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기만자의 낚시법 (1)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저 멀리서 대체 누가 날 부른 것인가.
왕녀 아델린 보아르네 앙부아즈.
그녀는 심장 속에서 분노와 울분이 듀스의 대접전을 벌이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들었다. 살짝 열린 마차 창문 너머. 낯선 도시의 웅장한 광경이 보였다.
황도 마젠타였다.
“…….”
설마 내가 여길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강제로 마차에 태워졌던 게 어제 같은데. 그런데 벌써 열흘이나 시간이 지나 버렸다. 그 사이 자신은 속절없이 이곳 황도 마젠타까지 끌려와 버렸다.
물론 탈출(?) 시도도 해보았다. 하지만 금방 체념했다. 황도 마젠타에서의 6개월간의 체류. 그것이 아바마마의 왕명이었다.
기껏 탈출하여 왕도로 돌아가 보았자,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 뻔했다.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였다. 반쯤 체념했다. 매도 일찍 맞는 것이 낫다고, 어차피 다녀와야 할 길이라면 후딱 다녀오자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쾌한 건 아니었다.
‘후우.’
절로 나오는 한숨.
이내 마차가 멈추었다. 벌써 황궁에 도착한 걸까. 마차 문이 열렸다. 근엄한 기사의 모습이 보였다. 이곳까지 자신을 충실하게 수행한 앙부아즈의 기사단장이었다.
“왕녀시여, 부디 당당하시길.”
“…….”
기사단장의 굳은 당부.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장한 각오를 힘껏 다졌다. 이 마차에서 나가는 순간부터 자신은 적지 한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앙부아즈에서부터 함께 온 수행단을 제외한다면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자신은 볼모로 끌려왔으니까. 적들의 전리품 취급을 받을 테니까.
‘그래도 절대로 고개 숙이지 않아.’
자신은 위대한 왕가의 왕녀다. 장차 왕이 되어 앙부아즈를 이끌 몸이다. 선조, 선왕들의 영광을 이어받은 자신이 함부로 적들에게 나약한 꼴을 보일 수는 없노라고 생각했다.
눈에 힘을 주었다.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그렇게 마차에서 내렸다. 적지(?)에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첫 적을 바라보았다.
빈약한 체격의 은발 남자였다. 제법 많은 수행원을 거느리고 있었다. 왕녀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저 얼굴,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듯한데…….
“먼 길을 오시느라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앙부아즈의 왕녀시여. 반갑습니다. 저는 제국의 황태자 라키엘 아드리아 마젠타노입니다.”
“…….”
그래, 기억났다. 타국의 주요 인사들에 대해 공부할 때 본 초상화. 그때 봤던 얼굴이다. 그래서였다. 왕녀는 고개를 아주 조금 까딱, 기울였다.
‘그림이랑은 많이 다른데.’
초상화에서는 다 죽어가는 병자 같은 모습이었다. 한데 지금 눈앞의 황태자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비쩍 말라서 빈약하게 보이긴 하지만.
‘뭐 어쨌건. 저자가 아바마마를 능욕했지.’
라키엘을 보는 왕녀의 눈이 서늘해졌다.
저놈이다.
저놈이 아바마마에게 친필 서신을 썼다. 그 서신 때문에 자신이 여기까지 끌려왔다. 서신의 내용이 무엇이었지는 알 길이 없었다.
다만, 짐작되는 바는 있었다.
‘아바마마를 압박했겠지. 제국의 국력, 혹은 아바마마의 약점 등을 들먹이며. 외교적인 무례를 저지르며 아바마마를 협박하고, 굴복시켰을 거야.’
그럴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바마마께서 이토록 쉽게 자신을 이곳까지 보내셨을 리가 없다. 나름의 확신을 품은 왕녀 아델린은 주먹을 불끈 말아쥐었다. 황태자의 면상을 후려치지 않도록 자제력을 발휘하며 인사했다.
“앙부아즈의 왕녀 아델린 보아르네 앙부아즈입니다.”
