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53화 : OO의 마녀는 스스로를 걸었습니다 (1)
* * *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저 여자가 왜 저기 있어?!”
……그러고보니 어제 그때 이후로 저 마녀의 모습을 보지 못했어.
우리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저 마녀를 봤을 사람은…….
“……”
로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내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도 어제 잠깐만 어울려서 잘은 모르지만, 대강 듣긴 했어요.”
아무 감정도 섞이지 않은 평탄한 어조가 이어졌다.
“뭐, 저 마녀에게 직접 들은 게 아니니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겠지만요.
간단하게 말하면, 베르메가 한스……가 아니라 오베이 씨를 훔쳐가서, 드와트가 덤벼들었고, 처참하게 졌대요.”
“그럼 저기 누워 있는 사람이…… 아니, 왜?”
“마력을 다룰 수 있대요.”
“아.”
어제 드와트가 자신의 입으로 나에게만 밝혔다.
오베이도 위슨처럼 ‘마력을 다룰 수 있는 남자’라고.
사랑하는 내 조수도, 그 조건에 부합한단다.
그리고 그 말을, 눈에 보이지 않는 베르메의 탐색 마법이 들은 것이다.
……지난번 위슨의 집에서 내 중얼거림을 주웠듯이.
“……”
드와트는 완전히 생기를 잃은 채 축 늘어져 있었다.
항상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던 녹색빛 머리카락은 완전히 헝클어져 있다.
안개 때문에 맺힌 이슬이 머리카락을 타며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슬이 맺혔다는 건, 적어도 어젯밤부터 여기에 있었다는 게 되겠지.
……즉, 베르메는 위슨을 잡아간 지 얼마 안 되어, 오베이까지 잡아갔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한 거지?
이미 필요한 제물은 확보했으면서, 뭐하러 굳이……
“……예비?”
그래, 예비용일 거다.
축제나 행사, 하다못해 식사 준비할 때도 만약을 대비해 필요한 것보다 약간 더 준비하기 마련이다.
근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너무 빠른 거 아닌가?
당장에 위슨이 사라지는 것도 아닐 텐데.
도망칠까봐 미리 확보한 거라면 또 몰라…….
게다가 위슨을 탑에 가둬 두고서 이 묘지에서 의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건 마치 위슨을 미끼로 던지…………
…………설마.
하나의 가설이 뇌리를 번뜩이며 떠올랐다.
머릿속을 그대로 스쳐 지나가기 전에 붙잡느라,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우리가 위슨을 구하러 올 거라 확신하고 있었나?”
“후후…… 그래. 너는 반드시 이리로 올 거라 예상했다. 대재앙을 막는 사명을 지닌 용사라면 당연히 이리로 올 테니까.”
베르메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 손에는 기묘한 장식이 되어 있는 단도가 들려 있었다.
“모처럼 이 섬에, 역사상 가장 화려한 축제가 벌어질 예정인데, 위슨만 준비해선 네게 보여줄 수 없잖니? 후후, 후후후후!
정말 다행이지. 설마 이 섬에, 또 하나가 있었을 줄이야.
덕분에 이렇게 보여줄 수 있게 됐구나.”
하나만 있으면 충분한 재료가 둘이나 있다.
그 중 하나는, 십중팔구 잃어버릴 것이다.
베르메는 그렇게 읽고, 어차피 잃어버릴 재료를 앞에 세워 시선을 돌린 것이다.
“……정말로 이해가 안 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위슨 대신 오베이를 제물로 삼을 거란 소리인 건 알겠어.
그런데 왜 우리와 싸우려는 거지? 댁 입장에선 손해 본 건 아무것도 없는 거 아냐.”
우리, 아니, 적어도 나에게는 이유가 있다.
나는 사람으로서, 이 섬을 망쳐버린 마녀를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베르메에겐 굳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우릴 회유할 생각도 안 하고 바로싸움을 거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레볼트와 같이 편 먹고 쳐들어와서?
아니면 마일린을 데려와서?
마일린.
그래, 베르메가 하려는 의식은 마일린을 부활시키는 거랬었지.
