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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19화 (19/475)

〈 19화 〉 19화 : 어린 사제는 생각한다 (1)

* * *

5월 정오의 햇살은 굉장히 따갑다.

그래도 공기는 아직 서늘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나무그늘만 잘 이용해주면 덜 지치면서 오랫동안 다닐 수 있다.

……라고 생각해서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떠난 건데, 평원을 얼마 안 달려서 바로 숲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오후 내내 숲 속에 있어서 좀 으슬으슬하기까지 하다.

으, 감기 걸리는 건 아니겠지?

“에취!”

앗.

……얼른 얇은 겉옷을 꺼내어 주섬주섬 걸쳤다.

말을 타고 달린다면 숲을 더 빠르게 헤쳐나갈 수 있을 텐데, 애석하게도 이 숲은 엄청 오래됐는지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나 있다.

그냥 천천히 걸어가도 가끔 나무뿌리에 발이 툭툭 걸리는데, 여기서 말을 달린다?

일단 나는 무조건 죽는다.

때문에 말을 끌며 걸어야 했고, 그 탓에 굉장히 느린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 이거 이대로 여기서 야영할 것 같은데······.

“악.”

순간 별이 보였다!

이마를 문지르며 앞을 보니 엄청나게 굵직한 나뭇가지가 튀어나와 있다.

이걸 왜 못 봤지?

“너 또 딴 생각했냐? 자꾸 그러다 엎어져서 발목 삔다.”

앞서 가던 메린이 뒤도 안 돌아보며 잔소리를 해댔다.

……참 귀도 밝아.

“괜찮으세요, 용사님? 치유해드릴까요?”

내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로나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 아니,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용사님도 참! 편하게 말 놓으셔도 된다니까 자꾸 그러시네!”

로나는 얼굴 한가득 웃음꽃을 피웠다.

중간중간 쉬었다지만 벌써 몇 시간째 길을 걷고 있는데, 아직도 기운이 철철 넘치는 모양이다.

뭐, 그럴 만하다. 이제 겨우 열 넷이니까.

게다가 신전 뜰에서 인사를 나누면서 긴장이고 뭐고 죄다 벗어 던졌는지, 그녀는 퍽 살갑게 우리를 대하고 있었다.

처음에 이 아이가 한 부탁도 있으니, 나도 편하게 말 놓으며 동생처럼 대해주고 싶은 맘은 굴뚝 같은데…….

“……”

얘가 등에 매고 있는 철퇴가 자꾸 눈에 들어와서 그만……!

설령 우락부락하고 험상궂은 아저씨일지라도 저 철퇴 앞에선 얌전한 숙녀가 될 것이다.

누구든 그렇게 될 거다. 메린 빼고.

……그래도 로나는 저렇게 마음 터놓아주고 있는데, 나만 계속 어색해할 수도 없지.

나는 목을 가다듬고, 철퇴를 보지 않으려 애쓰며 말을 걸었다.

“그, 수도 밖으로 나오는 건 처음이라 그랬었나?”

“네. 사실 신전 바깥으로도 잘 안 나왔어요. 저처럼 아주 어릴 때부터 신전에서 자란 아이들은, 다섯 살때부터 수도사로 살기 시작하거든요. 정말정말 가끔, 그러니까, 축제가 있을 때나 다른 사제님이 심부름 시킬 때 말고는 신전 바깥에 못 나가게 되어 있어요.”

우와, 그럼 지금 거의 평생을 그 지하에서 살았다는 거 아니야?

어쩐지 피부가 하얗다 했어.

“대단하네……. 나였으면 바로 탈출했을 텐데.”

나는 햇빛이랑 바람 잘 들어오는 집도 갑갑해서 자주 탈출하다 붙잡히곤 했는데…….

얘는 햇빛 하나 안 들어오는 지하에서 십여 년을 꿋꿋하게 지내온 거 아냐?

정말 진심으로 감탄스러웠다.

그러나 로나는 내 말에 손사래를 쳤다.

“대단하긴요! 달리 갈 데가 없으니까 그냥 있던 건데요, 뭐. 제가 보기엔 용사님이 더 대단하신걸요!”

“응? 내가?”

로나는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대악마 아스모스를 성검으로 한 방에 제압하셨잖아요! 대언자님이 그러셨다던데요? 용사님이 날개를 없애주신 덕분에 수월하게 붙잡았다고. 정말 굉장해요!”

