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0화 〉 233화 : 첫날밤 (2)
* * *
메린의 호흡이 어느 정도 다시 안정될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기다린 후,
“후음……”
그녀에게 키스하며 몸을 쓸어내렸다.
하도 입을 맞춰서 금방 익숙해졌는지, 그녀는 스스로 내 목에 팔을 두르며 키스에 응해주고 있었다.
숨을 쉬려고 떨어지는 내 입술을 따라오기도 하고, 그녀 쪽에서 혀를 휘감아오기도 했다.
……덕분에 찌릿찌릿한 느낌이 온 몸을 타고 돌아다녀서, 내 인내심 시련이 세 배는 더 어려워지고 말았다.
“하…… 참 빨리 배운다.”
“엉? 뭘?”
“아냐, 아무것도.”
뺨에 입을 맞추어 쓴웃음을 감추며, 그녀의 몸을 쓰다듬던 손을 다시 음부 쪽으로 내렸다.
살짝 굳는 그녀의 입에 짧게 키스한 후, 귀에 대고 속삭였다.
“괜찮아. 긴장할 거 없어.”
“아, 으.”
“……역시 귀, 예민하구나.”
다른 사람보다 청력이 좋아서 그런가?
귀에 속삭일 때마다 움찔움찔 떨며 짧은 숨을 내뱉고 있었다.
흠, 그렇다면…….
“하아…… 후으……”
그녀의 음부에 다시 가운데손가락을 넣고, 천천히 앞뒤로 움직였다.
절정을 맞이해서 흠뻑 젖은 덕분에, 한층 더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나 더 들어갈지도 모르겠네.
“아프면 말해.”
“응……?”
손가락을 빼낸 다음, 중지와 검지를 딱 붙인 채로 다시 구멍에 밀어넣었다.
“아, 흐으……”
아픈 거 같진 않네.
살짝 안도하며, 두 손가락을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핫, 하아아…… 아으응……”
하나만 들어갔을 때보다 살짝 더 길어진 숨을 내쉬는 그녀.
그 모습에 벅찬 기쁨을 느끼며, 나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메린, 소리 들려? 네 거기, 지금 장난 아니야. 이거 밖에까지 흘러 넘쳤을 거 같은데.”
“하으으…… 들려어…… 아, 하앙……”
아, 꾸욱 조였다.
역시 귀로 느끼는구나.
입꼬리가 절로 풀리는 게 느껴졌다.
“흐…… 느껴져? 네 거기가 찔걱찔걱거리면서, 내 손을 놓으려 하질 않는다? 하아…… 진짜, 야해……!”
“흐으응, 아, 속삭, 으읏, 속삭이지 마아……!”
……야, 어쩌냐?
네 몸은 너랑 정반대로 말하고 있는 거 같은데.
네 거기도 지금 내 손가락을 한층 더 꾹꾹 조여서 말야, 아주 약간 아프기도 하거든?
그리고 나도 속옷 속이 땡땡해서 아플 지경이었다.
“하하, 하…… 메린, 한 번 더 갈래?”
“가, 다니, 아, 꺄흐읏!”
아직 약간 단단함이 남아있는 여자의 약점, 그 돌기를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른다.
……우와, 엄청 조여오는데.
“아, 하아앙, 그거, 안대애……! 아으, 흐아앙!”
“응응, 귀여워, 메린. 하…… 진짜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 있는 거지?”
그렇게 속삭이며, 귀 끝을 입술로만 살짝 물었다.
“히으익! 흐앗, 아, 카, 에엘…… 나, 나……!”
“응…… 또 뭐가 올 거 같아? 그래, 더 느껴. 더 깊이, 푹 잠겨버려……!”
“꺄으으응! 햐아앙, 아앙, 흐으으응!”
몇 번이나 들썩이며, 몸 여기저기가 붉게 상기된 채, 나에게 매달리며 신음을 흘린다.
그녀가 내쉬는 뜨거운 숨결이 얼굴에 닿아, 취한 것처럼 머리가 멍해지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그녀의 입 주위로 타액이 흐르고 있다.
