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4화 〉 245화 : 사랑을 담아서
* * *
달콤하다.
입술을 포갤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벌써 스무 번도 족히 넘을 만큼 맞댔는데도, 처음 입을 맞추었을 때처럼 설렌다.
“으응… 흐읍…”
혀를 얽을 때 전해지는 타액도, 그녀가 내 손길에 반응하면서 내주는 숨결도 달콤하다.
꼭 술에 취한 것처럼,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지며 어지러워진다.
그녀와 나누는 키스가 기분이 좋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렇게 고양되는 건 아닐 거다.
아마 그녀의 손이 내 머리를 빗듯이 쓸고 있어서, 내 목과 어깨, 등을 쓰다듬고 있어서 더 그런 거겠지.
“헤읍… 후…”
그녀의 손길에 몸이 움찔거릴 때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혀를 더 강하게 얽는다.
그녀 역시 내가 자신의 유두나 사타구니를 더듬을 때마다, 내 머리를 더 강하게 훑고 있다.
아아…… 서로 뜨거운 숨결을 나누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몸을 가리는 것 하나 없이 다 드러낸 채, 서로 살결을 맞대고 있다는 사실이 한층 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후…… 메린……”
키스도 좋지만 역시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지자, 그녀는 곧바로 달콤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아마 소리를 낼 수밖에 없겠지.
내가 그녀의 가슴을 희롱하던 손을 내려, 균열 속을 어루만지기 시작했으니까.
당장 찔러넣어도 될 정도로 푹 젖어 있는 그 안으로, 손가락을 천천히 밀어넣었다.
“흐읏… 아아… 후으…”
찔걱. 찔걱. 찔걱.
진득한 물소리가 방 안에 울리며, 눅진하게 젖은 속살이 내 손가락을 휘감는 게 느껴졌다.
……예상대로, 메린은 내가 처음부터 손가락 두 개를 넣었는데도,아파하긴커녕 얼굴이 더 풀어져 있었다.
잠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차츰차츰 눈이 풀려가는 그 얼굴을 지그시 바라본 후, 나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었다.
“소리 들리지? 벌써 이렇게 된 거야?”
“네가, 흐으, 여기저기, 만졌잖아…….”
“그걸 감안해도 말야. 왠지 아까보다 더 잘 느끼는 거 같은데? 뭣 때문에?”
“아, 모, 하아, 몰라아, 으흐읏……”
모르는구나. 나는 알 거 같은데.
아마 네가 처음부터 달아올라 있어서 그럴걸?
나는 그 대답을 속에 담은 채, 여전히 손을 움직이면서 다른 말을 속삭였다.
“키스하기 전에, 무슨 생각했어?”
“읏, 으응……!”
“처음 섹스했을 때가 떠올랐다고 했지? 어떤 거 생각했길래, 하, 이렇게 뜨거워진 거야?”
그리고 내가 그녀의 귀에 한 단어, 또 한 단어 속삭일 때마다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 렇게, 아핫, 네가, 만지던, 거어……”
“어디를?”
“으, 흐읏, 아, 손, 빨라아, 아앙, 아아……!”
“응? 가르쳐주라, 메린. 후우, 어디 만지던 거 떠올린 거야?”
갈라져가는 목소리로 재차 묻자, 그녀는 몸을 연신 움찔거리면서도 열심히 대답을 해주었다.
“가슴, 이랑, 아아응, 흐, 젖꼭지, 하아, 하앙, 후으읏……!”
“하…… 또 있지 않아?”
예를 들면 여기, 네 보지에서 만져지는 약간 우둘투둘한 부분이나.
“거, 거기이……! 아으응!”
아니면 네 보지 바깥에 있는 이 돌기도 있고.
“햐아앙! 아, 거기, 아아아앙! 거기도……!”
“그래? 그럼 이 다음에 어떻게 된 건지도 기억하겠네. 그렇지?”
그렇게 속삭이면서 두 군데를 동시에 문질러주었다.
찌걱찌걱찌걱찌걱—
“아아아, 안, 돼, 안돼안돼안돼, 와버려, 와, 아, 하아아앗—!”
얼마 안 가, 그녀가 허리를 들썩이며 내 어깨를 꽉 끌어안은 채 파들파들 떨었다.