섭씨 영하 50도급 칼바람 같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라키엘은 당황하지 않았다. 왕녀가 주는 서늘한 압박감에 전혀 주눅 들지도 않았다. 비결은 간단했다. 이런 상황이 아주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날 쌀쌀하게 대하는 여자라니. 이런 거 엄청 많이 겪어봤거든. 후후후!’
한국에선 항상 이랬다.
소개팅을 나가도.
선을 보러 나가도.
자신을 대하는 여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덕분에 항상 이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여자 마음이 뭐가 어렵단 건지 전혀 모르겠다고.
‘그냥 척 보면 날 싫어하는 걸 바로 알 수 있잖아!’
지금도 마찬가지다. 라키엘은 전혀 상처받지 않은 튼튼한(?) 멘탈로 새삼 무장하며 말했다.
“그렇군요. 먼 길 오시느라 노곤하실 텐데 이쪽으로.”
왕녀를 직접 안내했다. 정원을 지나, 별궁 본채로 들어갔다. 그곳에 미리 마련해둔 오찬장으로 향했다. 나름 신경 써서 마련한 진수성찬이 왕녀를 맞이했다.
“우선 식사부터 드시지요. 그 후에 앞으로 지내실 이곳 별궁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
하지만 왕녀는 포크를 들지도 않았다. 마치 적국의 음식을 무방비하게 먹지는 않겠다는 듯. 경계심 서린 싸늘한 눈빛만을 기다란 테이블 너머로 쏘아 보낼 뿐이었다.
하지만 라키엘은 전혀 상처받지 않았다. 이 또한 익숙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역시. 왕녀도 밥을 제때 안 먹는 타입이구나.’
여자들은 다 저런 걸까.
한국에서도 그렇던데.
점심이나 저녁에 밥 먹자고 연락을 하면? 이미 먹었다거나, 다이어트 때문에 어렵겠다는 대답만 할 뿐이었다. 아마 왕녀도 비슷한 것 같았다.
‘쓰읍. 이러면 곤란한데.’
라키엘은 쓴웃음을 삼켰다. 생각보다 자신을 대하는 왕녀의 태도가 너무나 차가웠다. 마치 원수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곤란했다.
‘이래서는 진료하기가 빡쎄지는데.’
의료인과 환자의 관계는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야 한다. 그래야 환자가 의료인에게 선뜻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다. 의료인 또한 더욱 큰 책임감을 품고서 환자를 대할 수 있다.
누군가는 고작 마음가짐의 차이가 뭐가 대단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하다.
정말로 중요하다.
그게 없으면 어떤 진료도 헛수고가 되니까.
‘그런데 왕녀가 생각보다 날 너무 싫어하는데. 차라리 앙부아즈 국왕한테 보내는 서신의 내용을 다르게 할 걸 그랬나.’
왕녀에게 관심이 있다는 투의 서신을 보냈다.
양국의 우호를 다지고 싶다고. 왕녀와 만남을 가지고 싶다고. 그게 서로에게 이득이지 않겠느냐고. 가장 확실하게 왕녀를 이곳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 멘트만 쏙쏙 골라서 썼더랬다. 한데 그게 이토록 왕녀의 미움을 살 줄은 몰랐다.
‘쓰읍. 그냥 소설 마검황에서 대전쟁을 일으킨 앙부아즈의 방계 왕족 전쟁광. 그놈한테 반란 누명이라도 확 씌울걸.’
그놈이 반란을 일으킬 거라고. 국왕께서는 얼른 그놈을 숙청해야 한다고. 그렇게 썼으면 일이 편해지지 않았을까. 손쉽게 대전쟁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잠깐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 방법은 좀 아니야. 변수가 너무 많아.’
자칫 그 방계 왕족 전쟁광이 자신에게 씌워진 누명에 반발하여 반란을 일으켜 버릴 수도 있다. 그러면 안 된다. 원작 소설과 너무나 다른 전개가 되어 버린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이쪽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선 곤란하지.’
사실은 그런 이유 때문에 선택하지 않은 방법이었다. 라키엘은 접어둔 선택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내 선택에 자신을 가지자. 이게 가장 유리한 길이야. 왕녀를 불렀으니 담석 치료를 해주면 돼. 담석 때문에 죽는 걸 예방해 주면 돼. 그러면 왕녀가 앙부아즈의 왕이 될 거고.’