근데 그 의식을 왜 아직도 계속 진행하려는 거지?
마일린은 이미 저기 ‘부엉이탑’에서 날뛰고 있는데.
“그런 간단한 것도 모르니? 가엾기도 하지. 특별히, 친절하게 가르쳐주마.”
조롱하는 웃음을 띄며, 베르메가 입을 열었다.
“넌 내 자매를 해칠 뿐 아니라, 우리 어머니 마일린의 가짜를 내세워서 분란을 일으켰지. 수장으로서 그걸 그냥 보고 넘어갈 수 없잖니?”
“하? 가짜라니 뭔 헛소리를……!”
“무엇보다도,”
베르메는 내 말을 자르며, 더 깊이, 더 어두운 미소를 지었다.
“네가 용사이기 때문이다.”
“뭐?”
앞부분은 좀 어이가 없긴 해도, 억지로 어떻게 납득할 수 있다.
왜, 흔한 이야기잖아?
권력을 빼앗기는 걸 두려워한 나머지, 되도 않는 소리를 하며 적대하는 뭐, 그런 이야기.
의식을 억지로 진행시키는 것도, 나팔 소리와 함께 등장한 마일린은 가짜니까, 진짜 마일린을 불러오겠다는 생각이겠지.
내 일이라 빡쳐서 그렇지, 남일이었다면 ‘음, 그럴 수 있지’라고 무심하게 고개 끄덕였을 것이다.
근데 뒷부분은 진짜 어이가 없네.
그러니까 뭐야, 내가 용사라는 걸 알았으니까 싸운다는 거야?
아니, 왜?!
“아트라토스를 죽이는 데에 용사는 필요 없다. 인간의 신이 선정한 용사 따위에게 의지할 것 같으냐? 나는 네놈을 죽이고, ‘내 주인’과 함께 대재앙을 막을 것이다!
그러면 이 대륙의 모든 존재가, 우리야말로 이 대륙의 최강자요, 합당한 지배자임을 알겠지!”
“주인……?”
마녀는 하늘을 보며 누워 있는 오베이의 가슴을 손가락을 쓸어내렸다.
……그러고 보니 오베이는 지금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다.
아무리 제물이라지만 너무하네.
“이제 곧 오실 거란다. 이 사내의 심장을 바치면, 드디어돌아오시는거야……!”
“뭐? 의식은 다음주라며!”
내 외침에 마녀는 크게 깔깔 웃었다.
“그래, 다음주에 하려고 했지! 근데 네놈이 용사인 걸 안 이상, 나는 서두를 수밖에 없어!
……후후, 그때 네 말대로 널 밖에 내보냈다면 이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었겠지. 하지만 네가 없었다면 나는 최상의 재료를 구할 수 없었을 거다.
정말이지, 세상 일은 알 수 없다니까?”
만약 사흘 전, 내가 섬을 나가는 걸 베르메가 막지 않았다면, 저 마녀는 위슨과 오베이가 자신이 원하는 제물감이라는 걸 몰랐을 것이다.
위슨은 여전히 스스로를 여자로 알고 있을 것이고,
나는 아마 안도감 가득한 손길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겠지.
……그때의 그 작은 선택이, 이렇게까지 다른 결과를 낳았다.
하, 정말 저 마녀의 말대로, 세상 일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쿵, 들고 있던 철퇴를 바닥에 치며, 로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허세부리지 말고 항복하시죠. 완전한 의식을 위해선 보름달이 필요할 텐데요? 지금은 아침이고, 더군다나 아직 달은 비어 있어요. 당신이 계획을 이루는 건 불가능해요.”
“후후,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 진심으로 그리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둔한 거겠지. 아니면, 당신들이 믿는 신이 그런 것도 모를 정도로 멍청하거나.”
“그 역겨운 입으로 감히 창조주를 모욕합니까!!”
마녀의 조롱하는 말에, 사제는 들고 있던 철퇴를 더 강하게 내리쳤다.
……내가 신성모독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왠지 무릎을 꿇고 싶어졌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항복하세요! 불신자는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허나!”