미처 삼킬 여유도 없는 모양이다.
그럼 내가 받아가야지. 흘려버리다니 아깝잖아.
“후읍, 음……, 하…… 메리인……!”
입 안에 퍼지는 달콤하고 감미로움을 한껏 느끼며, 그녀의 음부를 사랑하고 있는 손을 진동시켰다.
찰박찰박, 찔걱찔걱, 위아래에서 울리는 질척거리는 물소리.
그에 섞여 들리는 메린의 헐떡임이 머릿속을 마구 헤집어왔다.
얼마 안 가,
“헤으, 흣, 응, 아흣, 아, 아아, 하으으으으……!!”
“윽.”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속살이 꽉 조이며,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또 다시 절정을 맞이한 그녀가 나를 꽉 끌어안으며 허리를 크게 들썩거렸다.
“아, 크윽……!”
아니 얘는, 힘이 안 빠지나……?!
여자도 쾌감이 극에 달하면 기운 빠진다더만, 이게 두 번째인데 아직도 으스러질 거 같아……!
……이번에는 진짜 위험하다 싶은 직전이 되어서야 겨우 풀려났다.
처음 때보다 더 크게 느낀 모양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축 늘어진 채로 숨을 고르는 그녀와 함께, 나 역시 다른 의미로 긴 숨을 내쉬었다.
우와, 회복이 덜 됐는데도 이 정도면, 완전히 멀쩡할 땐 어떻게 되는 거야?
나……
혹시 메린과 섹스할 때마다 목숨 걸어야 되는 거야……?
“하, 내 팔자 진짜 장난 아니네.”
“엉……?”
“응, 아무것도 아냐.”
의아해하는 그녀의 입에 짧게 입맞춘 후, 그녀의 안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하으……”
“우와, 이거 봐. 완전 푹 젖었어. 하핫.”
“하아, 그게, 그렇게 좋냐? 아까도 그렇고, 후, 되게 쪼개네.”
“어. 무지 좋아. 네가 잔뜩 느꼈다는 거잖아. 생각 같아서는 더 해주고 싶은데……”
쪽.
짧은 키스와 함께,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하하…… 더는, 못 참겠어.”
“뭘……? 아.”
의아한 듯이 눈썹을 살짝 움직이던 그녀는, 내가 속옷을 벗는 걸 보고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듯했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살짝 까닥이며 말했다.
“크기가 다르네.”
“엉? ………아, 응. 원래 그래.”
아니, 살짝 몸 굽히면서 속옷 벗었는데 그걸 본 거야?
나 참, 눈 진짜 좋네.
“원래 그렇다고? 전에 봤을 때보다 더 크게 섰는데?”
“………그야, 응, 너 만지면서 흥분했으니까…….”
아으…… 왜 내가 더 부끄러워지는 거냐?
메린 이 자식, 아무리 덤덤해도 그렇지.
숫처녀가 이렇게 태연해도 되는 거야?
아니 전에 발기한 걸 보긴 언제 봤……겠구나, 빌어먹을.
내 병간호하면서 몸 닦을 때 볼 거 다 봤겠군.
밀려오는 자괴감에 작게 한숨을 쉰 후, 그녀 위에 엎드리며 한 손으로 뺨을 어루만졌다.
그 움직임을 따라, 눈을 살며시 감고 내 손바닥에 뺨을 부비는 그녀에게 가만히 물었다.
“근데 정말 괜찮아? 너 아직 덜 나았잖아.”
……아무리 날 으스러뜨릴 힘이 있다고 해도, 역시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나를 향해, 그녀는 흐물흐물 녹아내린 얼굴로 웃으며,
“괜찮아……. 와줘……. 와서 안아줘, 카엘…….”
두 팔을 벌린 채,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 미소와 달뜬 목소리에 이끌리듯이, 이미 물이 살짝 나와 번들거리는 남근을 균열에 대고, 천천히 밀어넣기 시작했다.
“흐읏……. 으…….”
“윽.”
좁아……!
손가락을 넣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비좁은데다, 힘이 들어가고 있는지 저항감이 장난이 아니다.
