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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245화 (245/334)

〈 245화 〉 사령왕 토벌전 - 막간 (2)

* * *

밤새 달린 마차는 가까운 마을에 정거했다. 마을에서 잠시 정비하고 다시 출발할 예정이었다.

잠에서 깨자, 잠들기 전처럼 앨리스 캐럴이 날 내려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나 때문에 잠을 못 잤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마차에서 내렸다. 마부는 휴식 시간을 갖겠다며 먼저 떠났고, 나와 앨리스는 마차에서 내렸다.

어째선지 앨리스는 얇은 외투를 꺼내 허리에 싸맸고.

마차를 짚더니 허리를 살며시 숙이며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왜 그래?”

“아무것도…. 힘이 좀 빠진 것 같구나. 난 여기서 쉬고 있을게.”

고개를 들고 애써 미소 짓는 앨리스.

걷기 힘들어 보였다.

다리가 저린 걸까. 내가 계속 무릎베개를 베서 허벅지에 혈액 순환이 잘 안 됐던 모양이다.

하수인이라고 막 부렸나. 미안해지네.

[니옹! 아이작, 내 선물 사와!]

마차 위에서 괴묘-체셔가 앞발을 흔들었다.

“뭐 갖고 싶은데?”

[커다란 생선 가시!]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주워 와야겠다.

영주성에 비할 바 못 되지만, 나름 번화한 마을이었다. 벽돌로 이루어진 건물이 많았고, 길이 잘 포장되어 있었다.

음식을 사고 마차로 돌아와 앨리스와 함께 식사했다. 괴묘-체셔에겐 도의적인 선물을 줘야할 듯 싶어, 생선 가게에서 받아온 생선 가시를 건네줬다. 녀석은 상당히 기뻐했다.

앨리스와 함께 욕탕에 들러 몸을 씻고 나온 뒤, 다시 마차를 타고 출발했다. 아카데미에 틀어박혀 지냈던 탓에 야외 경험이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가는 길에 앨리스에게 무릎베개를 빌려주려 했다. 앨리스는 괜찮다고 했지만, 정말로 괜찮냐고 묻자 사실 아니라고 했기에 그녀를 내 허벅지 위에 눕혔다.

밤새 앨리스가 내게 해주었던 대로 그녀의 연금발을 쓰다듬었다. 앨리스는 졸렸는지 금방 잠들었다.

그대로 한 손으로 마력 순환 난도가 높은 마력기를 쥐고 단련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차는 별 탈 없이 메르헨 아카데미로 향했다.

* * *

숲속, 어느 낡은 오두막집.

회갈색 머리의 소녀가 잠에서 깨어났다.

소녀는 눈을 비비적거리며 낡은 침대에서 내려갔고, 부엌에서 찬물을 컵에 따라 마셨다.

잠 기운은 금방 달아났다.

소녀는 창가에 팔짱을 올리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햇볕이 쏟아지는 숲속은 여느 때와 같은 녹음으로 만연했다.

인간 쓰레기들을 청소하느라 피가 잔뜩 튀어 버린 빨간 망토는 잘 빨아서 건조대에 걸어 둔 채였다. 미미한 바람이 불러와 빨간 망토를 조심스레 흔들었다.

“왕자님….”

소녀, 미첼은 건조대에 걸린 빨간 망토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며칠 전에 보았던 청은발의 사내가 머릿속을 메워간다.

그는 인신매매를 자행했던 귀족을 처리했고, 위험한 마족 군대를 무시무시한 힘으로 해치우기까지 했다.

연금발의 여자와 정을 나누는 모습이나, 욕탕에서 나체로 씻는 모습도 확인했다.

매일 밤 꿈에서 청은발 사내의 근황을 보여주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첼이 느끼기에, 동화 속에서 왕자님이 등장하는 장면은 몹시 매력적이었다.

청은발의 사내, 아이작이 바로 그와 같았다.

위기(아니다)에 빠졌던 자신을 구해주러 왔던, 외모와 힘, 카리스마 모두 출중한 남자.

그와의 만남은 운명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었다.

미첼은 동화책을 보면서 느꼈던 가슴 뛰는 감각을 아이작을 떠올릴 때마다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동화 속에 자주 나오는 사랑이란 건 해본 적이 없었지만, 필시 지금 느끼는 감정이 사랑일 것이라고 미첼은 확신했다.

“메르헨 아카데미 쪽인가.”

아이작은 메르헨 아카데미로 향했다.

평소 미첼은 아카데미에 일말의 관심도 없었지만, 왕자님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이제는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하물며 메르헨 아카데미는 황국 내에서 가장 유명한 아카데미.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미첼조차 그곳 만큼은 알 정도였다.

얼마나 굉장한 곳일까.

그토록 강한 왕자님을 품은 곳이라 생각하니, 사뭇 메르헨 아카데미의 위상이 드높게 느껴졌다.

“다시 보고 싶다, 왕자님….”

미첼은 사랑이란 걸 좇아 보기로 했다.

그 매혹적인 감정이 미첼에게 삶의 이유가 되어 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감정이 실제론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첼은 미처 알지 못했다.

* * * * * * * * * *

대한민국. 일산에 의문의 건물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드높은 가림벽을 세우고 빠른 속도로 시공을 끝마쳤던 30층 높이의 깔끔한 건물.

건물 위쪽에는 ‘HIGGS’라는 상표가 보란 듯이 새겨져 있었다.

시대를 앞서 나갔다고 전해지는 RPG 게임, <메르헨의 마법 기사>를 개발한 게임사 ‘힉스’의 건물이었다.

