가 없으니 알아듣기 힘들었다.

"열 두번은 무슨 열 두번이야!? 열세번째라고! 웬 놈의 그렇게 잠이 많은지…."

…어찌 민지는 그것을 알아들을 수 있는지… 역시 무언가 통하는 남매의 힘인가? 신

기하기만 하다.

"시끄러! 니가 너무 일찍 깨웠기 때문이잖아."

"무슨 일찍은 일찍이야? 8시 10분전에 깨운 것도 일찍이야? 하여튼 오빤 잠 많은 것

알아 줘야해! 이제 스스로 좀 일어날 때가 되지 않았어? 만날 만날 내가 꼭 깨워줘야

일어날 수 있다니… 이제 나도 귀찮아 죽겠다."

정말이지 민지는 매일매일 오빠를 깨워주는 것도 슬슬 지겨운 감이 돌았다.

"…메야? 그 눈초리는?"

느닷없이 오빠의 눈초리가 가늘게 변하며 아니꼽게 쳐다보자 민지는 눈썹이 꿈틀 움

직였다.

"지겹다는 녀석이 매일매일 어떻게 깨울까 하는 고민에 휩싸이냐? 네가 지겨워서 죽

는 것 보단 내가 먼저 깨우는 고통 때문에 죽겠다."

뻔뻔한 민지의 말에 가증스럽다는 듯이 반박한다.

"그거야 오빠가 안 일어나니까 그런 것이지! 좀 빨리 일어나기만 하면 내가 왜 그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겠어!?"

"쓸데없는 고민이라… 그러는 녀석이 매일 아침 즐겁다는 듯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녀석이 누구였더라. 그것도 '오늘은 어떤 방법으로 오빠를 깨울까' 하면서 얼굴에 환

한 희열이 묻어 있던 녀석이 누구였더라?"

예전에 카이란은 우연찮게 아침 7시에 일어난 적이 있었다. 가히 스스로 기적이라 지

칭할 정도로 빨리 일어나 버린 것이다. 그런 사실을 모른 민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아

침 일과가 자신의 오빠를 깨우는 것이었다. 오늘은 어떤 방법으로 오빠를 깨울까 하

는 고민에 휩싸이며 행복한 고민에 빠진 민지의 모습을 우연찮게 볼 수 있었다. 그것

은 마치 '어떤 방법으로 깨울까' 하는 것이 아닌, '어떤 방법으로 더욱 고통을 맛보

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모습이자 카이란의 등골은 오싹하기 그지없었다. 어쩐지 점점

강도가 쌔진다고 느껴진 것은 기분 탓이 아니었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고 만 것이다

.

그 모습을 본 카이란의 시야에선 마치 마계 대왕이 강림해서 웃고 있는 것 같고, 타

인의 고통이 즉, 자신의 행복을 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 그거야!! 오빠가 웬만한 방법으로 일어나지 않으니까 그런 것이지! 그런 고통

당하고 싶지 않으면 좀 빨리 일어나라고!"

버럭! 지지않기 위해 민지는 소리쳤지만 내심 찔리는 구석은 있는지 얼굴은 붉게 물

들어 있었다.

"그래그래… 알았어, 알았다. 으으… 내가 다 나쁜놈이다."

이제는 귀찮다는 듯이 카이란은 훠이훠이 손을 내저었다.

"알면 됐어."

스스로 인정한 모습을 보이자 만족한 미소를 뿜어내며 민지는 웃었다.

"어쨌든, 학교나 가자. 이대로 걸어가다간 지각이다."

"알았어! 아! 버스 왔다! 오빠 뛰어!"

"오케!"

버스가 오는 것을 본 카이란과 민지는 뛰기 시작했다. 쌀쌀한 기운 속에 봄기운의 냄

새를 느끼며 그들은 학교로 향했다.

-딩동 딩동-

수업종이 울리자마자 아이들은 우르르르 빠져나갔다. 카이란도 그 중에 포함되었고,

사미와 아리아를 만나서 교실 건물 밖으로 빠져 나왔다.

"오빠!"

항상 교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민지가 그들이 오는 것을 보자 손을 흔들었다. 얼핏

생각해 보면 민지도 고등학생이다. 예전처럼 건물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서 굳이

민지는 교문 앞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각을 못하는 건지 아니

면 일부러 그러는 건지 민지는 계속 교문 앞에서 그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은 참 이

상한 일이다.

"안녕하세요."

그들이 오자마자 꾸벅 인사를 한 이는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 혜미였다.

"오늘은 혜미 언니가 미리 와 있었더라. 그래서 같이 기다리고 있었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대학생은 이렇게 땡땡이 쳐도 되는 건가? 너무 자유 분방한 것 아닌가? 어떻게 고등

학교보다 더 빨리 끝나는지 카이란으로서는 아리송할 만도 했다.