“메린……, 큭, 힘 빼.”
“으, 저절로, 들어가는 걸 어쩌라고…….”
더듬더듬 항의하는 메린의 얼굴엔 고통의 기색이 묻어나 있다.
……역시 아픈 거겠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만히 입술을 포갰다.
쪽 하는 소리가 몇 번 울리자 그녀의 긴장이 풀렸고, 나는 다시 허리에 힘을 주어, 좁은 길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후으…… 읏……”
“하……”
경직될 때마다 잠깐 멈춘 후, 다시 조금씩 밀어넣는다.
한 번에 뚫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내 안에 잔뜩 쌓인 열을 당장 쏟아내고 싶은 마음을, 아랫입술을 물어 참아낸다.
“카, 엘…… 그냥, 단숨에,”
“싫어. 후우…… 괜찮아. 천천히, 하면 돼.”
너도 알다시피, 내가 참는 건 좀 잘하잖아.
그러니 괜찮아.
그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입맞추며, 조금씩 안쪽으로 더 깊이 나아간다.
그러다 중간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들어, 그게 무엇인지 깨닫고 정신 놓기 전에 좀더 힘을 주고 꿰뚫었고,
“하앗……!”
그대로 뿌리 끝까지 전부 넣어버렸다.
“큭……!”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기분 좋다.
이대로 녹아버리는 거 아닌가 싶을 만큼 뜨겁고, 자지의 머리부터 뿌리까지 골고루 압박하면서 꿈틀대는 게, 방심하면 곧바로 싸버릴 거 같아……!
“후우…… 메린, 괜찮아……?”
온 힘을 다해 참으며 조용히 묻자, 그녀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뭐? 괜찮다고?
달달 떨고 있는데?
“야, 너 거짓말 진짜 못한다. 후…… 괜찮긴, 개뿔.”
“괜찮, 아……. 윽, 움직여…….”
“싫어. 읏, 너…… 아프잖아. 솔직히 말해. 아프지?”
“……응. 근데,”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그녀는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뜨면서 미소 지었다.
“아픈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냐. 훈련 때가, 훨씬 아팠어. 흣, 그러니까, 움직여도 돼.”
“아, 그래. 그래도 싫어.”
딱 잘라 거절하고서 그녀를 껴안았다.
어쨌든 아프다는 거 아냐.
예전보다 덜 아프니까 괜찮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
진짜 기분 좋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날아갈 것 같아.
손바닥에 닿은 머리카락은 보드랍고, 목에서 풍기는 체취는 향긋하다.
맞닿은 살결이 품은 온기가 전해져 와, 마음이 누그러지다못해 녹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심장 고동이 느껴져서 편안하다.
……그 평온을 온전히 즐길 수 없는 게 아주아주 살짝 아쉽다.
으, 또 자근거렸어……!
하,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게 더 힘드네.
“……?”
홀로 쓴웃음을 짓고 있는데, 왠지 어깨가 축축해지는 것 같았다.
살짝 몸을 떼고 그녀를 보자,
“아, 아니야…… 흑, 아냐…….”
……눈물을 가득 흘리며, 작게 고개를 젓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생각해보니 나한테 안긴 게 싫어서……인 건 아니겠지.
싫었다면 진작에 날 밀치든가 했을 거야.
메린은 얌전히 참는 성미가 절대 아니니까.
축축해진 그녀의 뺨을 감싸며, 엄지손가락으로 눈가를 슥 닦아주었다.
“아냐…… 싫은 거, 아니야…….”
“괜찮아, 알고 있어. 음, 순결을 잃은 게 울적한 거야?”
들은 적이 있다.
여자들 중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기는 거라 해도, 처녀가 아니게 되는 것에 상실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원래 가지고 있던 걸 잃어버린다는 것 자체가 슬픈 걸까?
남자인 나는 도통 알 수 없는 감정이다.
그래서 메린도 혹시 그런 건가 싶었는데, 그녀는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 나는, 그냥, 흐윽……!”
