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세상에 착한 성자는 없다 (2)
성자 군의관 이 사람, 미쳤나 봐.
첩자는 조금 무서워졌다. 하지만 라키엘의 급발진(?)은 멈출 줄을 몰랐다.
“이봐요. 생각 좀 해보자고. 응? 그쪽이 나한테 제의를 했어. 깃발을 바꾸래. 이거, 그냥 쉽게 꺼낸 말은 아닐 거 아냐. 맞지?”
“그, 그렇긴 하오만…….”
“근데 이거, 따지고 보면 나한테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결정인 거다? 안 그렇겠어? 지금까지 한편 먹고 있던 쪽을 배신하고 그쪽에 붙으라는 거잖아. 그럼 나한테도 적지 않은 리스크가 있는 건데. 인생 갈아 넣는 결정일 수도 있는 건데. 안 그래?”
“물론, 어, 맞소.”
“그렇지?”
“그렇소.”
“그런데 왜 조건이 구체적이지가 못해?”
“…….”
“이쪽이 리스크를 짊어지고 결정을 내리려면 어떤 결정이 나한테 유리할지, 뭐가 더 이득이 될지, 행여나 잘못된 결정으로 인생 난이도가 하드코어한 시궁창에 처박히는 건 아닐지, 똑 부러지게 계산할 명확한 근거나 자료가 있어야 할 거 아니냐고.”
“…….”
“그래야 비교를 하지. 안 그래? 그쪽, 시장에서 물건 살 때 비교 안 해?”
“무, 물론 하오.”
“그렇지? 하다못해 빵집에서 똑같은 종류의 크림빵 하나를 사더라도 어느 놈이 더 큰지를 열심히 관찰한 뒤에 고르잖아. 왜 그러겠어? 기왕 같은 값이면 한 입이라도 더 많이 먹으려고. 그런데 지금 그쪽, 나한테 동네 시장 빵집보다도 못한 짓을 하면서 깃발을 바꾸라는 제의를 꺼낸 거야? 응?”
“그게…….”
“그게 뭐.”
“시, 실로 미안하오.”
“미안하면 인생 끝나나?”
“아니오.”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준비……해 오겠소.”
“쓰읍.”
“…….”
첩자가 목을 움츠렸다.
라키엘이 깐깐한 눈빛을 번득였다.
“또 그런다. 또. 앞뒤 생각 안 하고 그냥 준비해 오겠다고 하면 되겠어?”
“그, 그럼 뭘…….”
“뭘 준비해 올지를 구체적으로 말해 봐. 지금.”
“지금…… 말이오? 아니, 말입니까?”
“당연하지.”
털푸덕.
라키엘은 아예 침상에 편하게 걸터앉았다. 턱을 살포시 치켜들며 첩자를 쳐다보았다. 이제부터 브리핑 한번 해보라는 눈빛이었다.
너무나도 뻔뻔하도록 당당한 기색. 첩자는 그 기세에 휘말렸다. 떠듬떠듬, 마치 상사에게 보고하듯 브리핑(?)을 시작했다.
“어, 우선…… 말씀하신 대로 혁명군에 가담하실 때 제공받게 되실 금전적 보상을 정확하게, 실제적인 금액 단위로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물론 이 금전적 부분은 지급될 저택과 토지, 각종 귀중품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금액이 될 것입니다.”
첩자는 또박또박 말하려고 노력하며 멘트를 마쳤다. 내심 자화자찬했다. 됐다고. 이 정도면 말 별로 안 더듬었다고. 괜찮았다고.
하지만 그의 자부심(?)은 라키엘의 미간 가득 생겨난 주름에 짜부라지고 말았다.
“쓰읍. 이 사람 이거.”
“…….”
“이봐. 내가 단순히 돈을 밝히는 사람으로 보여? 겨우 그 정도에 유혹을 느끼고 흔들릴 인간으로 보였어?”
“그건 물론…….”
“어. 정답.”
“…….”
“시작부터 숨기거나 빼지 않고 돈부터 얘기하는 태도가 매우 좋아. 계속해 봐.”
“그 외에 혁명군 내에서 받게 될 작위와 명예, 실질적인 대우에 대한 부분도 확실하게 조사해서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안전 대책은?”
“무, 물론 준비하겠습니다. 호위와 보안, 곁에서 모시게 될 시종 등에 대한 부분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걸로 끝?”
“……예?”
또, 남았나?
