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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49화 (49/172)

#49화.

한편 다른 팀, 그중 일리아와 J가 함께 속한 팀은 던전을 빠른 속도로 클리어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두 명의 팀원들은 그저 들러리 수준이었고, 실상 그 둘이서 던전을 아예 반쯤 부수고 있는 중!

일리아는 그에, J에 대해서 다른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뭔지 모르게 이상하고 기분 나쁜 사람이라는 평가에서, 능력 있는 ‘경쟁자’로서.

“꽤, 강하네. 조금 쉬엄쉬엄하지. 그러다가 지쳐서 쓰러져도 모른다.”

“금발아, 넌 안 업어 줄 거야.”

둘은 서로 한마디씩을 주고받았다. 언뜻 보기에는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는 광경. 물론 실상은 J가 의도적으로 그녀에게 맞춰 주고 있는 상태였다.

“바라지도 않거든.”

다만 그 사실을 모르는 일리아는 그저, 팩 하고 고개를 돌리면서 앞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J는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좀 많이 약하고, 띨빵이보단 못생기긴 한데, 쟤도 나름 나쁘지 않네.

아마 다나를 신입으로 들이려는 생각이 없었다면 일리아를 넣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J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던전 공략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던 그들은, 어딘가에서 비명이 들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끼야아아아악!

높게 찢어지는 비명. 그 하이톤의 소리에 각자 팀원들은 흠칫 놀랄 수밖에는 없었다.

“뭐야, 누가 뭐…… 위험하기라도 한가?”

그것은 단지 누가 구원해 달라는 요청의 의미로 내지른 것이라기엔, 상당히 기괴했다. 마치 밴시 같은 몬스터들이나 지를 듯한 비명. 노이즈까지 섞인 그 소리에 다들 얼굴에 꺼림칙함이 떠올랐다.

다만, 그것은 분명 높은 강도의 격벽으로 막혀 있는, 다른 던전에서 들려온 소리. 그렇기에 다들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와중이었다.

“잠깐만.”

일리아는 잠시간 생각에 빠졌다. 무언가 놓친 듯한 기분 때문이었다. 그러고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의 격벽을 바라봤다.

이곳은 1번 출입구 던전이었다. 소리가 들려온 건 바로 옆에 있는 던전. 그러니까 2번 출입구 던전이다.

2번 출입구…… 2번 출입구…….

잠시간 그렇게 되뇌던 그녀는, 자신의 기분이 무엇 때문에 이상했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다나?”

2번 출입구 던전, 그곳은 다나가 들어간 던전이었다. 순간 그녀는 옆 던전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격벽을 바라봤다.

하지만 격벽은 너무나도 높고, 또 단단해 보였다. 아무래도 파괴하기에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어쩌지. 일리아는 순간 손톱을 물어뜯었다.

혹시나 진짜 위험한 상황이라면, 지금 바로 내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일리아의 뒤로, J가 다가왔다. 그리고 말했다.

“금발아, 빨리 던전 클리어하고 나가자.”

“아니, 잠깐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어차피 못 도와줄 것 같으면, 빨리 밖에 나가서 도움이라도 요청하는 게 옳은 일이겠지.”

J의 차분한 어투에, 일리아의 머리가 점점 식어 갔다.

그것이 분명히 합리적인 생각이었으니까. 일리아는 순간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래, 빨리. 최대한 빨리.”

“좋다, 금발아. 내 뒤에만 붙어 있어.”

그와 동시에, J와 일리아는 쾌속으로 전방에 튀어 나갔다. 그것은 당장에라도 이 던전을 씹어 삼킬 듯한 기세여서…… 뒤에 남아 있는 팀원들은 뭐라고 말조차 하지 못했다.

“저……희도 따라갈까요?”

“그래야겠죠?”

7반의 남녀 생도 두 명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들은 각각 마법사와, 사제로. 앞서 나가는 두 명을 따라잡을 만한 힘이 없었다.

여담으로 후에 이 사실이 교관들에게 들통나고, 일리아 조는 팀원과의 소통 점수에서 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게 되었다.

*    *    *

“아! 으악! 악! 얘 왤케 힘이 쎄! 활 들었으면 미친 활을 쏘라고!”

“하와와…….”

어휴. 나는 한숨을 쉬며, 7반의 여생도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 김찬호를 바라봤다.

