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217화 (217/334)

〈 217화 〉 앨리스 토벌전 (13)

* * *

어느덧 교장 엘레나 우드라인은 잔류 중인 소수의 교수들과 함께 사역마를 타고 날아와 아카데미 광장에 도달했다.

부단장 마그리오는 그들을 막아 서며 상황을 지켜보자고 나지막이 말했다. 교장 엘레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광장 한가운데. 루체와 도로시는 둘 다 안색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금방이라도 상대를 죽일 듯한 살의가 그녀들의 눈동자에 만연했다.

아이작으로 엮인 인연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싫어했다. 그간 도로시가 유하게 대해왔을 뿐, 두 사람 사이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왜…, 말없이 그놈들을 가져가려 해? 네가 뭔데 그러냐고.”

루체는 팔라딘이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다.

그 원망스러운 놈들을 도로시가 마음대로 데려가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루체 엘타…! 으윽!!”

도로시는 루체의 이름을 부르짖으려다 머리가 난도질 당하는 것 같은 격렬한 두통을 느꼈다.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별빛 마력이 용광로처럼 펄펄 끓어오른다. 조금 전에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려고 했던 탓인지 더욱 그러했다. 도저히 잠잠해지지 않았다.

별빛 마력이 별 무리를 일으키며 줄줄 새어 나왔다. 도로시는 이를 악물고 그 마력을 억제하려 들었지만, 자신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마력이 범람하고 있었다.

별 무리를 휘감은 채 거칠게 숨을 내쉬던 도로시는, 이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 마족의 배를, 가를 방법을, 찾아낼 거야…. 그러려면, 길잡이가 필요해…. 저 마족을 소환한 놈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려면…!”

“네 생각대로 될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는데?”

“그것 말곤…, 아이작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아이작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니 그의 불완전한 부분을 자신이 메꿀 수 있으리라고 도로시는 확신해 왔다.

하지만 끝내 아이작은 부유섬보다 강한 마족에게 잡아먹히고 말았고.

도로시는 가슴속을 거침없이 휘저어 대는 무력감과 자책감을 느꼈다.

심지어 별빛 마력의 폭주가 심한 고통을 안겨주며 그 감정을 부채질하고 있었으니,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루체는 코웃음 쳤다.

“아프다고 평소보다 멍청해졌나 보네.”

“뭐라고…?”

도발하는 루체를 도로시는 살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러나 루체는 침착했다.

루체는 눈을 지그시 깜박이고서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입술을 달싹였다.

“아이작은 돌아와. 걔는 누구보다도 강하니까.”

“…….”

“이런 짓 그만하고 방구석에나 처박혀 있어. 지금처럼 멍청한 짓 계속하다가 황국이 널 적대하게 되면, 아이작은 어쩌란 건데?”

루체는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작이 돌아오지 않으면 황실의 수사권이고 뭐고 팔라딘은 제 손에 죽으리라.

하지만, 루체는 아이작이 돌아오리라고 믿기로 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그렇기에 아이작이 돌아오리라고 가정하고 사고하는 것이었다.

“만약 너 때문에 아이작이 슬퍼하게 된다면, 난 널 죽일 생각밖에 안 들 거야. 도로시.”

도로시는 고개를 흠칫 떨었다. 고통으로 얼룩진 머리를 어떻게든 굴리려 애썼다.

아이작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그를 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일단 그를 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도로시는 생각하고 있었다.

도로시도 루체처럼 희망적인 이야기를 내뱉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 하늘 위 마족은 지나치게 강했다. 전술했듯, [천라만상]의 힘이 그 사실을 크게 실감시켜 주었으니.

그 탓에 조급해지고 마는 것이었다.

그러니 자신은, 아이작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그래도 난…! 아…!”

도로시의 두 눈동자에 흐르던 별빛이 형형하게 일렁였다.

얼핏 도로시의 시야에 몽환적으로 비치던 손을 내밀었던 무언가가, 그녀의 손을 강제로 붙잡았다.

파아아아앗!!