“……”

어어…… 한 방을 때리긴 했지……?

그 한 방에 날개가 없어진 것도 맞긴 하지……?

틀린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데 뭘까, 이 미묘한 기분은.

아니 그보다도, 얘 지금 그 일을 순전히 내 공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공주 때처럼 그 말을 부정하기에는…… 로나의 눈빛이 너무 순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차마 그 눈을 더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저 경의로 가득한 눈빛이, 머지않아 경멸로 바뀌겠지?

크흑…….

“어라? 용사님, 왜 그러세요? 역시 나뭇가지에 부딪친 게 아프신 거죠? 빨리 치유를……”

“아니…… 난 괜찮아…… 그보다, 날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면 안 될까? 용사님이라고 계속 불리는 건 좀…….”

그래, 적어도 호칭이라도 미리 고쳐 두자.

어쩌면 그게 얘가 받을 실망감을 좀 줄일 수 있을지도 몰라.

로나는 내 부탁에 눈을 깜박이더니, 또 두 눈을 가득 빛냈다.

“아, 그렇구나! 다른 악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정체를 숨기시는 거군요? 저도 참, 둔해서 죄송해요! 대언자님이 악마들은 교활하고 언제 술수를 부릴지 모르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용사라고 불리는 게 좀 거북해서…….”

“거북……? 아, 혼자만 특별 대접을 받을 순 없다는 거죠? 함께 길을 걷는 동료와 같은 선상에서 동고동락하겠다는 그 마음가짐……! 멋져요!”

어라, 거참 희한한 일이 다 있네, 왜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을까?!

나 지금 얘랑 똑같은 언어 쓰고 있는데 말이지!

진짜 이상해, 계속 내 뜻이 미묘하게 왜곡되고 있어!

불가사의한 현상에 동요하고 있는 나를 향해, 로나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용사님, 앞으로는 뭐라고 부를까요?”

“응? 그냥 카엘이라고…….”

그렇게 고민할 거리는 아닌 것 같은데, 로나는 턱을 검지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고개를 까닥였다.

“으음…… 그럼 카엘 오빠?”

오빠?

오빠.

오빠…….

오, 빠.

“……헉!”

잠시 넋을 놓은 것 같다.

정신 차려, 카엘 에스트렐!

방금 아슬아슬했다고!

저기 봐, 앞에 가던 메린이 엄청난 얼굴로 뒤돌아보고 있잖아!

그보다 저 자식, 왜 나를 벌레 보듯 하는 건데?의미는 알고 저러나?

아니, 그보다 내가 시킨 거면 또 몰라,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억울해!

나는 헛기침을 했다.

“아니, 그냥 이름으로 불러줘. 사제가 다른 사람을 오빠니 언니니 하는 건 이상하잖아?”

“으음…… 그런가……? 생각해볼게요.”

로나는 팔짱을 끼고 고민에 빠졌다.

대신 말 고삐를 끌어줘야 하나 했지만, 로나는 땅바닥을 보며 걸으면서도 튀어나온 나무뿌리나 돌멩이를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녔다.

재주도 좋지.

그 뒤로 그녀는 꽤 깊은 고민에 빠졌는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따금 말이 푸르릉 하고 투레질하는 소리와 수풀을 밟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으음, 정했어요!”

그녀가 다시 입을 연 건 한밤중이 다 되어서였다.

중간에 거대한 지네, 늑대 무리, 그리고 오크 몇 마리와 싸우면서도 조용하다 싶었는데, 설마 그때도 계속 고민하고 있었던 건가?

어쩐지 앞으로 철퇴를 휘두르는데 눈은 다른 데를 본다 했어.

……잠깐, 그럼 무의식으로 싸웠다는 거 아냐.

그냥 본능으로 철퇴를 휘둘러서 지네의 마디마디를 다 끊어 놓고 있었던 거야?

오우, 전투사제 무서워……!

“그래? 뭘로 정했…… 응?”

문득 로나의 저 너머, 솥을 보고 있는 메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쟤가 오늘 식사 당번이니까 그건 당연하긴 한데……

……저 자식, 저거저거 손에 든 거 저거 뭐야?!

