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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04화 (104/172)

#104화.

드라이어드가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 마을. 그곳에서는 최근 또 다른 소문 몇개가 돌고 있었다.

바로 몇십년간 조용했던 드라이어드들중 하나가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남자들을 꼬여, 숲에서 잡아먹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른 또 하나의 소문. 그것은 그 일을 정부와 폴란드 대표 길드에서 쉬쉬하고 있다는 것이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말도 안 되는 음모론자들의 헛소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그것이 사실이라는걸 알고 있었다.

“대기만 벌써 2주짼데, 뭐 아무것도 안 알려주니까 원.”

“까라면 까야지. 뭐 어쩔수가 있나.”

폴란드의 1위 길드. 그 길드원들은 마을 근처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 대기의 이유는 물론 레이드 때문이었지만, 그 시작이 언제인지는 하달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때문에 그들은 지금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누가 왔나본데.”

“아까 간식 사온다고 나갔잖아. 밀릭이겠지.”

귀찮다는듯 손을 흔드는 한 남자의 말 뒤에, 다른 이가 나가 짜증이 묻어나는 얼굴로 문을 열었다.

“허……업!”

하지만 이내 방문자를 확인한 그는 얼굴색이 바뀐채 소리칠 수 밖에 없었다.

“길드장님! 어서오십시오!”

“뭐?”

들어온 사람은 길드의 장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인원들 또한 하나씩 추가로 들어왔다. 그들 모두가 이곳에 미리 모여있던 사람들처럼 길드의 1군이었다.

“그래, 기다리느라 고생이 많았군.”

“아닙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뒷담화를 하고 있었던 이들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다만 길드장은 그런것은 신경쓰지도 않는다는듯이, 이내 본론을 꺼내었다.

“드라이어드가 재각성을 했다.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렇다면…….”

“공략을 시작할 시간이라는거지. 드라이어드의 등급도 맞춰졌으니. 다만 조심해야 할 거다. 너희 모두 2등급 대형 레이드는 처음일테니까.”

사실 반절 이상이 2등급 대형레이드는 고사하고, 3등급 대형 레이드 경험조차 없었다. 폴란드 히어로들의 수준이 높지 않은 이유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강한 몬스터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것. 그 때문에 안전도는 높은 국가이나, 역설적으로 큰 재난이 발생했을때 가장 취약한 국가이기도 했다.

“그러니, 굉장히 조심히 접근할거다.”

오픈필드에 있는 몬스터라는게 되려 다행인 것이었다. 이번 작전에 길드는 총 60명 가량의 1군 길드원을 쏟아부었다. 실상 전력의 대부분을 사용한 레이드. 무조건 성공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길드장은 이어 공략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술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짜여진 계획. 그것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드라이어드라는 몬스터 자체가 정공법 이외에는 딱히 통하는 구석이 없는 탓이기도 했다. 화신체의 모습과는 달리, 그 본체는 그저 수십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괴물이었으니까. 해봤자 화속성 위주의 공격을 가하는것이 전부였다.

“드디어 출정인가. 시발. 막상 때가 되니까 더럽게 떨리네.”

“넌 항상 안 떨린적이 없었지. 아직까지 10등급대 몬스터한테도 벌벌 떠는 놈이 무슨.”

“닥쳐, 병신아. 제발 제일 먼저 뒈지기를 빈다. 머리통 안에 뇌 대신 껌이 처 들었으니 두려움이라는게 없는거겠지.”

길드원들은 각자 덕담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풀었다.

그들이 필드에 진입한것은 대략 3시간 뒤였다. 그동안 인원정비와 각종 보급품에 대한 준비를 마친 그들은, 위풍당당하게 필드에 입성했다.

‘이 멤버로 못 잡을리는 없겠지.’

‘진짜 미친놈들만 죄다 모아뒀군.’

모두들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본래는 몇 팀씩 나눠져서 활동했던 1군 멤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있는 상태였으니까. 실제로 웬만한 몬스터들은 이들 앞에서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었다.

다만, 그들이 간과했던것이 하나 있었다.

“어?”