살~짝 아프지만, 뭐, 이 정도는 처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무의식적으로 힘조절을 하고 있는 듯했다.
“하아… 하아… 후읍……”
그녀가 내쉬는 달뜬 숨이 그냥 허공에 흩어지는 게 아까워, 깊이 입맞추며 들이마셨다.
곧바로 쑤셔박고 쏟아버리자며 부추기는 본능을 그걸로 달랜 후,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웃음지었다.
“내가, 절정, 겪는 게, 하아, 그렇게 좋아……?”
“어. 정말 좋아. 엄청 기뻐.”
네가 몰려오는 쾌감을 견디기 힘들어 도리질할 때, 네 머리카락이 물결치는 게 좋아.
빨개진 얼굴로 눈물을 글썽거리는 게 귀여워서 좋아.
네 보지가 내 손가락을 물고 안 놔주려는 게 야해서 좋아.
“그리고 이걸 속삭여주면 네가 느끼는 게 사랑스러워서 좋아.”
“으읏… 응…!”
“전부 다 좋아. 전부 다 사랑스러워. 하…… 사랑해, 메린. 정말 사랑해.”
“후으… 아응, 아, 하아앗……!”
천천히, 하지만 단숨에 뿌리까지 그녀의 안을 꿰뚫었다.
여전히 좁은 통로가, 그녀의 뜨거운 속살이 자지를 감싸고 조물조물 어루만진다.
안쪽만큼 흐물흐물 녹아내린 그녀를 끌어안은 채, 그녀와 함께 몸을 일으켜 앉았다.
“아아아, 이거, 깊어어……!”
“싫어?”
네가 싫어하지 않는 건 알아.
아까도 목욕탕에서 이렇게 몸을 겹쳤으니까.
싫어했다면 또 이런 자세를 할 리가 없지, 안 그래?
그래도 괜히 묻고 싶었다.
그녀 스스로 대답해주길 바랐다.
“싫은 거야?”
“응앗, 하아앙!”
허리를 가볍게 퉁기며 재차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메린.
그걸론 부족해.
목소리.
네 목소리로 대답해줘.
“말로 해줘, 메린. 싫어?”
“아아, 아앙, 아앗……!”
그녀의 골반을 잡은 채 허리를 살살 움직이며, 내 어깨에 이마를 대고 있는 그녀의 귀에 속삭이면서 물었다.
“깊어서 싫어? 네 보지 끝에 자지가 닿는 게 싫어? 톡톡 닿을 때마다 네 보지가 엄청나게 조이고 떨리고 있는데, 사실 싫은 거야? 응? 멈춰 줄까?”
“아, 니야, 아핫, 실치, 아나아! 하아, 하앗, 아, 후읏!”
“……하하, 발음 뭉개졌어. 귀여워. 후우, 메린……!”
“응흣, 우으, 카에엘……”
애달픈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그녀가 내 목에 팔을 휘감고 먼저 키스해왔다.
기분이 좋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는 녀석이, 먼저 내 혀를 열심히 감으려드는 게 사랑스럽고, 절실하게 나를 원하는 게 너무나 기뻐서,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위아래로 흔들며, 그녀의 가장 깊은 곳을 마구 두드려대었다.
“으흡, 푸흐, 아, 하앙, 아아, 헤윽, 으흑, 으그으!”
“메린, 하아, 메린……!”
“응읏, 흐앗, 하흐으응, 아, 으, 카에, 헤응, 카에엘, 아, 하아아……!”
그녀가 바들바들 떨면서 매달리듯이 나를 꽉 끌어안았다.
가볍게 가버렸구나.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의 목을 핥다가, 욕망이 시키는 대로 자국이 남도록 강하게 키스했다.
아직 부족하지, 그렇지?
다시 거세게 안을 찔러주기 시작했다.
“더……! 더욱 더 느껴……!”
“아, 지그음, 세게 하면, 히으으읏!!”
그녀의 몸이 안팎으로 파르르 떨린다.
퍽퍽퍽, 살끼리 부딪치는 소리에 점점 점성이 더해진다.
찐득찐득, 찌걱찌걱하고 질척거리기 시작한다.
마치 쾌감에서 도망치려는 것처럼, 그녀가 몸을 뒤로 크게 젖힌 채 신음을 내질렀다.