주체할 수 없는 별빛 마력이 용암 터지듯 솟구쳤다.

섬뜩한 마력이 도로시에게서 퍼져나갔다.

가까스로 도로시가 할 수 있었던 건.

원더랜드의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팔라딘과, 아무 죄 없는 루체나 황실 기사단, 광장에 찾아온 교직원들에게 별빛 보호막을 씌워주는 일뿐이었다.

“끄, 으윽!!”

도로시의 비명. 그녀는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루체와 황실 기사단은 모두 놀랐다. 그들은 반사적으로 전투 태세를 취했다.

별 무리가 광장을 메우고, 기이한 마력이 중력처럼 내려앉았다. 광장의 구조물이나 무대가 박살 나고 찌그러져 갔다.

차라라랑!!

도로시 주위로 별 무리가 격렬하게 떠올랐다. 그 형형색색의 별 무리는 점차 색채가 탁해져 갔다.

얼핏 별 무리 사이사이로 비친 도로시의 몸에선 여러 개의 눈이 비쳤다. 루체는 그 현상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헤겔 마탑 꼭대기 층. 마탑에 홀로 남겨진 아리아 릴리아스는 도로시의 마력을 느꼈다. 강한 불안감을 느낀 그녀는 황급히 마탑을 벗어나 아카데미 광장으로 향했다.

섬을 사수하던 뒤펜도르프 병력도 도로시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밤하늘을 흉내 내는 마족마저 꿈틀댔다. 나흘간 가만히 있던 그 마족조차 도로시가 흘려내는 기이한 마력에 반응한 것이었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루체는 별빛 마력을 억제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도로시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의문을 던졌다.

별의 요정, 스텔라.

애초에 요정은 미스터리에 둘러싸인 존재다. 마족처럼 무엇에 근원을 두고 있는지, 어찌하여 특별한 힘을 타고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미스터리한 요정을 꼽으라면 사람들은 누구나 입을 모아 별의 요정이라고 대답할 것이었다.

별빛 속성이란 온갖 물리력을 다루는 힘. 그 어떤 속성보다도 잠재력과 파괴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건 부정하기 어려웠다.

그만한 힘을 지닌 별의 요정이란 존재가 알려진 건, 먼 과거에 별빛의 힘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한 명의 소녀와 도로시 하트노바라는 희대의 천재, 단둘 때문이었다.

초대 별빛의 마법사는 어느 날 돌연 사라져 버렸다.

그날, 세계에는 쓰나미와 태풍이 몰아쳤다는 기록이 있었다.

루체는 과자집 마녀가 들려주었던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조용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저 별빛 마력이 온전히 도로시 편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폭주하려는 도로시를 여기서 막아야만 할 것이었다.

키아아아아!!

루체 위로 번개 마력이 수백 갈래로 뻗어나가며 뇌신조-갈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루체는 뇌신조와 함께 번개를 일으켰다.

“조금 아파도 원망하지 마. 너 제압할 생각이니까.”

루체는 황실 기사단과 함께 마법진을 전개했다. 그러나 그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힘의 우위가 명확했으니.

그렇다고 해도 지금 도로시를 제압하지 않으면 큰일이 벌어지리라고, 아카데미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때였다.

콰과가강!!

자색 번개가 바다를 가로질러 루체 앞에 떨어지고, 한 남자의 형상을 갖추었다.

파지직!

단숨에 번개 마법진을 전개하며 도로시를 향해 팔을 뻗는 짙은 보랏빛 머리칼의 남자. 전류가 흐르는 두 눈이 도로시를 노렸다.

번개의 원왕. 뇌제, ‘자울 드래고니악’이었다.

루체와 뇌신조, 황실 기사단, 교장 엘레나와 교직원들은 뇌제의 출현에 크게 당황했다.

“뇌, 뇌제가 여긴 왜…?!”

화르르륵!!

잇달아 불덩이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아카데미 광장에 떨어졌다. 그것은 불길을 피어 올리더니 사람의 형상으로 변모했다.

