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001 - 이거 ㅂ신 똥겜이야(1) (2/99)



〈 2화 〉001 - 이거 ㅂ신 똥겜이야(1)

황량한 공터

맹렬하게 불어오던 모래폭풍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적막만이 황야를 덮고 있다.

그리고 그 위를 덧칠하는 발소리하나.

허리까지 내려오는 찬란한 금발.
머리카락과 같은 색을 가진 눈동자.
무표정한 얼굴.
검은 색으로 통일된 제복.

“소속을 모르는 이들의 군번줄이 하나.”

조용히 읊조리며, 손에 쥔 인식표들을 늘어뜨린다.

“이름조차 모르는 이들의 군번줄이 둘.”

반대 손으로 목에 걸린 펜던트를 풀어, 손에 감아쥔다.

“얼굴마저 모르는 이들의 군번줄이 셋.”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친다.


[군단장  루미나]
생명력 ?
이능력 121
지구력 337 (New!)
체력 211
근력 207
민첩 203
재주 202
적응 156

시발 저게 스탯이냐?

앞으로 한 번만 더 정식으로 도전하면, 이제 스탯 정보는 모두 밝힐 수 있다.
밝힌다고 잡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처음엔 민첩이었다.

 겜에 등장하는 모든 고정보스들은 당연히 나보다 강하다.

단순한 물리공격력과 육체의 힘을 나타내는 근력.

초능력의 강한 정도를 나타내는 적응.

무기의 공격력, 방어구의 방어력  장비의 성능에 영향을 끼치는 재주.

모두 중요치 않다. 어차피 몇 번 정타를 허용하면 눕는다.

외부의 피해를 버틸 수 있는, 육체의 생명을 유지하려고 하는 힘.
그 생명력의 양을 나타내는, 눈에 익은 빨간색 게이지.

신체의 활력의 정도, 흔히 스태미나라고 표현하는 요소.
그 지구력의 양을 나타내는, 눈에 익은 파란색 게이지.

다른 게임이었다면 흔히 마나, 혹은 마력이라고 표현하는, 이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자원.
그 이능력의 양을 나타내는 눈에 익은 초록색 게이지.


그리고 방어력이라고표현해도 무방한 육체의 튼튼함을 나타내는 체력.

마찬가지로 별로 중요하지 않다.
생명력은 결국 때리다보면 언젠가 0이 되고,
이능력과 지구력은 보스가 먼저 소모하는 꼴을 본적이 없다.

그러니 얼마나 빨리 움직일지라도 예측해봐야, 전략도 짤 수 있지.

생각해보니 불합리하네. 플레이어는 사람이다.
제아무리 민첩이 높더라도 현실의 육체가 있으니 민첩이라는 스탯의 성능을 100% 이끌어낼  없다.
이끌어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난 아니다.

근데 저년은 민첩이 높으면 높은 만큼 빠르고 정확하다.
자신의 몸이 얼마만큼의 속도를 낼 수 있는지, 어떤 움직임을 취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가능한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거로 모자라서  민첩은 63.
내가 생각하고 느끼기에  이상 빨라져도 활용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최적의 스탯이라고 생각해서 투자한 63.

그리고 저년은 203.
내 3배를 상회하면서 심지어 움직임에 과함도, 부족함도 없다.


2트째
혹시라도 감당할만한 근력인지 확인하고자 했지만 207.
반면  싸움을 하기 위해 끌어올린 내 근력은 85.
운이 따르더라도 100에는 못 미치는데, 207? 시발.


3트째
근력이 207이니 재주라도 확인해서 실제 공격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어떻게 200밑으로 떨어지는 스탯이 없냐.


4트째
혹시라도 물몸인가 싶었다.
체력이 211면 지구 내핵에 던져도 버티지 않을까?


5트째
적응이라는 스탯은 이름만으로는 알아채기 힘들지만, 말 그대로 '이능'이라는 개념에 몸이 '적응'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자신이 사용하는 이능력의 강함도 뜻하지만, 동시에 타인이 사용하는 이능에 대한 저항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156? 체력도 211인데 적응마저 156이면 이능력으로 아무리 두들겨도 생명력이 차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지 싶다.


6트째
어차피 피통은 알아봤자 의미도 없겠다. 동전 던져서 마나통부터 확인해봤다.


그리고 지금
이야 시발 솔직히 맞부딪히면서 지구력이 먼저 바닥을  가능성이 없다는 건 알았지만 337은 그래도  넘지.


솔직히 4트까지는 나름 전략도 있었고 가능성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이후로는 루미나를 만나는 방법을 확정 짓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래 시발 내가 쓴 글에서도 나왔듯이 일기토를 열고 지금  자리에 서는  마저 뽀록이라고.

후, 죽으러 가볼까.





***



첫 수는 정면.

얼굴을 노리는 팔꿈치.

고개를 꺾는 것으로 피할  있으면 좋겠지만, 속도 감당이 안 될뿐더러 후폭풍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타격이 된다.

그러니 크게 뒤로 물러선다.