“햐아아, 아아앙, 아흐으읏!”
마치 먹어 달라는 것처럼 내밀어진 유두를 입에 머금고 혀로 굴린다.
작은 나무열매처럼 완전히 단단해진 그것을, 그녀의 바람대로 잔뜩 사랑해주었다.
“아아, 그거, 안대애……! 하아, 하아, 헤으, 흐윽, 헤엑, 으우응!”
“이리 와, 메린, 가까이……!”
힘이 빠져 흐느적대면서도 내게 얼굴을 가까이 대주는 메린.
그런 그녀를 깊이 끌어안으며, 그녀와 깊이 입맞추었다.
그녀의 목소리, 호흡, 그리고 아까부터 넘쳐흐르던 타액을 마시며, 그 달콤함에 취한 채 허리를 마구 퉁겼다.
치밀어오르는 사정감을 느껴, 그녀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닿도록 강하게 찔러넣자,
“으우웁, 으으흡, 후으으으읍—!!”
그녀가 안팎으로 나를 꽉 끌어안으며 절정에 달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속살이 자지를 쥐어짜듯이 강하게 압박해와, 그대로 그녀의 안에 정액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읍, 후흐읍……!”
허리가 들썩거리는 거에 맞추어 그녀의 고개가 이리저리 흔들려, 나는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입을 맞추었다.
사정이 끝난 뒤에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계속 입술을 탐했다.
“푸하, 하아, 하아아……! 하읍…츄흡……”
호흡이 모자라 그녀가 나에게서 떨어지고, 그녀가 크게 호흡하는 걸 보자마자, 내가 곧바로 입술을 다시 틀어막기를 수차례.
약간 이성이 돌아온 내가 입술을 떼며 그녀를 놓아주자, 그녀가 내 몸 위로 축 늘어지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그녀를 안고, 아직도 움찔거리는 그 등을 쓸어주었다.
“후우……. 후후, 후후후…….”
메린이 나 때문에 흐트러지고, 흐물흐물 녹아버렸다.
그러면서도 내 등을 감싼 채 놓지 않고 있다.
그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고 또 웃으면서, 그녀를 더 힘있게 껴안았다.
아아…… 가슴이 벅차올라서, 터져버릴 거 같다.
너무나도 따듯하고, 포근해서, 이대로 녹아버릴 거 같아.
계속 웃음이 나오는 걸 보면, 머릿속은 이미 녹아버렸나봐.
이 북받치는 감정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다.
일 초라도 더 오래 느끼고 싶은 이 진득한 물결이 무엇인지, 나는 이미 깨달은 뒤이다.
“하아, 하악, 하아, 왜, 웃어?”
땀과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뺨에 키스한 후, 초점이 풀어진 그녀의 두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행복해서.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지 무서울 정도로, 너무나도 행복해서.”
“행복, 해……?”
“응. 울고 싶을 정도로, 너무 행복해.”
“안 돼, 하, 울지 마. 네가 우는 거, 싫어.”
“그래서 대신 웃고 있잖아.”
여전히 움찔거리는 그녀의 몸이 진정하도록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나는 조용히 물었다.
“너는 어때? 이렇게 나에게 안기는 거, 힘들지 않아?”
“응…… 가끔, 너랑 눈 마주칠 때, 심장이 꽉, 죄이는 거 같아서 이상하지만, 괜찮아.”
“……그 느낌이 싫어? 싫으면 언제든 말해.”
“싫지 않아.”
더듬더듬 대답하면서, 그녀는 나에게 이마를 맞대었다.
“따뜻해서, 좋아……. 머릿속이 새하얘질 때, 조금 그렇긴 한데, 네가 있다는 게 같이 느껴지니까, 괜찮아…….”
사랑해.
“네가 행복해해서, 좋아. 가능하면, 계속…… 더, 행복해했으면 좋겠어.”
너를 무척 사랑해.
……자신의 감정을 ’사랑해’라는 짧은 말로 담을 줄 모르는 그녀는, 그렇게 길고 긴 말로 나에게 사랑을 속삭였다.
몸 안의 열기가 사그라들었다가 다시 피어나는 것도 당연했다.