“야, 임마, 메린, 너 이 자식, 딱 걸렸어! 뭘 넣으려는 거야, 동작 멈춰!”

잽싸게 달려가 메린의 손에서 지네 몸통을 빼앗아 저 멀리 던져버렸다.

젠장, 하마터면 저녁 굶을 뻔했네!

이 자식, 이딴 건 대체 언제 챙긴 거지?

메린이 뾰로통한 얼굴로 대꾸했다.

“왜, 독도 없잖아. 푹 끓이면 먹을 만하다고.”

아니, 그게 문제냐고. 돌겠네, 진짜!

이래서 내가 이 녀석 요리를 딱 한 번만 먹어본 거다.

어쨌든 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야생 요리를 하게 둘 순 없다.

이 기회에 단단히 일러둬야지.

“식량 아직 한참 있잖아, 왜 굳이 저걸 먹으려는 건데?! ……너 지금 ‘식량 아끼려고 그러는 건데’ 라고 생각했지?”

메린이 내 눈을 피했다.

이런 걸 보면 아무 생각 없는 건 아닌데 말야…….

“……그래도 벌레는 안 돼! 최후의 최후의 최후의 최후의 선택지로 남겨둬. 넌 괜찮아도 내가 싫어. 알았어? 정 식량 아끼고 싶으면 아까 늑대 같은 짐승으로 해, 짐승.”

“늑대는 된다 이거지? 알았어.”

그리고는 정말로 안장에 걸어 둔 고기를 가져오더니 솥에 썰어 넣기 시작했다.

……저거 진짜 늑대야?

아니, 저건 또 언제 도축했대?

“돌겠네…… 아, 미안, 로나, 이야기를 끊어서.”

“아니요, 괜찮아요. 그보다 역시 대단해요! 동료의 특이성향을 전면 부정하지 않고 포용하다니!”

얘도 돌겠네, 진짜.

“……어쨌든 그래서, 날 뭘로 부를지 정했다고?”

“아, 맞다. 네, 정했어요! 오빠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고 ‘카엘 씨’나 ‘카엘’은 너무 건방진 것 같아서요.”

로나는 히히 웃으며 두 손을 마주잡았다.

“그래서! '카엘 삼촌'은 어떻……”

“'카엘 님'이라 불러주세요, 로나 사제님.”

“히잉…….”

실망하고 있다.

……진짜 삼촌이라고 진짜 부르고 싶었나? 진심으로?

……나 참.

절대 안 되지. 암.

“……”

……그나저나 얘도 좀 감성이 엇나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니, 그냥 긍정적인 건가?

긍정적인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시무룩한 얼굴로 식기를 꺼내는 로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안 그래도 우리 마을의 쟤 또래 아이보다도 체구가 작은데, 품이 큰 사제복 때문에 더 작아 보인다.

어쨌든 그런 어린아이가 제 키 만한 철퇴를 휘두를 뿐 아니라, 전투를 치르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그야 전투사제로서 훈련을 받았으니 그렇겠지만……

아니 그래도……

“……?”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로나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니, 그…… 아까 로나 너, 되게 잘 싸운다 싶어서…….”

앗.

눈 마주친 게 멋쩍어서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말하고 말았다.

로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제가요?”

“응. 너 열 네 살이라며? 우리 마을 애들은 열 다섯 살부터 사냥보조로 다닐 수 있는데, 처음 나간 애들은 고작 토끼 하나 상대하면서도 벌벌 떨고 허둥대거든. 근데 넌 이번이 처음 실전이잖아? 그런데도 겁 안 먹고 싸우는 게 대단한 것 같아서.”

그것도 딴 생각하면서 말야.

마지막 말은 속으로 꿀꺽 삼켰다.

어쨌든 의식하지 않고도 야생동물이나 오크 한두 마리는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굉장한 거다.

공주가 ‘실력을 보증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만했다.

그러나 로나는 여전히 의아해하는 얼굴이었다.

“싸우다뇨?”

……어라? 아예 기억에 없나?

이번엔 내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울 차례였다.

“아니, 아까 늑대랑 오크, 그리고 거대 지네랑 싸웠잖아?”

“아~ 그거요? 에이, 용사님도 참!”

로나는 해맑게 웃었다.

“그건 그냥사냥한 거잖아요?”

“……응?”

사냥……? 얘가 지금 뭔 소리를……?