본래 궁사였던 저 여생도는, 저 상태가 되고 난 뒤 활을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쓰긴 쓰는데…… 화살을 쏘는 용도로 쓰지 않았다.

빠악! 빡!

그냥, 활을 들고 김찬호를 두들겨 패고 있을 뿐.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마나 스폿을 점점 키워 갔다.

어쨌건 김찬호가 저렇게 부산을 떨고, 추하게 얻어맞고 있더라도 시간을 벌어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쨌든 도움이 충분히 되고 있다는 이야기.

“마나 씨…… 모여 주는 고애오…….”

마력 스탯이 수치상으로는 얼마 늘어나지 않았지만, 그 효율에 대한 개선. 그러니까 내가 마력을 다루고, 마법을 사용하는 실력이 이전보다 확연히 향상되었다.

이전에는 사용하지 못했던 고위 마법 또한 익힐 수 있었다. 나는 지금 그것을 실행시키려고 한다.

콰지지지직!

저런 사기(死氣)에 대항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성(聖)속성의 주문이 제격이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사제나 성기사 따위가 아니다. 그렇기에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전뇌속성.

내 손에 떠오르는 이것은 1학년 생도 수준에서는, 실상 사용이 거의 불가능한 마법이었다.

“호에에에엥, 찌릿찌릿한 고애오!”

환하게 주변을 비추는 전뇌의 창. 내 몸의 마나로 만들어 낸 것이니, 동질의 마력이라 보호를 받음에도 팔이 저릿저릿할 정도였다.

빠악!

그 때, 활에 얻어맞고 공중으로 붕, 떴다가 바닥에 처박히는 김찬호. 나는 그쪽에서 순간 고개를 돌렸다. 하마터면 또 피를 볼 뻔했네.

물론 저기 활에서 뚝뚝 맺혀서 떨어지고 있는 액체, 저것도 피겠지만…… 나는 최대한 저걸 토마토 주스라고 상상하기로 했다.

저건 토마토다, 토마토 주스다…….

호에에엥, 븝미쟝 어지러운 고애오…….

그런 자가 세뇌의 시도, 그건 아마 실패한 모양이었다. 나는 순간 아찔해져 오는 정신을 부여잡았다. 적어도, 시발. 이거는 먹이고 가야지.

“마나 씨! 언냐야한테 날아가는 고애오!”

나는 힘껏 창을 집어 던졌다. 물론 그건 단지 내 의식을 확실시하기 위한, 의미 없는 동작이었다.

의지에 따라 전뇌의 창이 날아가고 시야가 온통 밝게 변했다.

쿠르르르릉!

“끼야아아아악!”

전격에 감전되어, 몸부림치는 여생도의 목소리.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저거로 그냥 죽을 리가 없었다.

다만 나는 현재 후속 타를 날릴 만한 여력이 없는 상태. 저기 쓰러져 있는 김찬호, 그리고 옆의 나츠키는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

“옵바야…… 나와 주는 고애오.”

애기븝미는 옵바 언냐야가 될 수 있는 거시애오!

나는, 곧바로 특성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질적인 감각과 함께 내 몸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야가 높아지고, 육체가 강건해짐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몸에 충만하게 흘러넘치던 마력이 모두 모래알처럼, 내 몸에서 사르륵 빠져나갔다.

“후우…….”

카인 크리스틴(남은 지속시간 24분 59초)

나이: 21세

종족: 인간

능력치

힘: 40 민첩: 40 체력: 40 마력: 0

보유 특성: [애기븝미애오!(S)(숙련도 3레벨 0%)],[븝미쟝은 뭐든지 잘 먹고 잘 커요!(숙련도 2레벨 6%)], [븝미쟝의 콘서트와요!(A)(숙련도 1레벨 18%)]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달라진 모습. 나는 그에 허전함과 동시에 충만감을 느꼈다. 나는 전격을 맞고, 후유증에 몸을 경련시키고 있는 여생도를 바라봤다.

“쒸불, 죽었으면…… 묫……자리나…… 가서…… 디비…… 누워!”

저건, 실상 시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은 살아 있지만, 곧 용도가 다하면 죽어 버릴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

그렇기에 내가 무고한 생도를 죽인다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다만 그와 대비되게 떠오르는 감정은 분노. 단지 수단으로써 무고한 어린 생도를, 저런 식으로 이용하는 진짜 빌런들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불사신선’ 전용의 특성이 개방됩니다!

