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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05화 (105/172)

#105화.

몬스터들의 시체가 널려있는 이곳.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 광경을 뒤로 했다. 지천에 널부러져 있는 시체들에서는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쪽 필드의 기초 테마는 ‘환상’. 그랬기에 내장이 튀어나오고 피가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나로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하와와와…….”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그 광경과는 영판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결국 냇가 근처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던 오빠를 찾아낸 그녀는, 의식을 차릴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국어로 뭐라고 마구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래도…… 욕 같았다. 그 정도는 알아챌 수 있었다.

하기야, 욕을 먹어도 싼가.

한심하기가 그지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뭐 드라이어드의 화신체가 매력적이더라도, 여기까지 의심 하나 없이 따라들어 왔다는 이야기 아닌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나와 그의 여동생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의문스러운 목소리로 무언가 말했다.

“모라는 고애오?”

“꿈이냐. 라고 하는데요.”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이내 오빠의 정수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따악!’ 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그는 거품을 물었다.

……그래도 나름 환자인데 저렇게 대해도 되는건가?

물론 이해는 갔다. 자기 하나 찾겠다고 이 난리를 쳐놨는데, 정작 당사자가 깨어나서 하는 소리가 꿈이냐, 같은 헛소리이니.

“죄송해요. 면목이 없다입니다.”

“아니에여 언냐야…….”

그나저나 이 사람, 문자까지 쓰네. 뒤죽박죽인 어순과 조사와는 다르게 표현 자체는 능숙했다.

“혹시, 태우고. 복귀해도 되는겁니다?”

“갔다와도 안 늦을것 같긴 한 고애오. 그렇케 하는거시야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이내 지팡이 뒤쪽에 자신의 오빠를 대충 얹어놓고는, 직접 붙들어 균형을 맞췄다. 거 터프하기도 하셔라.

나는 이내 둘을 데리고 날아올라, 필드 밖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집 안에 자신의 오빠를 들여놓고는, 이내 다시 나왔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저도 돕습니다. 저놈들도 나쁜 놈들.”

이번 일이 시작될 때, 나는 내 목적을 말했다. 드라이어드를 잡았을때 얻을 수 있는 물품을 얻으려고 하는거라고. 다시말해 사람들이 희생되는건 내게 있어 큰 문제가 되지 못한다고.

하지만 이 사람은 그래도 상관없다면서 내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알려주었다. 본래 저 폴란드 길드의 2군 길드원이었다는 그녀는, 길드원들에게 하달된 모든 이야기들을 내게 그대로 전해주었고, 나는 그에 따라서 계획을 준비할 수 있었다.

결국에 나는 그녀의 오빠를 구해주었고, 그녀는 내게 정보를 알려주었으니 거래는 끝이었지만…… 나는 당시에 한 가지 약속을 더 맺었다.

‘언냐야는 그러며는 저기 길드도 공격할 수 있는고애오?’

“당연, 그 사람들 방해했다입니다. 나도 똑같은거. 할 수 있다에요.”

‘그러며는 언냐야가 저를 좀 도와주는 고시애오…….’

대화 자체만 놓고 보자면 이게 무슨 소리인지 헛웃음이 나올만한 것이었지만, 어쨌던 당시의 우리는 비장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저 아래에 보이는 길드원들. 하지만 저들은 우리를 보지 못 할 터였다. 그렇게 조치를 취해둔 상태였으니까.

“거의 다 온고애오…….”

창공에서 보는 광경은 지상에서의 풍경과 전혀 다르다. 지상에 있는 개미같은 인간들이, 자신보다 수백배는 커보이는 거대한 나무에게 달려가는 모습은 타 죽을것을 알면서도 불에 뛰어드는 부나방과도 같아보였다.

물론 그것은 겉보기에만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저들은 드라이어드를 쓰러뜨릴 가능성이 꽤 높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꽤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겠지만.

‘자업자득이지.’

