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154화 (154/334)

EP.154 합동 전술 평가 - 막간 (2)

어스름한 저녁 하늘.

나와 루체는 나란히 잔디밭에 앉아서 어둠 속 정원을 유영하는 반딧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꽤 감성 있는 분위기였다.

“반지, 누구 주려고 갖고 온 거야?”

…루체의 싸늘한 시선과 가라앉은 목소리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이런 냉소적인 반응도 이해는 간다. 루체는 아직 자기감정에 확신을 갖지 못했으니까.

이 애는 나를 친구라고 말하면서 연인 같은 행동을 많이 하지만.

그걸 단순히 ‘루체가 심리적 거리감을 잴 줄 몰라서’라고만 치부하기엔, 이미 먼 곳까지 와버린 듯했다.

아마 얘는 ‘아이작’인 나를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이름 없는 영웅이라고 남몰래 생각하고 있고.

‘섣부르게 확신 못 하고 있을 뿐이지.’

확증이 없어서.

“…그 선배야?”

정면으로 고개를 돌려 반딧불이 무리를 바라보는 루체.

루체가 말하는 ‘그 선배’라면 도로시 말곤 없었다.

“도로시 선배는 이거 필요 없어.”

“필요 없다고?”

“속성이 안 맞아. 이거 마도무기거든.”

흑해 여제의 반지를 루체에게 보여 주었다.

오해가 풀렸는지, 음습한 오오라가 걷히고 루체의 표정이 온화하게 변해 갔다.

그녀는 “아아.”하고 납득했다.

“마도무기…였구나.”

“너 뭐 이상한 거 상상했냐? 약혼반지 이런 거?”

“…….”

루체는 껴안고 있던 무릎에 입술을 파묻곤 침묵을 지켰다.

일부러 눈을 반개하고 루체를 의심하듯 노려보았다.

“루체야….”

“아냐…! 그냥 친구니까, 친구라서 신경 쓰인 거야. 나한텐… 너밖에 없잖아.”

자기가 말해 놓고도 부끄러운지 루체는 뺨을 붉혔다. 여느 때처럼 사기적인 미성이 귀청이 울렸다.

‘나밖에 없다’라….

두말할 것도 없었다. 루체는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고, 나는 그 증상의 대상으로부터 유일한 예외자다. 이 애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이란 거다.

루체의 땋아 내린 로즈골드색 머리카락이 교복 위에서 넘실거렸다. 몇 주 전, 그녀와 함께 서로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방실거렸던 일이 떠오른다.

그 너머에는 거울처럼 하나의 기억이 같은 구도로 내비치고 있었다.

악신의 군세 앞, 지면에 주저앉은 채 피를 뚝뚝 흘리던 루체와 서로를 소중히 껴안았던 모습.

하지만 실제로는, 그녀는 홀로 고독한 최후를 맞이했을 뿐이었다.

그리 기억을 되짚다 보니 퍼뜩 위화감이 들었다.

입이 조금 벌려지면서,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쩌면.’

내가 우려 했던 걸 피해 가는 건 뜻밖에 간단할지도 몰랐다.

사암의 시련에서 루체가 했던 말을 듣고, 왜 악신 토벌전에 이르러서는 배드 엔딩 「새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지 알게 됐었지.

루체는 나와 서로의 곁에서, 평범한 생활을 가꾸어 나가길 꿈꾸고 있었다. 구체적인 생활상마저 그림처럼 그리고 있었어.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며, 함께 목표를 이뤄가며, 나중엔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그리 각별한 연인으로서 나와 함께 미래를 꾸리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 바람이 루체의 충동을 막는 고삐가 됐으리라. 자신이 상상해온 미래를 실현시키려면 감금 따위의 수단으로 서로의 미래에 지장을 주어선 안 됐을 테니까.

그렇다면, 루체가 그런 미래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당연히 모르지.

그래도 뭐, 덕분에 생각이 정리되었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있는 건 없었으나, 어차피 나는 이 반지를 내가 한없이 좋아해 마지않는 루체에게 건네 줘야만 했다.

그렇다면 부딪쳐 봐야겠지.

찌르르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

이윽고, 나는 무겁게 감돌던 침묵을 깨뜨렸다.

“루체.”

“왜?”

“뜬금없긴 한데, 넌 성위급 마탑주가 꿈이잖아. 그럼 무진장 바쁠 거 아냐. 그래도, 나중에 내 곁에 있을 거야?”

