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2화 〉 253화 : 두근두근! 설렘 가득한 견학! (1)
* * *
멱살을 잡고 흔드는 걸로는 한참 부족하다.
더없이 소중한 걸 빼앗겼는데, 이런 신사적인 방법으로 분이 풀릴 리가 있나!
부족해.
터무니없는 일을 저질러놓고 아까부터 웃어제끼고 있는 이 씨발놈에겐 더한 매가 필요해.
좀더 큰 고통을 줘야 잘못했단 걸 깨닫지!
어차피 안 죽잖아?
그래, 안 죽잖아.
물리적으론 뭘 해도 죽지 않는 게 마(?)의 큰 특징이니까.
……그럼 분이 풀릴 때까지 저질러도 아무 문제없는 거 아냐?
예를 들면, 놈이 앉아 있던 의자를 들어서 대가리가 깨지도록 갈겨버려도 아무 죄도 안 되는 거 아니야?
안 죽으니까.
놈이 의자 다리에 손을 뻗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깊은 곡선을 그은 그 눈 속엔, 즐겁고 즐거워 미치겠다는 눈빛이 엿보이고 있었다.
“쿠훗.”
……웃어?
그래, 좋아. 눈물, 콧물, 핏물 전부 뽑아내도 진짜 안 죽는지 한 번 보자고!
제발 죽여달라고, 불사의 존재가 된 걸 후회하도록 만들………
“……”
………만들면 뭐, 다시 돌려받을 수 있나?
이 놈을 곤죽으로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내 팔만 아프지.
“………”
머리에 가득 올랐던 열이 급속도로 식기 시작했다.
의자 다리를 집으려던 손을 거둔 후, 나는 내 자리로 터덜터덜 돌아가 앉았다.
그대로 테이블 위에 늘어지듯 엎드리자, 건너편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거기서 멈추시는 건가요? 좀더 열을 내실 줄 알았는데.”
“………귀찮아.”
“원하시는 대로 분풀이하셔도 돼요. 혹시 알아요? 제가 두려움을 못 이기고 마법을 풀어드릴지도 모르죠.”
“………귀찮다고 했어. 닥치고 마법이나 풀어.”
“……어휴, 한참 재미있어지나 했는데. 흥, 역시 용사는 용사인 모양이네요.”
김이 샜다는 듯한 투덜거림과 함께, 의자가 끼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놈도 다시 자리에 앉은 모양이었다.
흥미가 떨어졌다면 얼른 다시 마법이나 풀어주면 좋겠는데.
그럴 마음까진 들지 않는지, 놈은 호로록, 찻물을 들이켠 후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마법은 풀어드릴 수 없어요. 내일 여길 떠나시기 전에 풀어드릴게요.”
“……일부로 화 돋우려는 건가요?”
“어머, 저는 그런 악독한 여자가 아니랍니다. 말씀드렸지요?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
아, 도로 올라온다.
깊고 깊은 빡침이 도로 올라오려 하고 있어……!
분노로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 순간, 그런 내 머리를 달래듯이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끓어올라오던 감정이 아주아주 조금씩 가라앉는 걸 보면, 그게 누구 손인지는 안 봐도 뻔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나는 힐끗 시선을 돌려 옆을 쳐다보았다.
역시나 메린이 내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고 있었다.
괜찮아.
……그렇게 눈으로 말하는 듯한 그녀에게 툭 내뱉고 싶었다.
뭐가 괜찮다는 거냐,
방금 전까지도 남자였던 게 어떤 개 같은 놈의 심술 때문에 여자가 됐는데 괜찮겠냐,
내 심정 따위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뭐라는 거냐,
어쭙잖은 위로할 거면 그냥 가만히 있어라.
……그런 독기 어린 말들이 머릿속에 마구 떠오르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말소리가 되어 입 밖으로 나오기 직전,
“……”
그걸 내보내는 것도 귀찮아져서 도로 삼켜버렸다.
이 녀석에게 퍼붓는다고 마법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쌓이고 쌓인 분이 풀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화가 더 쌓이기만 하겠지.
……설사 놈이 ‘메린에게 화풀이를 하면 마법을 풀어주겠다’고 제안하더라도 그럴 수는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나 좋자고 이 녀석에게 상처를 줄 순 없어.
나를 달래주는 손길에 담긴 사랑에, 이 이상 응석을 부려선 안 된다.