첩자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라키엘의 입꼬리가 의미심장하게 말려 올라갔다.
“방금까지 말한 모든 조건이 그쪽네 최고 결정권자의 승인을 받은 사항이라는 인증.”
“……아.”
“그거 없이 그냥 제시하는 조건이면 보지도 않고 빠꾸시킬 거야. 알겠지?”
“아, 알겠습니다.”
“이번엔 확실히 하자. 응?”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좋아. 가서 일 보고.”
“…….”
저 성자 군의관, 이제는 무섭다 못해 소름이 돋는다. 첩자는 뇌세포가 삐걱대는 기분을 느꼈다. 이런 반응은, 이런 전개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는데. 그래도 일단 나쁜 일은 아니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살았으니까.
안 죽어도 될 거 같으니까.
“그, 그럼 이만…….”
첩자는 재빨리 라키엘의 천막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잠시 후, 라키엘은 두 사람을 불렀다. 가르딘 경과 데미안이었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폭탄선언을 내뱉었다.
“나, 반란군에 가담할까 싶은데.”
“…….”
가르딘 경과 데미안이 멈칫했다. 서로를 쳐다보았다. 눈빛을 교환했다. 이내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동시에 생각했다.
아, 전하께서 요즘 많이 피곤하셨구나. 너무 일만 하고 쉬질 못하니까 이러시는 거구나. 괜찮아. 살다가 너무 힘들면 잠깐 정신이 홰까닥 할 수도 있는 거지 뭐. 그러니까 번아웃이라는 말도 있는 거고.
둘은 안쓰러움을 느꼈다. 라키엘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맺혔다.
“내 정신이 잠깐 가출해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진심인데.”
“…….”
“진짜라니까.”
“…….”
“좀 믿어 주면 안 돼?”
“예.”
먼저 대꾸한 이는 데미안이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라키엘의 눈을 푹 찔렀다.
“아직도 농담처럼 들리긴 하지만, 만약 정말로 진담으로 하신 말씀이라면 말리고 싶습니다만.”
“어째서?”
“도의상 옳지 못하니까요.”
“도의상?”
“예.”
데미안의 말이 이어졌다.
“전하께서는 앙부아즈의 내전 소식을 듣고서는 안타까움을 느끼셨습니다. 앙부아즈를 선의로 돕겠다는 일념을 품고서 여기까지 건너와 왕국군의 부상병들을 돌보셨습니다. 한데 이제 와서 갑자기 반란군에 가담하시겠다니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응.”
“…….”
“반란군 병사들은 앙부아즈의 백성 아닌가?”
“하지만…….”
“그리고 내가 앙부아즈 왕국에 충성하는 사람도 아니잖아?”
“그야 물론…….”
“그렇지. 내가 누군데. 마젠타노의 황태자가 앙부아즈 왕국군에 충성해야 할 의무가 있나? 없지. 나한테는 왕국군이나 반란군이나 똑같이 외국의 세력일 뿐인데.”
“그렇지만…….”
“저쪽, 반란군에도 수많은 부상병들이 있어. 아마 방치되고 있겠지. 우리가 처음 여기 왔던 때의 이곳에서처럼.”
“…….”
데미안은 입을 다물었다.
황태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믿기지가 않았다.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데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씩 수긍이 가기도 했다. 그렇기에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라키엘의 말이 이어졌다.
“여길 봐. 우리 힐링캠프. 요즘은 잠잠하지? 새 부상병이 거의 실려 오지 않고 있잖아. 최근 왕국군과 반란군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으니까. 발루아 요새 앞에서 대치만 이어가고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 캠프는? 전에 받았던 부상병들만 남았지. 그런데 대부분이 위험한 시기를 넘겼어. 안정적인 회복기에 들어섰어.”
“설마 그래서…….”
“어. 아무래도 내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대강 마친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젠 저쪽에서 방치되고 있을 부상병들만 치료해 주고, 돌아가려고.”
“마젠타노의 별궁으로 말입니까?”
“응.”
라키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요즘 들어 마젠타노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더랬다. 방금 데미안에게 했던 말처럼, 새로 실려 오는 부상병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마치 한철 장사의 끝물을 맞이한 기분이었다. 더 남아있어 봤자 먹을(?) 게 별로 없을 듯한 느낌이 수시로 들었다.