“드라이어드……?”

고등급 몬스터 레이드시, 필드의 몬스터라면 다들 기피한다. 그것은 필드의 몬스터가 던전에서 등장하는 고등급 몬스터보다 특별히 강해서가 아니었다. 되려 필드의 몬스터보다 던전의 몬스터가 더 강한 경우가 많았다.

“씨발, 개체는 많아야 둘이라며? 무슨 초입부터 세 마리나 처 나와?”

“전열 흐트러뜨리지 마! 그럼 다 뒤진다!”

그 이유 첫 번째, 필드는 그 넓이도 넓을뿐더러, 탐사가능한 범위가 정해져있기에 정확히 어떠한 몬스터가 자리잡고있는지 알 수 없었다. 던전 같은 경우에는 총 마력량이라도 측정하여 대략적으로 그 난이도를 정확히 책정할 수 있지만, 필드는 각각의 개체의 강함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본래 8등급 몬스터 필드였던곳이었지만, 지속적으로 정기를 빨아먹어 강해진 드라이어드들. 개중 5등급 수준의 놈들이 셋이나 튀어나왔다.

땅 속에서 솟아오르는 뿌리들과, 진영을 휩쓸어오는 본체의 공격. 그에 히어로들은 하나둘씩 당하기 시작했다.

츠카아악!

물론 모두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몇몇 이들은 분전했다. 개중에서도 길드장이 그러했다.

‘별 것 없다.’

그는 이 상황 또한 상정 내라고 여겼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중 하나였으나, 부상자를 최대한 줄인다면 레이드를 본래 계획대로 실행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5등급 몬스터는 약하다. 그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그는 단신으로 무려 하나의 개체를 상대하고 있었다. 세계 유수 길드의 공략조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아왔던 이유를 지금 보여주고 있는 중이었다.

그 분전에 힘입어, 길드원들 또한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뿌리들부터 잘라! 어차피 불로 지지면 단시간에 재생 못 해!”

“깨어나라, 칼락서스.”

“베르세르크.”

각자 자신의 특성을 개화하며, 전투를 벌이는 길드원들. 그 과정에서 부상자가 일부 발생했으나, 드라이어드를 점차 무난히 밀어내고 있었다. 이대로만 가면, 다시금 수습하고 공략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그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쿵!

하지만, 곧 그 생각은 바뀔 수 밖에 없었다.

“저건 또 뭐야?”

“골……렘?”

필드 레이드를 기피하는 이유 두 번째.

그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특히 외부의 개입으로부터 취약하다는 것.

쿵쿵쿵!

지축을 울리며 달려오는 흙색의 거대한 골렘. 그에 길드원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상당히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에.

*    *    *

갑주를 입은 땅의 정령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동시에 마력을 순환시켰다. 내게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정령소환에 드는 마력이 증가했기에 미리미리 즉석에서 보충을 해줘야만 했다.

“호에에에, 너모 마니드는고애오…….”

이 방식이 활용도가 참 좋긴 한데, 여러모로 애로사항도 많았다. 이 정도의 마나량이라면 사실 땅의 정령을 활용하는것보다, 직접 마법을 사용하는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었다. 연금술의 집과 김수혁, 그리고 라이카가 합작해서 만들어준 갑주. 그것이 없었다면 아예 비교대상조차 되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굳이 이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내 정체가 들키면 안 된다는 것.

“하와와와, 븝미쟝은 아가야애오…….”

나는 실상 저기서 드라이어드를 단신으로 상대하고있는 길드장. 저 놈보다 훨씬 약하다. 아니, 모든 잡기를 이용한다면 훨씬까지는 아니기야 하겠지만…… 내심 조금은 무시했던 일개 길드원들에 비교해도 내가 월등히 뛰어나지 않았다. 스펙업을 매일매일 거듭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그 수준이었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저들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들킨다면? 나는 그대로 끔살당할것이었다.

그 때문에 내가 지금 땅의 정령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나는 녀석이 벌이고 있는 광경을 멀리서 지켜봤다.

콰드드득!

