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 : 그들의 신혼생활-
“세르니아 님 아침입니다.”
“으응…….”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으나 몸 여기저기를 지분거리는 손길에 어쩔 수 없이 눈이 떠졌다.
“좋은 아침입니다.”
“좋지 않아……. 어제 그렇게 했는데 어째서 아침부터 그걸 세우고 있는 거야?”
몸이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어젯밤의 후유증이 아니라 시리우스가 내 몸 위에 있어서였다. 관계 후에는 언제나 시리우스가 마력으로 치유해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다. 신성력도 아니었고, 누적되는 피로를 전부 풀어주지 않았기에 나는 나날이 계속되는 그와의 관계 때문에 나는 녹초가 되어갔다.
“아침이니까요.”
그렇게 상큼하게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다시 눈을 감고 자고 싶었으나 허벅지에 붉은 자국을 남기던 시리우스는 나를 재울 마음이 없는지 점점 깊은 곳으로 혓바닥을 옮겼다.
“읏…… 잠깐, 거기 입대지 말라니까!”
그의 머리카락이 안쪽 허벅지에 쓸려서 간지러웠다.
나는 결 좋은 은발을 헤집으며 밀어내려고 했으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질 안쪽까지 간지럽힌 그의 혀는 내 허리가 들썩거리자 그제야 움직임을 그만뒀다.
“싫어하는 것 치고는 반응이 너무 좋은데요.”
나는 울상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경험상 정확한 횟수를 정해두는 편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 그런 말로 도발하지…… 아침에는 한 번만 할 거니까…….”
며칠 전 너무 피곤해서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내버려 두면 알아서 그만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애써 자려고 했는데 시리우스는 내가 반응을 할 때까지 집요하게 기분 좋은 곳만 괴롭혔다. 차라리 기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그는 내가 의식을 잃을 때쯤 마력으로 회복을 시켰다. 어떤 의미로 고문이었다.
“음…… 일단 알겠습니다.”
“오늘은 진짜 한 번만 하고 끝낼 거야! 나중에 애원해도 안 돼.”
단호하게 말했으나 시리우스는 대답 대신 가벼운 버드키스로 입을 막았다.
키스 세례는 목을 타고 내려갔다. 이미 열꽃이 피어있는 자리에 굳이 다시 새겼다. 자신이 남긴 자국이 사라지는 것이 싫다는 듯이.
‘다음에는 씻고 하자고 해볼까.’
오늘도 눈뜨자마자 분위기에 휩쓸려 버렸으나 다음에는 정신 좀 차리고 하고 싶었다.
아무리 부부라지만 밤새 땀 흘렸으니 체취나 입 냄새가 신경 쓰였다. 방금도 모닝키스는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아 뒀기에 버드키스만 한 것이다.
“제게 집중해 주세요.”
내가 딴생각하고 있는 것을 예리하게 알아차린 시리우스는 화사하게 웃으며 유두를 잘근거렸다. 왼손으로는 빳빳해진 반대쪽 유두를 꼬집으며 오른손은 축축하게 젖어있는 음부 전체를 지분거렸다. 그의 중지가 질 안에 들어가서 예민해진 내벽을 건드렸다. 뻑뻑하던 질이 부드럽게 풀어지자 완전히 선 그의 페니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하아…….”
낮은 숨을 토해낸 시리우스가 내 몸을 침대에 눕혔다. 분명 아침인데 그의 그늘 때문에 어두웠다. 그리고 맑았던 분홍색 눈동자가 욕망으로 탁해졌다.
“녹을 것 같습니다.”
“흡!”
뜨거운 성기가 파고드는 압박감에 숨을 멈췄다. 익숙해질 만도 했으나 불기둥의 크기는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다. 힘을 빼야 내가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몸을 꿰뚫는 느낌이 생생해서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시리우스는 멈추지 않고 들어왔다. 내가 아프지 않도록 천천히.
“으읏, 빠르게 해도 괜찮아…….”
처음 했을 때는 둘 다 서툴고 준비도 부족해서 많이 아팠으나 적응될수록 내가 느끼는 쾌락도 커졌다. 다만 시리우스는 내가 고통스러워했던 것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는지 자신이 절정을 느끼는 것보다 내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니아 저를 봐주세요.”