출입문엔 언제나 출입 금지 경고문이 붙어 있었고, 그 건물 앞을 나다니던 주민들은 단 한 번도 건물 관계인을 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건물주이자 게임 개발사 힉스의 대표는 ‘단테’라는 이름으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순수 자금으로 건축한 것인지, 저당권 설정 내역은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한 등기였다.

반면에 상업등기부에 기재된 등기이사들은 모두 평범한 한국인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실명 번호를 조회하면 신원 확인 불가. 초본상 주소는 모두 공터이거나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었다. 부실 등기의 정황이었다.

게임사 고객센터는 유선 연결이 안 되었으며, 오로지 메시지만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 수상쩍은 사실들이 밝혀진 계기는, 아이들이 힉스 건물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것 같다는 추측성 신고와 함께 이따금 건물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린다는 민원이 수차례 접수된 까닭이었다.

경찰은 범죄의 냄새를 맡고 게임 개발사 힉스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힉스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색 영장을 신청하기엔 명백한 증거도, 법적 근거도 부족했기에, 한 형사만이 출입 금지였던 힉스의 건물에 몰래 잠입했다.

그리고 실종됐다.

그 형사는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위기를 직감해 자기 동료에게 전화했으나.

전파가 잘 통하지 않는지 지지직, 거리는 노이즈가 울리며 ‘나 지금 힉스 건물…. 애들 구하러 왔는데…, 야, 씨발…! 여긴 절대 들어오면 안….’하고 통화가 짧게 끊겨 버렸다.

실종된 형사를 찾기 위해 경찰이 출동했다. 그들은 모두 힉스 건물 출입문을 강제로 개문해 들어갔고.

모조리 실종됐다.

건물 내부로 잠입한 경찰들은 ‘씨발, 저게 뭐야…!’, ‘괴물, 괴물이 있어…!’이라는 마지막 무전을 남기고 사라진 것이었다.

뚫렸던 건물 출입문은 단숨에 수복됐다. 불가해한 현상이었다.

방송사는 피 냄새를 맡는 하이에나처럼 경찰의 눈에 띄는 움직임에 즉각 반응해 사건을 파고들었고.

게임 개발사 힉스 건물의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이 대한민국 언론에 보도되었다.

힉스가 동영상 플랫폼에 올렸던 동영상들도 조회수가 급증했다.

시간이 지나, 실종된 아이들과 경찰들 구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경찰 부대가 힉스의 건물 창문을 부수고 각 층에 난입했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 부대가 난입하며 부서진 창문들이, 많은 경찰과 구경꾼 앞에서 눈 깜짝할 새에 원상복구된 것이었다.

마치 시간이 되돌아가기라도 하듯.

아니면, 건물의 형상을 띤 생명체가 놀라운 회복력을 발휘하기라도 하듯.

“야, 저거 다 부순 거 맞지…?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예, 분명히….”

입구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들은 심각한 사태라고 판단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 동료들에게 무전을 보냈으나, 통신은 이미 먹통이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툭툭 끊길지라도 통신이 되던 동료가 있었으나.

[ 괴물… 있…. 들어…면… 안 된…. 여긴…. ]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이 두절되어 버렸다.

멀리서 경찰 부대의 진입을 지켜보던 많은 시민과 방송국 기자가 웅성거렸다. 그들도 경찰들과 똑같은 미스터리한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한 남자가 소리쳤다.

“힉스가 방송 틀었어요!”

“뭐?!”

현장을 생중계하던 방송국 직원들과 시민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 사이트로 들어갔다.

“힉스에서 지금 막 실시간 방송을 틀었다고 합니다.”

“이 타이밍에? 이 개새끼들, 막 나가잔 거야 뭐야?!”

경찰은 일부 인원만이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태블릿으로 힉스 채널에 들어가 실시간 방송을 틀었다.

힉스 로고가 박힌 화면이 한동안 이어지다, 돌연 정장 차림의 훤칠한 여성이 화면에 나타났다.

그녀는 어두운 방 안에 있었다.

몇몇 동영상에서도 그랬지만, 그녀는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일정한 톤으로 무덤덤하게 말을 꺼냈다.

“이거 시발, 사람 맞아?”

다만, 오늘따라 동영상 속 여인은 사람이라기엔 지나친 이질감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단순히 연기라고 보기엔 형용할 수 없는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뜻밖에도, 사람은 사람 흉내를 내는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지금의 인터넷 방송을 보며 소름 끼치는 감각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그러했다.

“꼭 귀신이 사람 흉내 내는 것 같네. …야, 근데 이게 뭔 소리냐?”

“구세주…?”

제목 : 경고하겠습니다

채널명 : 힉스

구독자 3660만 명

치지직….

[안녕하십니까, 여러분.][<메르헨의 마법 기사> 개발 총괄, 알레츠입니다.] [요즘 저희 영역을 침범하시는 분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만.] [그래 봤자 손해를 입는 건 여러분뿐입니다.] [저희는 여러분이 맞설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진실에 이를 자격이 없습니다.]

[자격이 없는 자가 저희 영역에 들어와 봤자 그 영혼만 불행해질 뿐입니다.] [오로지 저희가 선택한 구세주만이.] [저희와 여러분을 구하기 위해, 제 권속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만이 이 세계의 모든 진실을 마주할 자격이 있습니다.] [부디 분수에 맞게 행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삐이이익, 거리며 다시 화면은 힉스 로고로 바뀌었고.

방송은 종료되었다.

며칠 뒤, 실종되었던 자들이 기절한 채로 같은 장소에서 한꺼번에 발견되었다.

그곳은 폐쇄된 철로 터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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