“메린, 메린? 괜찮아. 괜찮으니까, 후우……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 천천히.”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속삭이자, 그녀가 더듬더듬,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너한테, 안겼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흑, 속에서 뭐가 올라오더니, 눈물이…….”
“………그래.”
“싫은 거 아닌데. 이젠 그렇게, 아프지도 않은데. 흑, 눈물이 나와. 이상해.”
“이상한 거 아냐.”
……이상하지 않다.그저 서투를 뿐.
감정을 느끼고, 그게 무엇인지 깨닫는 게 조금 늦을 뿐이다.
그 서투름이 사랑스럽다.
그리고 그걸 나에게 솔직히 드러내는 게 기쁘다.
그녀의 사랑을 느껴서, 무척이나 행복하다.
“……나도 엄청 기뻐. 이런 내가, 너와 이렇게 이어진 게 믿어지지 않아.”
꿈만 같다. 아니, 안 돼.
언젠가 반드시 깨어나게 되어있는 꿈 따위에 빗댈 순 없어.
동이 트면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꿈 같다고 하기엔, 지금 이 순간은 너무나도 고귀하다.
……이건, 기적이야.
바라마지 않던, 하지만 절대로 일어날 리 없을 거라 생각했던 기적.
“기쁜데도, 눈물이 나오는 거야……?”
“응. 마음……. 감정이 몸 바깥까지 넘치면, 눈물이 되기도 하거든.”
나도 지금 울고 싶거든.
네 안이 너무나도 뜨거워서, 눈물이 나오려다 전부 말라버려서 그렇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눈물을 흘리면서, 그녀는 나를 향해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쁜…가……? 잘 모르겠어…… 그냥, 드디어 안겼구나, 진짜로 됐구나 싶은데.”
“………”
……어째 오랫동안 바랐던 게 이뤄져서 기쁘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잘 들은 거겠지?
아, 이 녀석은 정말 날 어디까지 미치게 만들려는 걸까?
“아읏…… 어째 더, 커진 거 같은데……?”
“시끄러, 임마. 하…… 이제 안 아프댔지? 움직인다.”
그녀가 계속 떠들도록 내버려두면 마구 날뛰게 될 것 같아,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으…… 으읏……”
“읏, 하아…… 메린…….”
그녀의 목소리에선 여전히 고통이 엿보이고 있다.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입술을 포갠 후, 그녀를 껴안고 목에 입을 맞춘다.
“하…… 메린, 네 안…… 굉장히, 기분 좋아.”
그리고 그녀의 귀에 속삭이고, 또 속삭였다.
사랑이라는 귀한 선물을 준 그녀에게, 내가 깊이 품고 있던 마음이 전부 전해지길 바라며 속삭임을 가득 부어주었다.
“뜨겁고, 부드럽고, 윽, 그러면서 이렇게, 후우, 꽉 조여서 엄청 좋아.”
“응읏…… 후응……”
더욱 더……
나로 느껴줘.
“느껴져? 내가, 네 안에 있어.”
“하으……! 아, 응, 느껴, 흐으응, 느껴져어…… 말, 그만……!”
더 속삭여달라고?
그럼, 물론이지.
허리의 움직임을 조금 더 빨리 하며, 그녀의 귀에 키스하면서 속삭인다.
“들리지? 찌걱거리는 거. 큭, 너랑 내 살, 부딪치는 소리도……! 하, 으……!”
“하앙, 하아앙, 아흣, 들, 려어……! 아앙, 귀, 아, 안대애……! 바람, 불지 마아……!”
“왜? 너 엄청 좋아하고 있잖아. 후, 윽……. 이렇게, 꽉꽉, 내 자지 눌러대고 있으면서……!”
“아, 으, 몰라, 흐으으, 내가, 아앙, 그런 거 아냐, 아, 하아앗……!
세차게 도리질을 하며 헐떡이는 그녀.
아픔 따위는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채 삼키지 못한 타액을 흘리고 있다.
아아……, 그 무덤덤하고 냉담한 메린이, 이렇게 흐트러져 있어.
아무도 보지 못하고, 앞으로도 못 볼 모습을 나에게만 보여주고 있어.
