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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오랑캐가 입학했다-33화 (33/100)

제 33화

슬슬 준비할 때가 되었지

적성체.

제국이 적으로 규정한, 인간을 적대하는 인외종들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마물, 수인, 어인, 몬스터들까지 다양한 개체가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마물종과 아인종의 두 부류로 나뉜다.

아인종의 경우 인간이 아닌 이종족 중, 인간을 습격하는 종족들이다.

본래는 각자 대륙에 자신들의 국가를 세우고 번성하던 종족들이었으나, 카롤루스 대제와 열두 기사들의 검에 멸망하고 흩어진 패자들.

살아남은 아인들 대부분은 온갖 오지와 던전 등으로 흩어져 제대로 된 문명조차 없는 야만적인 괴물로 추락했다.

그렇기에 제국은 이들 야만 아인종들을 단순한 괴물-몬스터라 부르게 되었다.

고블린, 코볼트, 트롤, 오거 등.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녀석들이었다.

이제는 오직 북부의 수인들만 자신들 특유의 문명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오크는 호전성이 너무 강했던 탓에 끝까지 저항하다 멸종되었고.

원래는 카`하르 역시 아인종이었지만 이번에 유사인종으로 편입된데다가, 특징도 인간이랑 그다지 다를 것이 없으니 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이랑 다를 것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피부색만 다른 인간 그 자체다만.

반면 마물종의 경우엔 그 생태가 보다 복잡했다.

언제부터인가 대륙에 발생하기 시작한 기괴하게 뒤틀린 적성체.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공포에 빠트리며, 짙은 마기로 주변을 오염시켜 불모지로 만드는 추악한 존재들.

기원에 대한 이론조차 의견이 분분하고, 과연 번식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개체들이었다.

"...마물종은 크게 세 종류로 분류된다. 사령종, 혼종, 공허종. 각자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대처하는 방법 역시 차이가 있다. 우선, 사령종의 경우......"

적성체 연구개론의 담당교수가 칠판에 제국어를 빼곡하게 적어가며 설명을 이어갔다.

사령종.

걸어다니는 시체들, 응집된 마기가 형체를 갖춘 유령들.

이미 죽어버린 존재가, 마기를 머금고 되살아나 움직이는 존재들이다.

본질적으로 이미 죽은 존재이기에 쉽게 없앨 수 없으며, 토벌하기 위해서는 사제의 축복이나 영체 자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

영체 자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장비라, 생각나는 물건이 여럿 있긴 한데.

일단은 사제를 동료로 구하거나 성수를 많이 들고 다니거나 하는 편이 효율적이겠지.

...아이멜라의 검이 효과가 있을까?

혼종.

온갖 생명체가 끔찍한 형태로 뒤섞인 살덩이 괴수들.

질기디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서, 전신을 갈기갈기 조각내어야 비로소 숨통이 끊어진다고 한다.

갈기갈기 조각내는 거야 내 전문분야지.

공허종.

세계 저편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질적인 존재들.

반투명한 보랏빛 피부 안쪽에, 밤하늘이 담겨있는 듯한 기묘한 육체가 특징이다.

토벌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최대한 발을 묶은 채 자연 소멸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녀석들은 어떻게 잡았더라...성검으로 베어내다 보면 죽긴 했던 것 같은데.

이건 데미안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으려나.

"마물종의 발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학자들은 마법사들이 마력을 남용한 결과라 주장하지만, 마탑에선 이를 터무니없는 모함이라 일축하고 있으며..."

그게 원인 맞다.

마법사들이 세계의 마력을 소모할 때마다, 그 틈을 메우듯 세계에 스며드는 마기 때문에 탄생한 존재들이라는 설정이니까.

그 증거가 바로 동부 대평원에선 아직 마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동부의 마법사, 일명 주술사들은 오래 전 카`하르의 손에 모두 말살당했기에.

이런 사실을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다가는 언제 마탑의 암살자가 찾아올지 모르지만.

