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8화 : 어찌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 * *
누구에게나 친절한 밀렌 누나가 메린을 보며 미소지었다.
“어머, 메린. 어서와.”
누나의 미소를 보니 방금 전에 박살난 환상이 떠오르며 가슴이 저릿했다.
달콤한 꿈은 어찌하여 항상 이렇게 짧고, 덧없이 끝나는가.
아아…… 벽난로 앞에 앉아 서로 몸을 기대며, 옛 추억에 젖어 있던 나와 누나의 모습이 한 줌의 먼지가 되어 사라져간다…….
잘 가거라, 내 이상향, 낙원이여…….
메린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 눈앞에 손을 휘휘 흔들었다.
“눈이 죽어 있네. 밀렌 언니, 얘 아직 의식 안 돌아왔어?”
“응? 아니? 방금 전까지 얘기도 나눴는데……. 네가 와서 놀랐나봐. 근데 메린, 너 대전은 어쩌고?”
“끝났지. 왕성 기사라는 사람이 고작 두 번 맞고 기권하는 거 있지? 그 사람 그…… 뭐라고 하더라? 아무튼 실력으로 뽑힌 게 아닌가봐.”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뱉으며, 메린은 간이의자를 끌고 오더니 내 침상 옆에 앉았다.
근데 이 마귀 같은 새끼, 왜 날 찾아온 거지? 또 뭘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는 거야?
“끝났으면 집에나 가지, 여긴 왜 왔냐?”
“아직 안 끝났는데. 이제 점심 좀 지났으니, 어쩌면 한 판 더 해야 될 수도 있대.”
무투회는 그 특성상 체력소모가 어마어마해서, 참가자들은 대개 하루에 한 판만 대전을 치른다.
물론 보통 사람이나 그렇다는 거고, 이 녀석처럼 거의 시작과 동시에 끝낼 경우, 사정만 되면 추가 대전을 치를 수도 있다.
참고로 이 녀석의 하루 최대 대전 수는 셋이다.
그때가 메린의 첫 무투회 출전이었으니, 다들 여자애라고 얕봤던 것이겠지.
“그리고 너한테 전할 말도 있고 해서.”
밀렌 누나가 꾸러미를 가져오더니 메린에게 건넸다.
의아한 눈으로 보는 메린을 향해, 누나는 미안하다는 듯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거 얘 도시락이야. 미안한데, 얘기 나누는 김에 부탁할게.”
“아아, 응.”
……자연스럽게 맡기고 가네.
메린은 꾸러미의 매듭을 풀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뭐였더라? 아, 맞아. 사범님이 네 칭찬 엄청 하시더라. 너 어렸을 땐 완전 개판이었으니까 사실 별 기대 안 하고 붙으셨대. 근데 직접 붙어보니, 생각보다 맷집도 있고, 의외로 틈을 찌를 줄도 아니까 가르칠 맛이 있을 것 같다나? 정식으로 검술 배울 생각 없냐고 물어보라고 하시더라.”
“없어.”
단 일 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자 메린이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너 나한텐 ‘생각하는 척이라도 하라’고 하지 않았었냐? 완전 즉답이네.”
“이건 다르지. 생판 모르는 남이 아니잖아.”
게다가 난 검술이 싫다.
그러니 생각할 여지 따위 전~혀 없는 것이다.
내 단호한 대답에, 메린은 어깨를 으쓱이고 매듭이 풀린 꾸러미의 내용물을 보았다.
“죽이네.”
“……”
뭘 어떻게 뜯어봐도 죽 단지였다.
메린이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본 후, 고개를 내밀려 애쓰는 내게도 보여주었다.
"진짜 죽이네."
그것도 씹을 필요 없이,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건더기를 으깨고 푹 끓인 죽이었다.
……혹시 예언서를 쓴 거, 우리 아버지 아닐까?
그보다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예측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왠지 모르게 서글퍼진다.
“먹을 거지?”
“……어.”
아버지는 참 친절하게도, 덜어먹을 그릇에 국자, 심지어 숟가락까지 같이 챙겨주셨다.
평소에도 이렇게 세심하게 좀 해주시지…….
메린이 그릇 한가득 죽을 덜더니 한 숟가락 푹 떠서 내 입에 가까이 댔다.
별 생각없이 숟가락을 덥썩 물었다.