루체는 의구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왜 그런 걸 묻느냐는 듯이.

“…당연히? 네가 싫다고 해도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럼 왼손 좀 줘 봐라.”

“응?”

내가 손을 내밀자 루체는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결국, 내가 내민 손에 자기 왼손을 올렸다.

낭창낭창하고 가느다란 손이었다.

나는 루체의 손가락을 부드럽게 잡았고.

쥐고 있던 흑해 여제의 반지를 그녀의 왼손 약지에 슬며시 끼워주었다.

마치 루체를 위해 존재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반지는 그녀의 손가락에 딱 맞아 들어갔다.

잘 어울리네.

“아이작…?”

루체의 두 눈은 어느새 휘둥그렇게 변해 있었다.

마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기라도 한 듯, 이성적인 사고조차 마비된 채 자기 손과 내 얼굴을 연신 번갈아 보는 그녀.

나는 루체를 바라보며 이를 드러내고 배시시 웃었다.

“물 속성, 번개 속성에 좋은 마도무기다, 이거? 딱 너한테 필요한 거 아니냐? 이 손가락에 끼워야 효과가 발휘된다더라.”

“……?”

루체는 한참 멍을 때리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 주려고, 준비했던 거야…?”

목소리를 오스스 떨어 댄다. 매번 포커페이스였던 애가 이럴 지경이면 굉장히 크게 놀란 모양이었다.

“저번 방학 때 나 밖에 나갔다 왔잖아. 그때 골동품점에서 운 좋게 구한 보물이거든. 싸게 주고 산 거니까 부담 없이 써라.”

“…….”

평소의 루체였다면 ‘이런 걸 누가 못 알아보고 골동품점에서 팔아?’라고 날카롭게 지적했겠지만.

다행히 지금의 루체는 사고가 정지해 버려서 바보가 됐는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었다. 그저 멍하니 내 얼굴만 뚫어져라 응시할 뿐.

물론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었어도 상관없었다. 곧바로 녀석의 말을 끊고 대 루체 화법으로 능숙하게 화제를 넘길 작정이었으니까.

“그냥 주는 건 아니야. 나중에 너 성위급 마탑주 되고, 나도 뭐 좋은 마법사 돼서 우리 둘 다 성공하면… 그때도 서로 도우면서 살자는 의미로 주는 거야.”

“…응.”

“그래서, 조금 오글거리긴 한데….”

나는 싱긋 웃으면서,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었다.

“내 친구가 되어 줘서 고맙다, 루체.”

“……!”

조금도 예상치 못했던 소리를 들었다는 듯.

루체의 두 눈이 다시 동그랗게 뜨였다.

루체는 내가 내민 손을 한동안 가만히 지켜보았다. 사람 무안하게 하네.

딱히 심리를 읽을 필요도 없었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그녀는 많은 기억 속을 표류하는 듯했다.

복잡하게 뒤섞인 감정이 그녀의 얼굴에 한껏 드러나, 끝내 지어진 표정은.

“…헤.”

미소였다.

“나도. 고마워, 아이작.”

루체는 내가 내민 손을 맞잡고 보석 같은 눈동자로 내 눈을 마주했다. 수줍어하며,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는다.

지그시 눈을 깜박이는 그녀. 달빛과 반딧불이가 내뿜는 연녹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또렷이 맺혀 있었다.

이윽고. 루체는 하늘을 향해 왼팔을 뻗어 슬며시 펼친 왼손을 올려다보았다.

약지에 끼인 반지는 달빛을 반사시켜 영롱한 흑진주빛을 뽐냈고.

은근히 상기된 루체의 뺨이, 그녀의 먹먹한 표정이, 내 시야에 내비쳤다.

루체의 입꼬리는 내려갈 줄 몰랐다. 그 순수한 기쁨이 담긴 미소가 달빛을 받아 하염없이 빛나고 있었다.

‘사랑스럽네, 정말.’

나는 루체가 행복하길 바랬다.

이 애의 행복을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이토록 기뻐해주니 절로 뿌듯한 감정만 들고 만다.

우리는 다시 서로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고, 한동안 잔잔한 목소리로 평소와 같은 쓸데없는 잡담을 이어갔다.

고즈넉한 밤이었다.

* * *

[이 용맹한 범고래 벨로, 오늘만큼은 기어이 나설 수 없었다…! 장하다, 아이작…!]

[…….]

나비 정원 구석.