"오늘은 오전 수업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말 하는 걸 보면 그다지 반갑지 않

나 보네요. 조금 섭한데요?"

그런 말 한 카이란에게 일부러 혜미는 시무룩해진 표정을 그렸다. 그녀의 그런 표정

에 카이란은 양팔을 설레설레 저으면서 부정했다.

"아니,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냥 좀 놀란 것 뿐이에요."

"후훗! 그런가요? 저도 농담이었으니 신경쓰지 말아요."

"어쟀든, 선배 얼굴 보니까 좋네요."

카이란은 그녀를 향해 반가운 기색을 보이며 빙긋 웃었다.

"후훗! 고마워요."

그렇게 혜미와 민지와 합류해서 그들은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역시나 곧바로 집으로

향하지 않고, 오늘도 그린벨트 지역으로 돌아갔다.

"화아! 여기 좋네요."

사방팔방이 온통 예쁜 꽃으로 이루어 진 곳이자 혜미는 감탄을 자아냈다. 처음 길을

돌아갔을 땐 왜 그렇게 가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설마 이런 곳을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괜히 돌아 간게 아니었구나 생각한 혜미였다.

"아, 혜미 언니는 이곳을 처음 와 봤겠네요."

"네, 그렇네요. 후훗! 보아하니 아리아양이 이곳을 발견 한 것 같네요."

"에? 어떻게 아셨어요?"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죠. 얼굴에 써 있거든요."

어떻게 표정만 보고도 알 수가 있는 것이지? 혹시 초능력자가 아닐까 의심마저 들 정

도로 그녀는 심리를 꿰뚫는 타고난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에, 그, 그래요?"

화끈 얼굴이 달아오르며 아리아는 양손으로 볼을 만졌다. 아무래도 자신의 얼굴에 그

렇게 써있다고 느껴졌나 보다.

"후훗!"

그런 그녀의 행동에 혜미는 빙긋 웃었다. 그리고 주위 경치를 보며 혜미는 무언가 이

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뭔가 고개를 갸웃 했다.

"그런데 왜 이곳……."

"허허… 왔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노인네는 그들이 오는 것을 보자마자 길가에 나와 반가이 맞이

했다. 덕분에 혜미는 하던 얘기를 멈추고 노인네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아… 안녕하세요!"

"허허… 그려그려……."

그녀들은 꾸벅 인사를 건네자 노인네는 손을 들며 반가움을 표했다.

"허허허… 오늘은 새로운 아가씨가 보이네?"

저번 그 날일 뒤로 그들은 노인네와 친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카이란, 사미

, 아리아, 민지, 하나 이렇게만 봤었는데 지금은 늘 보던 멤버가 아닌, 다른 한 명이

보인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진 혜미라고 합니다."

새로운 아가씨라는 말에 자신을 지칭하는 것을 알고, 혜미는 앞으로 나서서 정중하게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허허… 얼굴도 천사인데 몸가짐까지도 예의가 똑바른 아가씨네. 저쪽에 있는 아가씨

와 많이 닮았는데, 혹시 자매인가?"

쌍둥이라고 할 정도로 그 둘은 정말로 닮아있으니 노인네는 그녀들이 서로 자매라는

느낌을 받았다.

"네, 그렇습니다."

"품위를 보나 몸가짐을 보나 이쪽 아가씨가 언니인가 보군."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에 노인네는 혜미가 언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

다. 혜미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담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너무해요, 할아버지! 제가 동생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런 말을 하시는가 보면, 제가

어린아이처럼 보인다는 말인가요?"

옆에서 혜미의 팔짱을 끼며 사미가 뾰로퉁 한 말투로 나섰다. 얼른 그녀 말 맞다나

노인네의 그 말은 사미는 장녀의 느낌이 아닌, 막내딸의 느낌이 난다는 의미였다.

"허허허허… 이런이런, 내가 말을 실수했군. 미안하군, 미안허이."

너털웃음을 내뱉으며 노인네는 사과를 건넸다.

"자자… 여기 있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지."

"네."

그들은 움막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들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각자 자리에 앉았고,

노인네는 그녀들에게 차를 건네주었다.

"고맙습니다."

각자 차를 받고 모두 한 모금씩 들이켰다.

"차의 향기가 참 좋네요."

"허허허…."

혜미는 눈을 감고 차의 향을 음미했다.

"강하기도 하고 약하기도 하는 은은한 향에 마시고 난 후에도 계속 떫은맛이 감칠나

는 차라… 이 차는 아무래도 다즐링(Darjeeling)이군요."

차의 향과 맛을 음미해보고 단번에 정체를 알고만 혜미였다.

"오호… 맛만 보고도 그것을 단번에 알다니 상당히 해박한 아가씨군먼. 허허허허허…

."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니고, 좀 우연찮게 먹어본 적이 있었기에 알 수 있던 것입니다

."