흠흠. 적당히 식어서 먹기 편하고, 그럭저럭 맛도 있다.
아버지가 끓인 것 치고는 괜찮은 편인데.
또 숟가락이 가까이 왔다.
덥썩 물었다.
또 숟가락이 오고, 덥썩 물고 하기를 몇 번 반복했다.
“……”
“……”
……잠깐!
뭐야, 이 상황은?!
내가 왜 저 녀석이 떠주는 걸 아무 생각없이 덥썩덥썩 받아먹고 있는 거지?
아니, 이 녀석도 왜 이렇게 아무 거리낌없이 날 떠먹여주고 있는 거야?
왜 나나 저 녀석이나 한 마디도 없이 이러고 있는 건데?!
이거 옆에서 보면 완전……!
“어머. 되게 익숙해보이네? 둘이 친한 건 알고 있었는데, 혹시 평소에도 그러고 같이 먹니?”
밀렌 누나가 킥킥 웃으며 폭탄을 던지고 지나갔다.
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 카엘 에스트렐, 이 멍청한 새끼야!
너라도 정신 멀쩡히 차리고 있었어야지!
이 무슨 추태를……!
얼굴이 불붙은 것처럼 뜨겁다.
뒤늦게 낯부끄러움이 잔뜩 몰려와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여기를 뛰쳐나가서 뒷산 꼭대기에 올라가 목청껏 비명을 지르고 싶은데,붕대 탓에 뛰쳐나가긴커녕 몸부림도 제대로 칠 수가 없었다.
으아아아, 답답해!
여기서 내보내줘!!
“뭐하냐? 갑자기 몸을 왜 배배 꼬고 있어?”
“너…… 넌 몰라…… 내 유리 같은 세심한 감성을 넌 모른다고……. 하, 이씨, 젠장, 드럽게 쪽팔리네…….”
메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쪽팔려? 뭐가? 아, 사범님한테 진 거? 나 참, 사범님이 엄청 칭찬했다고 했잖아. 야, 나도 봤는데, 너 진짜 잘했어. 짧긴 해도 빡세게 굴린 보람이 있다, 야.”
이 녀석은 진심이다.
진심으로 지금 저딴 소리를 하고 있다!
“그게 아니고! 하…… 야, 내가 지금 새삼 말하는 것도 웃긴데, 너 말야, 다 큰 처자가 그렇게 아무한테나 뭐 떠먹여주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러다 오해받는다?”
“……?”
이 녀석, 전혀 이해 못한 얼굴이야!
아니, 힘이 세면 대신 감성이 죽어버리는 건가?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잃게 되는, 뭐 그런 법칙이라도 있는 거야?
그래도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게 있을 텐데 왜 이 모양이야?!
사제님! 얘한테 무언가 가르치긴 한 겁니까!
내가 속으로 극심한 좌절에 빠진 것도 모르고, 메린은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아아~” 하며 퍽 넉살 좋은 소리를 냈다.
“지금 이거 먹여주는 것 때문에 그래?”
이야, 사제님, 그래도 얘한테 뭔가 가르치긴 하셨군요.
메린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고개를 까닥였다.
“나 참, 뭘 새삼스럽게 쪽팔려 하냐? 너 앓아 누울 때마다 약 먹이고 밥 먹인 게 누군데? 그리고,”
메린은 별 동요 없이 그릇을 슥슥 긁어 죽 한 숟가락을 또 떠서 내 입에 갖다대었다.
나는 완강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 생각 없을 때면 몰라도, 지금처럼 제정신이 돌아왔는데도 계속 쪽팔린 짓을 할 수는 없지!
그랬더니 메린이 그릇을 침상 옆 탁자에 올려놓더니, 한손으로 내 턱을 잡았다.
“……?!”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얼추 예상이 됐다.
나는 턱에 힘을 주었다.
중간에 무너질 것 뻔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되더라도!
이 녀석이 이마에 주름 한 줄은 긋게 해주겠어!
……라는 결사(?死)의 각오를 다진 내 저항은, 이 녀석의 힘 앞에선 연약한 달걀이나 다름없었다.
메린은 내 입을 손쉽게 벌리고 숟가락을 쑤셔넣었다.
그리고 억지로 죽이 목구멍 너머로 흘러 들어간 나는, 당연히 사레가 들려버렸다.