다만 나는 그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지 않았다. 저기 있는 길드원들은, 내 뒤의 그녀에 따르면 마을 청년들 혹은 관광객들이 드라이어드에게 꼬여지는것을 방관했다고 한다. 어차피 자기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태도로. 물론 나는 그것이 특별히 엄청난 악한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잣대가 본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야만 했다.

나는 이내 드라이어드와, 길드가 격돌하는 광경을 구경했다.

“호에에, 나름 잘 싸우는데여…….”

“그래도 폴란드. 우리나라 안에선, 제일 강합니까. 그런거입니다.”

일단 초전부터 2할정도는 나자빠지고 시작할것이란 내 예상과는 다르게, 앞선 전투에 의한 병력손실이 있었음에도 그들은 잘 대처해내고 있었다. 되려 아까전에 5등급대 드라이어드들을 상대한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이 길드측의 유리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피해가 ‘덜’할뿐이지 없는건 아니었으니까.

콰드드드드

파칵!

한동안 원거리 포화에 얻어맞던 드라이어드가, 반격을 시작했다.

움틀거리던 뿌리가 이내 지면 위로 솟구치더니, 길드원들을 휩쓸었다.

이어 사방으로 날아가는 사람들. 몇몇은 저거 죽은거 아닐까, 싶을정도로 심각한 자세로 뒤틀린 채 쓰러졌다.

물론 길드측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더욱 더 강해지는 포격에, 드라이어드의 움직임이 잦아든다. 나는 그 모습을 여유롭게 지켜봤다.

“지금 안 나서면. 혹시, 잡을지도 모르는겁니다.”

“걱정하지 마라여 언냐야. 그럴 일 없는고애오! 븝미쟝이 븝증하는고애오…….”

그녀는 지나치게 태평한 내 모습이 이상하다는듯 바라봤다.

당장에 지금 모습만 보더라도, 드라이어드가 무난하게 레이드당하는 그림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2등급까지 성장한 드라이어드는 저렇게 일방적으로 당할리가 없었다.

뿌드드득.

시작됐다.

나는 드라이어드의 몸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걸 보며 웃었다.

쩌저저적!

처음에는 작은 균열에 불과했던 그것이, 몸 전체로 퍼져나간다. 뒤이어 그 갈라진 틈새 사이로 새하얀 빛이 흘러나온다.

카아아아악!

“뭐, 뭐야?”

“저거 폭발하는거 아니…….”

지상의 길드 또한 그 이상을 눈치챈 듯, 제각기 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저건, 폭발따위가 아니었으니까.

마치 오래 묵은 각질처럼, 조각조각나며 흩날린 나무조각들. 그것들이 이내 시야에서 사라지자 드라이어드의 ‘본체’가 드러난다. 그것은 이미 나무라고 할 수 없는 존재. 머리칼에 푸른 색의 잎사귀들이 잔뜩 매달린 거대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헤으으응…….”

그 거대한 몸중에서도, 특히 거대한 부위에 눈길이 갔다. 완벽한 나신의 모습이었던지라, 나는 얼굴을 붉히며 눈을 가릴 수 밖에 없었다.

시발, 좀 보자.

나는 손을 치우려 무던히 애를 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대신 지상에 있는 남자 히어로들의 침 삼키는 소리들만이 귓가에 들어왔다.

물론 그런 상황도 잠시였다.

이어 길드측에서는 전투태세를 취했고, 드라이어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드라이어드가 이전과 같은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

“저건…….”

드라이어드는, 손으로 자신의 신체 일부를 주물거리더니, 이내 그것을 뚝 떼어내었다. 드라이어드에게는 손바닥만한 덩어리. 하지만 그 크기만 해도 수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덩어리가 지상으로 떨어져내렸다. 그것은 이내 일정한 형상을 갖추어갔다.

“이제는 소환수까지 쓰는…….”

“무슨 소환수야, 씨발. 저거 그 새끼잖아. 나흘 전에 실종됐다는 그놈. 이게…… 말이 되나?”

“…….”