"이들은 주로 전쟁터나 묘지, 던전 등 죽음의 기운이 짙은 곳에서 출몰한다. 또한, 발생하기 수십 분 전부터 그 전조로 주위에 자욱한 마기의 안개가 서린다. 이를 파악하고 토벌하는 것이 귀관들이 언젠가 수행할 의무라 할 수 있겠지."

나로서도 꽤나 유익한 강의였다.

게임 상에선 그저 갑자기 등장하는 적들을 성검으로 베어 죽이면 그만이었지만, 이제 그런 식으로는 대처할 수 없으니까.

아직까지는 마물이 그렇게 자주 발생하지는 않을 시점이긴 했지만.

"다음 강의시간엔 야만 아인종, 일명 몬스터들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겠다. 보름 후, 이에 관한 영외 실전 학습이 있을 계획이니 잘 새겨듣도록. 이상, 강의를 마치겠다."

영외 실전 학습이라.

몬스터 서식지라도 데려가려나?

몬스터 서식지라면 보통 깊은 숲이나 던전 따위의 장소.

일단 진입하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외부에서는 알기 힘든 환경이다.

거기에 엄연히 강의 내용이니만큼, 나이젤을 호위로 동반할 수 없다.

...사람 하나 습격해 없애버리기에는 딱 좋은 곳이라 이거지.

나와 같은 결론에 이른 것인지, 내 쪽을 슬쩍 쳐다보는 크누트의 살기에 관자놀이가 서늘해졌다.

확신했다.

저녀석이 날 노린다면, 아마 그때가 되리라.

그래. 나 역시 피할 생각은 없다.

나중을 생각하면, 사사건건 발목을 붙잡는 방해물은 최대한 빨리 배제해두는 것이 현명할 테니까.

헤르셀라의 일에 내가 책임감을 느끼지 않기로 다짐한 이상, 크누트는 내게 거슬리는 적일 뿐이다.

내 실력을 확인하려는 노골적인 시선과, 선명하게 감지되는 살의가 슬슬 피곤할 지경이었으니까.

적의에 반응한 내 본능이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할 때마다, 그 열기를 억누르는 것도 지쳤다.

기어이 날 죽이겠다면, 그래. 끝장을 보자.

나를 죽이고 싶겠지, 크누트?

나는 크누트와 눈을 마주치고, 싸늘하게 웃었다.

...네 예상보다는 좀 어려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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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외 학습 말입니까? 확실히, 그렇다면 제가 따라갈 수는 없겠군요. 저라도 그때를 노릴 겁니다."

내 방에서, 나이젤과 크누트에 대해 상의했다.

"덤벼온다면 죽일 수밖에 없지. 노려보는 것 정도야 참아주었지만 날 죽이겠다며 달려드는 것까지 봐줄 순 없잖아?"

헤르셀라의 악명을 안다면 엄청나게 뻔뻔한 소리 정도로 들리겠지만, 헤르셀라가 저지른 일 때문에 내가 죽게 되는 건 싫었다.

마지막으로 설득 정도는 해 보겠지만, 그게 통할 것 같지는 않고. 역시 죽여야겠지.

"흠...그때 본 실력 자체는 하샬르님의 아래였으니 일대일로 결투하신다면 걱정할 일은 없겠지만......그자가 그렇게 무모하게 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 아마 그놈도 뭔가 계획이 있겠지."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일단 크누트에게 보여준 힘은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전력의 절반조차 되지 않았다.

신체능력과 투쟁본능도 꽤나 억누른 편이었고, 열심히 익힌 제국 검술은 아예 제대로 쓰지도 않았다.

무기도 흔한 강철 장검만을 사용했었고.

마지막에 케네스와 싸울 때는, 조금 힘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러니, 크누트가 자기가 본 것만을 기준으로 내 무력을 평가한다면 아마 데미안 정도라 생각하려나.

아니. 그렇게 여기고 방심해준다면 일이 꽤 간단해지겠지만, 내 소문을 알고 있는 놈이 그렇게 낙관적으로 덤벼오진 않을 것이다.

최소한 데미안 급 정도는 확실히 압도할 수단 정도는 마련해오겠지.