두 손에 철퇴를 쥐고 자세를 갖춘 로나의 잿빛 눈동자에, 또 다시 그 연한 금빛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허나 자비로운 내 주께서도, 이단은 용서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아직 돌이킬 수 있을 때 포기하세요!”
“이단……?”
웬 이단?
마녀가 다른 신을 믿고 있는 것 같진 않았는데.
물론 여긴 신전도 없고, 누구 한 사람 창조주께 기도하거나 하는 건 못 봤지만…….
“카엘 님이라면, 조금만 생각해보시면 아실 거에요.”
조용히, 로나가 입을 열었다.
“다음주엔 보름달이 떠요. 보름달이 뜬 밤은, 마(?)가 가장 강해지는 밤이죠. 왜냐하면,”
“……밤의 자녀들을 위한 태양이니까.”
성서에 적혀 있는 이야기이다.
창조주께서는 ‘빛에 사는 존재’와 ‘어둠에 사는 존재’, 이렇게 둘로 나누어서 세상 만물을 지으셨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어둠에 사는 존재’라 해도 빛이 없으면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에, ‘열기가 없어 차가운 빛’인 달빛을 선물하셨다고 한다.
뭐, 요즘은 교단 내외에서 다른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이다.
저 달은 스스로 빛을 못 내는 구체인데 햇빛을 반사해서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거다.
그리고 날씨가 아주 맑을 때, 가끔 낮의 하늘에 보이는 건 천상의 나라가 아니라 사실 달이다.
그 외에도 보름달이 떴을 때 몬스터와 같은 마(?)가 강해지는 건, 사실 그들이 거기서 와서 그렇다 등등,
진짜 가지각색의 주장들이 막 생겨나고 있다.
어쨌든 달이 차오를수록 마(?)가 강해지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몬스터도 평소보다 더 활발해질 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영()들도 세상을 만질 수 있게 된다.
달리 말하면, 영혼을 불러와 어디에 빙의시키는 식으로 세상에 안착(?)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니 이론상으로는 ‘마일린을 부활시키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육신에 담겼던 영혼은, 육신을 잃는 순간 이 땅에 남지 않아요. 남고 싶어도 남을 수 없어요.그게 규칙이니까.”
그렇다는 건, 불러올 수 있는 건 원래부터 이 땅에 떠돌던 영()들뿐이다.
그 중에서도 로나 같은 사제가 이단이라고 부를 만한 건……
“악마……? 엉? 악마를 부른다고?”
어…… 뭐지?
내가 뭔가 중간에 놓친 게 있나?
왜 뭐가 꼬인 것 같지?
“그러니까, 베르메가 부르려는 게 악마라고?”
“네.”
“베르메 댁은 악마를 주인으로 섬기고?”
“……후후.”
저 웃음은 긍정의 의미인가?
아무튼 일단 그렇다고 치고.
“악마를 섬기는 이유가, 그 힘을 빌어서 드래곤을 물리치고, 이 대륙을 지배하려고?”
“후후후후후……!”
웃음소리가 높아진 걸 보니 긍정인가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말이 안 되잖아.”
“네? 제 말이 뭐가 이상한데요?”
“아니, 로나 너 말고, 베르메 댁 말야. 악마가 왜 당신에게 힘을 빌려줘? 악마가 왜 당신이 드래곤을 물리칠 수 있도록 돕겠냐고.”
저 여자는 모르지만 나와 메린은 이미 악마, 그것도 대악마와 목숨 걸고 싸웠었다.
용사는 드래곤을 대적하는데, 제3세력인 악마가 용사를 죽이겠다고 덤볐으니 놈들은 드래곤의 편이 확실하다.
즉, 놈들은 이 세계가 멸망하길 바라고 있다.
저 마녀에게 힘을 빌려줄 리가 없는 것이다.
“후후, 후후후……! 아까부터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건지. 악마? 풉.
너희 인간의 신 말고는 죄다 악마로 보는 그 편협함…….그러니너희가 아둔하다는 거다.”