자연스럽게 대전쟁의 발발을 막을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자. 자신감을 가지자. 일단 왕녀의 호감과 신뢰부터 얻어 보자. 다짐하며 라키엘은 고개를 들었다. 테이블 건너편의 왕녀에게 말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긴 여정을 마치고 도착하자마자 식사라니. 소화에 부담이 되셨나 보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
“가르딘 경?”
이쪽의 부름에 가르딘 경이 오찬장으로 들어왔다. 그 손에는 은쟁반이 들려 있었다. 경이 왕녀 앞에 쟁반을 놓았다.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자기 그릇에 담긴 시커먼…….
“탕약입니다. 특별히 몸에 좋은 귀비탕(歸脾湯)으로 준비했지요. 이곳까지 오는 동안 쌓인 피로를 푸는 데에 도움이 될 겁니다.”
“…….”
왕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탕약을 물끄러미 쳐다볼 뿐. 탕약 그릇이 민망해질 정도로 냉랭한 눈길이었다. 하지만 라키엘은 개의치 않았다. 흔들리지 않았다. 묵묵히 왕녀의 리액션을 기다렸다.
그 압박(?)이 통한 걸까. 탕약 그릇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던 김이 사라졌을 무렵. 마침내 왕녀의 입이 열렸다.
“이건 무슨 형태의 모욕일까요.”
“……예?”
“저를 여기까지 불러와 앉혀둔 것으로는 모자랐던 것입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라키엘이 물었다.
왕녀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오라고 하여 이곳까지 왔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앙부아즈에게는 크나큰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그걸 모르십니까?”
“…….”
“그러니 미리 말해두지요. 6개월간 머무르라 하니 머무르겠습니다. 황태자께서 저의 부왕께 요청했던 대로 말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그 이상의 요구를 할 생각은 마십시오. 이렇게 식탁 앞에 앉히지도, 뭔가를 먹으라는 권유도,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시지요.”
“으음,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해 같은 건 없습니다. 이만.”
드르륵!
왕녀가 거친 몸짓으로 의자를 밀어내며 일어섰다. 그 순간이었다.
“왕녀께서는 겁을 먹으신 겁니까?”
라키엘의 일침이 콕, 왕녀의 고막을 찔렀다. 몸을 돌리려던 왕녀가 멈칫했다.
“……뭐라고요?”
“겁을 먹은 거냐는 말입니다.”
“그게 무슨…….”
“아무 짓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식사를 권했고, 피로 회복에 좋은 탕약을 드렸을 뿐입니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무섭고 두려워서 자리를 피하는 겁니까?”
“나는 두려움 따위는…….”
“혹시 탕약에 독이라도 탔을까 봐 걱정이 되는 겁니까? 가르딘 경. 그거 이리로 가져다줘.”
가르딘 경에게 눈짓했다.
경에게서 귀비탕을 받아들었다.
“후우. 이거 진짜 귀한 걸로 달인 건데.”
씁쓸한 독백과 함께 원샷했다. 깨끗이 비운 그릇을 왕녀에게 보여주었다.
“독 같은 건 없습니다. 생각을 해보시지요. 설마 제국의 황태자인 제가, 공식석상에서 왕녀께 드리는 약에 독을 타겠습니까?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렇지 않습니까?”
“아니, 저는…….”
“괜찮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왕녀께서 이렇게 저를 믿지 않고 무안만 주시는데. 안 그렇습니까?”
일부러 슬픈 척. 마음의 상처를 잔뜩 받은 척. 나름 혼신의 연기를 펼치며 말했다. 사실 그것은 도발이었다.
‘앙부아즈의 왕녀 아델린. 지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했거든.’
그녀가 소설 마검황에 직접 등장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간접적인 언급은 몇 번 있었다. 지는 걸 엄청나게 싫어한다고 했다. 겁쟁이와 비겁자를 지극히 경멸한다고도 했다.
그래서였다.