 방향으로 물러서면 후속에도 노출되기 쉬우니 대각선 방향으로 꺾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음 수는 내뻗은 팔꿈치를 펼치며휘둘러지는 주먹.


얼핏 보면 사거리가 닿을 리 없지만, 이미 2회 차에서 그 안일한 판단에 머리가 터졌다.

저 정신 나간 년의 이능력은 [순환]
체내의 이능력을 순환시켜 신체능력을 향상시키는, 단순하고 기본적인 능력이지만.

저 정도의 스탯을 가지고 있다면 저런 또라이 같은 전투도 가능하다.

순환시키던 이능력을 의도적으로 원하는 지점에서 역류시켜 이능력의 충돌을 유도하고,
그 충돌로 인해 체내에서 발생하는 후폭풍을 추진력으로 삼아 가속도를 얻는다.

아마 루미나를 제외한 다른 인물이 저런 짓거리를 한다면 그 순간 팔이 터지겠지만.

참고로 루미나의 전투방법은 본인에게 직접들었다. 다른 루트에서.


그리고 팔이 터지는 건 내 경험담이다.
미친년 어떻게 버티는거지? 체력이 200이 넘으면 저게 되나?

잡념을 끊어내며 뒤로 구르고 상체를 숙인다.

 정신이 나가버린 이능력 활용은, 저런 식으로 주먹이 휘둘러지는 순간에도 역류시켜,
폭풍을 발사하는 폭풍펀치 같은 느낌으로 사용이 가능하기에,
그녀가 행하는 공격의 경로와 같은 높이, 혹은 같은 궤도에 있으면 바로 터져죽는 수가 있다.

이미 3회 차에서 그렇게 하반신과 작별을 경험했다.
겸사겸사 적응 스탯으로 저 폭풍이 막아지는가에 대한 여부도 확인했는데,
저건 충격의 여파로 인한 물리공격으로 들어가는지 어림도 없었다.

잠시간의 아이콘택트.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되지.
그대로 루미나의 신형이 사라진다.

방향은? 위.

단순한 뛰어찍기.

그녀의 타점이 흐트러질 리가 없으니 정중앙.

충격파는 절대 피할 수 없다.

가능한 한 낮게 뛰어 폭풍에 의한 피해만을 받으며, 뛰어찍기의 직격과 지면의 충격을 피한다.

이어지는 올려치기.
조금이라도 높게 뛰었다면 여기서 죽었겠지?

낮게 뛴 만큼 빠르게 착지하여, 대각선으로 굴러서 피한다.

동시에 지면이 긁히는 소리가 들리고, 사방팔방으로 파편이 튄다.

그렇게 튀어 오른 돌을 낚아채 이능을 담아 던진다.

내가 선택한, 아니 나올 때까지 기다렸던 이능은 [진동]


단순하지만 활용도가 높은 이능이다.

충격을 증폭시키는 용도로도, 적의 집중력을 교란하는 용도로도,
어느 쪽으로든 이런 답도 없는 장기전에서 유용하기 때문에, 나올 때 까지 뽑기를 돌렸다.

당연히 이러한 요소도 랜덤이니까.
다만, 분명 확정으로 뽑는 방법이 있는  같은데, 아직 모르겠다.

권풍만으로 갈아버리겠다는 의지를 담아 내리치는 주먹.

다행히 견제가 제 타이밍에 들어갔고, 위력 흩어놓는데 성공했다.

솔직히 자세가 불안정했기에 속도가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번에도 성공한 것을 보면, 이제 여기까지는 문제없이 올 수 있을 것 같다.

이로서 내 생명력은 20%정도.

허용한 공격은 직격도 아닌 충격파 2회뿐이었지만,
심지어 한번은 충격파마저 빗겨 맞았지만,
이미 피통은 걸레짝이 되버렸다.

구할  있었던 약 중 그나마 좋은 성능의 환단을 집어 삼킨다.

병신 똥겜에게 즉효성 회복 물품 같은 것은 기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지효성 회복제이며, 심지어 너무 많이 섭취하면 중독되어 역효과가 나거나, 극광병에 감염되지만.

그런  신경  여유 있을  만무하지.

여기서부터는 이제 피지컬 싸움이다.

취소, 피지컬은씨발 뭔.

운 싸움이다.

제일 오래 버틴 횟수는 앞으로 10분정도.
가장 높은 딜량은 돌멩이 네 번.

하찮은 기록이지만 오늘도  걸음 나아가보도록 하자.


***




좆 까네.
그래도 새로운 패턴을 알아냈으니 이득이다 시발.
씨발.
씨-발. 이득이어야 해.

시원하게 샷건도 때렸으니 슬슬 본래 목적으로 돌아가자.
가상현실이 된 후로 이게 너무 좋다.
생각 없이 분노를 표출해도 내가 손해 보는 것이 없어.
어차피 가상현실인 걸?

시청자 수 700명 이게 어그로지.