버서커(S)

하지만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르며 되레 머리는 차게 식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런 분노라는 감정마저 시스템이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그런 잠깐의 고뇌.

물론, 그런 생각은 이 상황이 끝나고 나서 하는 것이 맞았다.

나는 숨을 한 차례 내쉬었다.

“후우우…….”

그리고 ‘적’을 향해 달려갔다.

*    *    *

나츠키는,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곳에서, 어떤 남자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던 이상한 상태의 여생도와 싸우는 광경을 희미한 시야로 보고 있었다.

둘 다 신체 능력은 거의 비슷한 수준. 하지만 남자 쪽이 훨씬 더 유려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자신의 카타나였는데, 은색으로 빛나는 검신이 성난 불길처럼 빨갛게 타오르는 그의 머리칼과 대비되었다.

빨간 머리색…… 빨간 머리…….

나츠키는 그가, 자신을 자꾸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여자의 목표는 남자가 아닌 것 같았고, 계속해서 이쪽을 향해 돌진하려 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남자가 그 앞을 가로막았다.

어렸을 적, 그러니까 대략 열 살쯤. 과거 오빠들이 자신을 지켜 주던 시절 이후로. 나츠키는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보호를 받은 적이 없었다.

각성 이전에도 영약을 지속적으로 섭취한 그녀는, 가녀린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웬만한 성인 남성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었고, 무술을 계속해서 정진해 왔으니까.

다만, 이번에는 지켜지고 있었다. 그 빨간색 머리칼, 그걸 보자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쒸……뿔…….”

……그런데 저건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가끔씩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만 제외한다면, 완벽할 텐데. 나츠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순간 눈을 떴다.

“우으음…….”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예의 그 새빨갛게 불타고 있는 붉은색 머리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츠키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그것에게서 멀어졌다. 가슴이 제멋대로 마구 맥동했다.

하지만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나 크리스틴, 예의 그 조그만 꼬마 마법사였다.

“아, 일어났구나?”

“……얘가 왜 저랑 같이 누워 있죠?”

“어…… 네가 계속 붙어 있으려고 하더라고. 오늘 던전 실습에서 사고 났다면서? 거기서부터 너랑 다나가 계속 붙어 있었어. 서로 부둥켜안고.”

“네에?”

나츠키는, 순간 얼굴이 화끈해지는 듯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방금 꿈에서 본 광경이 현실인지 아니면 그저 꿈속의 상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던전에서 있었던 사고는 잘 수습된 듯한 모양이었다.

거기에 이상하게 계속해서 느껴지던 통증, 일전에도 영약의 마력이 잘 흡수되지 않을 때 느껴지곤 했지만, 요즘따라 더 심하게 찾아오던 그 통증 또한 어느샌가 사라진 상태였다.

그렇게 모든 일이 잘 풀리긴 했는데, 지금 들은 이야기 때문에 기분이 순식간에 요상해졌다.

나츠키는 다나를 쳐다봤다. 본래 그녀는 다나에게 통증에 대해 물으려고 했다. 별로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자신이 아는 한에서 가장 마나에 대해 잘 아는 생도였으니까. 교관들에게 물어보기에는, 주말이 아닌 평일에 펜타곤 내부에서 영약을 섭취한 것에 대한 벌점을 받을 수도 있었기에 꺼려졌다.

중간에 계속되던 방해로 인해 묻지 못했으나, 그녀는 걱정했던 바와 달리 자신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츠키는 그것이 의아했다.

그것 때문에 호감이 생겨서인가, 내가…… 쟤한테 엉겼다고? 물론 기절해 있는 와중에 무의식적으로 한 일이겠지만, 그걸 사람들이 다 봤다고 생각하니 당장 오늘내일부터 다른 생도들을 어떻게 봐야 하나 싶었다.

“으으…….”

심지어 저 붉은 머리칼, 저걸 바라보니 꿈이 생각나서 다시 가슴이 맥동하기 시작했다.

“하우우…….”

나츠키는 다나에게서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힐끔 바라봤다가 고개를 돌리기를. 그녀가 일어나기 전까지 계속해서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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