라키엘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그녀에게 ‘혹시 쫄아서 빤쓰런을 시전하십니까?’라는 말을 고급지게 포장해서 던졌다. 대놓고 겁쟁이 취급을 했다. 성격 맞춤형 도발 폭탄이었다.
그 효과(?)는 굉장했다.
드르륵!
왕녀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테이블 건너편에서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서늘했던 아까와 달리, 어쩐지 이글거리는 눈빛이었다.
“방금, 황태자께서는 무슨 말씀을 한 것이신지?”
“말씀드렸던 그대로입니다. 무얼 그렇게 두려워하십니까?”
“저는 두려워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공식석상에서 제가 드리는 탕약을 먹을 용기는 내지 못하셨군요.”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그럼 다시 권해 드리면 드시겠습니까?”
“…….”
왕녀 아델린은 입을 다물었다. 동시에 깨달아야 했다. 상대의 술수에 말려들었다. 만약 이제 또다시 약을 거절한다면? 자신에게 겁쟁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것이다.
그건 싫었다.
그래서 더욱 울분이 쌓였다.
‘음흉한 자 같으니라고.’
자신이 약을 받아먹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의 판을 짰다는 게 느껴졌다. 지극히 교묘하고 악랄한 판짜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시지요. 단, 황태자께 드릴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라. 말씀하시죠.”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제가 드리는 약을 먹는 게 말입니까?”
“네.”
“그건 일단 드셔 보시고 판단하시지요.”
라키엘이 빙긋 웃었다. 가르딘 경에게 눈짓했다. 경이 다시 쟁반을 가지고 왔다. 아까와 똑같은 탕약이었다.
“…….”
탕약을 받은 왕녀가 콧등을 찡그렸다. 냄새가 이상했다. 낯설고, 역했다. 그러고 보니 탕약의 색깔도 온통 시커멓고 칙칙했다. 이런 걸 먹어도 되는 걸까. 몸에 좋다는 거, 거짓말인 듯한데.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릇을 들었다. 입가로 가져왔다. 기울였다.
꿀꺽.
“……!”
순간, 왕녀 아델린은 입안에 들어온 탕약을 뿜어 버리고 싶은 웅장한 충동을 느꼈다. 그릇을 황태자의 머리에 집어 던지고 싶은 파괴적 살의 또한 느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맛이 없었다. 진짜로 없었다!
‘그, 그웁!’
세상에 이런 쓴맛이 있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그냥 쓰기만 한 게 아니었다.
비렸다. 묘한 비린내가 입천장과 콧속을 온통 휘저었다. 게다가 기괴한 알싸함마저 느껴졌다. 쓰고 비리고 알싸한 맛의 끔찍한 조화가 지옥의 오케스트라처럼 혓바닥을 유린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끔찍한 경험이었다!
‘……그으읍!’
꿀꺽! 꿀꺽!
가까스로 참으며 마셨다.
한 모금.
두 모금.
토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세 모금, 네 모금, 마지막 다섯 모금!
“……코, 콜록! 우…… 우욱…… 콜록!”
던지듯이 그릇을 내려놓았다. 목구멍으로 치고 올라오려는 욕지기를 간신히 삼켰다. 그리고 내심 생각했다. 이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종류의 음식이 아니라고. 아예 음식마저도 아닌 ‘무언가’라고. 이딴 걸 자신한테 먹인 황태자 또한 인간도 아니라고.
그녀는 저주를 퍼붓는 심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테이블 저 너머 건너편. 황태자의 자리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그곳에 황태자가 없었다. 대신 바로 옆에서, 느닷없이, 황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다 드셨으면 얼른 이거.”
삽시간에 불쑥 다가와 있는 황태자. 언제 온 걸까. 내가 약을 마시는 사이에? 지독한 맛을 참느라 눈을 질끈 감은 사이에? 그런데 황태자가 왜…… 무언가를 이쪽으로 건네고 있는 걸까. 대체 어째서, 저렇듯 익숙하고도 친절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는 걸까.
“사탕입니다. 쓴 약을 먹은 직후의 사탕은 국룰이죠. 안 그래요?”
“…….”
“자두맛.”
“…….”
삽시간에 취향 저격을 당한 왕녀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살짝 붉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