"겸양 떨 것 없어요. 그래 어떤가, 느낌이?"

"상당히 맛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차는 어린잎으로 수확했던 퍼스트 플러쉬(First

flush)군요. 인도의 북동지방의 차에 일년에 3번밖에 수학을 못해서 상당히 구하기

힘든 차로 알고 있는데……."

말끝을 흐리면서 혜미는 자신이 들고 있는 종이컵을 보며 약간 어이없다는 의미의 웃

음을 짓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이런 고급 차를 볼품 없는 종이컵이라니… 좀 어이가 없네요. 후훗!"

그녀가 알기론 이 차는 상당히 보기 힘든 차로 알고 있다. 이런 고급 차를 유명한 찻

집도 아니고, 고급 찻잔도 아닌, 단순히 꽃을 수확하는 곳에 종이컵에다가 먹다니…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어이없어 할 광경이다.

"허허‥ 그런가? 예전에 어떻게 우연찮게 향이 좋아서 구한 차인데… 고급 차인줄 몰

랐구먼. 아마도 주인이 가격을 잘 못 알고 줬었나 보구먼. 허허허허…."

이게 얼마짜리 차인데… 그녀가 알기론 다즐링 퍼스트 플러쉬는 5, 6월에 수확하는

세컨드 플러쉬(Second flush), 우기인 10월 이후에 수확하는 아텀널(Autumnal)보다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아마도 이 차를 팔았던 가게 주인은 뒤늦게

잘못 받았다는 것을 알고 통곡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 참 좋은 곳 같아요. 아름답고, 따뜻한 기운도 느껴지고요."

혜미가 주위 풍경을 둘러보며 감상을 내뱉었다. 활짝 핀 꽃들이 찰랑찰랑 봄 내음을

풍기며 한줄기의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이곳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혜미도 이곳에 참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노인네에게 시선을 돌리며 혜미는 입을 열었다.

"어르신은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일행들은 어벙벙 할 수밖에 없었다. 노인네도 마찬가지였다.

"언니도 참! 당연히 일하시러 이곳에 오시는 거잖아. 그렇지 않다면 이곳에 왜 오시

겠어?"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며 사미가 장난이 지나쳤다는 의미로 혜미의 어깨를 탁탁 쳤다.

그리고 다른 일행들도 장난이었구나 라는 듯이 웃었다.

"허허허허허허!!"

갑자기 노인네는 크게 웃었다. 일행들은 시선이 일제히 노인네에게로 향했다.

"그렇군. 이쪽 아가씨는 상당히 해박한 아가씨야. 이런이런… 그런데 눈치가 상당히

빠르구려. 이곳에 온 것도 처음인 것 같은데 말야. 그것을 단번에 파악하다니… 상당

한 아가씨군 그래."

방금 전 혜미의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노인네는 유쾌하게 껄껄걸

웃지만 그 웃음 뒤엔 상당히 씁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것은 혜미 밖에 눈치 채지

못했다. 노인네는 웃음을 멈추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혜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그냥 노인네의 추억이라고 말해주면 안되겠나?"

추억… 노인네에겐 그것이 전부였다.

"아…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괜한 말을 꺼내서 오히려 제가 굉장히 죄송한 걸요."

무척 난감하게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혜미는 양팔을 저었다. 괜한 말을 꺼내 노인네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해서 혜미는 무척 미안한 감이 감돌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냥 모른 척 하고 있을 걸, 뒤늦게 후회했다.

"무슨 소리예요?"

무슨 얘기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마저 못해 하나가 나섰다. 그것은 하나뿐만 아니라,

사미, 아리아, 민지역시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카이란도 무슨 대화인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허허허… 그냥 나중에 천천히 알게 되는 것이니 성급하게 굴 필요가 없네."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으며 노인네는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더 궁금한걸요. 좀 가르쳐 주세요."

민지까지 애원하며 그렇게 나섰다.

"맞아요. 가르쳐 주시면 안되나요?"

그렇게 말하니 노인네는 좀

"사미야."

사미까지 나서자 혜미는 그녀를 불렀다. 시선이 자신에게로 온 혜미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곤란하게 하지 말라는 행동을 보였다.

"……."

궁금은 했지만 혜미의 일침 때문인지 결국 그들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허허허허… 미안허이. 지금은 그냥 그럴려니 하고 이해해 주면 고마우이. 그리고 나

중에 알게 될 테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게."

"……."

그렇게까지 말하니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나중을 기약했다. 대체 뭔 일이기에 그런 것

일까? 그런 말을 들은 상태인데도 주위를 둘러봐도 특별히 이상한 점을 찾기 힘들었

다. 어떻게 혜미는 이상한 점을 바로 찾을 수 있었는지 그들에겐 궁금증만 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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