정말로 한심하다는 듯이, 베르메를 우리를 향해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왜 힘을 빌려주냐니? 그야 그분이 진정한 신이기 때문이지. 대강 던지기만 하고 그냥 지켜볼 뿐인 너희 인간의 신과 달리, 내 주인은 직접 이 땅에 현현하시어 그 힘을 떨치실 거다! 나와 내 자매들은 그분의 충실한 심복이 되고!!”
“이단이네.”
내 생애 처음 보는 이단이었다.
이단 마녀, 베르메는 그 기묘하게 생긴 단도를 내게 겨누며 외쳤다.
“그리고 내 주인께서 직접 말씀하셨다. 거짓된 신의 대리자인 용사를 죽이라고! 그러니 난 그에 따를 뿐이야.
이제 궁금한 건 다 풀렸겠지? 그럼, 마지막 준비를 할 동안 좀 놀고 있으렴.
오너라.”
마녀가붉은 눈을 번뜩이며낮게 읊조렸다.
그래도 저 마녀가 직접 덤벼들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럼 이 틈에 성검으로 슥삭 해버리면 되나!
좋은 일을 할 때는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법!
두 손으로 검 자루를 쥐고, 모기처럼 하늘을 왱왱 날아다니던 마녀들을 떨어뜨렸을 때처럼, 성검의 빛이 저 마녀를 동강내길 바라며 휘둘렀다.
빛의 궤적이 그대로 칼날이 되어 마녀를 향해 날아갔다.
마녀는 기묘하면서 불길하게 생긴 단도를 겨눈 채 제자리에 서서 사악한 미소만 띄울 뿐이었다.
이대로 해치우는 건가 싶었는데,
마녀의 코앞에 불현듯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치더니 빛의 칼날을 전부 튕겨내버렸다!
“아니, 이게 막히네! 왜?!”
“원거리 공격이라서 그런 거 아니냐?”
메린이 무덤덤한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
녀석은 내 뚱한 시선을 마주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왜, 내가 돌을 던지는 것보단 손에 들고 후려치는 게 더 세잖아? 뭐 그런 거 아니겠어?”
“……”
뭐지? 묘하게 설득력 있네.
근데 돌이 원래 무기로 쓰라고 존재하는 거던가?
아니, 애초에 쟤가 무기로 쓰지 못하는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
세상 만물은 사실, 저 녀석의 무기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뭔가 이상한 논리에 빠져 눈만 깜박거리고 있는 동안, 마녀 앞에서 소용돌이치던 검은 기운이, 약간 떨어진 곳에 한데 모였다.
으르르르르르……
“……!”
땅 속, 깊은 어둠 속에서 울리는 듯한 으르렁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움츠려 드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뒤로 주춤거렸다.
그보다 묘한 냄새가 풍기는데……
……유황?
이윽고, 안개와 함께 검은 기운을 사방으로 날려버리며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두 눈,
몸 속 영혼마저 씹어 으스러뜨릴 듯한 이빨,
유황과 검은 연기를 내뿜는 길쭉한 주둥이,
어디에 사냥감이 있든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내밀어진 앞다리.
커다랗고 시커먼 개의 모습을 한 그것은 바로,
“헬하운드다아아아아아아!!”
나도 모르게 또 크게 소리치고 말았다.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실제로 보는 건 이게 처음인걸!
“헬하운드? 저게?”
메린이 눈을 깜박이며 중얼거렸다.
그렇다. 헬하운드이다.
헬하운드란 무엇인가?
그 이름답게 지옥에서 사는 개다.
이따금 보름달이 뜰 때, 스산한 밤거리를 다니다가 맛있어 보이는 사람을 덥썩 물어 지옥으로 끌고 가는 놈이다.
그래서 묘지기들은, 보름달이 뜨는 밤엔 절대 혼자서 묘지를 지키지 않고 가족이나 조수, 그것도 안 되면 사람을 고용해서라도 같이 밤을 지샌다.
내 고향, 놋지빌 같은 촌동네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다들 그 ‘일일 묘지기 조수’ 일을 하려고 들더라.