아니, 물론 늑대 고기는 저기 솥에서 끓고 있긴 한데, 적어도 오크랑은 사냥이 아니라, 서로 목숨을 건 싸움이었는데?

“싸우는 건 악마나 그 추종자랑 하는 게 싸움이죠! 고작 사냥한 것 정도로 그렇게 칭찬하시면 쑥스럽…… ……아, 그렇구나! 나중의 제 모습이 기대된다고 격려해주시는 거군요! 히히, 네, 물론이에요! 저 용사님의 기대에 꼭 부응할게요!”

……이상해.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해.

로나의 말에서 무엇이라 확실히 단정할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잘못됐다는 생각은 드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용사님? 왜 그러세요?”

내 표정이 많이 이상했던 모양이다.

로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나 참, 그냥 이름 부르라니까? 그래. 네 전투실력, 앞으로 기대할게!”

……다행히 자연스럽게 웃었던 것 같다.

로나는 약간 미심쩍은 듯한 얼굴로 나를 빤히 보다가, 곧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식기들을 챙겨 솥을 휘젓고 있는 메린에게 들고 갔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로나는 내게 그랬던 것처럼, 메린에게도 방글방글 웃는 얼굴로 말을 걸고 있었다.

저렇게 천진난만한 애가……

……대체 지하 신전에서 무슨 훈련을 받은 거야?

“……”

달리 말하면,그 정도는 되어야 이 사명을 다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오히려 내가 아직 각오가 안 된 미숙한 상태인지도 모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늑대 고기 수프라는 야성 넘치는 음식으로 배를 채운 후, 나는 모닥불 불빛에 의존하여 다시 지도를 살펴보았다.

우리는 율리아 공주가 권한대로, 수도 미드랜드의 동쪽에 있는 ‘마녀의 숲’을 향하고 있다.

“……”

낮에 지하 신전에서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설명만 쭉 늘어놓고 거의 내쫓다시피 나왔단 말이지.

덕분에 점심은 길가에 있던 나무열매로 대강 때웠고.

나는 한숨을 쉬고 지도를 다시 접어 넣었다.

선포식도 그렇고, 이거 뭔가 짜고 치는 그런 연극 같은 건 아니겠지?

뭔가 속고 있는 기분이야.

“급하다, 급하다…… 아니, 뭐 얼마나 급하길래······.”

“네? 뭐가요?”

나도 모르게 입 밖에 나온 모양이다.

한창 잘 준비를 하던 로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왠지 멋쩍어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율리아 님, 엄청 급하게 우릴 출발시키셨잖아? 그렇게 급한 일인가 싶어서.”

철퇴가 안 보여서 그런지, 굉장히 편하게 말이 술술 나왔다.

로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으음~ 급하긴 하죠? 내년까지 끝내야 되잖아요.”

“……뭐?”

지금……뭐라고?

"아, 못 들으셨구나."

어안이 벙벙한 나를 향해, 로나는 자세를 바로 하고 빙그레 웃었다.

“그러니까~ 아트라토스를 내년까지 물리치지 않으면 세계멸망이에요! 물론 갑자기 콱 멸망하는 건 아니고, 서서히 여러 문제가 생길 거래요.”

이런 미친 씨발 뭐? 세계멸망?!

아니, 이건 또 무슨……!

아, 아냐아냐, 그보다도,

“서서히 문제가 생긴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로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못 들었어요. 뭐, 가뭄이나 홍수, 지진……아니면 전염병 같은 게 아닐까요? 그게 알기 쉽잖아요?”

그럴 듯하군.

근데 그거 잘못 걸리면 우리도 끝장인데!

절대 가볍게 얘기할 만한 게 아닌데!

아무튼 그게 사실이라면 율리아 공주가 서두른 것도 당연하다.

서서히 세계가 멸망한다면, 하루라도 더 일찍 끝낼수록 그만큼 피해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아니, 그럼 그렇다고 진작 말을 하든가…….

하, 미치겠네. 내년까지 해치워야 된다고?

대강 내년 봄이 되기 전까지 끝내야 되는 걸로 알면 되겠지?

……근데 이 여행을 일 년 안에 끝낼 수 있을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아, 몰라.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자!

……더 생각해봤자 골치만 아플 것 같아 그냥 냅다 드러누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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