이내 그의 인내심이 끊어졌고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질벽을 거칠게 긁고 들어온 기둥은 빠르게 진퇴를 반복했다. 귀두가 질의 가장 깊은 곳에 몇 번이고 두드렸다. 시리우스의 움직임에 맞춰 따라 흔들리던 내 몸에 쾌락이 밀려왔다.
“하읏! 으응!”
부끄러워서 참으려 했으나 격렬한 자극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하복부에서 시작된 저릿저릿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흘렀다. 애액에 젖어 마찰하는 성기는 살과 부딪히며 음란한 소리를 냈다. 나는 시리우스의 움직임에 맞춰 퍽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위아래로 흔들렸다.
“저를 위해 울어주세요. 당신의 세상에 저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의 눈동자엔 진득한 갈망이 서려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시리우스의 찡그려진 눈매를 매만졌다.
“시리 괜찮아. 나는 여기 있어. 그리니 안심해도 돼.”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던 시리우스가 단번에 뿌리까지 박아 넣었다. 허리가 절로 세워졌다. 성난 기둥은 난폭하게 추삽질을 하며 속도를 높여갔다.
“아, 시리우스 너무 깊, 읏!”
거대한 전율이 파도처럼 온몸을 덮쳤다.
질벽에 콱 물린 굵은 기둥은 부르르 떨더니 뜨거운 액체를 뱉어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한차례의 파정을 끝내고도 쉬지 않았다. 이번에는 나를 뒤로 돌렸다. 시리우스의 어깨에 지지하고 있던 손은 시트를 움켜쥐었고 시리우스는 금세 단단해진 성기로 짐승처럼 허리를 움직였다. 바뀐 체위 탓에 아까보다 더 깊이 찔러왔다. 시리우스는 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시트를 쥔 팔을 잡아 올렸다. 당겨진 팔 때문에 상체도 같이 들렸는데 그 상태로 진퇴를 반복하자 머리가 하얗게 점멸됐다. 여태껏 느껴봤던 쾌감 중에서 가장 컸다. 온몸이 성감대가 된 기분이었다.
“니아…… 나의 사랑스러운 니아.”
시리우스는 내 목덜미에 이를 새워 잘근 씹었다. 아팠으나 절정에 달한 몸을 가눌 수 없어 그에게 의지한 채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시리우스는 속도를 늦추며 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을 집요하게 찔렀다. 쾌락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내가 제발 그만이라고 애원하자 시리우스의 움직임이 겨우 멈췄다.
“하아…….”
시리우스는 다시 내 몸을 돌려 끌어안았다. 나는 그의 품에서 헐떡거렸다.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잠들려고 했으나 그가 내 턱을 잡아 고정했다. 마주 본 분홍색 눈동자는 오롯이 나만 담고 있었다. 벌어진 붉은 입술 사이에서 낮은 숨을 뱉은 시리우스는 내 귓불을 잘근거리며 더운 숨을 불어넣었다. 아직 정액을 토해내지 못한 그의 성기가 안쪽에서 꿈틀거렸다.
“니아 한 번만 더 할까요?”
아, 이제 한계다. 그렇게 꽃송이처럼 웃어도 내게 남은 체력은 없었다. 더 이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시야도 흐릿해졌다. 시리우스에게 기대서 호흡을 고르며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으나 다행히 내가 나서지 않고 해결됐다.
“아, 안됩니다! 시리우스 님께서 아무도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말 한 지 벌써 2주가 넘었습니다!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였다고요!”
일 안 하는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 잔뜩 받은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그를 막으려는 로즈의 외침도 함께. 둘의 실랑이가 길어질수록 시리우스의 얼굴이 구겨졌다. 주름진 미간을 콕 찌르고 싶었으나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어서 그의 얼굴만 살폈다.
“이게 무슨, 대체 문에 무슨 마법을 걸어 놓은 겁니까!”
“쯧, 방음 마법도 걸었어야 했는데.”
서늘한 눈으로 문을 노려보는 시리우스가 짧게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문밖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설마 이대로 안 나가는 건 아니겠지.
쾅쾅쾅!
“거기 있는 거 다 압니다! 지금 일이 얼마나 밀려있는지 아십니까? 아무리 개인주의가 심한 마법사지만 마탑주로서 조금의 자각은 가지고 있어야죠!”