“후음……”
입술을 포개며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다시 커져버린 내 물건을 느낀 거겠지, 괜찮은 거냐고 눈으로 묻는 그녀에게 미소를 돌려주었다.
“내가 더 행복해했으면 좋겠다며?”
“그래도, 너 무리하면 안 돼. 그러다, 읏, 열 나면……”
“괜찮아.”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전보단 튼튼해졌잖아. 아직 괜찮아. 정말이야.”
“흐으으… 그래도…… 우으응……”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 대신, 내가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려 뺨을 어루만지자, 제 손으로 내 손등을 감싸며 눈을 감았다.
“허세 아냐.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 너를 더 사랑하고 싶어. 더욱 더, 너를 느끼고 싶어.”
그녀의 가슴이 눌리도록 꽈악 끌어안으며, 원을 그리듯이 허리를 돌렸다.
“헤으읏, 아, 하으응, 후읏……!”
“메린…… 사랑해…….”
그녀가 했듯이 긴긴 말로 표현하는 건 쑥스러워서 할 수 없다.
그 대신, 내가 품고 있는 마음이 모두 담기길 바라며 짧은 말을 속삭여주었다.
“정말 좋아해…… 메린……. 하아, 사랑해…… 정말 사랑해……”
“후으, 아앙, 하아악, 아흐으윽!”
허리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며, 그녀의 안을 강하게 휘저었다.
그러자 그녀가 내 허리를 두 다리로 감싸더니, 아기씨를 달라고 조르듯이 앞뒤로 몸을 꾸물거렸다.
그녀의 속살은 좀더 적극적으로, 내 자지를 꽉꽉 물며 마구 주물러댔다.
원하는 대로, 서로의 배꼽이 키스를 나누도록 깊이 박아주었다.
“하아, 하아……! 쭉, 같이 있어줘, 하아, 메린……!”
“하악, 응읏, 응! 같이, 있을게에……! 앗, 아, 아아, 하아앙!”
그녀의 몸이 또 다시 경직될 때까지, 그래서 또 다시 그녀의 깊은 곳에 내 정을 쏟아부을 때까지 서로 갈구하고,
서로의 귓가에 열기를 담은 목소리를 흘려넣어주며 깊이 껴안았다.
“아, 하악, 하아아……”
“하아, 하, 메린…….”
그녀가 품은 마음보다는 훨씬 추잡할 내 욕망.
자신의 안에 그걸 쏟아붓는 나를, 바들바들 떨면서도 끝까지 받아주는 그녀가 고맙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있는 힘껏 끌어안고,뺨, 입, 목, 어깨, 입술이 닿는 곳마다 키스를 퍼부었다.
“하아…… 하아……”
“후……”
허리를 당겨, 내용물을 전부 털어낸 자지를 빼냈다.
미리 걷어둔 이불을 끌어와 그녀와 함께 덮으며, 그녀를 꽈악 껴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헤헤…… 따뜻해…… 카엘…….”
“……”
“심장 고동…… 들려…… 후으……편안해………”
……내가 그녀의 체취에 안심하는 것처럼, 그녀는 내 심장 소리에서 평온을 찾는 건가?
그럼 실컷 들려줘야지.
그녀의 머리가 내 가슴팍에 오도록, 살짝 몸을 굽히며 그녀를 품 안에 담았다.
그대로 그녀의 정수리에 입맞추고 가만히 속삭였다.
“잘 자.”
“응…… 잘 자……….”
내 등에 팔을 두르며, 그녀가 잠기운이 가득한 목소리로 웅얼거리듯이 대답했다.
성실하게 답해주는 그 정성에 또 한 번 마음이 벅차는 걸 느끼며, 그녀가 잠들 때까지 등을 토닥여주었다.
……이윽고, 그녀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내 품 속에서 평안히 잠들어 있다는 사실에, 잔잔한 행복감이 밀려들며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조금 더 느끼고 싶은데.
하루 중 단 몇 분만 느낄 수 있는 이 진득한 평온을 좀더 맛보고 싶은데, 눈꺼풀이 닫히며 잠 속으로 가라앉아 간다.
……내일도 이 평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더라도, 메린과 함께 잠들며 하루를 마치고 싶다.
그야말로, 죽는 그 순간까지.
……의식이 멀어질 때까지, 오늘밤도 그렇게 바라고 또 바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