“카엘…… 카에엘……!”
애달프게 나를 부르며 껴안는 모습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메린……!”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한 그녀를 바짝 끌어안고, 허리만을 빠르게 움직여 거세게 찔러대기 시작했다.
“사랑해……. 정말, 정말 사랑해……!메린……,메리인……!”
“아아아! 흐아아! 카엘……! 흐응, 으으응!”
“쭉, 같이 있어줘. 같이 있자. 하, 크으, 아냐, 내가, 안 놓아줄 거야……!”
“같이, 하으, 있을래애! 아앙, 아으, 하아, 아학, 으그……!”
그녀의 호흡이 점점 짧아지는 동시에, 그녀가 내 등에 휘감은 팔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손이, 어깨를 꽈악 죄여온다.
“아, 크윽……!”
이번엔 진짜로, 부숴진다……!
“아, 으, 미, 미안……!”
그러나 그 직전,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뗀 걸로 모자라, 아예 나를 껴안던 팔을 풀어버렸다.
남근이 그녀의 안을 찌를 때마다, 내 등을 팔로 휘감으려다가 도중에 우뚝 멈춰서는 허공을 헤매었다.
………맘에 안 들어.
“………”
움직임을 멈추고, 허공을 휘젓는 그녀의 두 팔을 홱 낚아채서 내 등에 둘렀다.
“으, 카엘……?”
“……붙잡아.”
낮은 목소리로 말한 후, 다시 허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또 다시 떨어지려는 그녀의 팔을, 몇 번이나 다시 되돌리면서 그녀의 안을 찌르고 또 찔러올렸다.
그러자 내 등 위에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듯이 손을 들썩이며, 그녀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카엘, 하악! 안대, 이러다, 나……!”
“상관없어.”
“아응, 아흑! 아, 안대애, 너, 다쳐어! 시러, 하앙, 그런 거! 흐그으, 시러! 아아, 아하앗!”
“씨발, 붙잡아! 상관없으니까 붙잡으라고! 너랑 떨어질 바에야, 차라리 부숴지는 게 나아! 나한테서 멀어지지 마! 두 번 다시, 떨어질 생각 말라고!”
“읏……, 흐윽, 하아아……!”
신음인지 흐느끼는 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는 그녀를, 온 힘을 다해 껴안았다.
“절대 안 놔줄 거야……! 도망가더라도, 네가 어디로 가든, 끝까지 쫓아갈 거야……! 날 죽이기 전엔, 절대로 못 벗어날 줄 알아……!!”
퍽퍽 소리가 울릴 만큼 허리를 튕겨대며 그녀의 귀에 대고 엄포를 놓은 순간,
“아, 아아, 으, 흐아아아……!!”
그녀가 나를 꽉 껴안고, 두 다리로 허리를 휘감으며 몸을 굳혔다.
여전히 억세지만, 조금 전처럼 가루를 내버릴 것 같은 압박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 대신, 그녀의 속살이 이제까지 중 가장 강하게 꽈악 조이면서 파르르 떨렸다.
이미 한계의 한계에 다다라 있던 남근이, 그걸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크, 하……!”
울컥이는 느낌이 들더니, 남근이 꿀렁이며 그녀의 안에 정액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뷰릇, 뷰르릇, 하고 정액이 나올 때마다, 저절로 허리가 들썩거렸다.
“하아, 하으, 하아아……”
진이 빠진 채 바들바들 떠는 겉과 달리, 그녀의 속살은 아직 부족하다는 듯이, 꿈틀거리며 남근을 꾸욱꾸욱 주물러대었다.
“하…… 메린……!”
“하읍…… 흣, 응…….”
초점이 완전히 풀려버린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 깊고 깊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나는 그녀의 속살이 계속 남근을 압박해서, 그리고 그녀는 내가 사정하며 허리를 튕기는 것과 키스하는 것 때문에, 둘 다 좀처럼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사정이 끝난 후, 나는 바깥쪽으로 허리를 당겼다.
퐁, 소리와 함께 남근을 빼내고 그녀의 옆에 누웠다.