듣기로는 무덤 위를 떠도는 도깨비불이나, 무덤에서 일어난 시체들이 흐느적거리는 걸 보려고 그렇게 몰리는 거라던데…….
진짜 미친 거 아니냐, 우리 마을.
아무튼 묘지기 얘기에서 알 수 있듯이, 헬하운드는 두 명만 같이 있어도 절대 나타나지않는다.
그리고 모든 ‘어둠에 사는 존재’가 그렇듯이, 햇빛 아래에선 살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날 수 없다.
근데 지금 아침인데 어떻게……!
“아.”
하늘을 보자마자 그 수수께끼는 금방 풀렸다.
우리가 있는 이 묘지 주변을, 아까 ‘부엉이탑’에서 봤던 그 시커먼 폭풍구름이 뺑 둘러싸고 있었다.
어쩐지 아침인데 어둡다 했어.
……근데햇빛만 막으면 불러낼 수 있는 거야?
그런 걸로 되는 거야?!
그리고 또, 지금 여기엔 눈 뜨고 있는 사람 다섯 명이 있다.
방금 언급했던 것처럼 헬하운드는 두 명 이상이 모이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놈이다.
이거, 쟤 본성?뭐 그런 거랑 안 맞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막 무시해도 되는 거냐?
“으르르르르르……!!”
헬하운드가 으르렁거리며 천천히 우리와 거리를 좁혔다.
그러다 갑자기 몸을 흔들더니, 고개를 위로 쳐들고 하늘 높이 울었다.
“우우우!”
검은 기운이 또 다시 생겨나며, 또 다른 헬하운드가 나타났다.
그 놈이 또 울부짖고, 검은 기운이 또 나타나고……
최종적으로, 총 일곱 마리의 헬하운드가 우리를 노려보게 되었다.
그렇구나.
일대일로 숫자 맞추면 되는 거구나.
……장난해?
그냥 숫자 문제였어?
햇빛도 그렇고, 그렇게 대충 때워서 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잠깐.”
근데 왜 일곱이야?
나, 메린, 로나, 위슨에 저 마녀, 이렇게 다섯 아니야?
물론 베르메 앞에 둘이 있긴 하지만, 눈 감고 있잖아.
굳이 포함시킬 필요 없잖아!
“이 치사한 자식들! 정정당당하게 일대일로 맞추라고!”
성검을 겨누며 이의를 제기해도, 검은 개들은 당연히 그냥 으르렁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나의 소꿉친구, 메린 소더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혼자 상대 못하면서 뭐라는 건지.”
“……”
사실(fact)로 공격하는 이 녀석이 제일 비겁하다.
“달려들 기세에요! 조심하세요!”
일곱 마리의 헬하운드가 저마다 자세를 낮추기 시작했다.
나는 식은땀이 밴 손으로 성검을 꽉 쥐고, 놈들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위슨, 너는,”
“……아직 힘은 남아 있어요. 저도 싸울 겁니다. 어쨌든 절 죽이려 한 사람이니까요.”
피해 있으라고 하려 했는데.
위슨은 내 말을 잘라버리고, 싸우겠다며 단호히 말했다.
“……괜찮겠어?”
“제 걱정은 마세요. 발목 잡진 않을 테니.”
“아니, 그런 뜻으로 물은 게 아닌데.”
……하지만 위슨의 눈을 본 순간, 내가 더 무어라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위슨의 두 눈은 빨갛게 팅팅 부어 있다.
적의와 울분이 담긴 그의 검은 눈동자가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말리기만 해봐.’
……이 녀석, 은근히 성깔 있는 거 아니야?
나는 위슨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싸우는 것까지 말릴 권한은 나에게 없는 데다, 무엇보다도 그 역시 헬하운드의 표적이니까.
다시 놈들을 향해 자세를 잡았다.
놈들은 먹잇감이 잔뜩 모인 것에 기뻐하는 듯이 꼬리를 흔들며 사뿐사뿐 걸어오다가,
달리기 시작했다.
“우워어어어엉!!”
입을 쩍 벌리며 헬하운드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