설령 메린이 스스로 그걸 바란다 해도 말야.
무엇보다도……
애꿎은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 건 도리에 맞지 않아.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되는 거다.
“……”
……격정이 가라앉은 뒤에 찾아온 나른함에,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메린이 어째서인지 내 머리를 한 번 세게 흐트러뜨리더니, 그걸 다시 정돈해주면서 말을 꺼냈다.
“근데 이 녀석이 왜 도움이 필요하죠?”
“이 장서관엔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오거든요. 그야말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밤낮 가리지 않고 누가 찾아온다는 건가요?”
“아니요, 메린 님.”
되묻는 메린에게 대답한 건, 여전히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는 관장 놈이 아니라 로나였다.
“시대에 상관없이 찾아온다는 말일 거에요. 지금 이 시점엔 죽어 있을 과거의 인물이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방문한다는 거겠죠.”
“후후. 맞아요, 사제님. 역시 잘 아시네요.”
“그리고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건…… 혹시 지옥의 존재도 오는 건가요?”
로나의 질문에, 놈은 웃음소리를 멈추고 제법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여러분처럼 가호를 받는 자들이 찾아와요. 또는 지옥에 자리가 없어, 지상의 밤그늘에 몸을 숨기고 있는 자들이 금단의 지식을 얻으러 오죠.
그런 자들에게 용사님의 외양을 보여서 좋을 게 없지 않겠어요? 그러니 제가 드릴 수 있는 최대의 도움을 드린 거랍니다.”
용사의 주적은 드래곤 아트라토스이나, 놈의 출신지 때문인지 악마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고 있다.
내가 상대해야 하는 게, 드래곤이 아니라 악마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러니 만약 이 장서관에, 우리와 같은 시대에 사는 악마 관계자가 와 있다면, 나는 얼굴을 숨기는 게 좋긴 하다.
내내 후드를 눌러쓰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보다는 변장을 하는 게 더 낫겠지.
그래, 이해되긴 해.
관장 놈의 변명에도 일리가 있긴 하다고.
근데 뭐? 도와주려던 것뿐이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나는 테이블에 처박고 있던 이마를 살짝 들고, 빙그레 미소 짓고 있는 놈을 쏘아보았다.
“……성별을 바꿀 정도면, 그냥 얼굴만 바꾸는 것도 가능한 거 아니에요? 왜 굳이 여자로 만든 거죠?”
“그야 제 원대한 계획을 이루기 위해선 자료가 필요하니까요.”
놈은 미소를 지은 채 어깨를 으쓱였다.
“보시다시피 제 자신의 성별은 바꿀 수 있게 됐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남남인 존재의 성별을 바꿔본 적은 없거든요. 주문과 술식은 구축했는데, 굉장히 아쉽게도 저희 사서들은 협력해주려 하지 않아서 말이에요.”
“아, 그래서 내 얼굴을 숨길 겸해서 실험을 하셨다?”
“맞아요!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 뭐, 이 마법을 걸어주고 싶었던 사람은 이미 죽었다는 게 무척 아쉽지만요.”
그렇구나. 그래서 그렇게 숨 넘어가게 웃어댔던 거였군.
그간 공을 들여서 만든 마법이 크게 성공한 것이다. 기뻐하는 것도 당연하지.
“그렇군요.”
“네에~ 그렇답니다~”
잠시 놈과 그렇게 마주 고개를 끄덕인 후,
“결국 실험하고 싶었던 거잖아, 개새끼야아아아!!”
나는 또 다시 분노를 토해냈다!
그럴 줄 알았어, 이 놈이 순수하게 도움을 베풀었을 리가 없지!
그럭저럭 선량한 편인 위슨 녀석도 대놓고 물약 실험을 해대는데, 이 놈이라고 안 할까!
그대로 테이블을 엎으려 한 순간, 메린이 내 팔을 잡더니 자신 쪽으로 홱 당겨버렸다.
우당탕,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동시에, 내 몸이 옆으로 쏠리며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넘어져서?
뭐, 거의 넘어진 거긴 하지.
무릎이 바닥에 닿으려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건 그런 게 아니었다.
바닥에 입을 맞춰야 하는 내 얼굴을 포근한 온기가 감싸고 있다.
두근, 두근, 하는 심장소리가 들려온다.
“아, 좀 참아봐. 얘기가 진행이 안 되잖아.”