달려간 녀석은 길드원들을 착실하게 때려눕히고 있었다. 드라이어드들은 그 모습을 보고, 일단은 적으로 여기면 안된다는것을 깨달은 듯 땅의 정령에게 공격을 가하지 않고 있었다. 애초에 다른 정령도 아니고 땅 속성이니 친근한 느낌도 들었을테고.

때문에, 본래 나는 1:1:1 식의 구도가 펼쳐질것이라 생각했지만, 드라이어드들과 땅의 정령이 길드를 합공하는 형태가 되었다.

아비규환이었다.

사실 아무리 갑주까지 입었다고는 해도, 땅의 정령의 힘은 해봐야 저기 길드원 하나와 비슷하거나, 근소 우위를 가지는 정도였다. 저들도 나름 이곳에서는 최상위권 히어로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몬스터를 상대할때보다, 대인전에 더 특화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모두 J와 일리아의 전투 경험과 특성을 물려받은 탓이었다. 그 큰 덩치로, 검격을 유연히 피해내는 모습에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당신, 누구? K-히어로? 다 이래?”

K-히어로는 무슨. 나는 옆에서 경악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는 여자에게 어깨를 으쓱거려주었다.

“븝미쟝만 이런고애오! 이런 기여움이 세상에 더 마늘수는 업는고애오…….”

“비동의. 그거. 조금.”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주접질에, 조금 역겹다는듯한 표정을 짓는 그녀.

……아무래도 이쪽 감성은 아닌 것 같았다.

“빨리가여, 언냐야.”

나는 잠시간 그 전투를 바라보다가, 그녀를 재촉했다.

“알았어요. 고마워. 나중에 더 감사합니다.”

그녀는 번뜩 정신을 차리며, 나를 따라 달려왔다.

그녀를 만난지 이틀차. 나는 본래 생각과 달리 이 사람이 찾는 ‘오빠’가 살아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바꿨다. 당장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필드 내에서 연락이 닿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드라이어드에게서 도망쳐, 어디 필드 한구석에 숨어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사나 갈사를 할 확률은 그나마 적은 필드인게 다행이었다. 초목이 널려있는 숲이었으니, 식용가능한것만 구분한다면 어떻게던 버틸 수 있을 것이었다.

“10시방향. 있다고 했어. 거기서 만난다고 했어요. 움직여 오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어요. 허억…….”

“아, 븝갈통이었서여…… 요기 타는고시애오.”

숨을 헥헥대며 지팡이를 따라 달려오는 모습에, 나는 그녀를 지팡이의 뒤에 앉혔다. 그녀 또한 내 수준까지는 아니었으나, 육체계치고 그 능력이 심각하게 약했다. 일반인보다 조금 더 뛰어난 정도였다.

뒤이어 날아오른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지면에 발을 디뎠다.

“나무옵바야들 다 븝목해버리고 싶은고애오…….”

지팡이를 타고 찾기에는 나무들이 너무 무성하게 자라있던 탓이었다. 그에 불평하고 있는 나와 다르게, 그녀는 애타게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Antoni! Antoni!”

나는 그녀가 이름을 부르며 해매는 사이, 주변에서 몰려드는 몬스터들에 신경을 집중했다. 내 역할은 이쪽이었으니까.

“호에에에, 잔뜩 몰려온고애오…….”

아마 드라이어드들에 의해 중앙에서 터전을 잃고 외곽으로 쫓겨난 몬스터들일 터였다. 만만한 놈들은 아니었으나, 나는 웃을 수 있었다. 이쪽으로 날아오며, 땅의 정령의 소환을 캔슬시켰다. 이미 마력이 본래의 2/3까지 회복된 상태였다.

“븝쭐날준비 하는고애오!”

그렇다면, 질 수 없다.

나는 이내 지팡이를 휘둘렀다.

샤라라랑.

그와 동시에 흩날리는 반짝거리는 마력.

만약 누군가 보았다면 무슨특별한 마법의 시전 준비라고 생각했을만한 행동.

하지만, 이것은 그런게 아니었다.

“븝하!”

그냥 븝짓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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