‘따지고 보면 여기 와서 얻을 건 다 얻었지. 보너스 수명도 왕창 챙겼고. 내손약손 스킬도 생겼고. HP도 쌓았어. 그러니 이젠 슬슬 별궁으로 돌아갈 시기를 잡을 때가 됐고.’
생각해보면 별궁 한의원을 비운 지도 꽤 되었다. 아직까지는 웨어울프 간호사들의 유능함 덕분에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겠지만, 여기서 더 오래 비우면 문제가 생길 터다. 평생 사골육수처럼 든든하게 우려먹어야 할 별궁 한의원이다. 문제가 생기면 곤란했다.
‘그런데…… 한철 장사가 끝나려나 싶은 순간에 마지막으로 단타를 털어먹을 건수가 보였단 말이지!’
그게 바로 반란군의 영입 제의였다. 제의를 듣자마자 직감했다. 아, 이건 내 앞에 보너스 수명 정찬으로 차려졌던 앙부아즈 내전의 디저트(?) 밥상이구나. 이걸 안 받는 건 예의가 아니지, 라고.
그래서였다.
눈 딱 감고 반란군에 가담하기로 결심했다. 딱 한 달, 아니, 하다못해 보름 정도만이라도. 그 정도만 반란군에 몸을 담으며 그동안 방치되고 있었을 부상병들을 치료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마지막 디저트 밥상의 국물과 양념까지 싹싹.’
핥아 먹고 별궁으로 돌아가리라.
그렇게 결심했다. 물론 그런 속내를 밝히진 않았다. 어차피 보너스 수명에 대해서는 모르는 두 사람이니까.
그래서였을까. 곁에서 묵묵히 있던 가르딘 경이 갑자기 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자신의 눈가를 콕콕 야물딱지게 찍더니 코를 흥 풀었다.
“……전하, 저는 감동했습니다.”
“가르딘 경은 또 왜.”
“치료받을 환자는 아군도, 적군도 아니라는 그 마음가짐…… 저도 되새기며 배우겠습니다!”
“……어, 그래.”
그런 오해라면 땡큐고. 라키엘은 두 사람을 향해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우린 저쪽으로 간다. 며칠 안 걸릴 거야. 그렇게 알아 둬.”
데미안은 마지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딘 경은 더욱 열심히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라키엘은 이적(?) 준비를 했다. 매일 밤 첩자와 만났다. 영입 조건을 조율했다.
그러는 한편으로 왕녀 아델린에게는 편지를 보냈다. 이제 자신이 이곳에서 할 일은 끝난 듯하다고. 이제는 슬슬 황도 마젠타의 별궁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새하얀 편지지 가득 새빨간 거짓말을 술술술 담았다.
그리고 추신으로 덧붙였다.
힐링캠프 창고에 특별히 제작해둔 초거대 사이즈의 오크통이 있다고. 그 안에 술과 베스파로스 여왕벌의 사체가 담겨 있다고. 그걸 황도 마젠타로 배송해 달라고. 그 정도 배려를 해 준다면, 자신이 이곳에 와서 받아갈 보답으로 충분할 거라고. 고마워하겠노라고.
‘……이로써 힘들게 담가 둔 여왕벌술도 챙길 수 있을 거고.’
츄릅.
라키엘은 입맛을 다시며 전서구를 날려 보냈다. 그렇게 힐링캠프를 떠날 준비를 마쳤다.
다음 날 새벽, 캠프의 군의관들에게 남기는 당부 편지를 천막 침상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가르딘 경, 데미안과 함께 몰래 캠프를 떠났다. 캠프 외곽지에서 반란군의 첩자와 접선했다.
“이렇게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길 안내를 하겠습니다.”
첩자를 따라 이동했다.
자유 상단으로 위장했다. 수레를 타고서 사흘쯤 움직였다. 곳곳에 깔린 왕국군과 반란군의 대치 장소를 빙빙 둘러 이동했다.
산 넘고 물 건너.
평원을 지나.
발루아 요새가 보이는 산자락에 이르렀다. 그곳에 반란군의 주력이 집결해 있었다. 일행은 곧바로 반란군 주둔지의 중심으로 안내받았다.
“이쪽입니다.”
사령부에서 나온 고급 장교가 이쪽을 맞이했다. 장교를 따라 들어갔다. 그때부터는 조금씩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후우, 마음의 준비는 해 두긴 했는데. 그래도 긴장되네.’