그리고 메린의 목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리고 있었다!
어, 역시 지금 나 껴안기고 있는 거지?
이 녀석이 지금 다들 보는 앞에서 날 껴안고 있는 거지?!
“아, 으, 자, 잠깐……! 아, 알았어, 얌전히 있을 테니까 이거 놔……!”
“퍽이나. 그냥 내가 잡고 있는 게 낫지. 어휴, 과자 버릴 뻔했네.”
투덜투덜대더니, 녀석은 내가 바둥거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말을 꺼냈다.
“흠, 근데 이 더블릿 꽤 두툼하지 않았던가? 어디……”
“꺄악?!”
만졌어!! 한손으로 내 머리를 눌러서 못 움직이게 하더니, 다른 손으로 가, 가슴을……!
“흐음, 일단은 블루벨보다 크네.”
“……왜 날 들먹이니? 아니, 그보다 왜 가슴까지 커지는 거야? 그냥 가랑이만 바뀌어야 되는 거 아냐?”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블루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보다 메린 이 녀석, 언제까지 더듬는 거야?!
“아, 그거요? 성별이 바뀔 때, 이성을 유혹할 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신체 부위의 크기가 반영되도록 짰거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내의 가랑이 크기와 여인의 가슴 크기가 서로 반영된답니다.”
“가, 가랑…… 왜 그렇게 되는 거죠?!”
블루벨의 황당해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나는 열심히 메린의 손을 떼어내려 애를 쓰고 있었다.
이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갑자기 한손으로 내 더블릿의 단추를 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얘가 미쳤나, 다들 보는 앞에서 지금 뭐하는 거야?!
“사내는 여인의 가슴에 흔들리고, 여인은 사내의 하반신에 침을 삼키기 마련이에요. 어머?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인간종이 번식하기 위해 갖춘 본능을 말하는 거니까요.”
어째 굉장히 학술적인 이야기가 귀에 들려왔지만, 나는 그에 대꾸할 겨를이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손 두 개로 하나를 못 이기다니 말이 돼?!
우와, 중간 단추 두 개나 풀렸어! 대체 뭘 하려고……!
필사적으로 녀석의 손을 밀어내면서 항의했다.
뒤통수가 꽉 눌리고 있는데다 꼴도 꼴인 탓에, 자연히 개미만 한 목소리로 속삭이게 되었다.
“얌마,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아, 그만, 야, 진짜 하지 마!”
“더블릿 위에선 얼마나 큰지 잘 모르겠더라고. 야, 잠깐만 가만히 있어봐. 안 벗기고 손만 대볼게.”
“싫어싫어싫어, 절대 안 돼! 아, 메린, 제발, 진짜 안 된다고! 으, 나중에, 나중에 보여줄 테니까, 우으, 지금은 봐줘……!”
……몸이 여자가 된 탓일까?
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눈물이 고이는 게 느껴졌다.
그러자 메린이 짧게 한숨을 쉬더니, 가슴을 헤집으려 하던 손을 떼고는 내 등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울보인 놈이 여자가 되니까 더하네. 알았어, 안 할게. 울지 마.”
“우읏, 흑……”
훌쩍훌쩍 울면서 다시 단추를 채웠다.
꼭 겁탈이라도 당한 것 같은 기분이야. 흑흑.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여기 있는 메린 씨는 사내가 되면 엄청난 야수가 되실 거에요. 가슴 크기는 어쨌든, 굉장히 대담하시니까요.
정말이지, 아무리 깊은 사이가 되었다고 남들 보는 앞에서 그런 대담한 장난을 치시다니. 조금 배알이 뒤틀리네요.”
“엉? 아, 이 녀석 가슴이 얼마나 커진 건지 궁금해서요.”
“………”
아니 그걸 또 말하고 있네. 아무래도 이 녀석은 나를 죽이고 싶은 모양이다.
몸에 품은 아트라토스의 정수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용사를 적대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에게 수치에 수치를 주어서 말려 죽이려고 하는 거지.
아아, 느껴진다…….
연민 가득한 시선들이 나를 향하고 있는 게 느껴져!
흑……
그냥 죽여줘…….
“후후, 어때요, 메린 씨? 한 번 사내가 되어 보시겠어요? 더 큰 키, 더 강한 근육…… 무엇보다도, 후후훗, 여인이 된 용사님을 안으실 수 있답니다……!!”