작은 범고래 사역마 벨로와 작은 몸집으로 소환된 뇌신조-갈리아는 나무 뒤편에 숨은 채 아이작과 루체의 뒷모습을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아이작은 루체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었고.

사역마인 그들은 제 주인인 루체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도 기쁨으로 들어찼음을 느낄 수 있었다.

뇌신조는 부리를 꾹 다문 채 아련한 눈빛으로 루체를 쳐다보았다.

과자집 마녀를 잃고, 악룡의 저주로 폭주해 버렸던 자신을 족쇄처럼 달고 살아온 그녀다.

그 탓에 뇌신조는 깊은 죄책감에 사무칠 때가 많았다.

무너져 버린 루체 곁에 있었으면서도 그녀에게 의지할 곳이 되어 주지 못해서.

그녀를 슬프게 했을 뿐인, 한때의 무력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을 뿐.

그러나 지금, 그 지난 세월이 무색할 만큼 루체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어이, 갈리아.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지?]

[…아무것도 아니네.]

뇌신조-갈리아는 그 사실만으로 무척이나 기뻤다.

아이작에게 고마워하며, 뇌신조는 검은 날개로 눈물을 닦고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다.

* * * * * * * * * *

제목 : [메르헨의 마법 기사 지옥 난이도] 전기오락맨 실황 21화 – 개발진님들 이거 맞음? 이거 너무 불합리한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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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 : 전기오락맨의 게임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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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7개

[ ㅋㅋㅋㅋㅋㅋㅋ영상의 반이 비명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25:40 마족 갈랐다고 아ㅋㅋ ]

[ 앨리스쟝 카와이.. 헤흐응 ]

[ 난이도 쳐돌았네 진짜ㅋㅋㅋㅋㅋㅋㅋ ]

[ 보스전 12:13 심해괴수 씹간지임 ]

[ 19:34 멘탈터지고 멍때리는 거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 ]

[ 얘들아 좀 뜬금없는데 이거 개발진 이상하지 않냐? 인터뷰 보고왓는데 댓글 막혀잇어서 일로 옴.. 뭔가...얘네 정상 아닌 거같음 말하는 거도 이상하고 ]

└ [ 울집 할머니가 신내림받은 무당이라 사람인지 귀신인지 그런거 알아볼 수 있거든? 방금 할머니한테 물어보니까 얘네 인간 아니라는데 그렇다고 귀신도 아니래... 외계인인가?? ]

└ [ 이건 또 무슨 컨셉이냐 ]

└ [ 무당 집안이라면서 외계인 타령은 뭔데ㅋㅋㅋㅋㅋㅋㅋ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내가 봐도 개발자 인터뷰 ㅈㄴ이상하긴 했음 지들이 만든 게임인데 이안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하고... 그걸 누가 모르냐 게임은 몰입이 중요한데 영상 보고 이 새끼들 제정신인가 의심했다 ]

└ [ 시대를 앞서간 갓겜은 인터뷰도 남다른 법이라고 아ㅋㅋ ]

└ [ 아니 나 진지함 우리 할머니가 이렇게까지 말하는거면 ㄹㅇ임

개발자들 이상하다고

얘네 뭔가 있음 진짜로... 내가 장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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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잔혹동화 아카데미 RPG 메르헨의 마법 기사] 개발자 특별 인터뷰

채널명 : 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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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사용 중지되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메르헨 아카데미에 입학하신 ■■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메르헨의 마법 기사>를 개발한 이곳, ‘힉스’에서 개발 총괄을 맡은 ■■■라고 합니다.]

[■■란 또 하나의 ■■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만들어낸 <메르헨의 마법 기사> 또한 마찬가지죠.]

[<메르헨의 마법 기사>는 ■■이며, 이안 페어리테일의 모험담은 거짓입니다.]

[그는 ■■■■ ■■■■ ■■이기에 ■■ ■ ■■■■ ■■■ ■■ 불과할 뿐이죠.]

[그리고, <메르헨의 마법 기사>는 ■■■입니다.]

[■■■인 악신을 해치우기 위해, ■■■■■ ■■■ ■■ ■ ■■■ ■■를 ■■하여 ■■■■.]

[■■■ ■■ ■ ■■ ■■■ ■■입니다.]

[만약, 악신을 막아 내지 못한다면 ■■■ ■■는 없을 것입니다.]

[악신을 쓰러뜨려 주십시오.]

[그리고.]

[부디 메르헨 아카데미를 무사히 졸업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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