라키엘은 심호흡을 했다. 이곳에서 자신의 정체가 들킬 일은 없을 것이다. 황궁의 마법사 자네티스 경의 변장 마법은 강력하니까. 게다가 자신이 이곳에서 해코지를 당할 일도 없을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소설 마검황에서 그랬거든. 쟈빌론. 앙부아즈의 부흥에 미친 열광적 애국주의자. 그만큼 인재에 대한 욕심이 엄청났지.’
능력이 있는 자라면 신분과 출신을 따지지 않고 대우했다. 금이야 옥이야 소중하게 존중했다. 그야말로 부국강병에 있어서만큼은 편견(?)이 없는 자였다.
그러니 무려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었겠지.
“…….”
이제부터 그런 어마어마한 인물을 만나러 간다. 심장박동이 조금씩 빨라졌다. 마치 면접시험을 보러 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는 사이, 마침내 사령부의 중심에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기다랗게 뻗은 장막의 끄트머리. 그곳에 군림하듯, 도사리듯 앉은 사내가 보였다.
190센티는 가볍게 넘을 커다란 키. 그에 어울리는 장대한 체격. 의외로 정중한 얼굴. 소설의 삽화로 수차례 보았던 모습. 반란군의 수장, 쟈빌론 플랑베르 앙부아즈였다.
“…….”
역시 사람을 그림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마주하는 건 엄청나게 다르다. 그 대상이 보통 사람이 아닌 경우엔, 더더욱 그러하다.
마주하자마자 압도감이 느껴졌다. 사람인데 사람이 아닌 듯한 묘한 느낌. 얼굴을 한 꺼풀 벗기면 천사와 악마의 얼굴이 반반씩 드러날 것 같은 기묘한 인상.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쟈빌론의 시선이 이쪽으로 날아왔다. 눈이 마주쳤다. 움찔. 절로 어깨가 흠칫했다. 동시에 그가 벌떡 일어섰다. 이쪽으로 걸어왔다. 저벅저벅. 거침없이. 서슴없이.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주지 않고서.
두 손을 뻗어왔다.
이쪽의 어깨를 짚었다.
턱.
“반갑소. 그리고 고맙소, 성자라 불리는 군의관이여.”
“…….”
어깨를 지그시 붙잡고서 이쪽을 내려다보는 눈길. 그 눈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를 못하겠다. 엄청난 압박감이었다.
하지만 라키엘은 마냥 그러한 압박감에 짓눌려 있지만은 않았다. 지나친 압박감에 멘탈이 찌그러지려는 찰나, 그는 자신이 마주했던 일평생 최대치의 압박감을 떠올렸다.
그건 바로…….
‘내가 양화대교에 빠지던 날 낮에, 한의원 빌딩 복도에서 마주쳤던 건물주 아저씨.’
그날, 건물주와 마주쳤을 때. 임대료 때문에. 그놈의 돈 때문에. 사람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
그때에 비하면 쟈빌론이 주는 압박감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신기하게도 압도되던 기분이 날아갔다. 부담감이 사라졌다.
덕분에 희미하게 웃을 수 있었다. 여유롭게 대답할 수 있었다.
“저도 반갑습니다. 혁명군의 심장이시여.”
……좋아.
자연스럽게 잘 대답했어.
그러니까 이제 딱 한 달만. 그동안만 열심히 부상병들 치료하면서 보너스 수명 팍팍 챙기고 황도 별궁으로 빤쓰런하자. 돌아가자마자 변장 마법부터 풀자. 그러면 성자 군의관이고 뭐고 찾을 수도 없는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일 테니까. 뒤탈도 전혀 안 남겠지.
생각하자니 흐뭇해졌다. 든든해졌다. 한데 그때였다. 여전히 이쪽을 내려다보며, 쟈빌론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좋소. 다행이오, 그대가 기꺼이 내 뜻에 동참해 주어서. 그러니 이제부터 성자 군의관, 그대는 일개 병사들의 피나 만지는 험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오.”
“……예?”
그게, 무슨 소리?
순간 쌔한 예감이 들었다. 쟈빌론의 미소가 훈훈해졌다.
“이제부터 나는 그대에게 더욱 중요하고 고귀한 일을 맡길 생각이오. 바로, 그대와 같이 고귀한 이가 내 혁명의 정신을 지지한다는 선언을 만방에 외쳐 주는 것이외다.”
“…….”
“자, 그렇듯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오.”
“…….”
“어떻소? 좋지 않소?”
“…….”
좋지 않느냐고?
아니, ㅈ된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