"몬스터 서식지에서 습격한다면, 일단 생각해볼 수단은 몬스터를 유도해 기습하거나 차륜전.....혹은, 미리 협력자를 잠입시켜 협공을 한다거나. 최악의 경우, 애초부터 실력을 감추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나이젤이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크누트가 취할 법한 전술들에 대해 짚어주었다.

"전사의 신념 같은 걸 중시하는 성격인 것 같았으니까, 몬스터를 활용하거나 기습을 해오진 않을 것 같긴 하던데."

"그런 모르는 일입니다. 원한이란 생각 이상으로 격정적인 충동이니까요. 명예나 신념, 긍지 같은 것들을 서슴없이 내버릴 정도로."

나이젤이 심각해 보이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충고했다.

하긴 그러려나. 원수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까지 수단 방법을 가리려 들지는 않겠지.

크누트를 처음 봤을 때를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익숙해진 시선이지만, 그 눈이 담고 있던 증오심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으니까.

"일단 보름 정도의 시간이 남았으니 다행이군요. 그동안 저희 역시 대비해두면 될 것 같습니다."

"대비? 뭘 어떻게 하려고."

"그 사내가 무슨 수단을 택해오더라도, 충분히 강한 힘이 있다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보름간, 실전 특훈을 하겠습니다. 하샬르 님의 힘은 충분히 강하긴 하지만,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실전 특훈?

그 말이 전해주는 불온한 느낌에 흠칫 떨었다.

이거 나를 다시 걸레 조각이나 다름없는 중상자로 만들겠다는 뜻 아닌가?

"실전 특훈이라니, 또다시 너랑 칼부림을 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그랬다간 실력이 느는 게 아니라 보름 내내 병실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내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기만을 빈다.

아무리 그래도 혈투 한 번에 쫄아버렸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으니.

"아닙니다. 그야 대련 정도는 하겠지만, 진검을 들고 싸우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말한 실전 특훈은 몬스터 토벌에 관한 부분입니다."

"몬스터들? 하긴, 네 말대로 그것들을 이용해 덤벼올 수도 있을 테니 대비해두어야겠네."

"예. 그러니, 당분간 길드라도 찾아가 몬스터들에 관한 토벌 의뢰들을 체험하며 익숙해지는 편이 좋겠습니다."

길드라.

음...뭐, 어차피 한 번쯤 경험해볼 생각이기는 했다.

아카데미에서도 몬스터 토벌을 실습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바로 그 실습이 문제이니, 이 기회에 미리 예습하는 셈 치자.

게다가 전에 말했듯이 지하수로도 확인해봐야 하고.

"마침 좋은 기회입니다. 생활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제가 모아둔 돈이야 있습니다만, 후작님께서 그건 쓰지 말라고 명하신지라......"

철저하기 그지없네. 루드비히 후작.

나이젤에게 지나치게 의지하지 말고, 내가 쓸 돈은 내 힘으로 혼자 알아서 벌어보라 이거지?

변경의 대영주가 그깟 푼돈이 아까운 건 아닐 테고,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친다, 뭐 그런 거겠지.

"그러면 몬스터 토벌 의뢰도 같이 싸워주진 못하겠네? 그래서야 네가 직접 돈을 벌어다 주는 것과 차이가 없으니까 말이야."

"예.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면 개입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순한 조언 정도만 드려야겠지요."

...한마디로 옆에서 훈수만 두겠다는 건가.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정말 위험해지면 도와준다고는 하니까.

"알았어. 그러면 내일, 모험가 길드로 가 보자. 외출 준비 좀 부탁해."

기왕 이렇게 된 거, 내일 바로 시작하면 되겠지.

당분간은 그다지 중요한 강의도 없어 보이니까.

싸움에 굶주렸던 몸도 만족하고 좀 잠잠해질 테니, 어찌보면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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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나이젤이 준비한 마차를 타고 아카데미를 나섰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글이 잘 안 써지네요. 좀 늘어지는 파트라 그런 걸까요..?

쓰면서도 계속 망설였어요. 그러고도 절반 이상이 설정 설명......

전개를 좀 빠르게 진행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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