그 형상이란 한 남자의 모습. 이야기를 들어보니 드라이어드에게 희생당한 사람과 같은 외견인 모양이었다. 혹여 말이 통하는가 싶어 경계 태세로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남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들었다.

씨익.

나선형으로 휘어지는 그 입꼬리에, 모두들 소름이 돋은 듯 너나할 것 없이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대략 절반 이상이 그저 무위로 돌아갔다. 그리고.

빠악!

그의 팔뚝에 얻어맞은 한 길드원이 한참이나 뒤로 밀려간다. 그가 들고있던 라운드쉴드는 마치 종잇장처럼 우그러진 채였다.

“야! 저거 계속 만들잖아! 막아!”

계속해서 덩어리를 떼어내는 그 모습에, 몇몇 이들이 기함을 토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호에에…… 아가들이 막 나오는고애오…… 아가공장이애오!”

물론 그 튀어나오는 덩어리에서 만들어진 ‘형상’들이 아가라는 호칭으로 부르기에는 뭣한것들이었지만.

아무튼 길드는 그들에 의해 호되게 당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죽도록 내버려둔 이들의 형상에게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기를 더욱 떨어트리는 것 같았다.

나는 몰래몰래 그 형상들을 향해 버프를 걸어주었다. 헤이스트나 스트렝스 따위의 버프는 지금의 내게 별로 부담되는 수준의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정도면 되었나.

나는 빠른 속도로 무너져가는 길드를 보며, 말했다.

“언냐야.”

더 이상의 말은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시위를 당기더니, 이내 활을 쏘아냈다.

쉬익,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화살. 그것이 향하는곳은 길드장이 있는 곳이었다.

푹. 파육음과 함께 길드장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원래라면 피해내었을것이나, 혼란스러운 전장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눈먼화살도 아닌, 정확히 자신을 노리고 쏘아진 단 한발. 그것이 그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 모양이었다.

분하다는듯, 한 차례 이를 악물고.

이내 소리친다.

“후퇴해! 후퇴해라!”

그 명령과 동시에, 길드원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형상들은 마치 정말 죽어나간 사람들의 영혼이라도 씌인듯이, 도망가는 길드원들을 따라 죽어라 쫓기 시작했다.

“호에에, 너모 잘 되어가는고애오…….”

이렇게 주사위가 잘 굴러줄수가 있나.

나는 웃으면서, 이내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제초화로 만들어낸 제초제.

이미 인간의 형상이 된 바에야 제초제가 먹힐까? 이런 바보같은 의문은 품지 않았다. 저 상태라도 일단은 근본적으로 식물이었다. 실제로 원작 공략때도 제초제가 동원되었었다.

“이제 언냐야가 아닌고애오…….”

자신의 몸을 마구 뜯어낸터라, 드라이어드의 몸은 상당히 작아진 상태였다. 그 특히 흉악하게 커다랗던 부위가 유난히 작아진터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얼굴은 화끈거리는 상태였지만.

제초제가 담긴 통을 던져낸다. 물론 내 완력으로 던진것이 아닌, 마력의 힘을 빌렸다. 그리고 이내 그 작은 병이 드라이어드의 머리 가까이에 접근했을때 병을 깨트렸다.

촤악!

해봤자 정수리에나 뿌려졌을까.

그 큰 몸에 비해서 너무나도 미약한 양이었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게 먹힐거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지.

그래도, 이미 하수인들이 대부분 길드원들을 쫓아간 후인데다가, 누적된 피해량도 상당하니 어떻게 이겨볼만 하지 않을까.

여차하면 튈 생각을 하며, 전투태세를 갖추던 때였다.

아흐으윽!

“호에에……?”

야릇한 교성을 지르며, 이내 무너져내리는 드라이어드의 신형.

아니, 시발 이렇게 간단하게 죽는다고? 혹시나 다시금 부활하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다가가 봤는데 어이없게도 진짜 죽은 것이 맞았다.

“언냐야…… 가버린 고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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