그런 뒤, 아직도 살짝 떨고 있는 그녀를 끌어안고, 숨이 모자랄 때까지 키스하며 숨결을 나눴다.
“후우……”
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빗겨주면서 등을 토닥여주었다.
“읏, 흐으……”
“……괜찮아?”
살짝 움찔거리고, 가쁜 숨을 쉬면서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이마에 키스한 후, 계속해서머리를 쓰다듬으며 등을 토닥였다.
……아, 금방이라도 잘 거 같아.
하지만 메린은 아직 진정되지 않았잖아.
아직 안 돼.
“후…… 카엘…….”
“응……?”
어느 정도 호흡이 진정된 그녀가 말을 걸었다.
“섹스…… 은근히, 힘드네…….”
“처음이잖아. 많이 느끼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가…….”
후우, 길게 숨을 내쉰 후, 메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괜찮아……?”
“나? 음…… 솔직히 지치긴 했는데, 괜찮아.”
메린이 몸을 부수려는 걸 버티느라 힘을 더 쓰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와 대련할 때보단 덜 지친 편이다.
와, 별 티가 안 나서 그렇지, 체력이 붙긴 붙었나봐.
“다행이다……. 넌 무리하면 안 되잖아…….”
“너도 안 되거든?”
“너보단 낫거든……? 하아…… 야,카엘…….”
“응?”
“……고마워.”
뜬금없는 감사 인사에 흠칫 놀랐다.
설마 마지막 추억 어쩌고 그러려는 건가……?
내 표정에서 무언가 느꼈는지, 그녀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뭔 생각하는지 몰라도 아니야, 임마.”
“……그럼 뭐가 고마운데.”
“나 있잖아, 여기가 항상 추웠거든…….”
그녀는 자신의 가슴, 심장이 있는 곳을 짚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뭔가, 비어 있는 거 같았어. 이상하지? 여기엔 심장이 있으니 텅 비어 있지도 않고, 애초에 찬 바람이 들어갈 리도 없는데……”
“……”
“근데 더 희한한 건, 너랑 껴안고 있을 때는 조금 따뜻해지더라. 아주 조금이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녀는 내 어깨에 이마를 대었다.
“……아까는 정말 추웠어. 얼어버릴 거 같았는데……, 지금은 전혀 춥지 않아.”
“………”
“무척 따뜻해……. 고마워, 날 따뜻하게 해줘서. ……안아줘서 고마워.”
……안아줘서 고맙다니, 이거 또 특이한 인사로군.
피식 웃으며, 나지막이 속삭이는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앞으로도 해줄 테니까, 같이 가자. 그럴 거지?”
“……으. 하지만 내가 같이 가면,”
“괜찮아.”
나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내가 너에게 죽는 일은 없어. 여태껏 그랬듯이, 넌 날 죽이지 않을 거야.”
“……나는 안 그럴 거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응, 알아. 그러니까 괜찮다는 거야.”
살짝 그늘이 진 주홍빛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미소지었다.
“반드시,내가 널 죽여줄게.”
“……”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는 그녀와 이마를 맞대며, 나는 말을 이었다.
“그 순간이 올 때까지 너와 함께하고 싶어. 너와 함께 길을 걷고, 이야기하고, 웃고 싶어. 너를 사랑하고 싶어.
……사랑해, 메린. 죽는 순간까지, 나와 함께 있어줘.”
“………”
그녀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멍하니 나를 보더니,
“……후후.”
부드럽게 웃으며 나에게 안겨왔다.
……같이 가주는구나. 다행이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끼며, 그녀를 마주안았다.
“진짜 나 죽일 수 있냐?”
“내가 죽기 전에 널 먼저 죽이면 되는 거잖아. 못할 거 없지.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발악을 해줄 테니 기대해.”
“퍽이나. 딴 녀석들이 나 쓰러뜨리고 마지막 일격만 날리겠지.”
“시끄러, 임마.”
“후후후.”
그녀의 부드러운 웃음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굳게 맹세했다.