새하얀 수염이 가득한 노령의 남성이었다. 마법사 로브 차림의 그는 후드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마법 지팡이로 지면을 짚으며 화염 마법진을 전개했다.

진중한 얼굴. 화염을 머금은 눈동자가 도로시를 담아냈다.

화염의 원왕. 염제, ‘안데르센 베르산도’였다.

푸아아아아!!

물의 회오리가 바다에서부터 솟아올라 허공을 가로질러 아카데미 광장에 내려 찍혔다.

차락, 하고 회오리가 사라지고 물의 마력이 아름답게 퍼져나가며, 군청색 머리칼의 우아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물 속성 마법진을 전개하며 아쿠아마린빛 눈동자로 도로시를 바라보았다. 그 입가엔 은은한 미소가 머금어진 채였다.

물의 원왕. 도제, ‘세이렌 실리비안’이었다.

휘우우우우!!

연녹빛 토네이도가 뻗어오며 아카데미 광장에 쏟아졌다.

토네이도는 삽시간에 응축되었고, 그 자리에 착지한 키 작은 소녀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안대로 오른쪽 눈을 가리고 모자를 쓴 소녀였다.

그녀는 바람 마법진을 전개하더니 커다란 바람의 활을 생성하며 도로시를 향해 연녹빛 마력의 화살을 겨누었다.

그 활을 쥔 건 바람을 고밀도로 응축하여 만들어 낸 커다란 마력의 팔이었다.

소녀는 가만히 서서 무표정으로 도로시를 바라보았다.

바람의 원왕. 풍제, ‘에린 캠벨’이었다.

각 원소 속성의 정점이자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인간. 원왕 4명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 자리에 모인 광경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루체는 그들의 마력을 느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뇌신조까지 다루는 자신조차 그들 앞에선 한낱 먼지처럼 나약한 존재일 것이었다.

그런 원왕들이 각자 거리를 두고 도로시를 포위한 상황. 모두 그녀를 경계하고 있었다.

“원왕님들께서, 여긴 어떻게…?”

“도망치게.”

황실 기사단 부단장 마그리오가 의문을 던지자, 염제 안데르센은 엄숙하게 말했다.

“저런 게 폭주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네.”

여전히 도로시는 신음을 흘리고 고통스러워하며 별빛 마력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 하늘의 마족은 황국이 토벌에 실패하면 어떻게든 저지할 생각이었다만…. 그댄 아니네, 도로시 하트노바. 지금 당장 그 마력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무슨 재앙이 들이닥칠지 알 수 없으니.”

도로시의 이름은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주신 만할라의 축복을 몰아 받았으며 별의 요정에게 선택 받은 인재였으니. 원왕들도 모두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빙제가 모습을 드러낸 후로, 원왕들은 메르헨 아카데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도로시가 뻗어 낸 섬뜩한 마력을 느끼고 일제히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도로시가 마력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폭주한다면.

얼마나 위험한 존재가 탄생할지 원왕들은 예상할 수 없었다.

“학생 상대로 이러는 건 영 시원찮은데…. 얘야, 어서 힘내서 진정 좀 해줄래?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거든.”

우아한 여성, 도제 세이렌은 자상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반면, 뇌제 자울은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릴 뿐이었다.

‘저건…?’

자울은 아이작 속에 숨어 있는 눈 많은 미지의 존재를 떠올렸다.

그 존재가 뿜어냈던 위압감이… 폭주하는 도로시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 사실에 자울은 위화감을 느꼈다.

마치 지금의 도로시는 그런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에 놓인 것처럼 느껴졌다.

“……?”

루체는 도로시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별빛 보호막 덕분에 무사히 다가갈 수 있었다.

지금 도로시 주위엔 강한 중력이 불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있었기에, 보호막이 없었으면 이미 신체가 만신창이로 어그러졌을 것이었다.

루체는 도로시를 등지고 양팔을 양옆으로 뻗었다.

광장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크게 당황했고, 도로시도 놀랐다.

“솔직히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난 네가 싫어. 그래도….”

