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000 - 프롤로그 (1/99)



〈 1화 〉000 - 프롤로그

못해 쳐 먹겠다.

뭐가 잘못된 건지 감이  온다.
커뮤니티를 훑어봤지만 오늘도 소득은 없을 것 같다.

얘네  존나 못하네 진짜.
가르치는데 재능이 전무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공략 같은 걸 작성할 생각은 없었지만, 생각을 바꿔야할 것 같다.
우선 어그로부터 끌어야지.

[0층따리 찐따들을 위한 17층 천상계님의 1층 가는 법]
-영상 올린다. 10시에 올릴 거니까 보고  배워라

작성완료.


이제 씻고 와서 겜이나 해야지.


***



오픈월드 RPG형 패키지 게임 [오버 더 오로라]


최근 화제가 되고 있으며, 내가 목을 메고 있는 게임의 이름이다.

특이하게 눈에 띄는 시스템은 없지만, NPC들의 AI 성능이 압도적인 부분으로 이목을 끌었고,
그 후 3개월 단위로 온라인 컨텐츠를 꾸준히 출시해 유저의 이탈을 막아가며 인기를 누렸으며,
그 세월이 어언 1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래도 굳이 특이한 점을잡아보자면,

1. 로그라이크  요소가 가미되어있기에 하나의 회차 당 하나의 세이브 슬롯만이 존재하고,
몇몇 NPC와 오브젝트를 제외하고는 랜덤성이 짙어 나름 매번 새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

2. 오픈월드 RPG 주제에 플레이어가 간섭하지 않아도 스토리가 진행되며,
그 끝에 도달하게 되면 게임은 알아서 끝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

3.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모드와는 별개의 콘텐츠로서 PVP, 협동생존, 미션 등의 온라인 모드를 지원한다는 점.

이렇게 세가지 정도를 꼽아 볼 수 있다.
이게 왜 오픈월드 RPG냐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남들은 아닌가보다.

[이 병신 똥겜은 오픈월드 딱지 때고 변수 시뮬레이터라고 불러야 한다]
-오픈월드라메 나 빼고 니들끼리 싸워서 죽지 말라고




>ㄹㅇㅋㅋ
>그래도 이거만한 오픈월드 앞으로 나오기 힘들 
└맞지 곧 무제한 모드 나온다니까 그거 나오면 더 갓겜될 것임

내가 자그마치 반년 전에 쓴 글이다.
오픈월드가 아니라니까 뭔 이거만한 오픈월드가 없어.

게임이 재미없냐하면 그건 아니다.
재미가 없으면 출시 직후부터 1년 내내 하루를  거르고 잡고 있을 이유가 뭐가 있을까.
정말, 시발 너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서사를 가진 NPC들의 이야기며,
나의 행동에 따라 달라지는 그런 NPC들의 반응,
그리고 그에 따라 새롭게 쓰이는 역사.

난 차별받는 이들과 함께 권리를 되찾기 위한 무혈투쟁도 할 수 있고,
핍박에 지쳐 들고 일어난 이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아픔을 딛고 살아가는 병자들을 위해 그들의 앞에 설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시스템은 그러한 나의 행보를 보고,
나의 행보가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남겼는지,
점수를 측정하여 각  차의 엔딩에 표기해 준다.

예를 들자면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적당한 국립 초중고를 나온  무난한 4년제에 진학  졸업.

가끔 잔업하고 야근하고, 조기출근도 종종하지만, 쉴  쉬고 월급  밀리는 중소기업에 취직하고,
결혼에는 뜻이 없어서 혼자 살다가 정년퇴직.


돈 나갈 곳이 없으니 혼자 나름 여유를 가지고 살다가,
조금 외로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게 여생을 마무리.

그렇다면 낮은 점수를 부여 받겠지.

반대로 후진국에, 특히나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 기적같이 생존.

배울  있는 환경은 안 되지만, 의지와 재능으로 스스로 깨우쳐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그 재능을 살려 지구촌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자신의 모국을 후진국에서 선진국까지 이끌어낸 뒤.

 국민이 바라보는 가운데 국장이 치러진다면 높은 점수를 받는 식이다.

이 병신겜은 불친절함과 무관심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제작자들이 달라붙어 만들었는지,
처음시작을 하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시작하면 유저를 반기는 것은 넓은 황야.
널브러진 시신과 박살난 차량들만이 이곳에서 전투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만을 할 수 있게 할 뿐.