-얘 왜 혼자 다른  하냐고
-이게 정말 우리가 알던 OO가 맞냐?
-샷건 개시원하게 갈기네

채팅도 많이 쌓였다.
너무 빠르게 올라가거나 하면 놓칠 수도 있고, 집중하기도 힘드니 슬로우 모드를 걸자.

“아 마이크 테스트”


-?말한다
-벙어리 방송 아니었냐고
-빨리 해명해
-OO 모드나왔냐?

“우선 질문  받는다. 절찬 50트를 넘게 했는데 보스 얼굴 마주친 게 7번뿐인 걸로 모자라서, 그 7번째 트라이 방금 조진 참이라 기분이 안 좋다.”

-보스가 있다는 사실을 지금 처음 듣는데
-필드 돌아다니는 네임드는 많이 봤는데;;
-컷신 딸린 보스가 있었냐고
-스탯 내가 본 게 맞는 거냐?

“10시까지 조금 남았는데 대충 사람 모였으니까 100점 찍는 공략 한다. 5분도 안 걸릴 것 같은데, 따로 편집해서 올리거나 하지 않을 거야. 알아서 다시보기 퍼뜨리거나 해.”

또 하나의 세이브 슬롯이 사라졌다.
회차의 마무리가 사망이었기에, 통계 창에 묘지가 늘어나며 점수가 표기됐다.

-FINIS-
[1662점]
[커튼 뒤의 연출자들 – 실패]

-?
-이래도 모드냐? 주작무새들아
-에반데 100점이 만점이 아닐 수는 있다 쳐도 1662점이면 1724점도 ㄹㅇ인건데 어제자로 95점 뚫었다고 좋아하던 얘 어쩌냐
-커뒤연이 뭔데 씹덕아

“오늘 100점 넘길테니  좋아하라고 해. 바로 공략 들어간다.”

[새로운 시작]


후 시발 정말 꼴통 충성유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새 시작 버튼 누를 때마다 설레.

“자, 아는 놈도 있고 모르는 놈도 있겠지만, 니들이 말하는 시뮬충이 바로 나다.
100점도  찍는 겜알못들아 17층님이 하는 말씀이니 인정해라. 이 겜은 시뮬레이션 겜이다.
오픈월드 생존 성장RPG 라고 생각하니까 점수가 안 오르는 거야.”

온갖 배경설정을 설명하는 오프닝이 흘러나온다.

대충 세상은 망해가고, 인류는 쇠퇴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살 길은 있다고, 그 와중에 인류를 재건할 열쇠,
훗날 극광석이라 불리는 자원을 발견해서 새롭게 발전을 시작해 나갔다.

그러나 극광석에는 문제가 있었는데,
대충 그 기운에 오래 노출되면 병에 걸리고, 현재로서 불치병이고, 죽을병이고, 확실치는 않지만 전염병이고  대충 많다.

방사능 같은게 아닐까?

예로부터 인간은 서로를 구분하기를 좋아했고,
처음엔 모두를 위해 힘쓰는 했지만, 넘을  없는 벽을 세워 차별을 시작했고,
뭐 그런 흔한 이야기다.

인류를 위해 힘쓴 노동자들이 먼저 병에 걸린  당연하고, 그들이 먼저 버려진  역시정해진 수순.

 번이나 본 내용이다. 볼 때마다 기분은 별로인 걸 보니 익숙해지진 않나보다. 이거 과몰입인데.

[스킵]

몇 백번을 바라본 황량한 풍경이 나를 반긴다,

“자 본편 들어간다. 아마 주변 루팅을 안 해본 사람은 없겠지? 내가 왜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부르는지 알려준다. 아마 5분이면  거야”

주변을 훑어서 대충 눈에 보이는 인식표를 하나 집어 든다.

“어떤 장비를 줍고, 어떤 소모품을 줍고, 돈을 얼마를 줍는 지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아.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바로 ‘왜’니까.”

복장이 다른 시신에 다가가 뱀 문양이 음각된 단검을 지문이 묻지 않도록 줍는다.


[뱀의 단도]
[뱀 문양이 새겨진 단도. 금세 부서질 듯하다.]
[내구도 1/1]
[공격력 88~142]

“인식표는 신경 안 썼을 테고, 이 낡은 단검 휘두르면 파괴되지만 높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
요즘 귀신전갈 잡는데 쓰는 게 국룰인가 보더라? 아무튼 공략 끝이다. 이 두 개 있으면 100점이야”

-??
-머선129


“너희들 인식표가 사용식 아이템인거 모르지?
이렇게 목에 걸면  끌 때랑 스탯 찍을 때 말고는 못 본 시스템 창 나온다. 이름 정할  있어.
어차피 정해봤자 인식표에 새겨지진 않는다. 닳아서  보인다는 설정이거든.”

이름 [가나다라]


“자 이제 지문이 안 묻은 단검으로 자살. 안 좋은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내 이름이 설정된 인식표에 가져다 대면 친절하게 질문도 나온다고”

[삶의 끈을 놓겠습니까?]


물론 ‘예’지

-FINIS-
[107점]
[수면에 돌을 던지다 – 성공]

“봐 좆밥이지. 설마 5분 지났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