뇌신조가 하늘로 뻗어나가 번갯불을 퍼뜨렸다. 그는 오로지 제 주인의 의지를 따를 뿐이었다.

루체는 원왕들을 향해 전의를 드러냈다.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작이 슬퍼할 거 아냐?”

그 이유도 맞았지만, 루체는 도로시한테 안 좋은 일이 닥치지 않길 바랐다.

아이작 다음으로 그나마 말문이 잘 열렸던 상대다. 여전히 미운 구석이 있어도 도로시가 무작정 싫은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루체는 망설임 없이 도로시 편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도로시는 숨을 꺽꺽, 대며 괴로워하면서 핏줄이 도드라진 눈으로 루체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어서 떨어지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도저히 목소리가 튀어나오지 않았다.

“…미안하게 됐어.”

풍제 에린은 눈을 감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루체와 도로시가 얼마나 친한 사이인지는 모른다. 그래도 도로시의 폭주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도로시를 제압해야 한다. 원왕들의 의지는 그리 일치했고, 그들이 전개한 마법진이 강렬한 빛을 발했다.

그때.

폭풍이 내려앉았다.

휘우우우우!!!

별안간 도로시와 루체 주위로 날카로운 피바람이 몰아쳤다. 마치 그녀들을 지키겠다는 의지라도 담긴 듯이.

닿기만 해도 신체가 베여나가는 칼날 같은 바람이었다.

그 바람 마법은 위협용이었기에 아무도 해치지 않았다. 다만, 그 바람 탓에 원왕들은 마법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공중에서 담녹색 생머리의 여학생이 루체와 도로시 근처에 착지했다. 그녀는 핏빛 눈동자로 원왕들을 훑으며 표정을 굳혔다.

카야 아스트레앙이었다. 그녀 또한 나흘간 한숨도 못 자 피폐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카야는 자신과 도로시 주위로 핏빛 나무 [선혈의 나무] 방패를 만들어 범람하는 별빛 마력으로부터 몸을 보호했고.

반발하는 별빛 마력에 저항하며 도로시를 치유하려 들었다.

그리고 숨을 훅 들이마시더니 크게 소리쳤다.

“당신들은 안 느껴지십니까?!!”

방금 전까지 카야는 무저갱에 가까이 가 있었다. 가만히 휴식을 취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방금, 저 별하늘의 마족에게서 희미하게나마 태동하는 얼음 마력을 느꼈다.

카야는 오른팔을 위로 쭉 뻗어 마족을 가리켰다.

“저 하늘에!! 얼음 마력이!!”

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원왕을 제외하곤, 카야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원왕들 또한 별빛 마력에 신경을 집중하느라 파악하는 게 늦어졌다.

곧, 이변이 벌어졌다.

쿠우우우웅!!!

하늘이 진동했다. 아니, 무저갱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 순간, 소름 끼치는 엄청난 양의 얼음 마력이 일대에 내려앉았다.

원왕들, 황실 기사단, 교장 엘레나와 교직원들, 도로시와 루체는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내달리는 감각을 느끼더니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한 남자의 생존이 확실시되는 순간이었다.

“모두 그분을 맞이할 준비를 하십시오!”

[선혈의 나무] 방패로도 도로시의 마력을 막아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카야는 신체 일부가 뒤틀리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도로시 곁을 지키며, 식물 속성의 힘으로 부상을 빠르게 치유해가며.

결연한 얼굴로 외쳤다.

“아이작 님께서 귀환하실 겁니다…!”

아이작은 살아 있다. 그러니 저 마족을 해치우고 돌아오리라.

카야의 얼굴엔 그런 믿음이 담겨 있었다.

-

때는 나흘 전.

아이작이 앨리스 캐럴을 안은 채 무저갱에 잡아먹힌 뒤였다.

“…애기야?”

앨리스는 부유감과 추락하는 감각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은 한 남자에게 공주님 안기로 들려 있었다. 시야에는 청은발의 남자가 비치고 있었다.

“깼냐?”

아이작은 앨리스에게 싱긋 미소를 건넸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