어차피 VR이니 조작방법 따위는 의미가 없고.
인벤토리? 그런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말했듯이 특이한 시스템?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상태창 같은 명령어도 존재하지 않고, 오직 메뉴만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물론 인벤토리가 없다는 사실정도야 시연회에서 알려줬지.
근데 모든 유저가 시연회에를 관람하거나,
혹은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얻으려하지는 않는다고.

아무튼 그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고,
그런 무관심한 환경에 처박힌 유저들은 용케도, 정말 새로운 인생을 살 듯이 게임을 접했고.
개차반인 환경 속에서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다.

냅다 황야 한복판에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떨어졌는데, 주변에 있는 것도 심지어 빈민가다.

그런환경에서 정상적으로 회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 리 없지.
죽고, 죽고, 죽고, 죽기를 반복하며, 커뮤니티는 살아남는 법으로 가득 차올랐고, 어느  게임에 엔딩을 발견하고 만다.

7점이라는 처참한 점수와 함께.
당연히 큰 소란이 일었다.

아니 기껏 살만해졌는데 겜이 끝난 거로 모자라서 7점?
적어도 그때는 다들 10점 만점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 다음 12점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콘텐츠가 늘어나고, 게임의 유저 수가 늘었다가 줄었다가를 반복하는 와중에,
어느덧 최고기록 87점.
사람들은 100점 만점을 예상하고, 정상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난 조금 더 일찍 커뮤니티를 하면서 이 개노답들을 이끌어왔어야 했고.


[최고 기록 1724점]

다시 말하지만 시뮬레이션 게임이고, 플레이어의 업적에 따라 점수가 측정이 된다.

만점이 몇 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1800점 가량은 될 것이고,
 맞아떨어진다면 2000점 정도가 가능성이 높다.
5자릿수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고.

처음엔 솔로잉 게임이니   일 하다보면 되려니 생각했는데.


[루미나는 일기토 여는 것도 뽀록인데]
-난이도는 더 십창이네.

>그뭔씹


내가 두 달 전에 작성한 글이다.
도저히 못 잡을 보스가 있어서 혹시라도 같은 고민을 하는 혹은 잡은 사람이 있다면 의견을 나누기 위해  글이다.
보다시피 댓글은 저거 하나고.

 겜알못 쉐리들을 초반부터 끌고 왔어야 했는데,
솔직히 하다보면 다  줄 알았지.

내가 이렇게 처참하게 막히는 동안, 다른 놈들은 대충 100점 만점에서 5점도 못 따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말이야.

씻다보니 잡념이 길어졌다.

이런 것 보다 영상을 올릴지, 실시간 방송으로 할지를 정해야 하는데.
애초의 목표는 내가 모르는 방식의 플레이 방법을, 공략을 공유하고의견을 나누는 것.

실시간이 그 자리에서 의사소통도 가능하니  좋겠지?
나름 아직도 인기 있는 게임이고 콘크리트 시청자 층도 꽤 된다.


어그로 좀 끌어주고 가치 있는 내용 좀 뱉어주면,
언젠가는 입소문을 타고 멀리퍼지겠지.

믿어본다.

***

송출시간 15분.
씻고 나온 후 간단히 내일 아침 준비를 하는 동안, 미리 방송을 켜서 흥미를 끌어뒀다.

확실하진 않지만 [O.O 랭커다 질문 안 받는다.]를 제목으로 달아두고,
15분 동안 1724점의 기록을 송출하고 있었으니, 그래도 관심이  끌리지 않았을까?

현재 시청자수 50명으로 최고시청자수도 비슷하다.
15분이나 준비 중을 띄워놨으니 사람이 좀 빠지거나, 합성이라고 치부하고 가버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바로  박아버린 사람이  되는 듯하다.

방송주인도 버로우 탔겠다, 자기들끼리 떠들며 이런저런 추론을 주고받는 중이다.


-솔직히 합성치고는 너무 자연스럽지 배경 이펙트도 무시할거 못된다.
-그럼 1700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100점이 만점이아닐 수는 있어도 1위랑 20배가 가깝게 차이가 난다고?
-해
-명
-해
-명
-해
-해

대충 이런 느낌
본방에 들어가기 전에 구라핑이 아니라는 것부터 입증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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