기분 좋게도 내 예상이 틀렸다. 단단히 벼르고 온 라칸은 순순히 돌아가지 않았다. 문을 부술 기세로 쾅쾅 치자 북극의 얼음보다 차가워진 얼굴을 한 시리우스가 ‘오래 살고 싶지 않은가 보군’이라고 중얼거리며 침대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시리, 죽이면 안 돼. 화내도 안 돼. 일 잘하고 와. 나중에 라칸 님에게 물어볼 거야.”
가만히 놔두면 정말 죽일 것 같았기에 나는 남은 힘을 쥐어짜 시리우스를 말렸다. 내 말을 얼마나 들을지는 모르겠으나 라칸을 죽이진 안겠지.
“……알겠습니다.”
한숨이 섞인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몸이 노곤해지고 눈이 감겼지만 내 머리칼을 정리하는 서늘한 손가락이 느껴졌다. 그가 이불까지 덮어주고 가는 것도.
***
“아이고, 허리야.”
시녀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몸을 일으켜서 바로 욕실로 향했다. 온몸이 쑤실 때는 따끈한 물로 풀어주는 게 최고였기에!
“아직 시리우스는 안 왔지?”
“네. 저녁 먹기 전에는 오실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
씻고 나오자 해가 지고 있었다.
최근 낮에 깨어 있었던 적이 별로 없는 건 기분 탓일까. 나는 테라스에 앉아 해 질 녘의 풍경을 감상했다. 신혼집은 마탑과 가까운 샤르테 왕국에 있었다. 커다란 호수가 있는 2층 저택이었으면 좋겠다고 지나가듯이 말했는데 시리우스는 완벽하게 그에 부합하는 신혼집을 구해왔다.
“예쁘네.”
하늘을 붉게 만든 석양은 호수마저 물들였다.
오렌지빛으로 가득 찬 호수는 바람으로 잔파도를 만들어 햇빛을 잘게 부쉈다. 파도에 부서진 빛은 금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더욱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냈다.
“세르니아 님이 더 아름답습니다.”
낯부끄러운 말을 잘도 한다고 생각했으나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여기서 태클 걸어봤자 내 무덤을 파는 꼴이라는 것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으니 나는 그저 웃으며 주제를 돌렸다.
“일은 잘 끝냈어?”
“네. 한동안 부르지 못하도록 전부 끝내놨습니다.”
사람이 끝난 것이 아니길 바라며 사라져가는 석양을 눈에 담았다. 황혼에 물든 하늘을 보고 있으니 인생의 황혼이 생각났다.
“마력이 많은 사람은 늦게 늙는다던데 나중에 내가 먼저 할머니가 돼 있겠다. 그때 싫증 났다고 나 버리면 안 돼.”
장난스럽게 말했으나 솔직히 조금 걱정됐다. 내가 먼저 죽으면 시리우스는 혼자 괜찮을지. 그러나 내 걱정과 달리 시리우스는 손깍지를 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이 손을 놓는 순간은 죽었을 때뿐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왠지 더 걱정되는데.”
나는 옅은 한숨을 쉬며 시선을 돌렸다. 바라본 하늘에 태양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으나 곧장 어두워지지 않았다. 주황색과 파란색의 경계선에 분홍색과 보라색으로 물든 부분이 있었다. 태양이 지고 완전히 밤이 오기 전 하늘은 나와 시리우스를 닮았다. 낮과 밤의 경계선이 모호해져 밤이라고도, 낮이라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시간).
“내가 오래 살도록 노력할게. 시리를 혼자 둘 순 없잖아.”
“니아…….”
시리우스는 쥐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며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틈을 놓치지 않고 본론을 꺼냈다.
“그러니 우리 밤일 좀 줄이자. 나 정말 복상사할 것 같아.”
잠시 침묵하던 시리우스가 내 손등에 입을 맞추더니 나른한 눈으로 나를 지긋이 쳐다보며 말했다.
“힘들지 않도록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대체 어떻게 노력할 건지 묻기 무서워서 한숨만 내쉬었다. 그냥 횟수를 줄여주면 좋을 텐데. 한동안은 더 시달려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