“?!”
미친 새끼 아니랄까봐 진짜 정신나간 소리를 하고 있네!!
크윽, 당장에 뛰어가서 그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은데, 메린이 나를 붙잡고 안 놔주는 탓에 움직일 수가 없어!
“흐음…… 강한 근육은 어쨌든, 남자가 되면 가슴이 편하긴 하겠네요.”
“아, 그게 불편하셨군요. 후후, 하긴 검을 쓰시니까요. 어때요? 단 하룻밤뿐이긴 하지만, 한 번 체험해보시겠어요?”
“흐음………”
아, 고민하고 있다.
메린 녀석, 진짜 저 놈 말에 혹해버렸어!
메린이 남자가 되면……
“………”
죽을 거야!
나 오늘 못 넘길 거라고!
아까 ‘나중에 가슴 보여준다’고 해버렸으니 분명 기회가 찾아오면 요청할 텐데, 여자의 맨가슴을 보고 반응하지 않을 남자는 없잖아!
그 자리에서 이 녀석에게 덮쳐질 거야!
메린이 그 욕정을 참는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만에 하나라도 그녀가 참지 못한다면……?
……안 돼!
원래 상태에서도 못 이겼는데, 반대가 되면 완전히 끝장이다!
나는 녀석의 등을 꽉 붙들며 애원했다.
“안 돼, 메린, 안 돼! 제발, 안 돼……!”
“엉? 갑자기 왜 그러냐? 뭐, 아무튼……”
제발제발제발! 제발 거절해줘!
간절히 비는 내 귀에, 그녀의 대답이 들렸다.
“사양할게요.”
……순간, 내가 너무 절실한 탓에 환청을 들은 건가 싶었다.
“어머, 그래요? 이유를 여쭈어도 될까요? 연구에 참고하려고요.”
아, 환청이 아니구나.
저 놈이 아쉬워하는 걸 보니, 내가 제대로 들은 모양이다!
하…… 진짜로 거절했구나.
정말 다행이다…….
긴장이 탁 풀리며 저절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메린은 그런 내 등을 계속 토닥이면서 말했다.
“하룻밤이면 별 소용없잖아요. 이 녀석을 안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거라면 문제없을 거에요. 사내의 욕구는 굉장히 강하고 직선적이거든요. 갑자기 불쑥 솟기도 한답니다.”
“그래요? 그것도 꽤 불편하겠네. 뭐, 어쨌든 됐어요. 저는 이 녀석에게 안기는 게 더 좋으니까.”
“…………”
저편에서 꺄아거리는 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정확하게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나에게 안기는 게 더 좋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녀의 그 말에,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으니까.
아, 열이 펄펄 끓고 있다.
아마 머리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고 있겠지.
“이 녀석이 안아주면 굉장히 따뜻하거든요. 근데 남자가 되면 지금보다 키가 커질 거고, 그럼 이 녀석에게 안기기 어려울 테니 싫어요.”
“어머, 제가 말한 건 포옹이 아니라 밤일이었는데.”
“밤일? ……아, 그거. 그럼 더 싫어요. 그거 처음엔 그럭저럭 아프던데, 이 녀석이 당하면 분명 울 테니까요. 이 녀석이 우는 걸 보긴 싫어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토닥이는 손길에, 어쩐지 가슴이 벅차며 또 눈물이 고이는 것 같았다.
으, 안 되는데.
메린 녀석이 방금 그랬잖아, 내가 우는 거 보기 싫다고.
그래서 눈을 질끈 감고서 그녀를 꽉 껴안았다.
“………어휴, 진짜 배알 꼬여서 더 못 보겠네요.”
진심으로 질색한 듯이 투덜거린 후, 관장 놈이 손가락을 퉁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잠시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방 안에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관장님………응?”
앗, 생판 모르는 사람이 당황해하는 기색이 풀풀 느껴진다!
나는 메린의 팔을 두드려서 품에서 빠져나온 다음, 바닥에 무릎을 뚫은 채 고개를 돌렸다.
“………아.”
소매와 옷깃에 네모난 문양을 수놓은 로브를 입은 남자가,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WA! 내일 발렌타인 데이네요!
WA! (내 돈으로) 초코 먹는 날! ( / ' ▽')/
그런 의미에서 그려버렸다고!
내일까지 표지로 써먹을 거라고 제엔장!! ` ㅡ´)
* * *