“콜록콜록! 이 잔인한 자식……!”
“……?”
기침하며 욕을 날렸는데 이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무섭다.
주전자에 물 붓는 것처럼 태연하게 이런 짓을 저지르는 이 녀석이 무섭다.
내가 왜 뭐라고 하는 건지 이해할 생각이 요만큼도 없는 이 녀석이 무서워 죽겠다!
녀석은 내가 기겁하는 것도 모르고 태연히 숟가락을 움직인 후, 내게 내밀었다.
“……”
그냥 얌전히 받아먹었다.
오래 살아남으려면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처해야 하는 법이다.
어차피 먹을 거 편하게 먹는 게 낫지.쪽팔린 게 뭐 대수야.
일단 사는 게 중요하다.
내 입에 죽을 넣자마자, 메린이 조금 전에 하다 끊긴 말을 다시 이었다.
“그리고, 나한테 청혼도 했으면서 뭘 이제 와서 이런 걸로 쪽팔려 하냐?”
“푸후으읍!”
입 안에 있던 죽을 힘차게 뿜어버렸다!
“으앗, 뭐하는 거야. 더럽게.”
“콜록콜록! 지금 그딴 게 문제가……!”
그딴 게 문제가 아니야!
아니, 이 새끼가 없던 일로 하자고 해놓고 지금 뭔 소리를?!
“앗.”
나는 황급히 밀렌 누나를 보았다.
누나는 충격에 빠졌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누나는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막 바깥 쪽으로.
안 돼!
나는 필사적으로 누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저, 누나, 아니에요. 아니라니까요?! 그건 그게 아니라!”
“미안, 약초가 다 떨어졌네~? 잠깐 치료사 선생님한테 다녀올 테니까 둘이 편하게 있어~”
내 말은 들은 체도 안 하고, 누나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착실하게 한 발짝, 한 발짝 천막 출구로 향했다.
“아니, 내 말 좀 들어봐요, 누나! 밀렌 누나! 아아아, 나 팔이 아직 아파요! 잠깐만 봐주고 가! 누나! 누나아아! 누나아아아아악!!”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외침을 무시하고, 밀렌 누나는 훌쩍 나가버렸다.
그래도 명색이 ‘치료도우미’인데, 좀 봐주는 척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저렇게 홱 가버리다니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
“……”
멀리서 누나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쏟아내는 게 들렸다.
치마자락을 우아하게 펄럭이며 천막을 뛰쳐나가자마자 누군가를 만난 듯했다.
내용이 잘 들리지 않지만, 뻔하다.
분명 나랑 이 새끼 얘기를 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망했다.
얼굴을 감싸고 통곡하고 싶은데, 그 와중에 팔은 안 움직인다.
진짜 거지같네!
그리고 만악의 근원, 메린은 제자리에서 몸부림치는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왜 갑자기 발광이냐?”
“너 진짜……! 이 미친…… 진짜, 아……. 아아악!”
“???”
이 마귀 같은 새끼, 지금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꿈에도 모르는 얼굴이다.
아니, 평생 숲에서 혼자 살던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눈치가 없을 수가 있는 거지?
사제님, 이 영감탱이 설마, 고아원에서 키우는 척하고 숲에 방목하고 있었던 거 아냐?!
너무 기가 막혀서 이 새끼에게 뭐라 쏘아붙일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항상 입 안팎으로 주절거리는 내가 말문이 다 막히다니.
그런 의미에서 얘는 진짜 보통이 아니다.
메린이 숟가락을 내밀었다.
나는 녀석을 있는 힘껏 매섭게 노려보았다.
녀석은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고개를 또 갸우뚱거렸다.
“안 먹어?”
“안 먹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내뱉자, 메린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멋대로 남은 죽을 퍼먹기 시작했다.
그 기가 막힌 꼴을 보고, 나는 다시 몸부림치며 간절히 바랐다.
드래곤이고 뭐고 그냥 오늘 세상 망해버려라!
내일 해 뜨지 마라아아!!
……그러나 신께선 내 간절한 바람 따위 듣지 않으셨고, 다음날, 아침해는 다시 떴다.
그렇다면 해야 할 것은 명백하다.
아침상을 정성껏 차린 뒤, 테이블에 앉은 아버지에게 공손히 절했다.