……반드시, 내 손으로 그녀의 목숨을 끊어주리라.
몇 번이고 마음에 깊이 새기며, 그녀를 깊이 끌어안고 웃었다.
“하하……, 야, 메린. 내가 할 말이 아니긴 한데, 이런 말 듣고 웃음이 나오냐? 나 참, 죽이겠다는 소리를 듣고 웃는 건 세상에 너 하나뿐일 거다.”
“웃음이 나오는 걸 어쩌라고. 뭐, 이상한 여자라서 싫냐?”
“아니, 엄청 좋아. 하…… 좋아해, 메린. 정말 좋아하고 사랑해.”
“응…… 근데 난……”
“뭐, 모른다고? 괜찮아. 너는 몰라도, 나는 알고 있거든.”
물론 그녀가 말로 나를 ‘사랑한다’고 해준다면 굉장히 기쁘겠지.
하지만 죽을 때까지 듣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그녀는 ‘사랑한다’는 말만 못할 뿐이지, 다른 말로 진득하게 고백해주고 있으니까.
“……그리고 네 몸도 알고 있고.”
귀에 대고 속삭인 후, 몸을 일으키고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어…… 끝난 거 아니었어? 아, 흐읏, 응……! 도로, 선 거야……?”
“응.”
또 다시 그녀의 깊은 곳까지 들어간 후,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 흐으응……, 너, 지쳤다며…….”
“네가 같이 가기로 해줘서 기운이 났어. 아, 혹시 힘들어? 그럼 안 하고.”
“후으으…… 난 괜찮은데…… 너, 아흐으, 너 무리하면, 안 되잖아…….”
“괜찮아. 이번 한 번만 더 하면 곯아떨어질 거야. 너랑 같이 자는 거니, 푹 쉴 수 있을 거고.”
그러니 아무 문제없는 것이다.
나는 혼자 고개를 끄덕인 후, 그녀를 살짝 옆으로 눕히며 그녀의 다리 한쪽을 내 어깨에 걸쳤다.
그런 다음, 그녀를 그대로 끌어안으며 허리를 밀어 넣었다.
“하으으응……! 아, 하으, 깊어어……!”
“하…… 좀더…… 사랑해줄게……!”
단숨에 달아올라 헐떡이는 목소리.
조금 전보다 더 진득해진 찌걱임.
내 움직임에 맞추어 흔들리는 유방을 희롱하며 그녀의 목과 귀를 간지럽힌다.
온 몸으로 그녀를 느끼며, 똑같이 온 몸으로 나를 받아주는 그녀의 안에, 또 다시 정액을 잔뜩 쏟아부었다.
“하아, 하으으……”
“하…… 메린……!”
부들부들 떠는 그녀의 입에 키스하며, 혀를 얽고 당기면서 타액을 마셨다.
처음보다 조금 짧아진 사정을 마친 후에도, 계속해서.
숨만 모자라지 않는다면, 진짜 하루종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
“하읏, 아, 또……”
……안 뺀 채로 키스했더니 도로 커져버렸다.
아니, 이건 메린이 키운 거다.
혀가 맞닿을 때마다 이 녀석이 움찔거리는 탓에, 속살이 계속 꿈틀대며 자지를 주물러댔으니까.
그 상황에서 안 커질 남자가 어딨어?
뭐, 커졌으니 어쩔 수 없지.
어깨를 으쓱이며 허리를 튕겼다.
“야, 안 돼, 너, 크흣, 아, 하아앙, 너 무리하면, 안 된다니까아……!”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한 번 더 그녀 안에 정을 쏟은 후, 나는 진짜로 온 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침대 저편에 널부러져 있는 이불을 끌어와 덮는 게 고작일 만큼, 완전히 지쳐버리고 말았다.
메린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고 싶은데, 으, 안 될 거 같아…….
“헤……, 흐……, 히으……”
“미안, 메린…… 잘 자…….”
“잘…자아…….”
파들파들 떠는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춘 후, 그녀를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
한결 진하게 풍기는 그녀의 체취를 한껏 들이마신 순간, 마음이 풀어지며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