“사랑하는 아버지, 불초 소생 마지막 인사 올립니다. 아버지 곁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는 불효자를 용서하시고……”
“너 뭐하냐?”
아버지는 눈으로 훨씬 더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아침부터 무슨 헛소리냐, 임마’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분위기를 유지하려 애쓰며 계속 말을 이었다.
“소생, 부족한 몸임에도 용사가 되었으니, 신의 뜻을 받들어 사악무도한 드래곤을 퇴치하러 길을 떠나고자 합니다.”
“많이 부족하긴 하지.”
“……하여, 지금 바로 여정을 시작하려 하니, 부디 촌장님과 다른 마을 사람들에겐 제 대신 인사를…….”
“지금 당장? 안 돼. 무투회 끝나고 가.”
딱 잘라 거절당했다.
그보다 아들이 기껏 무게 잡고 이야기하는데 하나도 안 맞춰주네.
너무 비정한 거 아냐?
“……벌써 일주일도 넘게 지체했……”
“안 된다니까. 정 그렇게 서둘러 가야 된다면,”
아버지는 갑자기 목을 가다듬고 빙그레 웃었다.
“메린이랑 약혼식 올리고 가라.”
“싫어어어엇!”
젠장, 나도 모르게 여자 같은 비명을 질러버렸어.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너무 싫은걸!
“네가 먼저 청혼했다며 뭘 그러냐? 왜, 창피해서 그래? 임마, 낯간지러운 건 잠깐이야. 나도 해봐서 알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약혼식이라니 말도 안 돼! 분위기고 뭐고 다 필요없어.
더 일이 커지기 전에 막아야 돼!
그러나 아버지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지 콧방귀만 뀌었다.
“아니긴 뭐가? 앤이 틸리아에게 들었다던데? 네가 메린에게 청혼했다고. 카엘, 임마, 그런 일이 있으면 이 애비에게 먼저 알려줘야지. 어떻게 딴 사람에게 소식을 듣게 하냐? 난 널 그런 예의도 모르는 놈으로 키운 적 없다.”
참고로 어제 메린의 그 폭탄 발언을 직접 들은 치료도우미 누나의 이름은 밀렌이다.
그리고 틸리아는 방앗간집 딸이며,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전한 앤은 술집주인 딸이다.
그리고 술집은 매일 저녁, 남녀 가리지 않고 온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즉, 간밤에 온 동네에 소문 다 퍼졌다는 것이다.
즉, 난 망했다.
“아아악, 돌겠네! 뭔 소문이 그렇게 빨리 퍼져?! 아버지, 아버지라도 좀 들어주세요. 나랑 메린은 그런 사이가 아니라구요!”
“그걸 믿으라고? 어렸을 때부터 둘이 찰싹 붙어다녀놓곤.”
“그건 걔가 날 따라다닌 거고! 아무튼 아버지, 진짜 아니에요. 물론 내가 결혼 얘길 꺼낸 건 맞는데, 그건 걔가 튜르랑 결혼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해서…….”
“그래, 메린이 딴 놈과 결혼하는 걸 못 보겠던 거 아냐.”
“아니라니까아!!”
잠깐, 잠깐 진정하자.
나 혼자 열 올라서 떠들어봤자 역효과만 날 뿐이야.
나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차분히 설명하기로 했다.
“자, 말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세요. 그게 어떻게 됐냐면…….”
아버지는 내가 자초지종을 죽 이야기하는 동안, 빵에 잼을 바르고 우걱우걱 드시기 시작했다.
아니, 아침식사 시간이니까 먹는 건 당연하긴 한데, 어째 내 이야기를 밥 반찬으로 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많이 찝찝하다.
아무튼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 아버지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 잘 알았다.”
오, 신이시여. 그래도 이 분이 내 아버지가 맞긴 하시는군요.
내 진심이 통했어!
“그래서 약혼식 때 쓸 반지 말인데……”
“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오오, 창조주시여. 어찌하여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용사로 골라 놓고 힘도 안 주면서 드럽게 굴리기만 하고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아!
……그렇게 속으로 외치며, 아버지가 아침식사를 마칠 때까지 계속 그날의 진실을 설토했다.
아버지는 끝까지 진지한 얼굴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아, 나는 알 수 있다.
불행히도, 정말 불행하게도 아버지는 내 얘기를 하나도 믿지 않았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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